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호스트P입니다.」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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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7, 2014 21:49에 작성됨.

내이름은 P.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다.
765 프로덕션은 크지는 않지만 꽤 인지도 있는 아이돌들이 있고, 또 그렇기에 내 수입은 모자랄 일이 없었다.
소위 부모라는 작자들이 내 이름으로 멋대로 돈을 빌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애초에 별로 친하지도 않은 양반들이었고, 달리 죄책감도 없이 바로 고소를 하긴 했지만...
고소덕분에 조금 줄긴 했어도 여전히 내가 갚아야 할 빚은 정말이지... 꽤 컸다.

결국, 나는 밤에 할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프로듀서 일만으로는 조금 모자라니 말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약했던 체력과 그다지 좋지 못한 학벌을 가진 내가 충분한 수입을 보장하는 일을 찾기란 어려웠
다. 가진것이라곤 '성실함' 하나뿐인 나로써는 도저히 그정도의 벌이를 찾기가...

「후우..」
한숨을 내쉬다가 문득, 한 여자가 내 머리속에 떠올랐다. 연예계, 정확히 말하면 프로듀싱계에 나보다 먼저 뛰어든
선배.

센카와 치히로.
돈에 관해서는 말하면 뭐든지 해결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여성.
저번에 신데렐라 프로덕션의 아이돌들과 함께한 방송에서 우연히 처음 만났는데, 나를 잘 알고 스카우트 하고 싶다며
큰 연봉을 제시하며 명함을 준 적이 있다. 물론 765의 아이돌들을 위해 거절했지만.
그 이후에도 회사의 재정에 관해 상담을 요청하러 전화를 건 적이 있다.
그녀의 말대로 하자 일이 술술 풀렸고, 나는 그녀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 조사해보던 중 그녀가 얼마나 이 바닥(연예
계)에서 큰 힘을 가진 사람인지 알게되었다.
물론 상담비로 신데렐라 프로덕션으로 이적을 요구했을때도 거절했지만.
나는 휴대폰을 터치해서 몇 없는 여성의 전화번호 중 그녀의 것을 찾아 연락을 했다.

rrrrrrrrrr
「여보세요. 신데렐라 프로덕션의 치히로입니다.」
「안녕하세요. 누님. 저 P입니다. 상담하고 싶은게 있어서...」

내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녀는 잠시 수화기 너머로 침묵을 지키더니, 우선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신데렐라 프로덕션은 화사했다. 그 화사한 조명 아래에 혼자 앉아서 다리를 꼰채 커피를 마시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
치히로는 문앞에 서 있는 나를 보더니 한손은 턱을 괴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그녀는 나의 편이 아니다. 철저한 이해관계로 점철된 여자다.
자기의 이익과 관련이 없으면 절대로 남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
그것이 그녀가 이 바닥에서 유명한 이유중 한가지이기도 하니까.
나는 전화 너머로는 느낄수 없던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키고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치히로「돈이 필요하다고?」 싱긋
P「네」
치히로「그것도 꽤~에 많이?」방긋
P「네」
치히로「그런데 몸은 약해서 막노동은 못하고, 게다가 학벌은 꽤 심심하고.. 거기에 신데렐라 프로덕션으로 이적은 하고싶지 않다
?」 히죽
P「...」
치히로「터무니없는 욕심쟁이네 P군은.」히죽히죽

할말이 없다. 그녀가 날 도와줄 이유가 전혀 없다. 나는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다.

치히로「...」
치히로「뭐, 자기 아이돌을 끔찍히 아끼는 무능력한 욕심쟁이. 그렇게까지 싫어하지 않아.」

예상 외의 답변에 놀란 나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치히로는 나에게 말했다.

치히로「호스트 일을 해.」
P「!!! 저...전 그런거..!」

전혀 생각치 못한 제안에 당황한듯 거부했지만, 치히로의 순간 싸늘하게 바뀐 시선은 내 말을 잇지 못하게 하기엔
충분했다. 나는 결국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일수 밖에 없는것 같다.

P「하...하. 제가 일을 가릴 처지는 아니죠.. 역시... 다만 잘 할수 있을지..」

치히로는 어느샌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있었다.
담배를 문채 연기를 이끌며 창문으로 다가가 밖을 바라보며 치히로는 말했다.

치히로「그냥 호스트가 아니야. 아이돌을 상대하는 호스트지.」
P「...?」

과연, 이순간에도 나란 녀석은 '과연 그게 장사가 될까?'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그녀는 잠시 담배맛을 즐기듯 연기를 머금고 눈을감더니, 이내 연기를 내뿜으며 말을 이었다.

치히로「연예인. 특히 아이돌, 그중에서도 어린 여성 아이돌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해.」

「가장 민감한 시절에 쓰레기같은 악플과 변태같은 악성 팬들에게 시달리는 꼬마 숙녀들. 넌 꽤 똑똑한 프로듀서니까 이 아이들이 느끼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는 알 거야.」

「그런 아이들에게 프로듀서란 존재는 최후의 보루...뭐랄까, 아버지보다 가깝고 믿음직스러운...유일하게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는 존재지.」

「하지만, 보통 한명의 프로듀서가 담당 할 수 있는 아이돌은 그렇게 많지 않아. 그녀들은 자신들에게 힐링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를 잃어버리게 되는거지.」

P「...」끄덕
나도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돌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에는 우리 프로듀서들은 너무나 무능하고...바쁘다.

치히로「이제 이해가 되나보네? 딱히 꾸며서 말하진 않을게, 우린 그걸로 장사를 하는거야. 아이돌일에 지치고 지친아이들을 위해 가장 좋아하는 프로듀서라는 존재에게 힐링을 받는 서비스를 제공하는거지.」

P「그렇군요...」

치히로「물론 수익도 네가 원하는것 보다 훨씬 더 많을거야. 어디까지나 너 하기 나름이지만,
어린나이에 갑자기 큰 돈을 벌게된 여자가 거짓사랑에 얼마나 돈을 쓸지... 넌 상상이 가니?」

치히로는 내 위를 아프게 하는 마지막 말을 끝으로 담배를 창틀에 대충 비벼 끄고 나에게 다가와 명함 하나를 건넸다.
명함 뒤에는 간단한 약도와 주소가 적혀져 있었다.

치히로「내일 11시부터 이곳에서 일해. 연락은 내가 해둘게.」
P「고맙습니다. 누님.」

나는 허리를 90도로 숙여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고 돌아섰다.

치히로「내일엔 좀 덜 고마워하게 될지도 몰라?」 손흔들흔들
P「그게 어디 한두번인가요.」 피식

내가 동경하던 아이돌을 등쳐먹게 되다니... 내 못남에 헛웃음 까지 나오며
난 추운 밤거리를 비틀비틀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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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히로는 창밖에 비틀거리며 돌아가는 P를 보며 생각했다.
치히로 ‘그녀들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지 넌 전혀 몰라. 아마 그곳의 손님은 네가 알던 그 순수한 소녀들이 아닐거야.’

‘내가 걱정하는건 그녀들이 아니라... 너일지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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