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기 좋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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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06, 2014 23:25에 작성됨.

타카네의 시점, 에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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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おや?)”

아무래도 머리 장식을 연습장에 놓고 온 모양입니다. 내일 아침 일찍 하는 오디션을 위해서는 이 방에서 가지고 바로 오디션으로 향해야 할 터인데, 저도 참 경망스럽군요. 중요한 물건을 깜빡 잊고 돌아오다니. 시간은 밤 10시, 아직 그리 늦지 않은 밤입니다. 가지고 온 다음에 잠에 들면, 아무 문제 없을 터일 겁니다.

 

문을 나서니 묘한 밤입니다. 정말로 묘한 밤입니다. 주위를 지나가는 사람들도 적당히 있는, 도시의 흔한 밤일 터인데도 기묘합니다. 바람은 적당히 식어 가볍게 입은 제 몸의 열기를 꺼트리지도, 그렇다고 다시 그 열기를 높이지도 않을 정도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들 제각각일터인데, 저랑은 거리가 있는 이 느낌. 저 혼자만이 도시와 유리되어 있는 느낌은, 고독하면서도 동시에 도시 안을 걷는다는 것은 잊지 않을 정도라, 만약 숲에서 헤매인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이 감각을 사실 알고 있습니다. 한여름밤만이 가지는 묘한 감각입니다. 봄도, 가을도, 겨울도 이런 느낌을 주지는 못합니다. 달은 차분히 떠있고, 공기는 적당히 식어 이 밤 길을 계속해서 걸어갈 수 있을 듯한 또 걸어가고 싶게 만드는 이런 느낌은 한여름밤만의 감각입니다. 외롭지도, 그렇다고 들뜨지도 않은, 몹시 더운 날이 시작되었을 때 중간에 잠시 쉴 수 있는 그런 느낌입니다. 이런 한여름밤을, 쌍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저 혼자 걷자니 묘하게 두근두근거리기까지 합니다. 더군다나 모두들 집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저 혼자 거슬러 올라가자니, 거리감은 더 커지고 이 길이 계속해서 길어지는 느낌입니다. 기묘한 것은, 그게 그리 싫지는 않다는 것이겠지요.

  차도를 따라 걷다가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오늘은 반달이 뜬 밤입니다. 좋아하는 것은 보름달입니다만, 오늘은 저 달도 싫지는 않군요. 반만 남은 달을 보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지나가는 차들마저 이상하게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군요. 저 혼자만이 남아있는 재밌는 감각입니다.

 

  연습장은 아직도 불이 켜져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매일 밤 늦게까지 남아서 연습하는 사람들은 항상 있으니 그리 이상할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오늘만은 별세계 같습니다. 아무도 없지 않을 것을 알고, 그것이 일상일 터인데도.

  빌딩의 문이 잠겨 있어서 순간 당황했습니다만, 경비원 분께서 문을 열어주셔서 다행히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저녁 시간부터는 다시 들어갈 수 없게 되어있는 것을 저는 알고 있었을 터입니다. 그런데 마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여는 문이, 평상시와는 다른 무게 같습니다.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고,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익숙한 발 움직임 소리가 들리옵니다. 이어폰을 꽂은 채로 춤을 연습하고 있는 히비키는 제 존재를 알지 못한 채 연습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한 켠에는, 저번 달부터 보이기 시작한 이름을 알지 못하는 한 아이돌 후보생이 히비키처럼 이어폰을 꽂은 채로 춤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둘 다 저를 알아채지 못했고,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같아서, 저는 그대로 제 머리 장식을 우선 찾았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선반 위에 놓여있는 머리 장식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있네요. 저는 그 머리 장식을 챙긴 뒤, 조용히 히비키 옆으로 걸어갔습니다. 후훗, 히비키는 아직도 열심히네요. 조금만 있으면 히비키는 저를 알아채겠습니다만, 오늘 밤만은 그대로 있으면 알아채지 못할 것 같아서 조용히 히비키의 시야에 들어갔습니다.

“응? 타카네?”

“열심히시군요, 히비키.”

“그야 다음 주가 오디션이니깐…”

히비키는 말을 짧게 끝내고는, 계속해서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근 며칠 간은 둘 다 준비할 것이 많아 연습장에서 서로 연습만 열심히 하는 중이기에, 이런 반응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럼에도 약간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기묘한 것은, 이 어색함이 그리 싫지는 않다는 것이지요. 너무나 당연하게만 느껴집니다. 아직 오늘 밤의 산책이 끝나지 않아서겠죠.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응, 내일 잘 하라고.”

“수고 하시길.”

“응, 타카네도.”

그렇게 저는 다시 거리로 나옵니다.

 

  돌아가는 길 또한 묘한 감각은 계속됩니다. 반달 때문일까요? 다시 달을 보자니, 달만이 조금 뿌옇게 보입니다. 신기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도 저 멀리 빌딩의 숲도 모두 뚜렷한 날인데, 달만이 조금 뿌옇습니다. 그것도 자세히 관찰해야만 알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약간 뿌옇습니다. 구름 탓일려나요, 후훗.

  잠시 머리 장식을 껴보고 걸었습니다. 역시 지금 입고 있는 평범한 옷에는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장식입니다. 바로 뗄까 하다가, 별 상관이 없을 것 같아 그대로 쓰고 걸었습니다. 종종 유리에 비치는 제 모습이, 머리 장식 때문에 혼자만 다른 세계에 있는 듯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좋겠죠. 저는 그대로 걸을 뿐입니다.

  문득 작년을 생각했습니다. 그렇군요, 제가 느끼는 이 감각은 작년에 닮았습니다. 이 곳으로 건너와 춤과 노래를 연습하기 이전의 나날과 닮았습니다. 그 때에도, 혼자서 밤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에도, 이런 느낌을 느꼈습니다. 적당히 식은 감각, 도시 안에서 도시와 분리된 감각, 유리된 느낌들. 어쩌면 저는 작년의 모습도 좋아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목표 없이 고상하게만 지내던 날이 싫어 뛰쳐나왔을 터인데도, 지금 돌아보니 그 나날들을 그렇게 싫어하지만은 않았던 모양입니다. 아직 갈 길이 먼데도, 지금까지 걸어온 나날들이 사랑스러워지는 모양입니다. 나쁘지는 않군요.

  돌아오는 길은 나왔을 때보다 짧아, 금방 방에 도착합니다. 나쁘진 않죠.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잠들면, 다시 그 햇살이 뜨겁고, 아직 거둘 것 없어 즐기지 못하는 나날로 돌아갈 겁니다. 나쁘진 않죠. 눈을 뜨면 달(月)은 지고, 다시 일상(日常)으로 돌아갈 겁니다. 나쁘지 않죠.

  산책하기 좋은 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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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내용은 없는 글이었습니다.

 

아직 아이돌 지망한지 3개월 정도밖에 안 되는 상태에,

 

P가 들어오기 전의 765프로라고 생각해주세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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