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즈사「Best,」 리츠코「...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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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0, 2014 18:49에 작성됨.

아키즈키 리츠코는 술기운에 걸음이 살짝 꼬이는 것을 느꼈다. 놀라 비명을 내뱉을 뻔 했지만,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자신의 쏠린 몸을 지탱해준 사람 덕분에 자제할 수 있었다.

 

“괜찮아요? 리츠코 씨.”

 

“아...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아즈사 씨.”

 

감사를 표하자, 미우라 아즈사는 리츠코의 팔을 안은 그대로 살풋 웃었다. 리츠코는 슬슬 팔을 놔주지 않으려나 하고 기다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즈사의 온화한 미소뿐이었다.

 

“저기, 아즈사 씨... 팔을 놓아 주셔야 걸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머나... 이대로도 괜찮지 않을까요? 리츠코 씨가 또 비틀거릴 수도 있으니까.”

 

“그치만.......”

 

리츠코가 우물쭈물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거리자, 아즈사는 더욱 짓궂은 웃음을 띄었다.

 

“에잇!”

 

“아앗... 아즈사 씨? 뭘 하시는 거예요?!”

 

아즈사가 제대로 팔짱을 껴 오자 리츠코는 더욱 당황했다.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즈사는 팔짱을 낀 채로 걸음을 내딛었다.

 

“자, 가도록 해요 리츠코 씨!”

 

“아, 아즈사 씨... 정말.......”

 

리츠코는 곤란하다는 듯 얼굴을 붉혔지만, 이내 못이기는 척 아즈사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어둠이 짖게 내려앉은 겨울밤의 거리. 확실히 혼자 걷는 것 보다는 둘이 나란히 걷는 것이, 단순히 함께 걷는 것 보다는 이렇게 착 달라붙어 걷는 것이 훨씬 훈훈하고 마음이 놓인다. 리츠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즈사의 옆얼굴을 힐끔 쳐다봤다.

 

단아한 이목구비에 온화한 분위기가 어린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도 온화한 기분으로 만든다. 괜시리 쑥쓰러워져 곧 시선을 앞으로 돌렸지만, 얼굴에는 약간의 열기가 올라온다. 그래도 술을 마셔서 얼굴이 좀 붉어진 상태라 티는 나지 않을 터. 그렇게 생각하며 리츠코는 풀어지려는 얼굴 근육을 붙잡았다.

 

“리츠코 씨?”

 

“네?”

 

-꼬옥

 

“우후후~ 따뜻하네요~”

 

진정하려는 리츠코에 대해 공격이라도 하듯, 아즈사는 껴안은 팔에 힘을 주며 더욱 밀착했다. 원체 이런 스킨십에 내성이 없는 리츠코는 민망한 마음에 조금 거리를 두려 했다.

 

“저, 리츠코 씨와 평소부터 꼭 이렇게 해보고 싶었어요.”

 

“에.......”

 

“친한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함께 길을 걸으면서 이렇게 스킨십도 하고....... 저, 리츠코 씨만 좋다면 좀 더 가깝게 지내고 싶었거든요.”

 

“.......”

 

리츠코는 가슴이 답답하면서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어쩌면이다. 혹시나 아즈사의 마음과 자신의 마음에, 자신이 기대하던 어떤 접점이 있지는 않을까. 그런 희망이 뭉클 피어오른다.

 

“류구로 데뷔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리츠코 씨가 프로듀스하고 도와주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미우라 아즈사는 없었을 거예요.”

 

“그런... 과분한 말씀이세요. 오히려 저 같은 초보자가 담당이 되어서 폐가 된 일이 훨씬 많은 걸요.”

 

“폐라뇨, 그렇지 않아요. 저도 리츠코 씨도 똑같이 바닥에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니까, 저는 더욱 기쁘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해요.”

 

아즈사의 말에 근 2년여 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완전 초짜 프로듀서와 무명 아이돌이었던 리츠코와 류구코마치는 때로는 실패하기도 하고, 때로는 실패의 쓴맛을 잊을 정도로 기쁜 성공을 거두기도 하면서 연예계를 한 몸이 되어 뒹굴었다.

 

그만큼 그녀들 간의 유대는 강했다. 특별히 아즈사는 팀의 맏언니로써 그 다정한 성품과 세심한 배려를 십분 발휘해 다른 면에서 리츠코를 지탱해주었기 때문에 더욱 가까운 관계가 될 수 있었다. 처음 류구를 프로듀스하기 시작했을 때 똑부러지고 총명하지만 동시에 아직 미숙했던 리츠코의 몸과 마음을 케어해 준 것은 다름 아닌 아즈사였다. 두 사람은 단순히 프로듀서와 아이돌이라는 사무적인 관계 이상으로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묶여 있었다.

 

“저, 리츠코 씨와는 프로듀서와 아이돌을 떠나서... 보다 친밀한 관계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아즈사 씨. 그건.......”

 

리츠코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즈사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잠시 쳐다본 뒤, 나직하게 말했다.

 

 

 

“저, 리츠코 씨를 진심으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등허리가 얼어붙는 듯한 느낌에 리츠코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굳혔다. 스스로 자기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아마 핏기가 가신 모습이 아닐까.

 

저도 모르게 허탈한 웃음이 튀어나왔다.

 

“저 혼자만의 생각이었을까요? 리츠코 씨?”

 

진심으로 따뜻하게 다가오는 아즈사의 물음에, 리츠코는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건 아즈사 만의 생각이라고, 내가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과는 다른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차마 그럴 용기가 나지 않는다.

 

리츠코는 약간 힘이 빠진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뇨.......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우후훗, 다행이다.”

 

정말로 기쁘다는 듯 웃음 짓는 아즈사의 모습이 아프게 다가온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날아든 스트레이트를 얻어맞은 복서의 기분이 이러할까.

 

“앞으로도, 리츠코 씨는 제 소중한 친구에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함께 힘내도록 해요?”

 

“......네.”

 

문득 불어온 찬바람이 옷의 틈새로 스며들어와 몸을 떨게 했다. 아즈사는 연신 춥다면서 더욱 리츠코의 팔을 꼭 껴안았다. 리츠코는 잠시 망설이다가, 아즈사에 지지 않을 정도로 팔에 힘을 주었다.

 

“자, 어서 가죠 아즈사 씨. 너무 추워서 빨리 아즈사 씨의 집으로 들어가고 싶어졌어요. 몸이 추워졌으니, 한 잔 더 하고 싶고.”

 

“좋아요. 내일은 휴일이니까, 오늘은 좀 더 마시도록 해요! 오랜만에 솜씨를 발휘해서 맛있는 안주를 만들어볼 테니까요.”

 

“......그거 기대되네요.”

 

아아, 추운 걸.

 

어디 눈이라도 펑펑 내려주지 않으려나.

 

리츠코는 슬며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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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스 Master Artist 2 아즈사, 리츠코 앨범에 수록된 [Best Friend]라는 곡에 영감을 받아 짧게 썼습니다.

 

저는 추운 겨울밤의 쓸쓸한 느낌을 좋아해서 빨리 겨울이 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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