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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카&아리스 사건수첩 -적료와 유수의 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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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5, 2016 23:27에 작성됨.
글 진행은 반드시 댓글로 시작해주시기 바랍니다.
추리 소설 입니다.
댓글은
1. 질문 가능
2. 간단한 추리 가능
3. 필살의 추리는 비밀글로 부탁드립니다.
4. 작가가 떠드는 것을 좋아하므로 굳이 추리가 아니더라도 이것 저것 얘기해 주시면 좋습니다. 거의 실시간으로 쓰면서 댓글 보려고 창댓을 선택한거라...
중간중간에 선택지가 등장합니다.
세계관은 조금(많이) 변화를 줬습니다.
+추가
이 시리즈를 쓰게된 계기입니다.
5. 미야모토 프레데리카는 범인이 아니다. <--힌트에 대한 경고를 170번 댓글에서 확인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26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딸랑, 하고 문의 종소리가 울린다. 후미카는 아직 책을 덮지 않는다. 이곳을 찾는 손님은 점원이 아니라 책과 대화하는 쪽의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아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 시간대에 찾아올 특별한 손님이 있기 때문이다. 책이 아니라 점원을 찾는 특별한 손님이.
“후미카 언니, 저 왔어요. 기다리고 있었나요?”
작고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늘은 아리스가 6개월에 한번 열리는 ‘신데렐라 페스티벌’ 에 초대 받은 날이다. 그것도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게 아니라 아이돌이 개인적으로 초대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후미카와는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이 그녀까지 초대했다는 것일까.
“아니요, 아리스짱. 계속 책을 읽고 있어서 시간 가는 줄은 몰랐네요.”
후미카는 책을 덮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숄을 가볍게 걸치고 책장 앞에 섰다.
“지금 출발하면 늦지 않게 도착할 거에요.”
아리스가 아이 패드 화면을 몇 번 누르면서 말했다.
“빨리 준비해야겠네요.”
그녀의 눈은 빠르게 책장 위를 훑는다. 이름, 장르, 저자의 조합을 지나 몇 권의 책을 골라 책상 위에 쌓는다. 그런 그녀를 아리스는 질린 눈으로 쳐다본다.
“또, 또 그만큼 책을 챙겨가려는 건가요! 미야모토씨가 생각해서 불러주셨는데 가서 책에만 빠져있으면 어른스럽지 못하다고요!”
아리스가 후미카에게 강하게 호통쳤다. 그러고는 아쉬운 눈으로 책들을 바라보는 후미카에게 아이 패드를 내밀었다.
“전자 책으로는 몇 권이든 들고 다닐 수 있으니까요. 이걸로 하면 되겠네요.”
하지만 후미카는 뭔가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아리스를 쳐다 봤다. 아리스는 그녀가 무슨 얘기를 할지 알고 있다.
‘종이를 만지는 감각’
‘책을 넘기는 소리’
‘책의 무게’
그녀는 그런 것들이 소중하다고 말한다. 아리스는 그런 것들의 가치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런 가치들을 중요시 하느라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언제나 이런 대화 끝에 아리스는 이렇게 말할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언니는 케케묵은 거에요. 빨리 안 나오시면 혼자 갈 거에요.”
“잠시만요, 아리스짱! 아리스짱 혼자서는 위험하니까, 같이…앗!”
쿠당탕, 하고 급하게 따라가려다 발치에 쌓인 책에 걸려 넘어져 버렸다. 넘어진 탓에 헝클어진 숄을 황급히 고쳐 입은 후미카의 앞에 아리스가 작은 손을 내밀었다.
“후미카 언니도 참...평소에는 존경스러울 정도로 어른스러우면서 꼭 책이랑 관련된 일만 생기면 이렇게...한 권 정도는 눈감아 드릴 테니까요.”
“고마워요, 아리스짱”
후미카는 아리스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그러고는 책상에 쌓여있던 책들을 두고 이리저리 비교하더니 이내 한 권을 골랐다.
“그럼 갈까요.”
그 책을 안고 아리스와 함께 문 밖에 나섰다. 번화가에서 한블럭 떨어져 있는 뒷골목, 그 사이사이로 차가운 겨울 바람이 불어왔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은 채로 뽀얀 김을 내쉬며 아리스의 아이 패드가 알려주는 데로 가볍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신데렐라 페스티벌 : 6개월 마다 한번, <신데렐라 서머 페스티벌>, <신데렐라 윈터 페스티벌> 이 열린다. 346프로덕션의 수 많은 아이돌 중 인기 순위 Top10의 아이돌들이 전국 순회공연을 하는 장대한 이벤트. 이번 이벤트의 시작은 오키나와로 아래에서 위로 올라간다.
“저...아리스짱…? 그러니까, 여기는...어디인가요…?”
“잠시만요…! 분명 제대로 찾아왔을텐데 여기는 대체…? 어 그러니까...7, 765프로?”
두 사람은 아이 패드가 일러준 데로 765프로덕션에 도착했다.
“아아…! 자동완성 기능이 멋대로…! 왜 346프로덕션을 765프로덕션으로 바꾼 건가요!”
자동 완성 기능은 이미 30분 전에, 아리스가 잠시 후미카를 바라보면서 화면을 조작한 순간에 목적지의 운명을 419도 정도 바꾼 것이다.
“이러다간 늦을텐데...미야모토씨한테 폐를 끼칠 수는 없어요!”
“아리스짱! 여기에요!”
제자리에서 발을 구르고 있는 아리스를 향해 저 만치 떨어진 곳에서 후미카가 손을 흔들었다.
‘저런 빠른 대처는 정말 어른스럽지만 말이죠…’
아리스는 어느새 택시를 잡은 후미카에게 뛰어가며 생각했다.
“저...저기, 3...34...6프로...”
“346프로덕션으로 가주세요!”
후미카가 소심하고 내향적이여서 택시 기사한테도 제대로 말을 못건다는 것을 아리스는 이미 몇 번이고 봐서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리스는 그녀가 항상 책만 보고 살아서 그런 것이라고 마음속으로는 이미 단정짓고있다.
‘그래서 언니는 케케묵은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후미카의 다음 말은 아리스에게 더욱 치명적이었다.
“저...아리스짱, 역시 전자 지도 보다는 그냥 종이 지도가 좋지 않았을까요, 전자 지도 같은 거는 너무...의지하게 되니까요…”
“읏…! 아, 아니 그건 제가 실수한거고, 딱히 전자 지도가 나쁜 건 아니고...우우우…!”
방금의 부끄러운 기억을 깔끔하게 찔린 아리스는 그 말을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우우우……! 그래서 언니는 케케묵은 거에요!!”
하지만 깔끔하게 자폭했다. 그 모습을 본 후미카와 알게 모르게 집중하고 있던 택시 기사의 눈에는 귀여울 뿐 이였지만.
765프로는 346프로보다 유명합니다. 그것도 자동 검색이 멋대로 바꿀 정도로. (이런 성능으로 괜찮은가, 사과. 괜찮아, 문제없어)
세계관 내의 아이돌 순위는 작가의 주관이 멋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최애캐 순으로 넣은 것은 아니며, 필요한 캐릭터 위주로 순위에 넣었습니다.
겨우겨우 제시간에...맞추지 못해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하네다 국제공항.
‘아리스? 늦을 것 같으면 하네다 공항으로 오는게 나을거야. 우리도 그쪽으로 갈테니까. 혹시 거기서도 늦으면 다음 비행기라도 타고 와줘. 아리스짱이 말한 ‘후미카 언니’ 나도 꼭 만나고 싶으니까.’
미야모토씨로부터 연락을 받은 두 사람은 곧바로 하네다 공항으로 길을 돌려 그곳에서야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항 입구로 들어오자마자 인파 속에서 눈에 띄는 금발의 여자가 손을 흔들었다.
“오, 아리스? 오랜만이야. 늦지 않게 도착해서 다행이네~.”
처음 두 사람을 맞이한 건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전반적으로 청량한 느낌의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쪽이 아리스의 사촌 누나인 후미카씨? 만나서 반가워요~. 모두들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빨리 가자구요, 후훗.”
그녀의 몸짓과 말투에서 후미카는 그녀가 언뜻 가벼워 보이지만 깊이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미야모토씨, 인가요. 아리스에게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사기사와, 사기사와 후미카라고 합니다.”
서로 인사를 마치고 이동하자 십여명쯤 되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미야모토씨의 동행 분, 맞습니까?”
“흐응, 그 쪽이 미야모토의 동행?”
“오옷! 혼다 미오라고 합니다! 잘 부탁해!”
“별로 록한 느낌은 아니네, 아무튼 잘 부탁해.”
“리이나짱, 그런 말은 실례다냐, 아무튼 잘 부탁 한다냐~!”
“코바야카와 사에라고 하여요. 잘 부탁드려요.”
“냐하하~ 재밌어 보이는 손님이 왔네~ 잘 부탁해~”
“드디어 하네다 공항 안에 다 모였네요,후훗.”
“사쿠마 마유라고해요, 잘 부탁드려요."
“카타기리 사나에야, 잘 부탁해~♫”
“타치바나 아리스입니다. 잘 부탁들입니다.”
“사기사와 후미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모두와 인사를 나눈 뒤 후미카가 새삼 깨달은 것은 그녀가 아이돌에대해 완전 무지하다는 것 이였다.
‘몇몇 분들은 이름을 말하지 않으셨네요. 직접 물어보면 실례가 될까요...역시 나중에 아리스짱에게 물어봐야겠네요.’
그 뒤, 20분이 지나 오키나와 행 비행기는 하늘을 가르기 시작했다.
이름이 나오지 않은 5명의 등장인물을 맞추시는 분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드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5까지 선착순!
오 중복 불가였군요
데헷☆
마에카와 미쿠 !
프로듀서(명함을 건내며)
창가 자리에 앉아 비행기가 이륙하는 모습을 보며 아리스는 두근거림을 느끼고 있었다. 비행기를 타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 정도로 두근거릴 만큼 어린애가 아니라고도 스스로 생각한다. 아리스가 생각한 가장 합당하고 보기 좋은 이유는 바로 그녀가 처음으로 1등석이란 곳에 탑승했다는 것이였다.
후미카는 이미 책에 집중해있다. 그녀도 몇 분 전 만해도 아리스 너머로 창문 밖을 보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공항이, 사람들이, 모든 것들이 작아지는 모습과 구름을 지나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비로소 구름을 지나 비행기가 안정감 있게 수평 비행에 돌입했을 때, 후미카도 좌석에 기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내가 드디어 전국 순회 공연 이라니...록하구만~”
“리이나는 맨날 록타령이다냐…”
“여어, 시부린. 긴장돼?”
“딱히…”
“저기저기~ 미야모토씨? 오늘은 무슨 향수~? 킁킁”
“어머니께서 선물로 받으신 거에요. 꽤 비쌀 것 같은 향수인데…...음…?”
“...that is the question. Whether 'tis nobler in the mind to suffer The slings and arrows of outrageous fortune, or to take arms against a sea of troubles, and by opposing end them…?”
“정말, 후미카 언니!!”
“To die, to slee...ㅇ,으엣...!?”
갑작스러운 아리스의 큰 목소리에 깜짝 놀라 책에서 눈을 때고 주위를 돌아보자 다른 아이돌들과 그 아이돌들의 키큰 프로듀서까지 자신을 보고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어...가,갑자기 다들...어째서 제 쪽을…?”
“그거야 후미카 언니가 다 들리게 책을 읽으니까 그렇죠! 정말, 집중하다가 책을 소리내서 읽는 것도 문제지만 습관때문이라면 적어도 때와 장소 정도는…!”
“그거, 그거지?”
““네?”” 갑작스럽게 끼어든 미야모토씨의 목소리에 한참 설교하던 아리스와 한참 고개 숙이고 듣고있던 후미카가 동시에 대답했다.
“... To die, to sleep, No more; and by a sleep to say we end the heart-ache, and the thousand natural shocks that flesh is heir to...맞나? 아리스는 이책 읽은 적 있을까? 무슨 책인지 알겠어?”
+3 까지 yes or no 다수결, yes 일 경우 주사위가 가장 높은 사람이 쓴 책 이름으로 아리스가 대답합니다.
그전에 미야모토씨가 우리가 아는 미야모토씨가 아닌거 같군요
아 참고로 예스입니다
Hamlet
*(이정도 구문은 유명해서 검색하면 나온다고요... 엣헴)
미야모토씨 : 아직 무명일 시절에 어느 요리 학원에서 만난 것을 인연으로 현재까지 아리스와 친분을 맺고 있다. 소문에 따르면 그날 아리스가 만들어준 ‘재밌는 음식’의 맛을 아직 까지도 잊지 못한다는 듯. 아리스는 항상 잊어 달라고 부탁한다. 풀네임은 물론 미야모토 프레데리카.
아리스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정답이네, 그럼 자신만만한 아리스에게는 두 번째 문제도 문제 없겠지?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에 들어가는데 나머지 3개는 뭘까?”
“잘못한 건 후미카 언니인데 어째서 제가 퀴즈 쇼 참가자 같이 된 건가요...물, 물론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분명…”
+3까지 하나씩! 과연 아리스의 지식 수준은?
지겹게 셰익스피어 아저씨랑 맞댄 보람이 있네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햄릿, 맥베스, 오셀로, 리어왕. 이 정도도 알고 있어요.”
“훌륭하네, 아리스. 후미카씨의 덕분일까?”
그렇게 말하면서 후미카쪽을 지그시 바라봤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아리스는 잠시 후미카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대답했다. 전자 책이든 종이 책이든, 후미카만큼은 아니지만 같은 나이의 또래보다는 훨씬 많이 책을 읽었다. 항상 책에만 빠져 사는 후미카에게 잔소리를 하는 아리스지만 책을 읽을 때의 후미카의 모습에 빠져 정작 그 모습을 흉내 내면서, 후미카의 화재를 따라가면서 어느새 아리스도 책을 가까이 하게 된 것이다.
그때 반대쪽 창가 자리에 앉아있던 발랄해 보이는 아이돌이 후미카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다른 아이돌이 햄릿 연극에 지원했던 것 같았는데, 그거 무슨 내용?”
그녀가 혼다 미오, 라고 이름을 얘기했던 것을 후미카는 기억해냈다.
“어, 그러니까...햄릿이라는 덴마크의 왕자의 이야기인데,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를 위해 복수를 하려다 세상의 부조리함에 점점 미쳐가는, 4대 비극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이야기인데...종장에는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불행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특히 덴마크 왕가와 오필리아의 오빠 레어티스는 모두 종장에서 독에 의해 죽게 돼요.”
후미카는 머릿속에서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천천히 대답했다. 평소엔 대인관계가 서툰, 서툼 이상으로 대인관계능력이 전무한 그녀지만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누굴 상대로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그녀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책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면 마치 그 자체로 책을 읽는 것 같았다.
“어, 그거 꽤 무서운 이야기네, ”
미오는 약간 과장된 몸짓으로 소름 돋는다는 듯이 몸을 떨었다. 거기에 맞춰 다시 소란스러워진 아이돌들 사이에서 단 한 명만이 어렴풋한 기억으로 후미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물론 후미카는 그런 것은 모른 채 다시 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입밖에 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아이돌 순위
1. 코바야카와 사에
2. 사쿠마 마유
3. 시부야 린
4. 마에카와 미쿠
5. 혼다 미오
6. 미야모토 프레데리카
7. 타다 리이나
8. 타카가키 카에데
9. 이치노세 시키
10. 카타기리 사나에
똑같은 하늘이 계속 반복되는 창문에서 눈을 돌려 후미카 언니 쪽으로 몸을 바싹 가까이해서 언니를 바라봤을 때의 언제나처럼 책에 집중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워서 눈을 땔 수가 없는, 닮고 싶은 그런 모습...후미카 언니는 항상 책에 빠지면 점점 주변을 인식하지 않게 돼서 제가 이렇게 계속 바라봐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 좀 아쉽습니다.
그 때, 후미카 언니의 입이 조금씩 움직이더니 이내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Exeunt KING Claudius and Polonius, Enter Hamlet...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제가 후미카 언니가 책을 읽을 때 항상 옆에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후미카 언니가 책을 읽을 때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부드럽고 또 사람을 끌어들이는 그런 신기한 힘이 있어서 곁에서 듣고 있으면 후미카 언니가 책을 통해보는 세계에 함께 들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이번에는 영어라서 잘 모르겠지만요. To be, or not to be, 유일하게 알아들은 부분으로 지금 후미카 언니가 읽고 있는 책이 ‘햄릿’이라는 것은 알게 됐습니다.
“ or to take arms against a sea of troubles, and by opposing end them…?”
후미카 언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던 도중 점점 주위가 조용해 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바싹 붙인 몸을 제자리로 돌리자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다른 아이돌들이 후미카 언니가 책을 음독하는 모습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그 시선들이 참을 수 없이 부끄러워져서 저는 최대한 빠르게 이 상황을 끝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정말, 후미카 언니!!”
“To die, to slee...ㅇ,으엣...!?”
~ ~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으로 마중 온 버스를 타고 합숙소로 향했다. 합숙소에 도착할 즈음에는 딱 맞게 ‘햄릿’의 이야기도 끝이 났다.
버스에서 내리자 4층의 건물의 일행을 맞이했다. 공연장에 딸려있는 부설물이지만 특이하게도 공연장이 아니라 개인 소유라는 소문도 있는 곳이지만 소문이 어떻든 공연 연습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여기 합숙소에서 2일에 걸쳐서 연습과 리허설을 진행하게 됩니다. 여러분 모두 힘내주십시오. 트레이너씨는 먼저 도착해 계시니 연습은 트레이너씨와 진행하시면 됩니다.”
“그럼 프로듀서는?”
“저는 먼저 공연장에 가서 확인할 것이 있기 때문에 저녁쯤에 돌아올 것 같습니다.”
그 때, 합숙소에서 녹색 조끼를 입은 여자가 걸어 나왔다.
“너희들, 잘 도착 했다! 이틀 남은 만큼 강하게 굴려주지!”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프로듀서라는 남자는 건물 반대편으로 걸어가 이내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자, 그럼 우리는 들어가볼까! 기합 바짝 넣고 가는 거다!”
“오오!”
“모두 힘내셔요~”
“힘내는거다냥~!”
저마다 기합을 넣고 들어가다가 미야모토씨가 뒤에서 따라 들어가는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우리는 짐만 풀고 바로 연습할 것 같은데 연습하는 거 구경할래, 아리스?”
“네. 기껏 따라왔는데 구경하지 않으면 손해니까요. 후미카 언니도 같이 구경하실 거죠?”
“...”
대답이 없다. 손에 쥐고 있는 책을 말없이 쳐다 보고 있다.
“...후미카 언니…?”
“...”
뭔가 알 수 없는 느낌의 표정, 눈이 가려져 있기 때문일까.
“후미카 언니!”
“ㄴ,네? 무슨 일인가요...아리스짱?”
아리스가 강하게 소리 지르자 그제서야 깜짝 놀라서 아리스 쪽을 쳐다봤다.
“정말...무슨 생각을 그렇게 집중해서 하신 건가요. 아이돌분들이 연습하시는 거, 후미카 언니도 구경하실 거죠?”
“아...네, 구경할 수 있게 해주신다면...감사하게 여길 따름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미야모토씨를 향해 경례나 비슷한 느낌의 인사처럼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럴 건 없어, 우리도 관객이 있으면 힘이 나니까 말이야. 그런데 무슨 생각하고 있던거야, 후미카씨?”
가볍게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후미카는 뭔가 망설이면서 몇 번 아리스를 쳐다보더니 작게 입을 열었다.
“그...오는 길에 책을 다 읽어버렸으니까...처음부터 두 권을 들고 오는 게 좋지 않았을까해서…”
아리스를 의식하면서 쭈뼜거리는 그 모습에 미야모토씨는 작게 푸훗하고, 웃음이 세어 나왔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어김없이 호통이 날라온다.
“...후미카 언니!!”
아리...아니... 타치바나 귀여워요오...
저, 흥미진진해요.
“미야모토! 갑자기 사라지지 마라! 음...그러고보니 뒤에 두 사람은? 아까도 있었던 것 같은데.”
합숙소로 들어가자마자 또 한번의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내 동행이에요. 후미카씨랑 아리스에요. 아, 이쪽은 우리의 마스터 트레이너씨.”
“네, 사기사와 후미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타치바나 아리스에요, 잘 부탁드려요.”
“흠, 벌써 관객이 두 명이나 온 건가? 이거 더 강하게 가야겠는 걸?”
그녀는 두 사람의 인사에 자신 만만한 미소로 화답했다.
“자, 아무튼...미야모토, 206호에 가서 짐 풀고 1층 1번 연습실로 내려와라. 다들 먼저 올라갔으니까 서둘러야 할거야.”
“그리고 두 사람은...2층은 1인실이고 3층에는 2인실도 있는데, 어느 쪽이 좋으려나?”
+1~3까지 다수결!
어떠냐고 하면 아리스는 잠시 ‘혼자서 방을 쓰는 쪽이 어른스럽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쳤다.
‘후미카 언니가 먼저 같이 쓰자고 해주셨으니 거절 하지 않는 편이 좋겠네요.’
“네. 2인실로 가요.”
그렇게 대답하고 후미카와 함께 계단을 올랐다. 2층을 지나가는 길에 다른 두 사람이 2층 복도 쪽에서 걸어왔다.
“이걸로 록 아이돌 타다 리이나의 시대가 오는 거라고.”
“일단 기타부터 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냐…”
“에어기타는 충분히 잘 하는걸!”
“그정도로는 전혀 록하지않다냐.”
두 사람은 후미카는 물론 아리스도 알아들을 수 없는 얘기로 기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헤드폰을 쓴 쪽이 먼저 후미카 쪽을 보고 말을 걸어왔다.
“미야모토씨의 동행...후미카였나? 다시 봤어. 아까 공항에서 록하지 않다고 한거, 취소할게.”
“...네…?”
갑자기 다가와서 걸어온 말이 후미카에게는 당장에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생뚱맞은 말이었다. 분명 공항에서 그런 얘기를 들었다. 지금도 옆에 있는 고양이귀의 아이돌이 ‘실례’라고도 했지만, 애시당초 ‘록하다’라는건 무슨 뜻인 걸까. 후미카 자신의 어휘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니 아마 어떤- 아마도 좋은- 뜻의 신조어 일 것이라고 후미카는 생각했다.
“저기...그 록하다는건…?”
후미카는 자신이 모르는 그 신조어의 뜻을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아, 아까 비행기에서 말이야. 그렇게 당당하게 책을 읽다니, 그것도 영어로 말이야. 무지 록했다구!”
“ㄴ...네…? 아니, 그 그건...읏”
후미카는 자신이 한가지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심결에 ‘록하다’를 좋은 뜻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비행기에서 한 실수와 더불어 멋대로 착각해버린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버렸다. 그 모습을 숨기기 위해서 얼굴을 푹 숙인 채로 3층으로 가는 계단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후미카 언니? 갑자기 뭔가요..!”
아리스는 그 손에 잡혀 약간은 끌려가듯이 계단을 올라갔다.
‘부끄럽네요...그런 착각을 해버리다니…’
그리고 밑에는 두 명의 아이돌만 남겨졌다.
“음... 갑자기 올라가 버리다니, 내가 뭔가 잘못 말한건가?”
“리이나짱은 나츠키한테 나쁜 것만 배웠다냐…”
그보다 후미카가 아리스 손을 끌고 2인실로...이거 완전 후미아리...!(왜곡)
3층에 올라가자 3층에 있는 객실의 문이 전부 열려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 여기를 쓰게 될 아이돌들이 아무 방이나 골라서 쓸 수 있도록 한 조치라고 후미카는 생각했다. 가장 가까운 301호에 들어가 침대 위에 쓰러지듯 앉았다. 당황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진정시킨 뒤에 짐을 풀고 방을 나왔다. 방문 잠금 방식은 4자리 도어락이였다. 후미카는 자신이 자주 쓰는 번호를 방의 비밀 번호로 설정했다. 그 어수선한 모든 과정을 아리스는 아무 말 없이 지켜봤다.
올라왔던 계단으로 다시 내려가 아까 들었던 1번 연습실에 들어가자 이미 연습이 한창이었다. 노래 소리에 맞춰서 춤추는 아이돌들과 그녀들을 보고 코치를 하는 트레이너, 어느 쪽도 방금 들어온 두 사람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타다! 혼다! 스텝이 너무 빨라!”
“시부야! 더 자연스럽게!”
그녀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은 후미카와 아리스가 보기에는 더 할 나위 없이 반짝이게 보였지만 트레이너의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아이돌들 본인은 불평 없이 지적을 받아들였다. 연습은 그렇게 1시간 동안 이어졌다.
“자...5시 반이군. 30분 간 휴식 한 뒤, 2시간 더 연습하고 저녁 식사다!”
트레이너가 시계를 보더니 큰 목소리로 외쳤다. 힘이 풀렸는지 대부분 서있던 자리에서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연습을 멈추고 바닥에 편한 대로 앉아 얘기를 나누는 모습은 그냥 그 나이대의 여자애들로 보일 뿐 이였다. 후미카와 아리스처럼 어디나 있을법한 평범한 사람, 하지만 그런 친근감도 좋다고 후미카는 생각했다.
“리이나짱, 어디가는거냥?”
“그냥 둘러보려고 하는데, 같이 갈래?”
그러고는 둘이서 같이 일어나 문쪽으로 갔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저렇게 항상 붙어 다니는 모습에 아리스는 잠시 후미카와 자신의 관계를 떠올리려다 이내 관뒀다.
문 쪽의 벽에 튀어나온 기둥에 기대서 쉬던 마유가 두 사람을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마유도 같이 둘러보러 갈래?”
“아 저는 제 방에...저는 프로듀서가 오기 전에 좀 준비할게 있어서요오.”
세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던 아리스의 눈에 잠깐이지만 섬칫한 미소가 비쳤다. 방금 본 모습에 대해 말하려고 후미카쪽을 봤다.
“후미카 언니, 방금 보셨나요?”
“아니요,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뭔가 이상한 것이 지나간 건가요?”
“방금 나간 마유씨...좀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어서요.”
“그랬나요…”
거기서 대화가 끊겼다. 딱히 먼저 얘기를 꺼낼 거리도 없어서 아리스는 남은 시간을 다른 아이돌들을 구경하는데 쓸 수밖에 없었다.
연습이 끝나고 다 같이 모여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은 합숙소에서 준비한 것으로 이렇게 몇가지 준비해 줄 때를 제외하고는 이 합숙소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지는 않는다. 사생활에 신경써야하는 손님들을 위한 배려라고 후미카는 생각했다.
“자, 저녁도 먹었으니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써도 좋다. 외출도 허락하지. 단, 10시 까지는 합숙소로 돌아오도록.”
연습으로 피곤해지고 식사로 배불러진 정신을 깨우는 한마디였다. 아이돌들 사이에 갑작스럽게 활기가 돌았다.
“시부린~ 같이 산책하러 가자~”
“아, 아니...나는 따로 할게 있어서…”
“에에~?”
“그럼 OK~ 나와 함께 오키나와를 산책하는 건 어때요, 후훗”
“에에…”
그 와중에 미야모토씨와 사나에가 후미카와 아리스의 곁으로 왔다.
“우리도 산책하러 나갈래? 사나에씨도 같이 가자고 얘기했고...음, 아리스? 표정이 뭔가 안 좋은 것 같은데?”
“조금...방금 먹은 게 체한 것 같은데요…”
아리스의 안색은 확실히 좋지 않았다.
“그럼 시키의 방으로 가자. 거기에 소화제가 있을 거야.”
사나에가 앞장서서 나머지 3사람과 함께 식당 밖으로 나왔다.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 209호의 앞으로 갔다.
“저기, 근데 사나에씨? 시키씨는 아래층에 있지 않나요?”
그러자 사나에는 잠시 눈을 크게 뜨고 미야모토씨를 보더니 이내 뭔가를 알아차린 듯 웃었다.
“미야모토는 늦게 들어와서 못 들었겠네. 그게 시키가 여기 들어오자마자 구급약들은 자기 방에 둘 거니까 필요하면 방에서 꺼내가라고 얘기했거든.”
“참고로 비밀 번호는 1.2.3.4로 할 거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사나에는 209호의 방문을 열었다. 열린 방문 안을 보고 후미카와 아리스는 그 안의 풍경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합숙소가 아니라 화학실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몇십 개 정도의 약병들이 침대 옆의 바닥과 화장대 위에 놓여있었다. 한참 방을 둘러보던 후미카의 눈에 벽에 테이프로 아무렇게나 붙여둔 A4용지가 보였다.
[구급약은 화장대에 있는 게 전부, 나머지는 손대면 큰일 남]
똑같이 메세지를 읽은 사나에가 안쪽으로 들어가서는 화장대 위를 손으로 훑더니 시럽약처럼 생긴 병을 하나 들고 왔다. 병에는 무려 ‘이치노세 시키 특제 소화제’라고 적혀있었다.
“저기...그거 괜찮은 건가요? 시키씨는 아이돌이지 않나요…?”
후미카는 약병의 라벨을 보고 불안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시키는 아이돌이지만 천재 화학자니까~♫ 자, 아리스쨩? 쭉 들이키렴~ 이 아니고 한 스푼 떠먹으라고 되어 있네, 자~”
아리스도 후미카와 마찬가지로 정체불명의 약이 불안하기는 했지만 미야모토씨가 옆에서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믿고 먹기로 했다. 입에 갖다 댄 숟가락의 약을 입에 넣자마자 혀에 닿은 약에서 아리스는 무언가를 느꼈다.
꿀꺽
“이 거...꼭 딸기맛 시럽약 같은, 아니 오히려 식감도 향도 조금도 약의 느낌이 나지 않는데…”
“...어?”
약의 맛에 대해 말하다가 갑자기 멈춘 아리스가 갑자기 내뱉은 한마디. 그녀는 뭔가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요, 아리스짱?”
“그게, 배가 전혀 아프지가 않아서, 설마 그 잠깐 사이에 낫게 한 건가요? 이 약?”
“네?”
“역시 시키는 대단하네~♫”
“다 괜찮아졌으면 산책하러 갈까, 아리스?”
"에..."
엄청난 약의 효능과 그걸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두 사람을 보고 후미카에게는 아이돌의 세계는 역시 자신 같은 평범한 사람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린은 뭐 하러 갔으려나
네 사람은 산책을 끝내고 제한 시간에 여유롭게 맞춘 9시 40분에 합숙소로 돌아왔다. 산책하는 동안 두 아이돌은 주로 아리스와 대화했고 후미카는 그 곁을 조용히 따라다닐 뿐이었다. 가끔 사나에가 그녀에게 몇 가지를 질문하긴 했지만 '어디 출신이야?'나 '아직 학생?'아니면 '고서당에서 일한다는 거 사실?'같은 평범한 질문이었다.
‘그러고 보면 중간에 마트에서 린이라는 분과도 만났었네요. 미오씨가 ‘시부린’이라고 하긴 했지만 트레이너씨가 부른 ‘시부야’라는 이름을 생각해보면 ‘시부야 린’이 본명일까요.’
후미카와 아리스는 두 아이돌과 2층 계단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에는 여전히 후미카와 아리스가 짐을 푼 301호의 문만 닫혀있었다.
후미카가 문 앞에 서서 네 자리 비밀 번호를 눌렀다.
삐삐삐삑
삐삐삐
아이패드를 보고 있던 아리스의 귀에 기계의 경고음이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후미카가 문의 도어락을 보고 있었다. 번호를 잘못 입력했나, 하고 다시 도어락의 버튼을 눌렀다.
삐삐삐삑
삐삐삐
삐.삐.삐.삑
삐삐삐
도어락은 열리지 않았다.
“무슨 문제인가요, 후미카 언니?”
“그게...비밀 번호가 계속 틀리게 나오네요…”
“비밀 번호를 뭐로 한 건가요?”
“0,7,3,1로 했어요.”
삐삐삐삑
삐삐삐
아리스가 대신 눌렀지만 여전히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아리스가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차에 후미카가 말을 꺼냈다,
“아마...합숙소 주인분께 연락하면 마스터키 같은 것을 가져와 주시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는 게 좋겠네요.”
1층으로 내려가자 다른 아이돌들은 모두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지 없고 프로듀서와 트레이너만 남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에게 가서 사정을 얘기하자 프로듀서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더니 몇 분 지나지 않아 합숙소의 주인으로 보이는 인상 좋은 아저씨가 찾아왔다.
“예,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하셨죠? 이쪽 두분이 묵고 계신 방인가요?”
후미카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합숙소의 주인장이 앞장서서 계단을 오르는 길에 2층에서 사에와 마주쳤다.
“혹시 합숙소분이신가요? 좋은 우연이여요. 방의 비밀 번호를 잊어버렸는데 도움을 구할 수 있을지요?”
그는 그녀에게 아까와 같은 인상 좋은 미소로 대답했다.
“예, 3층 먼저 보고 바로 내려오겠습니다.”
3층으로 올라가 301호의 앞에 다시 섰다. 후미카와 아리스가 조용히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도어락 앞에 서서 핸드폰 화면을 보더니 마스터 키는 꺼내지도 않고 번호를 눌렀다.
삐삐삐삑
띠리링~♫
아까와는 다른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다 됐습니다, 하는 주인장의 모습을 보고 아리스와 후미카는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다.
“저...그..비밀 번호는 어떻게 아신 건가요…?”
후미카가 물어보자 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더니 이내 알았다는 듯 대답했다.
“아, 저희 합숙소는 마스터 번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핸드폰과 연동돼서 매일 오후 7시 마다 무작위로 마스터 번호를 정하는 시스템입니다. 사실 그것도 그렇지만 이 방, 비밀번호가 설정이 안된 채로 잠겨서 마스터 번호로밖에 열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뭐, 가끔 비밀 번호 설정할 때 실수하시는 손님들이 있곤 하죠, 가끔.”
“에…?”
“고작 도어락 조작조차도 실수하시는 건가요...역시 언니는 캐캐묵은 거에요.”
“우우…”
후미카가 아리스에게 혼나는 동안 그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리스와 후미카가 그가 내려간 길을 따라 3층 계단 난간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 바라보자 화과자를 건내는 사에와 이미 양손에 화과자를 들고 머쓱해 하는 주인장의 모습이 보였다.
날은 아직 밝지 않았다. 시계는 아직 1시를 가리키고 있다. 잠에서 깬 아리스는 미묘한 잠결에 취한 채로 화장실로 걸어갔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을 감은 채 화장실의 불을 켜려는 순간, 작지만 확실하게 아무 소리도 없는 이 밤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삐삐삐삑
삐삐삐
잠들어 있던 정신이 의문과 함께 하나하나 깨어난다. 이런 시간에, 누가? 자신의 방? 다른 사람의 방? 아니면 혹시...이 방…?
‘가까이에서 들리는 것 같지는 않아요. 저희 방은 아닐거고 그럼 아이돌분들이 있는 2층일까요...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확인 하는 편이…”
삐삐삐삑
삐삐삐
또 한번 소리가 들려왔을 때, 아리스는 누가 이 소리를 내는 지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이 자신의 어린아이스러운 호기심일지 어른스러운 의심일지 내심 고민하면서.
아리스는 1) 후미카를 깨워서 함께 나간다. 벼, 별로 무서워서 그런게 아니에요..! 2) 혼자 나간다. 이정도는 혼자서 할 수 있어요.
+1~3까지 다수결!
‘어두운 건 조금 무섭지만, 저도 혼자서 이 정도는 할 수 있어요.’
문을 열고 방에서 나오자 어렴풋이 계단이 보였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조용히 걸으려는 데도 생각만큼 되지 않고 조용한 복도에 타박타박하는 발소리가 계속 울렸다.
삐삐삐삑
삐삐삐
또다시 그 소리가 들렸다. 계단의 절반을 내려와 난간 사이로 살짝 바라보자 계단 바로 앞에 있는 방에 누군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달빛에 비친 희미한 실루엣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다시 도어락의 버튼을 눌렀다.
‘저기는 사에씨의 방이였던가요, 누가 이런 시간에 다른 사람의 방에...안 좋은 느낌이에요. 하지만 저 혼자 가도 괜찮을까요…’
“저기, 거기 누구 계신가요?”
뜻밖에도 먼저 말을 걸어온 건 상대쪽이였다. 그것도 익숙한, 상황적으로 별거 아닌 목소리였다.
“사에씨?”
“그 목소리는...아리스항인가요?”
아리스가 계단을 마저 내려오자 그 앞에는 잠옷 차림의 사에가 서있었다.
“혹시 시끄러웠나요? 3층에도 들릴 정도면 2층에 다른 분들을 깨웠을지도 모르겠어요.”
“아마 잠을 깨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시간에 무슨 일로 나오신 건가요? 게다가 비밀번호도 그렇고...너무 틀려서 누가 다른 사람 방에 몰래 들어가려고한게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아리스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잠시 고개를 숙이더니 다시 고개를 들고 미소지으며 말했다.
“잠이 오지 않아서 달을 보려고 나왔사와요. 이틀 뒤의 공연에서 잘할 수 있을까, 저 달만큼 빛날 수 있을까...달을 보고 기분을 풀고 들어가려는 데 비밀 번호를 또 잊어버려서 난감해 하던 참이었사와요.”
그 말을 듣고 사에씨도 합숙소 주인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아리스는 기억해냈다. 달빛을 등지고 서있는 자못 신비로운 모습, 그리고 비밀 번호를 두번이나 잊어버린 덜렁거리는 모습. 이 두 가지가 정말 같은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나 고민한 아리스는 후미카를 떠올리자 마자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두사람은 말없이 한동안 서있다가 사에가 먼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떠올리고는 다시 도어락으로 시선을 옮겼다.
삐삐삐삑
삐삐삐
삐삐삐삑
띠리링~♫
“아, 드디어 열렸사와요! 그럼 내일 아침 다시 봬요.”
아리스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그녀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약간 멍한 기분으로 어두운 복도에 아리스 혼자 남겨졌다. 그 상황을 명확하게 인지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린 아리스는 계속 복도에 서있다가는 꼭 공포 영화처럼 되겠다고 이상한 상상을 했다.
다시 계단으로 걸음을 옮겼다.
“...음...아리스짱…? 무슨 일 있나요…?”
아리스가 다시 방에 돌아오자 그 소리에 깼는지 후미카가 비몽사몽한 상태로 맞이했다.
“아니요. 그냥 잠깐 나갔다 왔어요.”
“네...그럼 잘자요, 아리스짜...앙…”
말하다 말고 그녀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잠꼬대였을지도 모른다. 아리스는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은 소란스러운 사건으로 시작했다.
“저기...뭐, 뭔지는 모르겠지만...좀 더 차분히 얘기해주시면 안될까요?”
“내 기념품이 사라졌어!”
“곤란한 도난 사건에는 코난이 필요하겠네요, 후훗.”
“에에…이게 무슨 일인가요, 후미카언니…”
두 사람이 일어나 1층으로 내려가자 한참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소란이 진정된 후에 두사람은 다른 아이돌들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사나에가 아침에 일어나서 1층 로비에 들렀다가 깜빡하고 두고 온 목걸이가 다시 갔더니 사라졌다는 이야기였다. 상황 설명을 마친 뒤 한명씩 자신의 알리바이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우선 저부터 얘기할까요, 저는 7시쯤에 방에서 나와서 7시 반 정도까지 여기 앉아있다가 그때 왔던 시키씨랑 같이 연습실로 갔었네요.”
“나도 거의 그 때 나왔었을 거야, 내가 나왔을 때는 미야모토는 이미 앉아있었고...그 때 목걸이를 두고 왔던 건 확실히 기억해. 그러고 미야모토랑 시키가 연습실로 들어왔을 때 생각나서 가봤더니 그 때는 이미 없었어.”
“마유는요오. 7시 10분 쯤에 방에서 나와서 잠깐 앉아있다가 연습실로 갔었어요.”
“저는 7시가 넘어서 나왔다가 방 정리를 잊고 나와서 바로 방에 돌아갔다 왔사와요. 방에 갔을 때 시간은 7시 15분 이였사와요. 아, 방에서 나와서 연습실에 간 건 25분 즈음 이여요. ”
“나는 7시 31분에 나와서 미야모토씨랑 이하 생략~.”
“나는 7시에 일어나서 미오 방에 가서 같이 있다가 7시 반이 넘어서 미오랑 같이 나왔어. 그 때 사나에씨가 뭔가를 찾고 있는 걸 봤었고.”
“고로 나는 이하 생략!”
“저도 7시 즈음에 일어났어요. 계속 방에 있었는데...아, 옆 방인 리이나의 방에 누가 노크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계속 방에 있지 않았으면 알리 없는 알리바이네요.”
“카에데씨 말대로 미쿠는 리이나짱이 늦게 일어나서 깨우러 갔다가 7시부터 7시 반까지 계속 같이 있었다냐. 그 다음에 밖이 소란스러워진 것 같아서 나왔다냐.”
“이하 동문이야.”
"여러분 모두에게 들어본 알리바이를 정리해보면 이렇네요."
아리스가 알리바이들을 모아 패드 화면에 정리한 것을 꺼내 보였다.
"미야모토씨, 미야모토씨가 앉아있는 동안은 목걸이가 확실히 있었나요?"
"계속은 모르겠지만 시키랑 자리를 떠날 때는 그 목걸이가 있는 걸 봤어요. 기념품 가게에서 사나에씨가 살 때 저도 봤으니까 모양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그럼 목걸이는 이 사이에 없어진 거군요."
"그런데, 사나에씨. 이런건 경찰인 사나에씨가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니야?"
옆에서 알리바이표를 보고 있던 린이 말을 꺼냈다.
"경찰? 사나에씨가요?"
사나에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아리스가 놀라서 물어봤다.
"아,아니 ‘전직’ 경찰인거고 지금은 민간인, 아니 아이돌이지! 그리니까...어제 미야모토한테 ‘후미카씨는 추리력이 뛰어나다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들었으니까 마침 부탁한 거라고 해야 하나…”
"전직 경찰아이돌이라니 엄청난 경력이네요. "
"뭐, 우리 아이돌들이 다 그렇지."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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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정보에 대해서는 후미카 또는 아리스의 시점으로 질문이 가능합니다. 답을 알것같다 하시면 1)범인 2)범행동기 3)방법 이 3가지를 말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워밍업이기 때문에 필살의 추리여도 비밀글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p.s. 감사합니다.
[] 사이에 이미지 주소를 넣으면 됩니다
다만 한 댓글에 한장만 가능
"잠깐만요. 지금 모인 증언에 따르면...카에데씨는 7시 근처까지는 방에 있는 게 확실하겠지만, 그 뒤로는 딱히 방에 있었다는 게 증명되지 않는 것 아닌가요?"
알리바이표를 유심히 들여다보던 아리스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 그렇네요, 카에데씨."
갑자기 주변이 술렁대기 시작했다. 카에데는 곤란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일단...미야모토씨와 시키씨가 연습실로 들어가고 사나에씨가 나왔고...사나에씨가 목걸이가 없어진 걸 알고 찾기 시작할 때쯤에 린씨와 미오씨가 나온 거니까 지금까지 나온 얘기대로라면 카에데씨가 범인일 수 있어요. 카에데씨가 7시 이후에도 방에 있었다는 다른 알리바이는 없나요?"
"음...미쿠랑 리이나가 뭐라고 얘기하는 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정확히 어땠다고는...아! 그러고 보니 여러분들이 저를 부르러 오기 전에 미쿠가 크게 '냥'하고 소리 지르는 걸 들었어요. 제가 들은 게 맞나요?"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미쿠와 리이나 쪽을 바라봤다.
미쿠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음...아마도 그때쯤이 맞을 거 다냐. 리이나랑 말다툼하다가 밖이 소란스러워서 나왔으니까 카에데씨의 알리바이로는 충분할 거다냐."
"저기...'부르러 왔다'라는 건 카에데씨도 저희처럼 계속 방에 있었다는 뜻인가요?"
후미카가 그녀에게 물었다.
"응. 목걸이가 없어져서 사람들을 불러모으다가 3명이 안보여서 부르러 갔었지."
사나에씨가 대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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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카에데씨의 알리바이 공백은 제가 실수한겁니다.
아무튼 하루 이상 질문이나 추리가 안달리면 바로 해결로 넘어가는 걸로...
이 상황을 만드는건 무엇보다도 미야모토씨의 "자리를 떠날 때 목걸이를 봤다"는 증언이니까
미야모토씨에게 목걸이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자
"미야모토씨가 자리를 비우기 전에 봤던 목걸이가 사나에씨가 샀던 목걸이라는 건 틀림 없다고 하셨지만...혹시 누군가 목걸이에 미리 조작을 한 건 아닐까요?"
아리스가 가설을 제시했다.
"조작? 조작이라고 하면 어떤 거?"
"목걸이에 살짝 실만 걸어둔 뒤에 다른 곳에서 실을 당겨서 가져간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그 말을 듣자 미야모토씨는 과연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로비에 나와서 자리에 앉은 건 마유뿐이었고 아무도 테이블에 가까이 가지는 않았어."
하지만 깔끔하게 부정했다.
"으...그럼 자석 같은 거로 테이블 멀리에서 끌어당긴다든가..."
아리스가 제시한 차선책의 가설에 미야모토씨는 이번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로 강력한 자석은 구하기도 힘들고 자석에 붙을 때 소리도 날거고 또 사나에씨가 샀던 목걸이는 아리스도 알다시피 철로 된 부분이 전혀 없었지."
"아, 그러고 보니 그 목걸이 좀 특이했었네요. 그냥 줄에 병을 매달은 모양이었는데, 속에 뭐가 들어있었던 거죠?"
"별모래라고 하는 오키나와의 기념품이에요, 아리스짱."
후미카가 대답했다.
"꽤 예쁘게 생긴 데다가 값도 싸서 마음에 들었던 건데 말이야..."
사나에가 한마디 거들며 한숨을 쉬었다.
"아무튼, 목걸이도 뭔가 특별한 건 없었다는 거네요..."
진전이 없는 추리에 아리스도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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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상관은 없지만 이렇게 생겼답니다.
그럼 다음 질문은...사에는 로비에서 목걸이를 봤었는가?
~추가 증언~
사나에에게 목걸이의 모양에대해 설명을 들은 사에는 본 기억이 있다고 증언함.
이걸 물으려던 거였는데 조금 실수했습니다
으으음..다들 알리바이가 있는 상황...하지만 사건은 일어났으니 분명 누군가는 범인일텐데
증언을 모아보면 린 미오 미쿠 리이나 카에데씨는 사건 발생 후에야 방에서 나온 것이니 범행은 아마 무리
그렇다..면..
..시키에게 연습실에 들어갔을때의 상황을 묻는다
"음...시키씨가 연습실로 들어갔을 때의 상황이 어땠는지 얘기해 주실 수 있나요?"
"흠~ 미야모토씨랑 같이 연습실에 들어갔었는데 사에랑 마유는 각자 댄스 연습하고 있었고 사나에씨는 트레이너랑 같이 연습하다가 우리가 들어올 때 문 열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뒤를 돌아보고는 바로 트레이너한테 뭐라고 말하고 들어오는 우리를 지나치고 나갔어. 증언 끝~"
시키가 잠시 생각하더니 속사포처럼 증언을 쏟아냈다.
"그때 목걸이를 두고 온 게 생각나서 트레이너한테 잠깐 얘기하고 나왔었어."
사나에씨가 증언을 덧붙였다.
"저기, 만약을 위해 한 번 더 여쭤보는 거지만...지금의 증언 조금도 과장된 부분이 없는 게 확실한 건가요, 시키씨?"
후미카의 눈이 길게 내려온 앞머리 너머로 반짝이는 것을 아리스는 똑똑히 보았다. 그 모습이 아리스를 묘하게 두근거리게 했다.
"나 기프티드여서 기억력은 자신 있어, 냐하~"
시키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파고들만한건 역시 연습실일거야. 제일 먼저 연습실에 간 마유에게 연습실에서 있던 일을 전부 묻는다
"그러면...사나에씨를 제외하고 연습실에 제일 먼저 갔던 마유씨의 상세한 증언을 듣고 싶어요."
아리스가 마유에게 증언을 요청했다.
"저는요오.....연스.."
"잠깐! 너희들 언제까지 밖에서 있을 셈인 거냐! 대체 무슨 일이길래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거지?"
연습실에 혼자 남겨졌던 트레이너가 뒤에서 나타났다.
-상황 설명중-
"흠...애당초 카타기리, 어째서 연습실에 목걸이 같은 걸 가져오려고 한거지?"
트레이너가 사나에를 노려봤다.
"아...그, 그게 어제 산 목걸이가 마음에 들어서 연습실에 모두 모이니까 연습 시작하기 전에 잠깐 자랑을...하하..."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사나에를 보며 트레이너가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일은 빨리 끝내는 게 좋겠군. 그런 의미에서 연습실에서 있었던 일은 내가 증언해주는 쪽이 좋겠지. 난 처음부터 계속 연습실에 있었으니까."
그러고는 잠시 생각하고는 말을 이었다.
~트레이너의 증언~
"일단...제일 먼저 들어온게 카타기리였지. 와서 댄스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얘기하고 나랑 같이 연습하다가...음, 그다음에 사쿠마가 들어왔을 거고, 나랑 카타기리가 연습하는 걸 보고 옆쪽에서 자주연습을 하기 시작했고 그다음에 들어온 코바야카와도 와서 자주연습이였고, 그다음에 이치노세랑 미야모토가 들어왔고 그때 카타기리가 뭘 두고 왔다면서 나갔었고...그 다음에 다들 연습하다가 카타기리가 다시 와서 모두 잠시 와서 도와달라고 해서 다들 나갔다가...뭐, 나머지는 너희가 더 잘 알고 있을 테지. 아무튼, 목걸이를 찾는 것도 찾는 거지만! 너희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연습해서 무대에서 최선, 최고를 보이는 거다! 연습을 빼먹을 수는 없으니 빨리 들어오도록!"
빨리 들어오라고 호통을 치고는 트레이너는 다시 연습실로 돌아갔다.
"빨리 안 하면 더 크게 혼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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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너 타임 어택이 발동했습니다! 아이돌들이 빨리 연습하러 가야 하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정답 선언만 허용됩니다. 정답은 1) 범인 2) 범행 동기 3) 범행 방법을 맞추시면 됩니다. 한번 틀려도 다시 선언할 수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아리후미가 생사람을 잡고 말거야 (동공지진)
사실 트레이너가 등장한 이유는 더 이상 의미없는 힌트가 나오지 않게하기위해서 나오신 겁니다. 다른말로하자면 네, 질문이 너무 훌륭했어요. 이제 충분합니다.
으으음 일단 수상한 사람을 지목해봐야할까...하지만 동기를 모르겠다
사간 발생 후에야 방에서 나온 5명은 범행이 불가능, 연습실에 있던 마유,사에도 당연히 불가능. 증언들을 모아봐도 모순되는 점은 없음.
...불가능한 것을 전부 제거하고 나면 남는 것은 진실,이던가요. 믿기 힘들지만 범행이 가능한건 미야모토씨 혹은 시키 뿐...
다만 어느 쪽이던 동기가 있다곤 생각하기 힘듭니다. 그러니까...오히려 없었다,가 아닐까요. 사나에씨가 목걸이를 두고 간 걸 보고 가져다 주려고 생각했을 뿐.
하지만 레슨실에 들어가자마자 사나에씨는 목걸이를 떠올리고 나가버렸기 때문에 전해줄 타이밍을 놓치고, 어느샌가 사나에씨가 목걸이가 사라졌다고 사람들을 다 불러모은 상황. 이 상황에서 사실 내가 가져갔었다고 하기엔 영 분위기가 안 좋겠죠.
여기서 미야모토씨의 아이디어가 번뜩. 장난기인지 후미카를 시험해보고 싶었는지 혹은 다른 이유인진 모르지만 은근히 사나에씨에게 후미카를 추천해 추리극의 막을 엽니다.
본인과 시키의 증언도 거짓말은 하지 않았겠죠.떠날 때까진 목걸이가 있었을거고(떠나는것과 동시에 없어졌을테지만)
즉 범인은 미야모토씨 혹은 시키,어쩌면 두 사람 전부!
"범인을 알아냈어요!"
아리스가 크게 소리쳤다. 갑자기 조용해진 주위를 둘러보며 작게 헛기침을 했다.
"이번 사건의 범인은...미야모토씨와 시키씨! 두 분이 같이 벌인 일이에요!"
미야모토씨는 당당한 아리스의 선언에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하지만 나쁜 뜻으로 범인이라고 한 건 아니에요, 아마 '시키씨랑 같이 연습실로 들어가려다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사나에씨의 목걸이를 가져다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가져갔다가 사나에씨가 바로 나와버리는 바람에 얼떨결에 건네주지 못했다.' 제가 생각하기엔 그래요."
"연습실에 가 있던 사에씨와 마유씨는 가져갈 수 없고, 그때까지 나오지 않았던 나머지 다섯분도 가져갈 수 없으니 목걸이가 사라진 순간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두 사람이 그만 사나에씨와 엇갈려서 훔쳐간 것처럼 되어버린 거죠! 자, 나쁜 의도는 없었을 테니 순순히 자백하세요, 미야모토씨!"
아리스는 한쪽 팔에 아이패드를 끼고 흔히 탐정물에 나오듯이 미야모토씨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음, 아리스? 그렇다면 난 어째서 이 상황이 될 때까지 사나에씨에게 목걸이를 돌려주지 않은 걸까?"
미야모토씨의 반격, 아리스는 살짝 당황했지만, 자신의 논리를 이어나갔다.
"그...그건, 아마도 제가 얘기한 후미카 언니의 추리력을 이번 기회에 시험해보고 싶어서 그랬던 게 아닐까요? 그보다 그런 걸 저한테 질문할 이유가..."
미야모토씨는 아리스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리스가 한 추리는 납득이 가. 동기도 그럴싸하고 알리바이도 증명 가능해. '가능한 설명'이지만 '사실'과는 다른 게 흠이네. 굳이 한가지 흠을 잡자면 사나에씨가 아무리 바로 나갔더라도 우리가 들어온 문을 통해서 나갔으니 내가 그걸 붙잡을 수 없었다는 건 상당히 무리라는 점 정도일까?"
그렇게 말하면서 미야모토씨는 양쪽 주머니를 밖으로 빼내서 탈탈 털었다. 분명 목걸이는 없었다.
"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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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오답이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미야모토씨의 말대로 가능한 설명이지만 이 설명대로는 몇가지 떡밥이 회수되지 않기때문에 오답입니다. 사실 이거는 독자분들이 잠시 즐길 수 있도록 중간에 끼워넣은 추리파트여서 그렇게 견고하지못하네요. 아무튼 훌륭한 추리, 감사합니다.
참고로 트레이너가 사에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은 이유는 사에가 방에 돌아갔다 온건 로비에 나왔다가 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방->로비->방->로비->연습실 이라는 거죠! 이제 내일 내로 후미카씨의 정답을 공개하겠습니다!
..역시 잘 모르겠네요. 동기 이전에 알리바이가 깨지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잠자는 후미카씨의 추리 타임을 기다려야 하나..
사실 50%정도 정답을 맞춘 추리이기 때문에 다음 시리즈에 넣을 등장 인물 한명을 지정할 권리를 상품으로 드리겠습니다! 짝짝짝!
일단 이번 작품이 끝나는걸 보고 나서...
후미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범인을 알 것 같아요, 사나에씨.”
“어? 정말? 누구야? 누가 범인?”
“그...조금 민감한 내용일 수 있으니, 사나에씨만 따로 와서 얘기했으면 합니다만….”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고개를 숙인 탓에 후미카의 눈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사나에와 후미카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연습실로 이동했다. 아리스도 잠시 망설이다가 후미카가 고개를 젓는 걸 보고 하는 수 없이 연습실로 향했다.
“그래서 범인은 누구야?”
“범인이 누구인지...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된 것인지 한 번 차근차근 되짚어 볼까요. 우선 시작은...그래요, 미야모토씨가 아리스짱의 얘기를 듣고 저와 아리스짱을 초대한 것부터에요.”
후미카는 마치 책의 줄거리를 읽듯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무 많이 간 거 아니야?”
사나에가 머릿속에 떠오른 그대로 딴지를 걸었다.
“그다음은, 글쎄요. 제가 비행기에서 책을 영어로 읽은 거라던가…그리고 그다음에는 저와 아리스짱 그리고 사나에씨랑 미야모토씨, 이렇게 산책을 갔다 왔었네요.”
하지만 후미카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사건의 날이 밝았어요. 아침에 미야모토씨는 '부탁받은 대로' 일찍 일어나서 로비에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그다음 사나에씨가 나와서 목걸이를 두고 연습실로 갔고 사에씨, 마유씨가 로비를 지나갔어요. 그다음 시키씨가 나와서 미야모토씨는 시키씨와 같이 연습실로 들어갔어요.”
거기까지 얘기한 후미카는 잠시 호흡을 고르더니 고개를 들었다. 앞머리로 짙게 가려진 두 눈이 가려지지 않는 푸른 빛을 반짝인다.
“그다음, 범인이 그 순간을 신호로 해서 연습실 밖으로 나와서 목걸이를 훔쳐간 거에요. 어째서 범인은 그런 일을 벌인 걸까요. 이야기는 좀더 과거로 거슬러가요.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범인은 한때 경찰이었어요. 그 시절에 범인은 어떤 소문을 들었어요.”
“‘고서를 좋아하는 고등학생 명탐정이 있다.’라는 소문을. 나가노 현에서의 소문이었지요. 하지만 소문은 소문, 경찰 일을 관두고 아이돌이 될 때까지 그 소문의 비밀 탐정과는 만나보지 못했어요.”
“다시 어제 시점으로 돌아와 볼까요. 우연히 만난 ‘사기사와 후미카’라는 사람, 범인은 미야모토씨에게 들은 정보와 산책하면서 확인차 물어본 것들, ‘나가노 현 출신’ ‘아직 대학생’ ‘고서당에서 일한다’라는 정보를 통해 두 인물을 머릿속에서 일치시켰어요. 그리고 오늘 아침…마지막 확인, 최종 검증이었을 까요, 아니면 소문의 실력확인이었을까요. 범인은 사건을 벌였다. 이게 이번 사건의 이야기에요.”
“…소문대로…엄청나네…”
사나에는 약간 얼빠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말을 듣자 후미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아마 아리스짱이 먼저 미야모토씨를 범인으로 지목하지 않았다면 저도 이 추리는 뒤로 미뤄뒀을 거예요. 아무리 확률적으로 가장 가능성 있는 가설이라도...이런 자의식 과잉의 추리를…당당하게 할 수는…없으니까요…”
그녀의 뺨이 점점 붉게 물드는 걸 사나에는 말없이 바라봤다. 언뜻 그녀가 비밀 탐정이었던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괜한 질문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뭔가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해서 말이야. 그러니까…어떻게 알아낸 거야?”
이 질문이 괜한 질문이라는 것은 사나에 본인이 출제자이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그녀의 풀이의 계산식을 자신의 답안과 비교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증거,라고 한다면 일단…알리바이에 대해 생각해 봤을 때 단독 범행이 가능한 사람이 사나에씨 뿐이라는 점, 그리고 목걸이를 가져간 이유가 목걸이 자체가 아닌 다른 동기가 있을 거라는 점, 그리고 미야모토씨의 알리바이, 이 정도로 추리한 거예요.”
“미야모토의 알리바이?”
후미카의 마지막 증거는 그녀의 답안에는 없는 것이였다. 단서가 아닌, 단서가 아니라고 생각한 증거를 후미카는 제시했다.
“네, 생각해보면 이상하지 않나요? 아침부터 아무 일 없이 로비에 30분이나 앉아있었다는 건, 마치 다른 사람들의 알리바이를 증명하기 위한 것처럼, 실제로 미야모토씨가 로비에 그렇게 오래 있지 않았다면 사에씨와 마유씨의 알리바이도 불투명해지고 범행이 일어난 시간도 확정할 수 없었을 테니까…아, 그리고 모두에게 자랑하려고 가져온 목걸이를 로비에 두고 왔다가 목걸이와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을 미야모토씨가 들어왔을 때 갑자기 생각났다는 사나에씨의 증언으로 이 사건이 사실 ‘일어나기 위해 일어난 사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흠, 과연...슬슬 트레이너도 기다리고 있을 테니 가볼까~?”
납득, 그리고 그 이상의 결말을 얻은 사나에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후미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침의 소란스러운 사건은 이렇게 해결되었지만, 궁금증을 참지 못한 아이돌들과 아리스의 질문 공세에 도망치듯 자리를 피한 후미카와 대신 설명을 떠맡은 사나에와 사나에의 자백을 듣고 격분한 트레이너에 의해 아침의 소란은 좀 더 긴 후폭풍을 맞고서야 해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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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일찍 올리려고 했는데 어떻게 잘 전달될까 고민하다가 좀 늦었네요. 위밍업 사건은 여기서 막을 내립니다!
겸으로 사건급조에 도움을 주신 사나에씨와 미야모토씨에게 만뢰의 갈채를 드립니다.
사나에씨였나...자작극이었는가...!
너무 알리바이가 빈틈이 없어서 이상하다곤 생각했는데 이걸 놓쳤어!
한참이던 아침 연습이 끝나고 모두가 식당에 모인 자리에서 미오가 트레이너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침 식사가 끝나면 점심 식사 전까지 휴식 겸 자유 시간, 그 뒤에는 공연장에 가서 리허설, 댄스 리허설은 제일 마지막, 밥 먹고 바로 뛰는 건 별로 좋지 않으니까. 그 다음에 돌아와서 저녁 식사 뒤에는 자유 시간이다만, 자유 시간을 주는 건 컨디션 관리나 개인 연습을 위해서 주는 거다.”
후미카는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하더라도 트레이닝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식사는 어제처럼 몇몇 사람이 합숙소로 들어와서 별다른 얘기 없이 준비해주었다.
적당한 잡담과 왜 프로듀서가 돌아오지 않냐는-특히 마유의-푸념을 곁들여 식사는 끝이 났다. 후미카와 아리스가 점심 식사 전까지의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쓸지 얘기하던 중 미야모토씨와 사나에가 다가왔다.
“오늘 아침 일은 역시 제대로 사과하고 설명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말이야...후미카씨의 실력을 확인하려고 한 것도 이번 페스티벌에 후미카씨를 부른 것도, 사정이 있어서 지금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단순한 호기심 만은 아니야. ”
그렇게 말하고 두사람은 후미카가 뭐라고 되묻기도 전에 자리를 떠났다.
“무슨 얘기일까요, 후미카 언니?”
아리스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후미카는 제법 오랫동안 신중히 생각하고 대답했다. 두 사람이 뭔가를 숨기려고 하는 만큼 자신이 모르는 것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저희는 이번 오키나와 페스티벌만 구경하고 돌아가기로 했었지요...그렇다면 아마 이번 페스티벌 중에 어떤 일이 일어난다는 걸까요...두 사람이 어째서 그렇게 생각한건지는 모르겠지만...아니, 아마 방법은 한정되어있겠지요. 추측해보자면, 누군가 협박 편지 같은 걸 보냈다거나, 아니면 지난번 페스티벌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다거나 한게 아닐까요?”
아리스는 납득가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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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개인 사정을 구구절절 늘어놓으려다 그거는 생략하고 아무튼 좀 늦었네요! 여기까지는 별로 안 중요 하고!
아리스는! 1)이 상황, 키니나리마스! 조사시마스! 2)비밀은 비밀이기에 의미가 있는 법...
어느쪽일까요! 1~3까지 다수결로 갑니다. 음...독자가 3명정도는 있겠지요...?
빨라-!
이 상황에서 조사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가만 있는것보단 나을거라 생각해
아리스는 후미카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아무래도 사나에가 한 말이 마음에 걸리는 아리스였지만 신경쓰인다거나 조사하겠다고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는 것 이였다.
후미카는 아리스를 잠시 바라보더니 대답했다.
"괜찮아요. 아, 저도 부탁하나해도 괜찮을까요, 아리스짱?"
"네, 뭐든지요."
"점심 시간 전까지 아이 패드를 빌릴 수 있을까요?"
'음, 아이 패드는 조사할 때 검색하는데 써야할지도 몰라요. 그래도 후미카 언니의 부탁이고... 검색으로 조사할 것들은 간추려서 점심시간 이후에 찾아도 나쁘지않겠죠.'
아리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 패드를 후미카에게 넘긴 뒤, 다른 아이돌들을 찾아 나섰다.
후미카는 멀어지는 아리스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아이 패드의 화면을 켜 몇가지 키워드들을 검색했다.
‘346 프로덕션’
‘4회 신데렐라 페스티벌’
‘4회 신데렐라 페스티벌 사건’
“이건…”
‘사쿠마 마유 단체 공연 불참’
‘사쿠마 마유 단체 공연 불참 이유’
“...아무래도 아리스짱이 저보다 더 방향을 잘 잡은 것 같네요. 역시 검색으로 알아낼 수 있는데에는 한계가 있으니...”
그녀는 검색 어플을 끄고 전자 서적을 켜서 아쉬운대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는 넘기는 감각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금세 책에 빠져들었다.
“음…”
식당에서 나온 아리스는 평소라면 패드에 메모했을 내용을 지금은 열 손가락으로 헤아리면서 1층 복도를 걸어갔다.
“사나에씨랑 미야모토씨는 물어봐도 대답해주시지 않을 것 같고, 마유씨는 무섭고...린씨는 좀 쌀쌀해 보이고, 미오씨는 괜찮은 것 같고, 시키씨는 부담스럽고, 리이나씨는...별로…”
그렇게 아리스는 질문할 사람으로 미오, 사에, 미쿠, 카에데 4명을 선정했다. 아리스는 합숙소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3층에서 2층으로 내려오는 길에 사에와 마주쳤다.
“아, 드디어 찾았네요. 실례지만 여쭈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사에에게 말을 걸자마자 아리스는 아차 싶었다. 바로 눈앞에 보여서 불렀지만 정작 뭐라고 질문할지는 아직 생각을 안 한 것이다. 협박장 같은 게 왔냐고는 물어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해서 당장에 돌려서 질문할 방법도 생각이 나지않은 아리스는 결국 이전 페스티벌에 대해서 물어보기로 했다.
“무슨 일인가요?”
“그...지난번 페스티벌 때 무슨 일이 있었나요?”
“네…? 무슨 일이라니…”
“아, 저기... 이번 페스티벌에 대해 검색하다가 뭘 봤었는데 자세하게 알고 싶어서...요”
“지난번...마유항이 겪은 일 얘기인가요?”
“에? 아, 네.”
다행히도 사에는 크게 의심하지 않고 넘어간 것 같다고 아리스는 생각했다.
“음...아리스항은 외부인이지만...미야모토항의 지인이시니 말해도 상관없을 것 같사와요.”
그러고 그녀는 흔히 비밀스러운 얘기를 하듯이 아리스쪽으로 한걸음 가까이 걸어왔다.
“외부에는 갑작스러운 컨디션 악화라고 발표했지만 사실...지난번 페스티벌 때 마유항이 단체공연에 참가하지 못한이유는...저희 중 누군가가 마유항의 공연의상을 망가뜨렸기 때문이여요. 마유항이 거절해서 범인이 누구인지는 조사하지 않았지만…”
“마유씨가 지난번 페스티벌에서 단체 공연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건가요?”
“...? 그거에 대해서 물어본 게 아니었나요?”
“아, 아니..! 맞아요. 아, 그래서 참여하지 않았던 거였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리스는 서둘러 얘기를 마무리 짓고 자리를 떴다.
“아...아리스항…?”
‘큰일 날 뻔했네요. 역시 아이 패드를 빌려드리기 전에 조사를 했어야 했어요. 그래도 이제부터는 어떤 키워드로 물어봐야 할지 알겠어요. 그리고 미야모토씨가 후미카 언니를 테스트한 이유도 알 것 같네요.’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는 듣지 못하고 아리스는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다음으로 아리스가 찾아간 사람은 카에데였다. 다른 것보다 카에데가 점심시간 전까지 방에 있을 거라는 얘기를 아리스가 얼핏 들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찾아갈 수도 있었지만 언제든 찾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아리스는 우선순위를 뒤로 미뤄두었다.
아리스가 208호실의 문을 두드리자 잠시 있다 카에데가 문을 열었다. 의외의 방문에 카에데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아리스를 방으로 맞이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구요, 후훗. 대답해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대답해 줄게요, 꼬마 아가씨.”
“혹시 여기 있는 아이돌분들 중에서 서로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이 있나요?”
아리스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꺼냈다.
“대답해 줄 수 있는 질문인지...고민되네요.”
카에데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하면서 문뜩 아리스는 자신앞의 사람의 눈이 오드아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아리스가 존경해 마지않는 후미카의 눈처럼 신비로운 눈이었다.
“후미카씨가 뭔가 부탁한 건가요?”
“아니요. 제가 궁금한 거예요.”
“어째서 그런 걸 궁금해 하는지 물어봐도 괜찮나요?”
그녀의 눈을 보고 있자니 아리스는 도저히 거짓말을 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지난번 페스티벌 때 마유씨의 의상이 망가져서 참여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그게 우리들 중에 있다고 사에씨가 얘기하셨어요.”
그 말을 듣자 카에데는 상당히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 얘기를 사에가 한건가요? 흠…”
“...”
“...”
한동안은 정적이었다. 계속되는 무거운 정적에 아리스가 화제를 돌리려고 할 때쯤 카에데가 입을 열었다.
“우선 아리스가 한 질문에 대답하자면...제가 생각하기에 제일 사이가 나쁜 건 사에랑 마유에요. 두사람 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그리고 이런 말을 섣불리 말하는 건 잘못됐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마유의 의상을 망친게 사에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둘은 사이도 별로 안 좋고, 또 그때 의상준비실에 가장 마지막에 들어간 게 사에였으니까요.”
그리고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말을 살짝 덧붙였다.
흠...뭔가 하나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지금은 기억이 안 나네요.”
아리스는 문득 새벽의 일을 떠올렸다. 달빛을 뒤로하고 서 있던 그 모습이 지금 들은 이야기와 좀처럼 매치되지않았다.
“사에씨와 마유씨는 사이가 매우 나쁘다는 거군요.”
아리스의 말을 듣자 카에데는 묘한 웃음을 지었다. 정작 아리스는 그녀가 어째서 웃는지 알지 못했다.
나머지 두 사람은 찾지 못한 채 점심시간이 되었다. 하는 수 없이 아리스는 방에 돌아왔다.
하지만,
“후미카 언니가 방에 없네요...먼저 식당에 내려가신 거겠죠.”
1층 식당으로 내려가자 거기에 후미카가 아침 식사 때와 같은 자리에서 아리스의 아이 패드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곁으로 아이돌들 몇 명이 그녀가 알아차리지 못할 거리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리스가 그 광경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후미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Potion, il est une haine envers l'autre, est un secret important, sont ceux qui sont tranquillement caché, est de perdre toutes les choses, à la fin je n'ai rien à vous tromper…”
“...혹시 읽어 주시는 건가요…?”
아리스는 또인가, 하는 표정으로 후미카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냥 혼자서 읽는 것 같은데?”
“어느 나라 말인가요…”
“프랑스어야, 아리스.”
뒤에서 미야모토씨가 싱긋 웃으며 다가왔다.
“정말이지...후미카 언니는…”
아리스는 조용히 다가가 후미카의 옆자리에 앉았다. 아리스가 숨결이 닿을 정도로 고개를 가까이 들이밀자 후미카는 그때서야 옆에 있는 아리스를 눈치챘다.
“어머, 아리스짱. 일찍 돌아왔네요. 빌려줘서 고마워요.”
“아침부터 지금까지 계속 여기서 책을 읽고 있었던 건가요?”
아리스가 후미카에게 받은 아이 패드로 인터넷을 키며 물었다.
“아, 네. 계속 책을 읽고 있었어요.”
물론 원래 빌린 목적은 미야모토씨의 얘기에 대한 조사였지만 후미카는 그것을 아리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그런 호기심은 알면서도 참을 수 없는 주제넘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런 것을 거리낌 없이 발산할 수 있는 것은 아리스 같은 어린아이의 권한이라고 생각했다.
‘후미카 언니…’
하지만 아리스는 이미 후미카가 그런 호기심을 발산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에게 그것을 숨기려고 거짓말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검색 이력 삭제하는 방법 모르는군요...역시 케케묵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