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장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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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03, 2014 02:58에 작성됨.

아쥬님과 저의 콜라보입니닷
제가 스타트를 끊습닌닷

 

 


~START~

 

 

P「where am i」

멍청하게 읖조릴 수밖에 없는 광경. 지끈거리는 머리를 들자 눈에 비치는 것은 사무소의 평범한 광경이 아닌 오싹할 정도로 음침한 내 방. 창문은 모두 왠 철창으로 막혀있고, 문은 밖으로 자물쇠가 설치된 모양이다.

P「what a jerk」

아무말이나 곱씹지 않고 내뱉으며 이리저리 머리를 추스르고 피가 안 통하는 다리를 주물러 움직이며 흐리멍텅한 눈을 여러번 감았다 뜬다. 또 감금인가, 또 갇힌건가. 이를 갈며 자물쇠로 분명 잠겼을 문을 열어본다.

덜컥,

뭔가 의심쩍은 소리를 내며 문은 순순히 열린다. 상당히 헐겁던데, 그래서 열린걸까? 바깥은 휑하니 아무도 없는 듯하지만 타는 듯한 노을은 밖을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여 놓은 채다. 아름다운 광경임이 틀림없지만, 오싹함을 지울 수가 없다.

P「뭐지 이거 진짜」

내가 갇힌 지 꼬박 하루가 지났다는 건가? 알아낼 수 없다. 시계도, 휴대전화도 아무것도 없음을 정신이 들자마자 확인했기 때문이다. 항상 입는 낡은 양복차림일 뿐이다. 아무것도 없지만 넥타이는 있다. 다행인걸까.
쑤시는 머리를 쓸며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확인해나간다.

 

* * *

 

몇시간 전,

 

야요이「웃-우! 이걸로 벌써 하루가 다 지났네요!」
P「나의 야요이는 오늘도 활기차고 이쁘고」
야요이「우우...」///
P「색기가 넘치네」
야요이「하와와」///
이오리「잠깐, 너! 야요이에게 무슨 말을 하는거야!」
P「미나세도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서」
이오리「키잇...」
야요이「그런데 프로듀서, 색기가 뭔가요?」
P「」
이오리「」

 

P「그만큼 야요이가 어른스럽다는 걸까」
이오리「뭣」
야요이「헤에, 저 엄청 기뻐요!」
이오리「너 그거 책임지고 정정해야해」
P「나는 이제 몰라」
야요이「그런데 오늘은 프로듀서도 저를 프로듀스하느라고 많이 힘드셨으니까」
P「응?」
야요이「헤헤, 하이터-치! 에요!」
P「그래, 하이터-치!」짝
야요이「그럼 가보겠습니다!」타닷
이오리「어, 어, 나는...?」
P「이거야말로 내가 야요이에게 선택받았다는 증거가 아닐까」

 

미나세는 뭔가 원망스런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곧 야요이를 뒤따라 사무소를 나간다. 나는 뻐근해서 잠시 기지개를 펴고, 의자에 앉아 다시금 보고서를 작성하려고 하던 찰나,

 

하루카「오늘도 힘내셨어요, 프로듀서 씨♡」
P「아, 아, 안녕하세요...」

 

아마미 하루카. 정말 사랑스럽고 귀엽고 어여쁜 소녀는, 백옥처럼 흰 얼굴을 깜짝 놀랄리만큼 갑자기 들쑥 내게 들이민 것이다.

 

하루카「오늘은 야요이와 계~속 함께셨죠?」
P「스케쥴 상 그럴 수밖에 없었지. 하루카는 오늘 어땠어?」
하루카「메일 했는데요.」

 

갑작스럽게 차가워진 목소리는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주위를 차갑게 얼어붙게 한다. 나는 급하게 휴대전화를 꺼내려 주머니에 손을 넣으려는 찰나,

 

하루카「흐응, 얼마나 즐거우셨길래 제 메일을 확인도 못 하셨던걸까?」
P「그, 일하는데 방해가 되면 안되니까, 녹음기기는 민감하고, 그래서 알림을 잘」
하루카「일하는데 필요한 연락은 어떻게 받으셨을까?」

 

끝났다... 갑작스러운 변명조차 가뿐하게 밟아버리는 이 무섭고 귀여운 아이의 차가운 미소를 감당할 체력도 없다. 이미 간파당하고 있는걸까.

 

하루카「며칠 간 쭉 지켜본 결과, 아무래도 프로듀서 씨에겐 역시 벌이 필요해요」
P「무, 무슨 벌을...?」
하루카「자진해서 받겠다는 태도는 높이 사겠어요」후훗♪

 

그야 괜히 네 심기를 거스르면 거스를수록 고통밖에 남지 않으니까...

 

하루카「잘 알고 계시네요」

 

하루카는 세련된 붉은 가죽가방을 뒤적거리더니 무언가 꺼낸다.

 

P「내가 사준 호신용 전기충격기」
하루카「자주 보죠?」
P「너는 역에서도 집까지 거리가 꽤나 있으니까, 조심하라는 의미에서 사줬지」
하루카「엄청 기뻤다고요」에헤헤
P「마음에 들어해서 정말 다행이야」
하루카「그리고 그걸 프로듀서 씨에게 쓴다니」츄릅
P「뭐라고」
하루카「그 배덕감이 너무 짜릿하네요!」
P「」

 

* * *

 

그렇다, 그렇게 된 것이군. 호흡을 가다듬고, 나는 하루카에게 사주었던 전기충격기에 당해 정신을 잃고, 여하튼 내 집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방은 엉망이었고, 사람의 손을 탄지 제법 오래된 것 같다. 내 방이긴 해도 여기저기 거미줄에 쳐있고, 먼지가 가라앉을 때까지 방치해두진 않는다. 최악의 경우, 하루나 며칠이 아니라 몇 달 또는 몇 년동안 정신을 잃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무의식중에 턱을 쓰다듬는다. 그러나 수염은 깨끗이 면도되어 있다. 그렇다는 건.

 

나는 순간적으로 오싹한 공포를 느끼고 뛴다. 아무곳이나 좋아, 사무소라도 좋아, 경찰서라도 좋아. 내 수염이 이렇게 깨끗할 정도로 면도되어 있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계속 주도면밀히 관리되고 있었다는 소리이며, 그 누군가는 하루카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문단속에 무언가 실수라도 한 거겠지,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도망칠 절호의 기회, 아니면 마지막 기회라는 사실을 알고 냅다 달린다.

 

「그렇게 혀를 축 내밀곤, 그렇게 기분 좋으셨나요?」

 

익숙한 목소리가 머릿속을 빙글빙글 돈다. 어쩌면 몇 달, 몇 년동안 있었던 일을 계속 지우고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뭔가 비참함을 지울 수 없지만, 살아남고자 하는 집념으로 무의식중에 한 일이겠지. 기억할 수 없는 편이 축복일지도 모른다. 자동차 열쇠도, 지갑도 없다. 나는 뛸 수밖에 없다. 내가 야요이의 집이 보일만큼 가까이 오게 된 것은 이미 주위가 어두컴컴해질만큼 아득히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지만, 괴상하게도 하늘엔 아직도 노을이 붉게 불타고 있다. 마치 시간이 멈춘게 아닐까, 숨이 멎을만큼 가쁘게 뛰고 있건만, 몸은 점점 오싹해지기만 한다.

 

그리고 야요이의 집은 황폐할만큼 정돈되지 않은 채, 쓰러지기 직전의 폐가와 다름없다. 나는 터져나오려는 비명을 꾹 집어삼킨다. 으스스한 야요이의 집에 들어가는 수밖에 달리 선택지가 없다. 한참을 뛰는 동안, 사람은 한 명도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지나가는 개조차 볼 수 없었다. 아무도 없는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야요이라면, 그 천사처럼 밝은 미소로 나를 맞이해줄 것이다.

 

P「야요이?」
야요이「웃우...」

 

잘못 들은게 아니다. 분명 야요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기쁨과 걱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천천히 야요이의 집에 발을 들여놓는다. 먼지가 수북히 쌓였으니 신발을 신고 들어가도 흉보진 않겠지. 그렇게 청소를 열심히 하던 야요이가 집을 이렇게 방치해놓다니, 뭔가 이상하다. 그런 불안함을 애써 무시한 채, 나는 야요이의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한다.

 


* * *

 


넹, 2편은 아쥬님께서 이어주십니다! 저와 아쥬님의 콜라보를 즐겨주세용ㅎ
사실 제가 뭘 썼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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