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카 「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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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2, 2014 22:38에 작성됨.

 

 

하루카 「우산」

 

 

 

 

 

 

 


비가 주륵주륵.


역시 장마철이 시작되었는지 마치 하늘에서 물을 들이붓는다고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제는 그렇게도 맑아서 자외선 선크림도 막 바르고 그랬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먹구름이 끼었지만,

그냥 지나가는 구름이라고 가볍게 생각하지 말았어야 되었나보다.


그러고보니 엄마도 어젯밤 내가 씻고 방으로 들어가던 중에 뉴스 끝나고

내일은 우산 챙기라고 하셨던거 같은데...

그냥 흘려들어서 미안해요 엄마...

 


비가 내린 걸 보면 보통 어떤 사람들은 우울해진다고 하는데,

나도 그렇게 되는 듯하다.

 

 

마치 오늘 날씨가 오늘의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한.

 

 

 

오늘 아침부터 실수연발.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넘어지고,

보통 한 두번밖에 안 넘어졌는데, 오늘은 한 열 번씩이나 넘어졌고,

 

오늘 레슨에선 같은 파트에서 계속 실수가 나왔고,

그런 실수에 내 스스로 당황한 나머지 내가 자신있던 파트에서까지 실수를 범하게 되어서

결국엔 트레이너 선생님에게 꾸중을 들었다.

 

레슨이 끝나고 풀이 죽은 나에게 프로듀서는 괜찮다고 머리까지 쓰다듬으면서 다독여줬지만,

이미 우울할대로 우울해진 내 마음은 도저히 가라앉히지 못했다.

 

 


평소엔 작은 실수라도 '다시는 이런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지!'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그랬겠지만,

오늘은 날씨도 그렇고, 내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우울해져 있었다.

 


레슨이 끝나고 나서 나를 사무실로 데려다준 프로듀서는

곧바로 마코토와 유키호의 보컬 레슨이 있다고 하면서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곧이어 사무실을 떠났다.

 


코토리씨는 다른 아이돌들의 서포트가 필요할 듯해서 자리를 비웠고,

사무실엔 나 혼자 있었다.

 


사무실 한켠 소파에 앉아서 잔뜩 움츠린 채 있던 나는

창문에 비가 내리는 광경을 보면서 우울해진 나의 마음을 다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집에 가서 쉬려는 마음과 함께

삐끄덕거린 낡은 사무실 문을 열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막상 사무실 계단에 내려와서 현관에 서있는데 난감했다.

오늘은 비가 올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우산도 안챙겼고,

사무실 문 한쪽에 있는 우산통엔 사무실 사람들이 다 가지고 나갔는지 우산이 없었다.

 


오늘 하루는 내 마음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아침부터 레슨에서의 실수의 연속... 그리고 지금까지.

 


밖에는 하늘이 성이라도 났는지 비가 아까보다 더욱 퍼부었고,

나는 이도저도 못한채 현관에서 머뭇머뭇거렸다.

 


그냥 지금 밖에 나가서 저 비라도 맞으면 오늘 우울해졌던 마음이

조금이라도 지워질까라는 생각이 머릿속 한켠에서 떠오르고 실행에 옮기려던 그 찰나.

 

 

 

"...하루카?"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치하야쨩? 여긴 어떻게...?"

 

 

 

키사라기 치하야.

내 친구였다.

 

 

 

"...그게... 노래 CD사려고 근처에 있는 앨범 가게에 있다가 비가 너무 쏟아져서 잠깐 사무실에 들렸다가 쉬려고..."

 

"에? 정말?"

 

"응. 근데 하루카는 왜 여기에...?"

 

"아... 사실은 집에 가려고..."

 

 

일부러 치하야쨩한텐 내 우울한 표정을 안보이려고 미소를 지으면서 시선을 아래쪽으로 옮겼는데,

그녀의 왼 손엔 비에 젖은 청색 계통의 우산이 있는데

다른 쪽 손엔 빨간색과 짙은 노랑색과 녹색이 잘 어우러진 체크무늬의 우산이 쥐어져 있었다.

 

 

"치하야쨩, 그 우산은...?"

 


"아... 이건..."

 

 

치하야쨩은 어딘가 창피한지 얼굴은 약간 빨개지고, 우물쭈물해진 반응을 보이면서 말했다.

 

 

"사실 아까 프로듀서한테 연락을 받아가지고... 하루카를 좀 위로해주라고...

그리고 혹시나 하루카한테 우산이 없을까봐 집에서 가지고 나왔어..."

 


"치하야쨩..."

 

 


치하야쨩이 일부러 나때문에 사무실까지 와줬다고...?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치하야쨩의 오른손에 들려있던 우산이 불쑥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하,하루카... 같이 집에 가자..."

 

 

그 순간 오늘 하루동안 우울해졌던 나의 마음은 얼음이 스르륵 녹는거처럼 사라졌고,

그 빈 자리엔 뭔가 따뜻한 기분이 한 줄기 빛마냥 채워져갔다.

 

 


"응! 치하야쨩!"

 

 


나는 그렇게 해맑게 웃는 표정을 지으며 치하야쨩이 주는 우산을 쓰고 그녀와 함께 발을 맞추며 집으로 향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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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1시간만에 글을 쓰려니 뭔가 말이 잘 안맞긴 하지만... 썼긴 했습니다...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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