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이펙트 -1-(욕설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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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9, 2014 01:01에 작성됨.

일생동안 단 한 번 경험할 수 있는 거라면.....

 

그건 아마도 죽음일 것이다.

 

죽은 뒤에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그 덕분에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건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

 

 

 

나 호조 카렌이 직접 경험해볼테니까.

 

 

몇 살 때부터 병원 한 구석에서 지내게 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어린이 병동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겨진 기억이 나는 걸로 미루어 봐서는

 

적어도 5년은 무리 없이 넘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병원 생활은 늘 똑같다. 먹고 화장실 가고 자고 진찰받고 검진받고......

 

게다가 나 같은 케이스는 제법 희귀한 듯 해서, 저 먼 지방에서도 나를 보러 온다고 한다.

 

그들 앞에서 나는 마치 약간의 공짜 먹이와 잠자리를 대가로

 

하루종일 발가벗고 되도 않는 재주넘기를 해야 하는 하나의 원숭이에 불과했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이곳이 싫어졌다.

 

모두들 나를 동정한다. 일부러 버릇없는 짓거리를 해도 "어머. 카렌짱을 화나게 했네~"식의

 

동정이라는 이름의 무관심. 나에게 쓸데없는 동정은 하지만, 정작 내가 뭘 하고 싶어하는지도 몰라.

 

부모님도 내게 뜸하다. 남동생과 여동생을 돌보기도 벅찬 그들에게는 차라리 내가 이런 게 나을지도.

 

최소한 입 하나는 절약하고 병원에서 나오는 돈도 조금이지만 가계에 도움이 되니까.

 

결국 내가 살아있는 이유는 내가 몸에 품고 있는 징그러운 종양과

 

가끔 내가 부리는 히스테리 덕분이다.

 

지쳤다.

 

 

 

 

준비는 완벽했다. 걷지 못하는 연기를 지난 일주일동안 했다.

 

당연히 근육에는 이상이 없지만 그냥 걷지 못하는 연기를 했다.

 

내 담당 의사는 사무적인 말투로 "아마 심리적인 영향이겠지요."라는 말과 함께

 

내 몫의 휠체어가 지급되는 것으로 처방을 끝냈다.

 

휠체어가 생기면 다른 것보다 의사나 간호사들의 감시가 느슨해진다.

 

아무래도 병원 인원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은 너스콜에 의지한다.

 

위에서 높은 사람이 온다고 해서 병원이 다소 어수선한 저녁밤.

 

나는 탈출에 성공했다.

 

 

 

간호사나 부모님 없이 병원 밖에 나온 게 얼마만일까.

 

"콜록.....콜록....."

 

내 얇은 코트로는 9월 밤의 날씨를 버틸 수가 없다.

 

우습네. 곧 죽어버릴 몸뚱아리인데 감기 따위에 징징거리지 말라고.

 

병원을 빠져나와 공원으로 향했다. 겨우 가는 곳이라고는 간호사와 지겹게 산책했던 그 곳.

 

나는 죽어서도 병원의 영향권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인적이 드문 곳 안에서 나는 코트 주머니에서 병원 비품실에서 훔쳐온 줄을 꺼냈다.

 

인터넷으로 이미 매듭은 만들어왔다. 이제 이걸 나무에 매달고, 목을 넣으면 된다.

 

준비가 끝나고, 막 목을 집어넣으려고 했을 때였다.

 

 

 

"야 병신!!! 죽고 싶으면 곱게 죽어. 남한테 폐끼치지 말고."

 

"..................."

 

 

 

 

황당했다. 그리고 되는대로 내뱉었다.

 

"신경 끄시죠."

 

"야. 신경을 끌 수가 있겠냐. 내가 아무리 S냐 M이냐 물어본다면 S라고 하지만

 

남이 자살하는 모습을 라이브로 관람하면서 식사하는 그로테스크한 취미는 없거든?"

 

나는 잠시 목을 밧줄에서 빼고 남자로 추정되는 벤치 위의 실루엣에 시선을 줬다.

 

대충 구겨져 있는 넥타이를 아래로 풀어낸 정장 차림. 만사가 귀찮다는 표정.

 

손에 든 이상한 포장의 샌드위치. 그 남자 옆에는 회사원 가방과 갈색 종이봉투도 있었다.

 

"저기....."

 

"너 말야."

 

내가 뭐라고 묻기 전에 남자가 말을 끊었다.

 

"있잖아? 지금은 존나 내가 거지같은 악덕 블랙기업에서 뭐빠지게 부려먹힘을 당하다가

 

약 8시간하고도 30분만에 가지는 저녁 식사거든? 밥차려줄 사람도 없어서 이런 걸로

 

때우는 불쌍한 인생인데 마침 제법 마음에 드는 장소를 발견해서 만찬을 즐기는데

 

너같이 병원에서 푹 썩다가 어느날 갑자기 뒤지고 싶어진 인생 토너먼트 탈락자 때문에

 

그걸 방해받아야겠냐? 생각해봐. 니가 여기서 뒤지면 이 공원은 재수없다고 폐쇄당할 거고

 

나는 이런 조용하면서도 바람 선선한 장소 대신에 전생에 드링크 팔다 하나 몰래 처먹다

 

걸려서 맞아죽은 드링크팔이소녀 귀신이 붙은 게 분명한 야근중독노처녀 옆에서

 

서류 작성하면서 저녁을 먹어야 하거든? 그렇게 되면 내가 널 죽여버린다."

 

"........................"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게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쿠...쿡쿡....하하하하하하하!!!"

 

 

 

 

 

 

"X발..................그냥 뒤지게 내버려둘걸. 정신병자였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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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새로운 이야기가 써보고 싶었습니다.

 

일단은 카렌이 주인공입니다.

 

미키는...........나오려나요?

 

욕설이 좀 나올뿐 해피해피할겁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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