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리허빌리 시리즈 - 4. Be your……《닛타 미나미》

댓글: 4 / 조회: 1896 / 추천: 1



본문 - 10-25, 2016 15:19에 작성됨.


Be your……《닛타 미나미》




『여기 계셨나요, 선배』

귀찮은 잡무에서 도망쳐 학교 옥상에서 하늘을 올려본다. 계절때문인지, 상의를 껴입고 있음에도 추위가 느껴졌다. 교복 가슴팍에는 조화가 있고, 손에는 통. 앞으로 조금이면 이 경치와도 작별이다.
자신치고는 드물게 황혼을 만끽하고 있었건만, 예상대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어째선지 이 후배에게는 내 행동을 다 들킨다. 이 1년동안 이녀석의 추적에서 도망칠 수 있었던 적이 없었다.

『또 닛타냐……』

『불만 있나요?』

『있어. 가끔은 부회장 말고 서기같은 위안계 여자가 상냥하게 데려가 줬으면 좋겠어. 매번 닛타여서야 재미없고』

『알겠어요. 그럼 지금부터 회계 데려올게요』

『남자는 안돼 남자는. 닛타씨라서 좋았습니다~』

그런 농담을 주고받는다. 이미 습관같은것이다. 닛타도 진지하게 듣지 않았다. 그 증거로 나를 보는 녀석의 표정은 이겼다, 라는 가벼운 도야가오이다. 미묘하게 열받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다.

『그래서, 여긴 왜온거야. 졸업생 대표 연설도, 학생회가 뒷풀이하는 가게도 예약 끝났어?』

『그 뒷풀이에 선배가 오지 않아서 부르러 왔어요. 정말 자유인이라니까……』

『부끄럽네』

『칭찬한거 아니에요!』

바로 표정을 뒤집어 분노한 표정으로 화내는 닛타. 아마 여태까지의 고생을 떠올리고 있는거겠지. 불쌍한 녀석.

『……그런데, 선배는 여기서 뭐하고 있었나요?』

그렇게 닛타를 놀려먹고 있었지만, 닛타는 문득 궁금해졌는지 그런 질문을 했다.

『나는 도쿄의 대학에 진학하니까말야. 한동안 돌아오지 못할테고. 작별인사라고 해야할까』

『선배……』

닛타가 상냥한 눈으로 나를 응시한다. 기분 탓인지, 눈매에 물기를 어려있는것처럼 보였다.

『──라는 이유를 붙여서 폼잡아봤지만. 사실 모르겠어. 오고싶어서 왔을 뿐이야.』

『선배……』

닛타가 유감스러운 눈으로 나를 응시한다. 황당하단 표정으로 째려보고 있다.

『뭐, 나는 드디어 닛타 엄마의 주박에서 도망칠 수 있겠군. 너는 너대로 나를 쫓아다니느라 쓸데없이 체력을 소모하지 않아도 될테고. 윈윈이네』

『누가 엄마란건가요! 저 선배보다 연하거든요!』

『그래서 어쩌라고. 난 너때문에 고등학교 내내 여자친구 못만들었거든!』

『그 말 그대로 돌려드리죠! 전 학생회 들어가고 『회장의 비서』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었거든요!?』

『야하구만! 단어가!』

『누구때문인데요! 책임져주세요!』

『아니, 나 여자친구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여자는 수비범위 밖이라서……』

『그건 상황에 따라 바꿔주세요!? 저 여자! 노멀이거든요!』

『너 동성애자 무시하냐!?』

『왜 선배가 화내는 건가요!?』

열이 올라서인지 서로 숨을 헐떡인다. 한번에 말하기엔 상당히 긴 대화였다.
한동안 헐떡이고 있던 우리들이었지만, 이윽고 닛타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좋아요. 결정했어요. 저도 도쿄의 대학에 가겠어요』

『아, 그런건 됐습니다.』

『갈거에요! 그리고 선배가 여자친구를 만들지 못하게 하고 저만 남자친구 만들거에요! 이 1년간의 복수에요!』

이 무슨 민폐덩어리 복수란 말인가.
그리고 또 의미가 없는 말싸움이 반복된다. 최종적으로 어째서인지 『부먹찍먹논쟁』으로 발전했을 때, 옥상 문이 열렸다. 거기에서 작년 학생회 멤버들과 새로운 학생회 멤버들이 들어왔다.

『아, 실례했습니다. 먼저 갈테니까 나중에 천천히 오세요』

『『그런거 아니거든!?』』











--------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자명종 시계를 때려 입다물게 한다. 시간은 오전 6시. 또 녀석이 멋대로 세팅해논거겠지. 오늘 수업은 점심부터라고 말했는데.
이불을 벗기엔 추웠기에 그대로 뒤척이다가 다시 눈을 감는다. 그러나 그 따스함을 갑작스럽게 빼앗겼다.

「추웟!?」

「당연하죠. 지금 11월이고」

무심코 튀어오르자, 눈에 들어온 것은 이불을 들고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닛타의 모습이었다. 닛타는 이미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는지 롱스커트에 두꺼운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왜 여기 있는거야?」

「저도 여기에 살고 있으니까요. 몇번 같은 말을 하게하는건가요」

그래, 실은 이 여자는 내가 빌린 맨션에서 살고있다. 아무래도 우리 어머니와 닛타의 어머니, 그리고 닛타 본인 셋이서 결탁을 한 모양이었다. 왠지 원룸이 아닌 멘션을 권하더니 이런 함정이 있었던것이었다. 방이 넓어지는것에 기뻐했던 당시의 나를 후드려패고 싶다.
그러나 지금 물은것은 그런게 아니다.

「아니, 왜 내 방에 있냐고. 문 잠궜을텐데」

「네? 열려있던데요?」

고개를 갸웃하며 그렇게 말하는 닛타. 아무래도 진짜인 모양이다. 어제, 아니 정확히는 오늘 오전 2시까지 알바가 있었다. 그래서 지쳐서 문잠그는걸 잊고 그대로 잠들어버린 모양이다.
그렇다해도 남자방에 당당히 들어오고, 그 이전에 남자의 자취방에 동거하고, 게다가 자기 방문을 잠그는걸 상당히 높은 확률로 잊어버리고. 그 닛타의 무방비함에는 기가 막힐 정도였다. 한번 닛타 남동생에게 『니네 누나 너무 무방비하지 않냐?』라고 라인을 보냈더니 『포기하세요』라는 답장이 왔을 정도이다.

「어쨌든 빨리 식사하세요. 학교 가기 전에 빨래 하고 싶으니까」

「됐어, 내가 알아서……」

「선배는 대충대충 해서 안돼요!」

그런 대화를 하며 둘이 함께 거실로 나간다.
고등학교 마지막 약속에서 수년. 물론 나는 닛타때문에 여자친구는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닛타도 나때문에 남자친구를 만들지 못했다고 한다.











--------











닛타가 아이돌이 되었다.그것을 알게된 것은 닛타와 저녁을 먹고 있었을 때였다. 왠지 평소 이상으로 싱글벙글한 얼굴로, 끊임없이 시계를 신경쓰던것을 기억하고 있다.
닛타는 갑자기 TV를 끄고 라디오를 켰다. 뭐하냐고 물어보니 시종일관 됐으니까 일단 들으라는 말뿐. 영문도 모른채 듣고있으니 이윽고 꽤나 유명한 방송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째선지 거기에 낯익은 목소리가 섞여있었다.
방송이 끝날때까지 나는 조용히 듣고있었다. 그리고 끝나는것과 동시에 젓가락을 내려놓고, 닛타에게 한마디만 말했다.

「내일중에 여기서 나가」

닛타의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진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것을 보니 마음이 조금 아파졌지만, 그런걸 신경쓸때가 아니다.
닛타의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녀석은 지금 상황을 전혀 모르고있다. 도전하는건 좋지만, 그것이 가져오는 영향을 조금도 모르는것이다.
닛타는 어리다. 그건 외모나 스킬 이전의 문제이다. 좋게말하면 순수무구, 나쁘게 말하면 무지하고 무방비. 정신연령이 정말로 어린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상황을 깨닫지 못했다.

「서, 선배……?」

「이번에 한해서는 네 말 안들어. 내일 중에 짐챙겨서 나가. 아이돌 사무소라면 기숙사같은건 있겠지. 거기에 들어가」

「자, 잠깐만요!」

「네가 안나가면……내가 나간다」

「────!!」

믿을 수 없는듯한, 무언가에 배신당한듯한,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얼굴색이 붉어졌다 푸르러졌다 바쁘게 변하는 닛타. 평소였다면 달래주기라도 했겠지만, 이번엔 그럴 수 없다.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다. 표현하기 어려운 상실감에 습격당하며, 나는 천천히 이불을 폈다.









「너희들, 아직도 싸우고 있냐」

「딱히 싸우는건 아닌데」

대학 강의실에서 친구가 말을 걸었다. 요 한달간 닛타는 나를 피하고 있었다. 저렇게 말했으니 미움받을거라고 예상이야 하고 있었찌만, 실제로 이렇게 되니 제법 힘들었다. 눈앞의 이녀석을 포함해서 친구놈들한테는 절대 말하지 않을거지만.

「다른 사람들이 떠들던데? 닛타씨가 남자친구랑 헤어졌으면 자기들에게도 찬스가 있다고」

「남자친구 아니라니까. 애초에 저녀석 그렇게 유명했었나?」

「닛타씨를 속여서 미스콘테스트에 내보내고, 토토로 떼돈번놈이 할 대사는 아닌데」

그렇군, 대학에서는 유명인이었나.
뭐, 그 자체에는 할말이 없다. 애초에 나에게 부메랑처럼 발언이 되돌아올테니 더더욱.

「칸자키야말로 닛타한테 어필 안해도 괜찮냐? 지금이라면 남자친구가 없대─」

「이야기의 개연성이 없네. 닛타씨에게 남자친구가 없다고, 내가 닛타씨를 좋아하게 되는건 아니야」

「그렇네~ 너는 사기사와쨩이 있었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칸자키는 재미있을 정도로 입을 덥썩거리며 어울리지 않게 횡설수설한 설명을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흘려들으며, 자신도 뭐가 원인인지 몰라 한숨을 흘렸다.

「애초에 너는 닛타씨가 없으면 생활파탄자잖아. 아내가 도망가면 곤란한건 너 아니야?」

「누가 누구의 아내란거냐 쨔샤. 나도 저녀석이 오기 전에는 혼자 자취 했었거든? 뭐, 이제야 여자친구 만들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야지」

「그런데 의외네. 너희들 그렇게 사이좋은데 사귀지 않았을 줄이야. 의식하지 않았어?」

아마 순수한 의문일 것이다. 함축이 없는 표정으로 칸자키는 고개를 갸웃한다.
솔직히 말하면, 의식하지 않았을리가 없다. 이제 와서이지만, 아이돌에 스카우트 될 정도로 외모도 좋고, 내용물도 남을 잘 챙겨주는 좋은 후배이다. 게다가 엄청나게 무방비하다. 이녀석 습격당하는걸 기다리는게 아닐까 생각한것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성이 강해서 다행이었다고 매일같이 생각했을 정도이다.
그러나, 그것을 해버리면 나를 믿고 닛타를 보낸 닛타의 가족들이나 나의 가족, 그리고 무엇보다도 닛타 그녀를 배신하는게 된다. 아무리 대충사는 나라도 해도 되는 일과 안되는 일 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

「그런건 됐고, 너는 빨리 사기사와쨩한테 고백하고 와라. 그리고 화려하게 옥쇄하고 와. 신나게 비웃어줄테니까」

「너 너무한거 아니냐!? 그리고 나랑 사기사와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고 몇번을──」

칸자키의 이야기를 다시 흘려 들으며, 나는 창 밖으로 의식을 돌린다.
무리에서 떨어진걸까, 작은 새가 한마리, 슬픈듯이 울고있었다.











--------











올해도 벌써 열흘도 채 안남았다. 세간은 크리스마스 분위기 일색으로 물들고, 알바처에서도 크리스마스 페어의 준비로 바쁘다.
하지만 솔로인 나랑은 별 상관 없는 이벤트이다. 평소처럼 집으로 돌아가 적당히 어제 남은 음식을 데워먹는다. 요즘은 TV나 라디오도 켜지 않는다. 학교가고, 알바하고, 집에와서 잔다. 그 루틴이 내 생활이 되어있었다.
학교에서는 예전과 다르지 않게 생활하고 있다, 라고 생각한다. 생각은 하지만 자신은 없다. 쫓아내고서 할말은 아니겠지만, 내 안에서 닛타의 존재는 컸던 모양이었다. 놓친 물고기는 컸다고 해야할지.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닛타는 아무래도 맹활약중인 모양이다. 요즘엔 TV에서도 자주 보인다던가.

「……찌질하네, 나」

나지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까지 해온 짓이 되돌아왔을 뿐인데
오늘은 리포트 과제를 해야했지만, 도저히 집중할 수 없을것 같았다. 밤은 어두운 감정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그냥 차라리 오늘은 일찍 잘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빨래를 한다. 그때에 비하면 제대로 빨게 되었지만, 아직 닛타가 만족할 정도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빨래를 끝내고 내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을 때, 인터폰이 울었다. 시계를 보면 이미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대체 누구야,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응답한다.

「네, 누구십니까」

『에? 남자? 아뇨, 죄송해요. 여기가 OO씨 댁이 맞나요?』

목소리는 여자였지만, 상대가 인터폰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이름이 맞으니 잘못 찾아온건 아니겠지만.

「맞는데요」

「죄송해요, 잠시 아래로 내려와주실 수 있을까요? 닛타 미나미씨를 데려왔는데……」

뭐? 그런 신음이 나올뻔했지만, 어떻게든 참고 간단히 알았다고 상대에게 대답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를 피하고 있던 닛타가 올줄이야. 데려왔다고는 하지만 저녀석이 술을 마실리가 없을테니 지쳐 잠들은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저녀석은 기숙사 생활일텐데. 그것이 조금 납득가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다리는 이미 문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나면서 참 쉬운 남자이다.

아래로 내려가니 왠지 본적 있는것같은 여자가 닛타를 부축하고 있었다. 아니, 전 아나운서 카와시마 미즈키가 그곳에 있었다.

「아, 여기여기. 빨리 미나미쨩 받아줘」

「아니, 무슨 상황인가요 이거. 애초에 닛타는 기숙사에서 살잖습니까 카와시마씨(임시)」

라고 말하면서도 카와시마씨(임시)에게서 닛타를 받는다. 편안한 숨소리를 내고 있지만, 약간 알콜 냄새가 났다. 놀랍게도 닛타가 술을 마신 모양이었다.

「아, 나 아는구나. 맞으니까 (임시)는 빼도 좋아. 실은, 미나미쨩이랑 저녁먹었는데, 내가 미나미쨩을 2차에 데려가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있었는데 미나미가 착각하고 내 위스키를 원샷해버렸어」

「미성년자를 2차에 데려간다니 뭐하는겁니까 어른이.」

「솔직히, 정말 미안해. 반성하고 있습니다.」

카와시마씨(진짜)도 반성하고 있는지, 면목없다는 표정으로 뺨을 긁고 있었다.

「그래서, 왜 여기로 온건가요? 이녀석 확실히 사무소의 기숙사에서 살고 있었을텐데」

「그게 미나미쨩을 기숙사로 보내려 했는데 『집에갈래』라면서 말을 안들어서. 이 아이는 취하면 응석받이가 되는 모양이야. 그래서 집이 어디냐고 물으니까 여기의 주소랑 방번호를 가르쳐줬어. 벨 누르면 괜찮다면서」

닛타는 취하면 응석부리는건가. 아니, 그게 아니지. 문제는 그 앞이다. 닛타는 어엿한 아이돌이고, 미성년자이다. 그런 녀석이 남자 집에 간다는것은 스캔들을 터뜨려달라고 부탁하는것과 마찬가지일것이다.
그것을 카와시마씨에게 말하자,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아, 괜찮아. 우리 사무소는 연애금지도 업속, 애초에 사무소의 아이돌이랑 사귀고있는 프로듀서도 있어」

「그래도 되는건가, 아이돌 사무소……」

「돼. 우리들도 인간이니까」

취기가 깨지 않았는지 카와시마씨는 깔깔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 직후, 묘하게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미나미쨩, 취했을 때 울었어」

「네?」

「미나미쨩을 여기서 쫓아내고 기숙사로 보냈다며? 왜 쫓겨났는지 모르겠다고, 가장 응원해줬으면 하는 사람이 응원해주지 않았다고 울었었어.」

「…………」

「기숙사에 들어왔었을 초에는 엄청났지. 매일같이 오버워크로 일하고 레슨받고. 언제 쓰러져도 이상할게 없어서 다들 조마조마하게 보고있었어. 그게 지금의 인기로 이어졌으니 참 짖궂은 일이네.」

「……그랬나요」

그 모습은 간단하게 상상할 수 있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그랬다. 노력하는 녀석이었다. 지나치게 노력하는 녀석이었다. 누군가가 고삐를 잡아 주지 않으면 끝도 없이 달려간다.

「그 녀석을 만나면 죽빵 한대 때려주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아무래도 쫓아내고 싶어서 쫓아낸건 아닌것같으니」

그렇게 말하며 카와시마씨는 나에게 상냥한 시선을 보냈다. 솔직히 내심을 들킨것같아 부끄러웠다. 이것이 연륜이란걸까.

「한번 서로 제대로 대화해봐. 미나미쨩 내을은 학교도 레슨도 일도 오프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괜찮아. 그쪽 기분도 아는 걸.……하지만 한가지만. 아무런 각오도 없이 남자랑 동거하는 여자는 없어」

카와시마씨는 그대로 역으로 떠났다. 그것을 배웅하고 나는 닛타를 업어 방으로 돌아갔다.











--------











「응…………」

햇살을 받아 의식이 떠오른다. 눈을 뜨자, 익숙한, 하지만 한동안 보지 못했던 경치가 퍼졌다.
어라, 나 왜 여기있는거지. 확실히 카에데씨랑 카와시마씨랑 프로듀서씨랑 저녁먹으러 가서……생각났다, 카와시마씨랑 2차에 가서 실수로 술을 마셔버렸었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일어난다. 머리가 아프다. 당연하다면 당연한것이지만, 역시 힘들다. 어렴풋히 남아있는 기억을 떠올려보면 꽤 부끄러운 것들도 폭로했었기에 더더욱.
그제서야 간신히 지금 있는 장소가 사무소 기숙사의 방이 아니라는것을 깨닫는다. 둘러볼 필요도 없다. 얼마전까지는 나도 살았었떤 맨션의, 선배의 방이다. 하숙용이 아닌 가족용인, 넓은 맨션. 엄마한테 도쿄에 간다고 말했을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선배네 엄마랑 희희낙락하며 준비한 장소이다. 대신 아빠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남동생은 도쿄를 향해 애도를 표하고 있었지만.
그 말은, 그럼 이 이불은 선배의…….
그것을 의식하자 얼굴이 뜨거워졌다. 어쩔 수 없잖아. 좋아하는 사람의 이불에서 잤다고는 생각도 못햇는걸. 혼자 변명해봐도 부끄러운건 부끄러웠다.
선배를 남자로서 의식한것은 언제부터였을가. 최소한 도쿄에 온 이후인것은 틀림없다. 고등학생때는 심술궂은 오빠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이렇게 쫓아와서 아내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 할 수 있을리 없다.
여기에 오자마자 선배가 숨겨두고 있던 술을 처분했을때도, 야한 책을 선배의 방에서 찾아냈었을때도 선배를 의식한적 없었다. 정말로 어느새, 라고밖에 할 말이 없었다.
아이돌은 즐겁다. 그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선배가 나를 쫓아냈을때부터 뭔가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때문인지 아냐쨩이나 다른 CP 아이들에게 걱정받고 타케우치 프로듀서도 「미소가 흐려졌다」라며 걱정했다. 원인은 알고 있었지만, 이유는 모르는 채로 지금까지 버텼다.

선배의 베개를 꼬옥 껴안는다. 꾸준히 빨고 있는지 냄새는 나지 않는다. 그것에 안심한 것과 동시에 다소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진정되는구나
한동안 그러고 있다가, 일어선다. 시계는 아침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나가자.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선배의 방에서 나왔다.











--------











커피를 마시면서 오랫만에 TV를 보고 있으니, 닛타가 방에서 나왔다. 조금 얼굴이 여위어있는것은 애교라고 봐야하는걸까. 아니면 피로가 얼굴에 드러나 있는걸까

「안녕, 닛타」
「……안녕하세요, 선배」

이 대화도 상당히 오랜만이다. 나는 일어서서, 닛타의 컵에 커피를 따르고 테이블 위에 올린다. 예전 이 집에서 나갈 때 이불이나 사유물은 기숙사로 가져갔었지만, 이런 세세한 것들은 남겨둔 채였다.
닛타는 조금 망설이고는, 이윽고 흠칫흠칫 앉았다. 평소와 다르게 얌전했다.

「아이돌, 좋은 느낌으로 활약하고 있나보네」

「……네」

「즐거워?」

「네」

「…………」

「…………」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각오하고 있었지만, 이 1개월동안 우리들의 도랑은 꽤 깊어진 모양이었다. 그것에 조금 외로움을 느꼈다.
한동안 커피를 마시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대로여서는 아무것도 못한다. 나는 각오를 하고 닛타에게 말을 꺼냈다.

「닛타, 저번에는 내가 잘못했어」

「……!」

내가 고개를 숙이자 닛타의 어깨가 움찔했다. 머리를 올려 닛타의 눈을 보니, 사방팔방으로 헤엄치고 있다.

「아마 나는 무의식적으로 너라면 괜찮다고, 알아줄거라고 믿었다고 생각해. 갑작스럽게 이유도 모른채 쫓겨나는 너의 괴로움도 모른 채」

「선배……?」

「변명밖에 안되지만, 너를 쫓아낸건 너를 위해서였어. 아이돌이 남자와 살고있는건 스캔들을 터뜨려달라는거나 마찬가지니까. 게다가 그때 너는 이미 라디오에서 등장하고 있었고. 성공하고 있는거겠지? 그래서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했어.」

「…………」

닛타는 아무말 없이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 하지만 그 눈은 점점 물기가 맺히고 있었다.
그런 얼굴을 바란것이 아니었다. 그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닛타의 머리를 툭툭 쓰다듬는다. 고등학생때 한번 한적이 있었는데, 투덜대면서도 거절하지 않았던것을 떠올린것이다. 지금은 욕이라도 좋으니 대답을 받고싶었다.
그러나 돌아 온 것은 욕이 아니었다. 닛타가 그대로 나에게 안겨들은것이다. 그 기세에 우연히 뒤에 있던 소파로 쓰러진다. 갑작스러운 사건에 한동안 아연해져있었지만, 옷에서 전해지는 차가움을 느끼고, 살그머니 닛타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린다. 그 때와 변함없는 부드러움 이었다.

「……쭉」

한동안 그러고 있었지만, 닛타가 얼굴로 내 가슴을 꾸욱 누른 채로 말을 꺼냈다.

「쫓겨나고나서 쭉, 미움받은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선배는 상냥하니까, 귀찮은걸 참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서」

「…………」

「그러면 저는 없는게 나은게 아닐까 생각해서, 그렇게 생각하려 했지만 무리라서, 레슨이랑 일로 잊으려고 해도 잊을수가 없어서, 사과하고 싶어도 민폐일것 같아서……!」

「……미안해」

「연습하면서 실력이 늘어도 여태까지랑 달리 기쁘지 않아서! 라이브가 성공했는데도 마찬가지여서! 모두에게 걱정받아 폐를 끼쳐서……!」

「……그래」

「처음에 아이돌이 된걸 숨겼던것도, TV 리모콘을 독점했었던것도, 선배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그래서……!」

──칭찬받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런데 왜! 왜……!」

다시 울기 시작한 닛타를 앞두고, 나는 말문이 막혔다.
사과해서는 안된다. 아무말도 안할수도 없다. 여기까지 닛타를 몰아넣은 것은 나다. 그렇다면 나는 그것에서 닛타를 구조해야만 한다.
대충 살아온 인간이기에 더더욱, 대충 끝내서는 안되는 것을 알고 있다.

「……열심히 했구나 닛타. 잘했어」

「……! 으아아아앙……」

상냥하게 머리르 쓰다듬으며 닛타를 끌어당겨 세게 껴안는다. 그것이 닛타의 무엇을 자극했는지, 닛타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분 지났을까, 울음을 그친 닛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죄송합니다, 폐를 끼쳤네요」

「아니, 괜찮아. 내 실수로 너를 상처입혔으니까. 카와시마씨에게 네 이야기를 듣지 않았으면 깨닫지 못했을테고」

「정말……이럴 때 다른 여자 이름을 말하는건 금지에요!」

정말이지, 이제야 기운을 차린 모양이다. 내 가슴에 툭 주먹을 찌른다. 표정도 이 집에서 봐온 그 미소다.
그러나……

「그런데 일단……좀 떨어져 줄래?」

「엣? ……!?」

아무래도 지금 무슨 자세인지 알아챈 모양이다. 누워있는 내 허리 위에 말타기 자세로 올라탄 채로, 주먹을 대고 있어서 살짝 앞으로 구부린 상태. 얼굴은 방금 울음을 그쳐서 붉게 상기하고 있었다.
말하기 그렇지만, 반응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대로는 내 이성이 무너진다.

「아, 아우……그……」

「아니, 빨리. 내 안의 야수가 눈을 드기 전에」

「채, 책임져주세요!!?」

「그런쪽으로 이야기 날리지 말자!?」

「꺄!?」

엄청난 방향으로 이야기를 비약시켜버린 닛타를 어떻게든 옆으로 치운다. 그럼으로서 어떻게든 위험한 전개는 피할 수 있었다.

「아우……」

「더 자신을 소중히 여겨, 바보」

「바보는 선배에요……」

「앙?」

예상못한 닛타의 대답에 무심코 되물어 버렸다. 닛타는 뭔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듯한 얼굴로, 나에게 요염한 미소를 향했다.

「여기까지 와놓고 각오하지 않는 여자는, 없어요?」

그 미소는 너무나 요염했고, 소파에서 떨어졌을 때 머리끈이 풀렸는지 활짝 퍼진 긴 머리카락이 색기를 흩뿌렸다.
어떻게든 이성을 유지해 한번 더 닛타에게 물었다.

「……진심이야?」

「네. 그리고……저를, 이름으로 불러 주세요」

그 이후에 일어난 일은,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I didn't hope to become the goddess of somebody.
What I prayed for,Be your Special.



 
다음 화 : 솔직해지고 싶어서《죠가사키 미카》



미나미랑 동거하면서 이성을 유지하다니. 마지막에는 미나미가 말타기 자세로 유혹했는데 참다니.
이번화 주인공 최소 고자 아니면 생불.. 인데 고자는 아닌 모양이네요.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