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미키하루] 당신을 먹어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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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9, 2012 01:01에 작성됨.

   <주의 - 이 글은 여성과 여성의 애정행각을 담은 글입니다. 이 점을 부디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꼬르륵.
   소녀의 작은 배가 귀엽게 울었다. 하루카는 놀라 재빨리 두 팔로 자신의 배를 감쌌다. 작게 홍조 띤 얼굴로 하루카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휴우, 아무도 없구나.’
   765 프로덕션 사무소엔 하루카밖에 없었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사무원인 코토리도 아직 오지 않았다. 사는 집이 사무소에서 멀다보니 되도록 일찍 나오도록 하루카는 쭉 노력했기에 어떤 날에는 이렇게 제일 먼저 도착하기도 했다.
   구우우.
   또 귀여운 소리가 났다. 더 빨개진 얼굴로 하루카는 울어대는 자신의 배를 달래려 쓰다듬었다. 하지만 영 효과가 없다.
   ‘으으, 역시 아침을 거르는 건 무리였나봐. 사무소에 뭐 먹을 거 없나 찾아볼까.’
   이젠 뭘 먹을 수밖에 없다. 하루카는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가 있는 급탕실로 이동했다. 하루카는 딸려있는 부엌을 힐끔 봤다. 물기 한 점 없는 싱크대, 냄비 없이 깨끗한 가스레인지. 누가 전날에 치운 모양이다.
   남은 건 냉장고 뿐. 하루카는 냉장고를 천천히 열어봤다.
   굶주림에 시달리는 눈으로 하루카는 냉장고를 살폈다. 그런 하루카의 눈에 떡하니 들어온 건 바로.
   “주먹밥이다.”
   랩으로 쌓인 주먹밥이었다. 꿀꺽, 하고 하루카가 침을 삼키자 그에 맞추어 배가 다시 울었다. 하루카는 주저 없이 바로 주먹밥이 담긴 접시를 꺼내들었다.
   ‘으음, 이거 역시 미키 거겠지. 주먹밥을 이렇게 쌓아놓을 사람은 우리 사무소에 미키뿐이니까. 으으, 어떡한다.’
   주먹밥이 담긴 접시를 든 채 하루카는 고민했다. 주먹밥은 총 세 개. 랩에 쌓여있지만 그 너머로 주먹밥의 형태가 또렷이 보였다. 윤기 흐르는 김, 그 안에 포근히 담긴 밥알들. 속엔 매실이나 참치, 햄 등등 맛난 게 들어있으리라.
   먹먹한 침이 다시 하루카의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하루카는 더 이상 참기 힘들었다.
   ‘먹으면 미키가 엄청 화낼 텐데. 어쩌지…….’
   하루카의 마지막 고민이 시작되었다.
   주먹밥은 미키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하루라도 주먹밥을 먹지 않으면 살아가지 못한다고 외치는 미키다. 그런 주먹밥을 몰래 먹었다가 들키면 미키가 하루카를 잡아먹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배가 고팠다. 엄청나게.
   “으으, 몰라!”
   본능에 하루카는 넘어갔다. 하루카는 주저 없이 주먹밥이 담긴 접시를 렌지에 넣어 딱 30초만 돌렸다. 띵 하는 경쾌한 소리가 들리자마자 하루카는 렌지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모락모락 주먹밥에서 김이 났다. 식탁으로 접시를 놓고, 의자에 앉은 하루카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주먹밥 하나를 잡았다.
   ‘딱 하나만, 하나면 돼.’
   하나만 먹고 넣어두면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하루카는 입을 벌려 주먹밥을 먹었다.
   우물우물.
   하루카의 앙증맞은 입술이 움직인다. 김의 기름기가 묻어 입술에 반짝임이 감돈다.
   사르르 녹아내리는 밥의 감촉. 안에 든 게 매실이라, 매실의 상큼함이 동시에 하루카의 입안을 뒤덮었다. 거기에 고소한 김의 맛이 감칠맛을 냈다.
   과연 미키가 선택한 주먹밥! 하루카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하루카는 한 입 더 크게 배어 물곤, 입에 주먹밥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외쳤다.
   “마힜어!”
   “뭐가?”
   들리지 않아야할 목소리가 하루카의 귀에 들렸다. 하루카의 몸이 바로 굳었다. 하루카의 목이 턱 막혔다.
   “흐응, 미키의 주먹밥을 먹는 거야? 미키의 소중한 주먹밥을?”
   비음이 살짝 섞인, 귀여운 소녀의 목소리. 지금 하루카에게는 결코 귀엽게 들리지 않는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주먹밥의 주인, 미키였다.
   “미, 미, 미히?”
   덜덜 하루카의 말이 떨렸다. 하루카의 눈에 미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미키는 의자에 앉은 하루카의 등 뒤에 있었다. 그렇기에 하루카는 더욱 무서웠다.
   “하루카 너무한 거야. 미키가 주먹밥 먹기를 얼마나 기대했는데.”
   “그, 그헤 아니라…….”
   아직도 입 안에 남아있는 주먹밥을 하루카는 삼키지도 못한 채 대답했다. 삼키고 싶었지만 그러다 꿀꺽하고 넘기는 소리가 크게 나며 미키가 더 화를 낼 거 같아 하루카는 걱정이었다.
   하루카가 어떡해야 되나 머리를 팽팽 돌릴 때 갑자기 미키의 두 손이 하루카의 어깨를 뒤에서 눌렀다.
   하루카의 몸이 늘어졌다. 미키의 손에 의해 몸이 눌려져 하루카의 고개가 홱하고 젖혀졌다. 미키의 얼굴이 하루카의 눈에 바로 들어왔다. 미키의 얼굴은 하루카의 얼굴 지근거리에 있었다.
   “미키, 하루카 주먹밥 먹을 거야.”
   짧은 선포. 하루카가 반응하기 전에 미키의 얼굴이 내려왔다.
   츄우웁.
   미키의 입술이 하루카의 입술을 덮쳤다.
   “?!?!?!!”
   하루카는 발을 바동거렸으나 미키의 손과 입술에 의해 움직이지 못했다.
   ‘미, 미, 미, 미키?! 뭐 하는 거야?’
   하루카가 속으로 외쳐봤자 닿지 않는다. 하루카와 입술을 겹친 미키는 혀를 움직여 김 기름에 번들거리는 하루카의 입술을 핥았다. 그 기묘한 감촉에 하루카의 몸이 부르르 떨리며 입이 열렸다. 그곳으로 미키의 혀가 파고든다.
   미키의 혀가 처음 마주한 건 하루카의 정갈한 이빨. 김처럼 주먹밥의 잔해가 붙은 그 이빨을 미키의 혀가 닦았다. 스르륵, 스륵. 으스러진 밥알의 감촉을 하나하나 미키는 하루카로부터 앗아갔다.
   뻣뻣한 칫솔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부드럽고 따스하고, 축축한 감촉에 하루카는 정신이 점점 아득해졌다. 이게 뭐지. 뭐지. 뭐지 하고 아무리 자문 해봐도 돌아오는 건 미키의 뜨뜻한 감촉뿐이다.
   어느덧 하루카의 가느다란 이빨을 순례한 미키의 혀는, 이제 더 안으로 들어갔다.
   그걸 저지하기 위해 하루카는 입을 닫아보려도 했지만 갑자기 미키가 손으로 하루카의 얼굴을 잡아 고정했기에 불가능했다.
   하루카의 입안엔 아직 주먹밥이 남아있다. 그걸 미키의 혀가 꼬물꼬물 기어가 탐했다. 잇몸 깊숙이 남은 주먹밥, 입천장에 붙은 김, 그리고 하루카의 혀에 붙은 밥알 들을 미키의 혀가 훑는다.
   ‘으, 뭔가 이상한 기분이….’
   멍해지는 정신에 지친 하루카는 꿀꺽, 하고 침을 삼켰다. 그러자 남은 주먹밥 모든 게 사라졌다. 미키의 혀가 더 깊숙이도 들어왔지만 이젠 먹을 게 없음을 안 미키는 주저 없이 혀를 빼냈다.
   그리곤 하루카의 입술에 남은 주먹밥의 기름마저 모조리 쭉 빨아 없앴다. 이윽고 미키의 입술이 떨어지자 추욱하고 가느다란 침의 선이 두 소녀의 입술을 잇다가 끊어졌다.
   “하아아…….”
   미키의 숨결이 작은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그 숨결을 접하는 하루카의 정신은 몽롱했다. 대체 뭐가 뭔지.
   ‘에…이거 키, 키스?’
   그것도 찐하디 찐한 딥키스다. 미키랑 딥키스. 충격적인 사실을 인지하자 하루카의 정신이 서서히 깨어나려 했다.
   “잘 먹은 거야. 하루카.”
   그런 하루카에게 말 한마디 남기며, 미키는 스윽 하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은 채 자리를 떴다.
   애처롭게 혼자 남겨진 하루카는 멍한 표정으로, 참담한 심정으로 정말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첫 키스인데…….”
   그게 처음이었다.




   * * * * * * * * *




   서서히 여름에 가까워지는 날씨는 더웠다. 땀이 송골송골 이마에 맺히는 더위에 하루카는 사무소에 오기 전에 편의점에 들려 콘 아이스크림 하나를 샀다.
   아이스크림을 한입, 한입 베어 물며 하루카는 더위를 달랬다. 사무소 안에는 에어컨이 틀어져 있을 테니 빨리 들어가서 쉬고 싶었다. 하루카는 발을 재촉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 사무소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아이스크림을 먹어가며 한 걸음 올라가던 하루카의 발이 어느 순간에 우뚝 멈췄다.
   “아.”
   허리춤까지 금발이 내려오는 아름다운 소녀. 미키였다. 계단 위에서 미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하루카를 내려다봤다.
   하루카는 아래서, 미키는 위에서. 두 소녀의 눈이 마주쳤다.
   ‘으으, 그때 이후론 미키 만나기 부끄러운데.’
   하루카는 볼을 붉히며 미키의 시선을 슬쩍 피했다. 그때의 사건. 하루카가 미키의 주먹밥을 먹어버려 그걸 미키가 키스해 다 빨아먹어버린, 충격적인 사건이다.
   “하루카, 시원해 보이는 거야.”
   뭔가 갈망하는 듯한 미키의 말에 하루카는 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떠올렸다. 하루카에게 시원한 거라면 이거뿐이었다.
   “아, 이 아이스크림? 미키 먹을래?”
   하루카는 바로 미키에게 아이스크림을 내밀었다. 그때 이후로 먹을 거 가지고 미키와는 절대 다투고 싶지 않았다.
   미키는 하루카가 내민 아이스크림을 물끄러미 내려보다가,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내려왔다. 말없이 가까워지는 미키를 하루카는 멍하니 바라봤다.
   이제 둘은 계단 한 칸 차이였다. 바로 한 계단 위에 미키가 있다.
   미키의 새하얀 얼굴은 하루카의 얼굴보다 위치가 높았다. 하루카의 정면엔 미키의 분홍색 입술이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여기까지 온 걸까. 하루카는 미키의 손에 아이스크림을 쥐어주려 아이스크림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미키, 아이스크림―”
   말은 이어지지 않는다. 소리를 내려는 하루카의 앙증맞은 입술을, 미키의 입술이 덮었다.
   어느새 미키가 몸을 뒤로 살짝 빼 하루카와 높이를 맞춰, 이제 두 사람의 입술은 같은 높이에서 맞닿았다.
   툭, 하고 하루카의 아이스크림이 콘에서 떨어졌다. 철퍽 소리를 내며 계단 위로 떨어진 아이스크림은 형태가 뭉그러진다. 분홍색 딸기 맛 아이스크림은 계단의 온도에 천천히 녹아 흘러내린다.
   하루카의 구두에 이젠 물로 변한 아이스크림이 흘러 닿자, 미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입술을 뗐다.
   조그만 새가 자신의 부리로 톡 두드리듯, 미키의 입술이 하루카의 입술에서 떨어졌다.
   아이스크림으로 시원했던 하루카의 입술엔 미키의 온도가 남았다.
   “후후, 역시 시원한 거야. 고마워, 하루카.”
   미키는 멍한 표정의 하루카를 보며 가볍게 웃었다. 천진난만하고 순진한 아이 같은 웃음.
   그러나, 그 웃음 너머에는…….



   사실 이 글은 어떤 그림을 보고 그 상황을 쓴 건데, 정작 그림이 어디 갔는지 안 보이네요ㅠㅠ

[이 게시물은 시압님에 의해 2013-06-06 23:57:35 창작글판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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