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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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2, 2014 21:50에 작성됨.

 

"……. ……. ……."

"여보세요."

"타카네."

"미키? 어쩐 일인 것입니까?"

"부우. 너무한 거야. 미키가 전화한 게 그렇게 이상한 거야?"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시간에 미키에게 전화가 온 다는 게 조금 의외였을 뿐입니다."

"늦은 시간이긴 하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입니까?"

"무슨 일이 없으면 전화하면 안되는 거야? 너무한 거야."

"……."

"아니아니, 농담이니까. 타카네는 항상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니까."

"…미키."

"그냥 문득 생각이 나서 전화한 거야. 타카네와 이야기를 하고 싶기도 했고."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요. 상담같은 것입니까?"

"으음… 비슷한 느낌?"

"고민이 있나요?"

"고민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말이야."

"미묘하군요."

"…뜬금 없지만 타카네는 처음 섰던 무대를 기억해?"

"첫 무대인가요? 잊을 리가 없지요."

"아핫, 그때 아무도 없었지?"

"네. 굳이 말하자면 프로듀서와 사장님은 있었지만."

"미키적으로는 대실망이라는 느낌? 그때는 분한 기분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가 없는 거야."

"누구나 처음엔 다 그런 법이랍니다."

"타카네는 분하지 않았던 거야?"

"저도 물론 분했습니다. 이런 걸로 정말 괜찮은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뭐 타카네는 미키보다 더 생각이 깊으니까 말이지."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만."

"그렇지 않아. 미키같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사는 사람이랑 타카네는 다르잖아?"

"그렇게 말하는 미키도 생각이 깊다는 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유로워보이는 미키지만 언제나 생각이 가득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들킨 거야?"

"언제나 함께 있다 보면 전부 다 알 수 있답니다."

"…꼭 그렇지도 않지만 말이야."

"……미키?"

"타, 타카네야말로 비밀 투성이인걸!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알 수가 없는 거야."

"후훗. 저도 미키에 대해 모르는 게 많이 있으니까요."

"에잇! 말이 계속 달라지는 거야!"

"…저에 대해 알고싶으신 겁니까?"

"당연하지!"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미키가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미키가 숨기고 있는 걸 말해준다면 저도 저에 대해 알려드리지요."

"…숨기는 거라니?"

"말하고 싶지 않다면 말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미키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군요."

"……알았어. 대신 조금 나중에야."

"알겠습니다. 부디 마음에 준비가 되신 후에."

"그럼 그 전에, 타카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무엇입니까?"

"타카네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지금 뭘 할거야?"

"지구가 멸망하는 겁니까?"

"응. 오늘이 마지막인 거야."

"…어려운 질문이군요."

"보통은 생각할 일이 없으니까."

"그냥,"

"그냥?"

"지금처럼 이렇게 미키와 전화를 하고 있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런 걸로 괜찮은 거야? 마지막인데도?"

"물론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정말로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면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타카네는 대단하네."

"조금 더 욕심을 부리면 전화가 아니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정도일까요."

"그럼 지금 만나러 갈까?"

"지금은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까요. 버스도 전철도 다니지 않을 시간입니다."

"으, 으응… 그렇지."

"전화로는 안되는 이야기인가요?"

"아냐아냐. 그럼 계속해서… 타카네가 보는 아이돌 호시이 미키는 어때?"

"아이돌 호시이 미키?"

"뭐랄까, TV에 나가는 호시이 미키와 미키는 살짝 다르지 않아?"

"아니요. 미키는 미키입니다. TV에 나가는 호시이 미키도, 라이브를 하는 호시이 미키도, 이렇게 저와 전화를 하고 있는 호시이 미키도 전부 같은 호시이 미키입니다."

"그런 걸까… 그럼 같은 질문이지만 조금 다른 느낌으로 말이야. 아이돌로써의 호시이 미키는 어떻게 생각해?"

"…오늘 미키는 어려운 질문을 계속 하는군요."

"가끔은 이럴 때도 있는 거야."

"아이돌로써의 미키는 누구보다 빛나고 절대적인 존재라고 해야 할까요. 그 이름대로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별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미키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그럴리가요."

"한 명도 없을 리는 없잖아?"

"그렇게까지 따진다면 없지야 않겠지만…"

"역시 그렇지?"

"하지만 미키, 미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으니 그런 작은 것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답니다. 정말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인간이란 없으니까요."

"…그럼 미키가 없어져도 사람들은 미키를 기억해줄까?"

"………?"

"미키가 부른 노래도, 미키가 나간 방송도, 미키의 공연도, 사진도, 잡지도 모두 남아있으니까 다들 기억해주겠지?"

"…그렇…겠지요."

"……."

"……."

"…미안해, 타카네."

"……."

"이제서야 말하게 되서 미안해."

"…미키."

"조금 더 타카네와 함께 있고 싶었는데 아쉽네."

"…그게 무슨 말인가요 미키."

"타카네는 머리가 좋으니까 알고 있잖아? 미키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미키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

"……."

"당연하다는 듯이 아침에 사무소로 나가고 차에서 잠을 자고 춤추고 노래하고 어느샌가 당연하게만 생각하고 있던 게 이제 전부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미키의 머리로는 감당할 수가 없는 거야."

"왜 사라진다는 건가요!"

"그렇게 된 거야."

"저는 미키를 계속 찾아갈 겁니다. 그렇게 사라지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그게 아니야, 타카네."

"……그러면 무슨 일인가요?"

"미키를 볼 수 있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거야."

"……."

"타카네가 마지막 순간에 나와 이야기하는 게 좋다고 해줘서 기뻤어.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거짓말이죠?"

"아직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아쉽네."

"…거짓말이라고 해주세요."

"마지막이 되면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이 전부 생각난다는 이야기, 거짓말인줄 알았는데 정말인가봐. 미키는 바보인데도 전부 다 선명하게 생각나는걸."

"……미키…"

"타카네와 함께 한 추억들, 모두와 함께했던 순간들 전부 다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니까 괜찮아. 이렇게 전부 다 기억나니까 미키는 외롭지 않을 거야."

"…저는, 다른 모두들은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그래서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던 거야."

"그게 더 나쁜 겁니다!"

"…에?"

"차라리 시간이 있었다면, 적어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있었다면…!"

"…미안해. 미키는 나쁜 아이니까."

"그런… 저는 미키가 없으면…"

"타카네는 누구보다 강하고 당당하니까 미키가 없어도 괜찮을 거야. 그렇지?"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미키는 타카네를 믿고 있으니까. 잘 지낼 수 있지?"

"……."

"그럼 안녕, 타카네. 지금까지 고마웠어."

"…미키…!"

 

 ---

9:00 - 9:50

왠지 미키와 타카네가 전화를 하기만 할 뿐인 내용을 써보고 싶었는데 마침 심야연성 주제에 미키가 나왔네요.

소재곡은 뜬금없이 if i die tomorrow. 굉장히 두서없고 이상한 게 나와버렸지만 어디까지나 자기만족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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