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천 엔 포장마차 입니다. -외전 : 속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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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9, 2014 20:06에 작성됨.

 


 


집착.


어떠한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림.


자신과는 거리가 먼 단어였다고 점주는 회상한다.


스스로 돌아보기에도, 다른 이들이 평가하기에도 자신은 지극히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그 누구도 속박하긴 힘들것이라 여겼다.


이젠 아니지만.


새장의 새 마냥 갇힌 신세.


몸이 묶여도 마음만은 가두지 못할거라 생각했으나 그것 또한 오산.


점주는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신변을 구속당한것이라 물어온다면 무엇이라 답할것인가.


"그 반대라고 하겠지."


처연해 보이기 까지 하는 옅은 미소를 지은 점주는 어느 문 앞에 선다.


본래 거주지는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어느 한 빌라였으나 최근에 이사하게 되었다.


집의 크기가 문제된것도, 이웃과의 마찰도 아니었으며 단지 집이 싫증났다는 가벼운 이유 또한 아니었다.


집착.


다시한번 점주는 머리속에 맴도는 한 단어를 되뇌인다.


그래 집착때문이겠지.


"다녀왔어."


점주는 집으로 들어가며 그러한 인사를 해본다.


한적한 교외에 이웃도 없는 개인 주택.


딱히 대단한 경관이 있는것도 아니고 문화, 편의시설이 부족한 장소이기에 자연히 인적또한 드문 곳에 위치한 그런 주택.


누구도 반겨주지 않을 인사였지만 그렇다고 누군가가 없는건 아니다.


점주는 다시 인사한다.


"다녀왔어. 타카네."


그 서리가 내린듯한 차가운 기색의 소녀의 갈색빛 눈동자를 마주하며 점주는 그렇게 말했다.


점주는 살의와도 같은 타카네의 날카로운 시선에도 언짢은 기색은 커녕 못본사람마냥 천천히 들어와 외투를 벗어 정리한다.


부엌에 있던 의자를 끌어 타카네 앞에 두고 앉은 점주는 천천히 그녀를 훑어본다.


일견 아무이상도 없는것 같은 외형이지만 자세히 보고 있자니 이질감을 느낀다.


하얀 셔츠에 자줏빛 스커트를 입은 스타일은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마치 며칠이나 입고 갈아입지 못한것 처럼 곳곳에 더러움이 묻어있다.


셔츠가 미처 가리지 못한 손목의 눈이 내린것 같은 하얀 피부 또한 어째서인지 탁해져 빛을 바랬고 그나마도 두꺼운 가죽으로 된 끈으로 단단히 구속되어있다.


어떠한 감정 때문인지 떨리고 있는 다리 아래 발목에 묶인 끈도 벽에 단단히 고정되어있는 기둥에 얽혀 움직임을 제한하고 있다.


서로 아무런 말도 없는 채 그렇게 바라만 보고 있던 점주와 타카네 사이에서 먼저 입을 연건 점주였다.


"점심 안먹었네."


"……."


"그러다 몸상해. 벌써 며칠이나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잖아."


"……."


"걱정해서 하는 말이야. 알아주진 않겠지만 그래도."


"……그 입. 열지 마십시오."


비로소 타카네가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은탓에 잠겨있는 목소리를 꺼낸다.


"걱정? 이곳에 절 가둔 당신이 할 소리가 아닙니다."


"……."


이번엔 점주가 입을 다문다.


그 말대로.


시죠 타카네는 이 집에 감금되어있다.


정확히 오늘로 일주일이 지났다.


타카네에겐 질 나쁜 꿈이라 여길만큼 현실감 없는 사태였다.


벌써 1년이 되어가는 인연인 어느 포장마차의 점주.


사람보는 눈이라면 미흡하지 않다 자부할만한 자신의 눈에도 올바르고 타인의 귀감이 될만한 성품의 청년이었다.


그렇기에 사무소에서 조금 과하게 꾸민 몰래카메라 종류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앞섰었다.


그리고 오래 걸리지 않아 깨달았다.


담담히 납치했다 설명하는 점주의 눈을 보며 이것은 장난이 아님을.


처음엔 설득도 해보았다.


아마 저 청년의 심경에 커다란 충격이 있을 어떠한 일이 있었을것이라.


조금만 대화를 나누고 진정시킨다면 아무도 해를 입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것이리라.


다만 청년은 마치 들리지도 않는것마냥 본인이 할 말만을 기계처럼 반복했고 그것이 이틀이 넘어갈무렵 타카네는 다시금 깨달았다.


저 청년에게 이미 설득이라는 길은 없음을.


뒤늦게 차가운 분노가 끓어올랐다.


고작 이정도의 사람이었나.


납치라는 범죄를 쉬이 저지르고 반성하지 않는, 그리고 그러한 사람을 믿은 자신 모두에게 하는 말이었다.


매번 가져다주던 어디에서도 맛보기 힘든 훌륭한 맛의 식사도 거부한지 오늘로 이틀 째.


처음엔 비록 구속된 몸이어도 비상시에 움직일만한 힘은 비축해두기 위해 영양분을 섭취하고 있었지만 의미 없음을 깨닫고 반항의 일환으로
단식을 감행하고 있다.


다시 침묵이 감도는, 불조차 켜져있지 않은 어둡고 삭막한 방 안에 덩그러이 놓인 시계 초침이 도는 소리가 메아리친다.


갇혀있으며 그 누구도 만나지 못하고 무엇도 보지 못했던 타카네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그나마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준 그 시계소리가 한참이 울렸을 때 타카네는 다시 말을 꺼낸다.


"무슨 이유인지 묻지 않겠습니다. 지금이라도 이 구속을 풀고 얌전히 처벌을 받으신다면 선처의 여지가 있을 터. 그러니……."


"무슨 이유라고 생각해?"


타카네의 말을 자르고 점주는 말한다.


타카네는 작게 숨을 삼킨다.


납치가 있던 후 처음으로 보인 점주의 반응이다.


마치 자신을 인형취급하듯 그 어떤 말도 들은척하지 않던 점주가 대답했다는것에 타카네가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킨다.


적어도 대화가 가능해졌다는건 희망적인 일.


타카네가 조심스레 말을 잇는다.


"알리가 없지않사옵니까."


"그래……. 그렇겠지."


점주는 자조적인 웃음과 함께 고개를 천천히 흔든다.


"단순한 집착. 그것 외엔 없겠지."


"집착…?"


점주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본다.


책을 읽듯 말한다.


벌써 일주일이다.


이만한 시간이 지났다면 사무소의 동료들이 이상함을 느끼지 못할리가 없다.


신고가 접수되었을테고 제아무리 외진곳에 숨었더라고 해도 찾아내는건 어렵지 않을 터.


그래서 행동했다.


음성변조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전화라면 더욱이.


평소 정상적인 사람과는 행동이 다른 타카네였기에 더욱 쉬웠다.


마치 집안에 큰일이 있는거마냥 포장해 사무소에 연락했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일은 그만둔다는 큰 일을 말함에 이상함을 느낀것도 당연하다.


그렇기에 보호자를 위조했다.


보안도 허술한 사무소에 쉬이 드나들수 있으니 신상명세도 파악하는건 쉽다.


애초에 계약 후 한번도 사무소를 찾지않았던 타카네의 보호자였으니 조금만 조작한다면 다른 사람을 진짜처럼 보호자 행세를 할 수 있고 그것으로 싸구려 연극을 기획했다.


보수적인 집안의 사정상 아이돌을 마냥 두고보지 못했던 본가에서 급작스런 소환명령.


사정이 그렇게 되어버렸으니 동료들에게 그것을 감추고 마치 본인이 원해서 떠나가는것처럼 전화로 이별을 통보.


보호자가 찾아와 확실한 사건의 전말을 알려준다.


그것만이라면 사무소의 다른 아이들이 가만히 있을리 없다.


그래서 기한을 두었다.


필체 또한 조금만 노력한다면 배끼는건 쉬운일.


마치 타카네가 쓴것마냥 편지를 남긴다.


비록 지금은 헤어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나게 될 것.


그러니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 좀 더 자랑스러운 동료들이 되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


대신 앞으로 일 년 안에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약속으로 끝맺은 편지를 받아든 사무소 사람들은 평소 타카네에 대한 신뢰감을 바탕으로 아쉽지만 편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것으로 연극은 마무리.


그 이야기를 들은 타카네는 이곳에 갇힌 후 처음으로 절망이란걸 느낀다.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이런 일이 오래갈리가 없다는 기대가.


그리고 짖밟혔다.


일 년이라는 제한 시간이 있긴하지만 그 시간은 갇혀있는 이에게 있어선 영겁과도 같은 시간이다.


지나치게 치밀하다.


그렇기에 다시 증오의 감정이 점주에게 향한다.


"집착? 단지 본인의 집착 때문에 타인을 그정도까지 해가며 억압한다는것입니까?"


그 토해져 나오는 역정에 점주는 천장을 향한 시선을 내린다.


의자에서 내려오고 바닥에 주정낮아 자신을 노려보는 타카네 앞에 한쪽 무릎을 꿇어 앉는다.


비로소 시선이 같아졌을 때 점주는 말한다.


"억압……아니야. 내가 널 억압한게 아니야 타카네."


그 흐리멍덩한, 하지만 마치 칠흑같은 밤마냥 깊게 내려앉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타카네는 몸이 굳는다.


점주의 눈은 차갑지만 따뜻했고 사나웠음에도 부드러웠다.


그리고 보고있으면 너무나도 안심되었지만.


"네가 날 가둔거지."­


두려웠다.


점주가 천천히 손을 뻗어 타카네의 머리를 쓸어내린다.


마치 잘못 건들면 깨질것 같은 유리세공품을 만지는 것 처럼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천천히 머리를 타고 내려가던 손은 눈가를 스치고 뺨을 훑으며 입술에 닿는다.


아주 잠깐 머물어 있던 손은 이내 다시 움직여 턱끝에 맺힌다.


점주는 뱀 앞에 놓인 개구리마냥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못하는 타카네를 보며 다시금 깨닫는다.


점주는 구속당했다.


이 아름다움에, 타카네라는 최고의 역작에게 구속당했다.


비록 몸은 한없이 자유롭고 그 누구도 제한하지 않지만 마음은 한 걸음도 이 방 밖으로 걸어나가지 못하는 신세다.


이런 자신의 마음이 이해받지 못할거란건 충분히 알고 있다.


아니, 이해해선 안된다.


이토록 아름다운 소녀가 자신의 마음과 같은 추악함을 이해해선 안된다.


다만 바라건데 오래지나지 않을 이 순간이 조금이라도 이어지길.


그리고 욕심이 있다면…….


점주는 오랫도록 타카네의 턱에서 머문 손을 내린다.


어깨를 매만진 손이 가슴께로 내려와 셔츠의 단추를 푼다.


툭, 툭.


단추가 풀리는 소리가 시계소리에 장단 맞추듯 흐르고 옷에 감춰져 있던 하얀 피부가 드러난다.


타카네는 그저 복잡한 심정이 섞인 눈으로 점주를 바라볼 뿐 반항은 생각하지 않는다.


잠깐 기다리며 그러한 타카네의 반응을 지켜보던 점주는 이내 어깨에 걸쳐진 옷을 내리고 다시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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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여기까지.


나머지는 여력이 된다면 신사들의 장소에서 뵙게……될리가 있나.


무리입니다 무리. 역시 저한테 이런건 무리에요.


그냥 본편이나 쓰러 갈렵니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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