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네 「보이지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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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1, 2014 22:24에 작성됨.

귀하, 귀하께선 아시는지요.

7월이 어떠한 달인지.

 

그저 덥고 짜증나는 계절일 뿐입니까?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큰 의미를 갖는 달이랍니다.

 

네? 저는 여름보단 가을이나 겨울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입니까. 칭찬이었으면 좋겠군요. 아, 칭찬인 겁니까. 후훗, 감사합니다.

 

귀하, 알고 계시는지요. 1969년 7월 20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렇습니까, 그때엔 태어나지도 않으셨다고요. 그거야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귀하는 역시 재미있는 분이시군요. 아, 물론 놀리는 건 아니랍니다? 후후….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선인 ‘이글’이 달의 한 지점, 통칭 ‘고요의 바다’라고 불리는 곳에 착륙한 날입니다.

인류가 최초로 지구 이외의 천체에 발을 내딛은 날이지요. 참으로 뜻 깊은 날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요? 귀하께서 방금 전에 묻지 않으셨습니까. 7월이 어떠한 달인지. 

‘프로듀서가 바보라서 미안하다.’입니까? 귀하, 설마 토라지신 것인지?

‘내가 나이가 몇 갠데 그런 걸로 삐지겠냐.’입니까. 하지만 방금 그 표정은 분명히….

 

후훗, 이래 보여도 귀하와 오래 알고 지냈으니, 귀하가 저를 알고 계신 만큼 저 역시 귀하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답니다.

 

귀하, 어쩐지 얼굴이 붉습니다만. 

혹시 부끄러우십니까? 그다지 부끄러워할만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어찌하여…?

‘네 그런 말들이 날 부끄럽게 만든다.’입니까.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잘 모르겠군요. 전 그저 제가 생각한 그대로를 귀하께 말씀드리는 것뿐입니다.

귀하라면 제가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를 숨기지 않고 내비쳐도 좋은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후훗, 거짓이 아니랍니다. 물론 농담 또한 아니지요.

저는 귀하께 큰 은혜를 입은 몸이기에, 진실로, 귀하를 깊이 생각하고 있기에.

 

‘깊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에 다시금 얼굴이 붉어지셨습니다만.

기분 탓입니까?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깊게 생각하고 있다.’라는 표현은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점이 있군요. 

 

언제부터였을까요, 제가 귀하를 깊게 생각하게 된 것은.

모르십니까.

‘내가 알 리가 있겠냐.’입니까? 말씀대로네요. 그야말로 우문현답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너 요즘 날 놀리는 횟수가 부쩍 는 것 같다.’ 입니까. 그랬나요? 후후… 저는 그렇게 느끼지 못한 바입니다만. 

‘가해자는 피해자의 사정을 모른다?’ 가해자라니, 제가 무언가 대단한 일이라도 저질러 버린 것 같지 않습니까. ‘나에게 있어서는 충분히 대단한 일이다.’입니까. 그렇군요.

 

그러니까 그런 것이로군요. 어린 아이들이 흔히 하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일부러 더 거칠게 구는 행동.

…이번엔 정말 기분 탓이 아닌 것 같군요.

 

‘자꾸 날 곤란하게 하지 마.’입니까.

누가 누구를 곤란하게 만드는지 진정 모르시는 겁니까, 귀하.

 

‘하지만 너와 나는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관계….’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귀하. 물론 제가 귀하를 연모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면 굉장히 큰 파장이 일겠지요.

 

…지금 와서 놀라시는 이유는 무엇이온지.

설마 제가 이렇게까지 어피-일을 했음에도 지금까지 모르셨던 겁니까. 귀하는 정말 둔감하시군요.

짓궂은데다 둔감한 사람, 후훗.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렇게 귀하가 걱정되신다면, 제가 언젠가 이 세계의 정점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본 후, 더 이상의 미련이 없어지는 그날. 귀하께 다시 한 번 제 마음을 전하겠습니다.

 

…….

 

……….

 

라는 건, 역시 저 답지 않군요.

 

귀하, 저는 욕심이 많은 소녀랍니다.

평소에는 모두가 생각하는 시죠 타카네를 연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제 손에 넣고 싶은 것은 조금이라도 더 빨리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지요.

정상의 자리도, 그리고 귀하 역시.

 

제가 별을 바라볼 때, 저는 과거를 바라봅니다.

그런 말도 있었지요. 우리가 보는 별빛은 사실 몇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별에서 출발한 빛이니 사실 우리는 까마득한 과거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제가 달을 바라볼 때, 저는 미래를 보고 있습니다.

달을 바라보며 이곳에서의 목표를 생각하는 저이기에, 언젠가 저 달이, 목표가 점점 가까워지고 마침내 움켜쥘 수 있게 된다면, 저는 그때 고향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지는 곳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가 귀하를 바라볼 때, 저는 제가 이 시간, 이 공간 안에 살아있음을 실감합니다. 저에게 있어 귀하는 바로 지금, 현재나 다름없는 존재입니다.

 

…인간은 지금을 살아가는 동물이지요? 

과거, 미래, 그 무엇도 현재보다 중요하진 않답니다.

 

꽤나 기묘한 표정을 하고 계시는군요. 

사진을 찍어서 동료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정도랍니다.

 

그래서 제 마음을 알게 되었으면서 결국 대답은 나중으로 미루시는 겁니까.

‘조만간 알려주겠다. 지금의 나에겐 너무 벅차다.’입니까. 그렇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만, 충분히 예상했던 대답입니다. 귀하라면…

 

자, 그럼 이제 슬슬 돌아갈까요. 너무 늦으면 내일의 일에 지장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귀하, 가장 중요한 건 귀하의 건강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길.

앞으로 저희에겐 긴 여정이 남아있답니다. 마치 달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고 있는 것처럼.

 

네?

아,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인간이 달에 처음으로 착륙한 7월이 저에게 큰 의미를 갖는지 묻는 것입니까?

 

후훗, 그것이야 물론

톱 시크릿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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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동안 쓰려 했는데 핏자의 유혹으로 인해 30분 동안 대충 휘갈겼습니다.

모티브가 된 곡은 제목에서 보시는 대로 동방 영야초의 '보이지 1969'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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