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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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1, 2014 21:17에 작성됨.

 


군침을 삼키며 음울하고 탁한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곰곰이 생각하면 무언가의 늪에 빠지는 기분이 든다.
타카츠키 야요이는 엄청나다.
곤란하다. 넓은 들판에 무성하게 자란 갈대밭이 불길에 휩싸여 한 줌 재만 남고, 황무지인 모습밖에 남지 않는다 한들, 빛나는 오렌지의 머리칼이 영원히 휘날리고 있으면 석양의 힘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아름다운 그림임을 모두 인정하는, 그런 당연한 것이다.

"으엑."

야요이가 읊조린다. 순간 고개를 치켜들어 야요이를 노려보며 곱씹는다. 금세기를 들어, 이 세계에서 이만큼 어여쁜 아이는 없다. 너무 예뻐서 고통스럽다.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것, 눈물샘에 피가 맺힌다.

"기분 나빠요."

야요이는 손을 절레절레, 고개를 절레절레, 그리고 그 귀엽게 묶인 트윈테일도 절레절레, 리듬을 맞춘 듯 고요히 흔들린다. 차가운 빗방울이 바깥을 후려치고 있는 적막한 사무소에서 그런 귀여운 몸집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요?"

야요이는 볼을 뚱하니 부풀리고는 무슨 말을 하는 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을 한다. 야요이의 붉게 물든 뺨도, 아름다운 머리칼도, 그 빛나고 커다란 눈망울도 모두 내 것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위험!"

야요이는 움찔거리며 손사레친다. 순간 강렬한 소유욕이 나를 덮고 나는 야요이의 두 얇은 손목을 붙잡는다. 힉, 놀란 야요이는 짧은 비명을. 나는 웃음과 후회가 섞인 기묘한 표정을.

"야요이는 문제가 많아."
"무슨 문제 말인가요?"

야요이는 정말 예뻐.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아 오른다. 그러나 입을 앙다물고, 가만히 야요이에게 얼굴을 가져대자, 야요이는 눈을 꼭 감고는 이리저리 아둥바둥, 몸부림친다. 하지만 끽해야 14살, 어른의 악력에 대항할 도리가 없다.

"으아! 살려줘요!"

야요이가 기절초풍할 정도로 크게 고함친다. 사무소가 떠나가라 악악 소리를 지르지만,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조차 듣지 못한다. 귀를 뺏긴 나는 허공에서 입을 맞출 노력밖에 할 수 없다.

"으으으...!"

야요이가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나를 가만히 노려본다.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정말 귀엽다. 사랑스럽다. 내 걸로 해버리고 싶다.

그리고 이제 조금이다. 눈과 눈이 바로 앞, 코는 이미 서로 닿고, 입술과 입술은 조금. 야요이의 떨림이 전해진다.

"억울해?"

야요이의 놀란 눈.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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