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어느 비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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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6, 2014 22:38에 작성됨.

린 「어느 비오는 날」

등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을 걸음에 맞춰 흔들며 린은 느긋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던 중 갑자기 내린 한 방울을 빗방울이 린의 볼에 떨어졌다. 찬 감촉을 느낀 린은 손으로 얼굴을 닦는 대신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어느새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하늘에서 고개를 돌린 린은 잠시 거리를 둘러보고 가장 가까운 가게 문 앞으로 걸어갔다. 린이 가게에 들어간 순간 하늘에서 수많은 빗방울이 도시를 적셨다. 가게 안에서 창밖의 풍경을 본 린은 전화로 우산을 가져와 달라고 부탁할 것인지 비가 그치길 기다릴 것인지를 생각했다. 이 때 문이 벌컥 열리며 양복차림의 한 남자가 들어섰다. 비에 젖은 양복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고, 뛰어와서 그런지 몸가짐이 약간 흐트러져 있었다. 린은 주의 깊게 남자를 바라보다 평소와 같은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프로듀서?」

옷매무새를 가다듬던 남자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린을 보았다.

「린? 여긴 어쩐 일이야?」

「가게 일로 잠깐 배달을 가는 길이었어. 프로듀서는?」

프로듀서는 안경 닦는 손수건을 꺼내 렌즈를 닦으며 말했다.

「요 근처 음식점에서 라디오 관계자분과 대화하고 오는 길이었어.」

「흐음.」

린은 아까 전과는 다른 눈으로 프로듀서를 바라보았다. 프로듀서는 이런 린의 시선을 눈치체지 못하고 밖을 바라보았다. 비는 더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음....... 더 세게 내리네.」

「응.」

프로듀서는 손목시계를 보고는 잠깐 생각해보더니 린에게 말했다.

「린, 비 그칠 때까지 커피 마시지 않을래?」

「응? 괜찮지만. 프로듀서는 일하는 도중 아니야?」

「밖에서 하는 일이 끝나서 여유가 있거든.」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중에 치히로 씨한테 늦었다고 불평을 듣겠지만.......」

린은 피식 웃었다. 프로듀서도 따라 웃었다.

「그럼 린 저쪽에 가서 앉을래?」

「응.」

둘은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웨이트리스가 주문을 받아갔다.

「그나저나 꽃집도 배달하는구나.」

「응. 보통은 어머니가 나가시지만 오늘처럼 내가 대신 갈 때도 있어.」

「무겁지 않아?」

「별로.」

「멀리 나가기도 해?」

「멀리 간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야.」

「그렇구나.」

프로듀서는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히히, 린을 보려고 일부러 배달하는 사람도 있겠네?」

린은 동요하지 않고 웃었다.

「후훗, 꽃다발을 배달시켜서 내게 청혼한 사람이 있었어.」

「뭐!」

프로듀서가 크게 놀란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갑작스런 프로듀서의 행동에 놀랐지만 이내 침착한 태도로 린은 말했다.

「진정해, 프로듀서. 농담이니까.」

프로듀서는 한 번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아, 음, 그렇지.」

헛기침을 한 번하고 프로듀서는 말했다.

「뭐 알고 있었어. 일부러 그런 거야, 일부러.」

린은 고개를 조금 숙이고 쿡쿡하고 웃었다. ‘프로듀서는 놀리는 재미가 있다니까’라는 소악마적인 생각한 린이었다.

「어 흠! 어쨌든 린. 만약에, 만약에 고백 받거나 하면 제일 먼저 나에게 알려줘.」

「어째서?」

린은 고개를 갸웃해 보이며 프로듀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야.......」

이 때 웨이트리스가 커피를 가져왔다. 웨이트리스가 가자 린은 재차 물었다.

「그야?」

「그야 난 린의 프로듀서니까. 프로듀서로서 담당 아이돌이 스캔들에 휘말릴 수 있는 일은 피하고 싶으니까.」

린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쓰지 않고 단 커피였다.

「고백이나 연애 같은 건 사적인 일이니까. 프로듀서가 참견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프로듀서도 한 모금 마셨다. 프로듀서는 쓴 커피였다. 써서 찡그리는 건지 아니면 정론에 반박할 말을 생각할 말을 생각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 말이 맞지만 난 린을 톱 아이돌로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니까....... 약간의 사생활 참견은 불가피하다고 해야 할까....... 에, 그러니까.......」

린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흐뭇한 표정으로 프로듀서를 바라보았다.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을 하던 프로듀서는 린의 태도를 보고 얼굴을 붉혔다. 부끄럼을 감추기 위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불평했다.

「요즘 미오랑 같이 너무 놀리는 거 아니냐?」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린은 말했다.

「미안해, 프로듀서.」

그 뒤의 ‘하지만 너무 재밌는 걸.......’이란 말은 하지 않은 린이었다.

이렇게 웃고 떠드는 사이에 비는 서서히 가늘어 지더니 마침내 완전히 그쳤다.

「아, 그쳤다.」

프로듀서가 말했다.

「자, 그럼.」

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프로듀서도 가방을 챙겨 일어났다. 계산을 하는 중 린은 프로듀서 곁에 서서 말했다.

「프로듀서....... 나 솔직히 좋아하는 사람 있어.」

프로듀서는 계산을 마치고 린은 보았다.

「그거 거짓말이지?」

린은 정말 즐거운 듯이 웃으며 말했다.

「후훗, 어떨까?」

그리고 유유히 밖으로 나갔다. 프로듀서는 신경 쓰이는 듯 얼굴을 조금 찡그리더니 린에게 뛰어 나갔다.

「린, 잠깐만! 확실히 얘기해줘!」

검은 구름 사이로 따뜻하게 비추는 태양 아래를 걷던 린은 돌아보며 미소지었다.

-끝-

 

 허스키블루「오래오래 폭발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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