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765프로로 돌아오는 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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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19, 2013 23:09에 작성됨.

-3월 17일, 09:34AM, 765프로덕션 빌딩 3층 접객실-

"조금 더 기다리시면 사장님이 오실 테니 여기서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알겠습니다."

노랑 머리띠를 한 아름다운 아가씨가 나에게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차 한잔과 다과 한 접시를 남긴 채로 사라져버렸다.

'.......'

'.......'

"으으, 계속 기다리려니 심심해죽겠네. 이럴 줄 알았으면 전자책이라도 들고오는 건데."

너무 심심했다. 1분이 1시간 같았다. 나는 남들처럼 스마트폰 같은 걸 들고다니지 않는데다, 미팅이 짧게 끝날거라고 생각해 자주 보던 전자책도 놔두고 왔는데, 이게 치명적인 실수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할 일이 없어서 차만 계속 마셔대서 그런가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기왕 이래된거 사장님은 당분간 오지 않을 거 같아 보이는데다, 전화번호도 미리 말해놨으니 필요할 경우엔 내 전화기로 전화가 올 것이고 조만간 입사할 765프로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화장실을 갈 겸 765프로를 둘러보기로 결심했다.

"쏴아아......."

"좋아, 급한 불은 껐고, 이제 어디를 한 번 둘러볼까나~"

나는 다른 사람들이 일하는데 방해되지 않도록 천천히 계단을 걸어내려가기 시작했다.

4층으로 올라간 나는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뭔가 흥겨운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그 음악이 흐르는 곳으로 나도 모르게 걸어가고 있었다.

"댄스 연습실이라....."

연습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진 나는 연습실 사이에 나 있는 조그마한 창문을 향해 고개를 내밀어 안쪽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창문 안에는 머리 양쪽에 조그마한 리본을 단 평범한 외모의 여자아이가 노래에 맞춰서 춤을 추고있었고, 그 앞에는 트레이너로 추측되는 사람이 매우 진짛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나, 둘, 하나, 둘, 둘......"

"헉헉.....아차차차!"

"어머! 괜찮은거야?"

여자아이가 스텝이 꼬이기라도 한 건지 갑자기 넘어졌고, 흐르던 음악도 끊겼다. 엄청 큰 소리를 내며 넘어지는 바람에 나도 깜짝 놀라서 그만.......

"와오! 정말 아프겠...... 힉!!"

두 사람이 갑자기 내가 있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깜짝 놀란 나는 재빠르개 바닥에 주저앉았다. 잠시간의 정적이 흐르더니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그 음악에 맞춰 댄스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내가 너무 큰 목소리로 말했나보다. 다음 번에는 조심해야지.

“ 자! 이 부분은 이렇게, 알았지? 그리고 침착하게 해야 한다는 걸 명심해 알았지?”

“ 네!”

“ 그럼 시작! 하나, 둘, 하나, 둘, 둘 ……”

다시 일어나 그녀가 춤추는 것을 보았다. 마치 진짜 무대에서 춤추는 듯 정확하게 지정된 자세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춤을 추고 있었다. 저 정도의 춤실력이라면 굉장히 유명한 아이돌일텐데, 텔레비전에서 그녀의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여기 말고 다른 연습실에선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진 나는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구둣소리가 나지 않게 조용히 걸어서 다른 연습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문에 나 있는 조그마한 창으로 연습실을 훑어본다. 피아노하고 마이크가 있는 걸로 봐서 아마도 노래와 관련된 연습실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약간 나이가 들어보이는 여자가 피아노를 치고있었고, 어두운 표정을 한 긴 머리를 한 여자아이는 마이크 앞에 서서 노래를 하고 있었다. 분명 어릴 적에 노래는 즐겁게 불러야 한다고 했는데, 왜 저 아이는 어두운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걸까??

“ 눈과 눈이 마주친 순간 좋아한다는 걸 알게되었죠~♩♪ ”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의 노래에 나도 모르게 몰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 정도의 노래실력이라면 가왕(歌王)의 자리는 금방일텐데, 앞의 그 여자아이처럼 그녀의 목소리 역시 어느 라디오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나 같이 하루종일 트럭을 운전하는 트럭기사라면 분명히 들을 수 있었을텐데……

“ 이제 두번 다시 만나지 않을거라며 작별해요~♩♪ ”

그녀의 노래가 끝나자,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말았다. 잠깐! 나 지금 몰래 훔쳐보는 건데, 헉!
두 사람이 창문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깜짝 놀란 나는 즉시 온 몸을 벽에다 밀착시켰다. 마치 모 잠입액션 게임에 나오는 모 병장님처럼 말이다.

“ 혹시 그 박수, 트레이너님이 치신 건가요? ”

“ 아니야. 혹시 밖에 이상한 사람이라도 있는 건가? ”

“ 설마요, 사장님이던가 아니면 그냥 지나가던 손님이었겠죠. 아까전에 불렀던 노래, 여전히 마음에 안 들어요. 한 번만 더 부탁하면 안될까요? ”

“ 너무 무리하지 마렴. 그러다가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단다. ”

“…….”

다시 멜로디와 함께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정말 다행이다. 만약에 방 안에 있단 두 사람이 내 모습을 봤다면 분명 치한이나 스토커로 나를 신고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계속 있다간 또 박수를 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얼른 몸을 피해 다른 트레이닝 룸으로 살금살금 걸어가기 시작했다.

 여기는 다른 연습실과는 달리 춤도, 노래도 없었다. 내가 본 건 오직 하나, 연습실 구석에서 열심히 잠자고 있는 금발의 여자아이 뿐이었다.

"어이, 일어나! 이제 연기 연습해야한다구."

"지난주에 쳤던 쪽지시험 때문에 수면부족인거야, 더 자고 싶은거야...... 아후~"

"너 그러다가 평생 아이돌 못할 수도 있다구!"

"오늘만큼은 좀 봐주는 거야......"

"지난번에도 하루종일 자놓고는 오늘도 또....... 으으! 프로듀서분들에게 걸리면 혼날텐데."

사람 사는 곳이라면 다른사람 속을 썩이는 사람이 한 사람 정도는 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저 아이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내가 여기서 일하면 저 아이만큼은 최대한 피할 수 있게 노력해야 겠다.

"당신 누구야?"

"엣!"

걸렸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대충 보고 그냥 올라갈 걸...... 그나저나,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지?

"어머어머~ 당신이 바로 그 유명한 스토커인가요?"

"응훗후! 빨리 경찰서에 신고해야겠군YO! 전화기가 어디있더라?"

"자, 잠깐! 나는 타카기 사장님이 불러서 온 사람이라구! 절대 스토커라던가 치한이라던가 그런거 아니라고!"

"흥! 우리가 당신 말을 믿을 거 같아?"

"으아아! 정말로 아니라니깐 원한다면 통화기록이랑 신분증 정도는 보여줄 수......."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안주머니에 있는 전화기와 신분증을 꺼내면서 그녀들에게 한걸음씩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다, 다가오지마!! 가까이 오면 소리지를거야!"

"정말 그런 거 아니라.....윽!!"

뭔가 시커먼 형체를 알 수 없는 것이 내 눈앞을 스쳐 지나갔고 난 엄청난 고통과 함께 정신을 잃어버렸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회의실 비스무리한 곳에 손발이 오만 종류의 테이프와 밧줄로 묶인 채로 앉혀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 주변엔 여러 명의 여자아이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다들 무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 계속 -
[이 게시물은 에아노르님에 의해 2013-06-07 00:05:01 창작글판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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