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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이치하라 니나 「할머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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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5, 2017 00:00에 작성됨.

 시즈오카에 있는 작은 나무집, 그곳이 내가 살고 있는 집이다.

 

 자식들도 이제 모두 결혼하고 다 집을 나가버린 지금은, 그리 큰 집은 필요 없으니.

 

 영감도 떠난 지 벌써 4년이 지나지만, 밀려오는 적적함은 지금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집을 찾아오는 사람도 아무도 없으니.

 

 그랬었는데.

 

 《아, 엄마? 그게 내가 방송사에 신청했던 출연자에 당첨돼 버렸어. 전에 얘기했잖아? 그, 아이와 노인분들이 같이 출연하는 방송.》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분명 딸아이가 무슨 방송에 신청해도 되냐고 물었지만, 그 때는 아무생각 없이 허락했을 뿐이었는데…….

 

 그 뒤에는 적적함이 가실 정도로 바쁜 나날이었다. 방송사에서 연락이 오고, 딸아이도 걱정이 되는지 자주 올라와 줬으니까.

 

 계약에 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딸아이가 대신 해주었지만, 주의사항을 읽는 것이나 감사인사나 사인을 하는 것은 본인이 해야 되니까, 늙은이에게는 나쁜 나날이었지.

 

 그래도 오랜만에 느끼는 사람의 온기에, 마음이 따듯해졌다.

 

 그리고 촬영 전날, 정장을 입은 싹싹해 보이는 청년이 집을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키노시타 할머니. 요번 촬영 협력, 감사드립니다.”

 

 그는 예의가 바르게 인사하며 선물을 건네, 자신이 내일 여기에 올 아이의 ‘프로듀서’라고 소개했다.

 

 “이런 곳에 서 있기도 뭐하니, 일단 올라오게.”

 

 “감사합니다.”

 

 이 친구가 왜 여기에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집에 들여보냈다. 이 나이가 되니 사람이 찾아오면 누구든 즐거워지니.

 

 “자, 보리차일세.”

 

 “감사합니다.”

 

 그는 보리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입을 열었다.

 

 “……사실 찾아온 것은 다름이 아니라――”

 

 여기에 오는 아이의 이름이 “이치하라 니나”라고 하며 아이돌 일을 하고 아이가 얼마나 착한 아이인지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아이 자랑을 하는 내 자식들과 겹쳐 보여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조금 말투에 문제가 있어서……할머니께 실례를 범할지 모르니, 그럴 때는 부디 용서해주실 수 없는지 부탁드리러 왔습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그가 아이를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지가 느껴졌다.

 

 “아이의 말이 조금은 험할 수도 있는게지. 이미 생각이 좁아진 노인네지만,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은 가지고 있네.”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기에 그 아이에 대해 궁금해졌다.

 

 “대신, 시간이 된다면 자네가 그렇게 자랑하는 아이에 대해 들려주게나. 이 나이가 되면 대화 상대가 없어 적적하니.”

 

 이런 내 말에, 그는 감사하다며, 이치하라 니나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사무소에서 우연히 만난 이야기. 같이 햄버거를 먹으러 간 이야기. 놀이공원에 놀러 가서 돌아다니는 인형 옷을 니나가 입게 된 일. 라이브가 성공했을 때 얼마나 기뻐했는지.

 

 볼을 빨갛게 상기돼서 말을 잇는 걸 보고, 니나라는 아이는 정말 사랑받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오늘은 얘기를 들어주셔서, 용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닐세, 오히려 늙은이의 적적함을 줄여 주었으니, 내가 감사해야지.”

 

 아쉽지만, 해어짐의 시간이 다가왔다. 잠시의 인사를 나누고, 마중을 보내니, 오랜만에 없어졌던 적적함이 땅거미와 손을 잡고는 서서히 내려왔다.

 

 하지만, 동시에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기대가 있었다. 저렇게 사랑받는 이치하라 니나를 내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가.

 

 어떤 아이일까? 이런 할머니가 친해질 수 있을까? 싫어하는 음식은 있을까?

 

 빙글빙글 도는 생각과 기대를 안고 적막함 속에 울리는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오늘 밤은 지나갔다.

 

 

--------------------

 

 다음날, 드디어 기대했던 이치하라 니나――니나와 만날 수 있었다.

 

 폭신폭신해 보이는 토끼 인형 옷을 입고, 긴 주황색 머리를 흔들면서 뿅뿅 소리가 들릴 것 같은 토끼 걸음으로 뛰면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모습으로.

 

 과연, 말로 들었던 것 같이 귀엽고 활기찬 아이구나.

 

 “열나게 잘 부탁하는 거예요!”

 

 ……말투도 들은 것과 같이 험한 아이구나.

 

 그래도 주위에 있는 방송 스태프들이 웃으며 보는 걸 보면, 흔히 있는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보고 있으니, 니나는 시선을 느꼈는지 토끼 귀를 뿅긋 세우고는 이쪽을 돌아봤다.

 

 ……요즘 기술은 대단하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자니, 어느새 토끼 걸음으로 니나가 바로 앞까지 와 있었다.

 

 “쳐 봐대고 있는 할머니가 프로듀서가 말해댄 할머니인가요?”

 

 ……정말, 저런 천진난만한 웃는 얼굴로 저런 말을 하니, 익숙하지 않구나. 어제 그 말을 듣지 않았다면 뭐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단다.”

 

 “와―이! 잘 부탁 해대는 거예요!”

 

 정말,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아이구나.

 

 “니나는 이치하라 니나라고 하는 거예요. 니나라 쳐 부르면 되는 거예요! 할머니는 뭐라 쳐 부르면 되는 거예요?”

 

 “이 할머니는 키노시타 나츠카(木下 夏花)라 한단다. 이 할머니는 나츠카 할머니라 부르면 된단다. 니나야.”

 

 “나츠카 할머니인가요!”

 

 대화를 나누어 보니, 이 아이는 정말 천진난만하고 말에 악의가 없다는 게 느껴진다.……정말, 이 아이의 부모는 어떤 생각으로 말투를 고치게 하지 않는 걸까.

 

 그러고 보니, 손자들도 이렇게 작았을 때가 있었지, 이제는 어리다고 부를 수 없게 성장했지만.

 

 “어? 머리 쳐 만져주는 거예요?”

 

 “싫었니?”

 

 “아니에요! 니나, 머리 쓰다듬어 지는 거 열나게 좋아하는 거예요!”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었지만, 다행히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

 

 “아, 니나 여기에 있었어?”

 

 계속해서 니나를 쓰다듬고 있자니, 들은 적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프로듀서! 어디 쳐 가대고 있던 거예요!”

 

 “미안 미안, 잠깐 스태프들과 협의할게 있어서.”

 

 “그래도 니나의 옆에 쳐 있어 대야 하는 거에요!”

 

 “그건……응. 미안, 되도록 안 떨어지게 할게.”

 

 역시, 니나와 이 청년은 친한 관계인 거 같다. 쓰다듬던 니나가 바로 뛰어가서 달라붙는 걸 보니.

 

 “그, 키노시타 할머니. 오늘은 잘 부탁드립니다.”

 

 “아니, 괜찮네. 그…….”

 

 생각해보니, 이 청년과 어제 긴 시간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름도 묻지 않았구나. 뭐라 부르면 좋을지 모르겠다.

 

 “아, 죄송합니다. 어제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제 이름은 P입니다.”

 

 “P……? 알았네. P. 나야말로 잘 부탁하네.”

 

 “자, 니나도 인사해야지.”

 

 “니나는 프로듀서랑 쳐 틀린 거예요! 이미 인사랑 다 쳐 해댄 거예요!”

 

 “……저, 키노시타 할머니. 니나가 실례하진 않았나요?”

 

 “앗! 프로듀서! 니나 쳐 못 믿는 거예요!?”

 

 “아니, 니나. 못 믿는 건 아닌데……말투가.”

 

 역시, 이 둘은 사이가 좋구나.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있었기에 이런 대화가 가능한 거겠지. 나도 자식들이 어렸을 때에는…….

 

 “나츠카 할머니! 니나 머리 빨리 쳐 쓰다듬는 거예요!”

 

 “……응?”

 

 “니나를 못 믿는 프로듀서는 열나게 싫은 거예요! 그러니까 나츠카 할머니에게 쳐 쓰다듬어 지는 거에요!”

 

 “역시 실례하고 있잖아, 니나. 죄송합니다, 키노시타 할머니.”

 

 “아니, 괜찮다네. 니나도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니. 그리고, 키노시타가 아니라 나츠카 할머니라 불러도 된다네. P 씨.”

 

 “……예, 감사합니다. 나츠카 할머니.”

 

 “빨리 머리 쳐 만지는 거예요!”

 

 “그래, 자 여기로 오렴?”

 

 그 뒤로 당분간 니나를 쓰다듬고 있는 중, 카메라 한 대가 이쪽을 보고 있는 것에 깨달았다. 뒤에 있는 사람은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있는데……?

 

 의문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P가 카메라 감독에게 말을 걸었다.

 

 "저, 뭘 찍고 있으신 건가요?”

 

 “아, 죄송합니다! 그게, 이번 방송은 자연스러운 영상을 찍는 게 목적이어서 그만…….”

 

 “……그런가요.”

 

 “죄송합니다. 혹시 불쾌하셨다면, 이 장면은 커트하는 걸로.”

 

 “아뇨, 그건 저보다 니나와 나츠카 할머니에게 묻는 게…….”

 

 “나는 상관없다만, 니나야. 너는 어떠니?”

 

 “니나도 쳐 상관없는 거예요!”

 

 ……이렇게 한바탕 소동이 될 뻔한 일을 넘고, 스태프들은 방안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게 한 생각이겠지만, 역시 보이고 있다. 하지만.

 

 “와― 여기가 나츠카 할머니의 집인 거예요!?”

 

 “그렇단다. 니나에게는 조금 좁을지도 모르지만.”

 

 “아니예요! 니나가 사는 방하고 열나게 같은 거예요!”

 

 “……그러니.”

 

 낡은 목조 바닥에, 어슴푸레한 전등. 기묘한 항아리, 애들이 낙서한 자국까지. 촬영이라 해서 약간은 정리했지만, 역시 정리할 수 없던 부분이 보인다.

 

 끼익 끼익, 항상 적적함을 늘려주던 낡은 바닥 소리가 오늘은, 크게 들린다. 그래도 평소에 몰려오던 쓸쓸함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왜냐하면――

 

 “열나게 재미있는 거예요! 나츠카 할머니도 같이 여기서 쳐 놀아봐요!”

 

 “뛰어다니지 마렴, 여기는 낡았으니까 부서질지도 모르니까.”

 

 “토끼의 기분이 쳐 되는거예요! 앗!”

 

 쾅! 니나가 넘어지면서 머리를 벽에 부딪쳤다.

 

 “……그러길래, 뭐랬니.”

 

 “니나, 열나게 아픈거예요!!!”

 

 “자, 여기로 오렴.…… 까진 곳은 없구나. 그래도 혹이 생겼으니까. 약을 가져 올 때까지 기다리렴.”

 

 “우우……쳐 아픈거예요…….”

 

 역시, 아이는 아이인가 보다. 니나가 뛰어 다니다 다친 부위는 다행히 크게 다친게 아니지만, 그래도 여자아이에게 혹이 남으면 안되니까.

 

 “……열나게 쓰다듬어 줘서 쳐 감사―한 거예요.”

 

 “그러니, 너무 빨리 달리지는 마렴. 그것보다 니나야. 사탕 있는데 먹으려니?”

 

 “……쳐 받아 먹는 거예요.”

 

 다쳐버려서 이제 조금은 얌전해질까 걱정을 했지만……그런 걱정은 필요 없었다.

 

 “이 사탕 열나게 맛있는 거예요! 나츠카 할머니!”

 

 “그래,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구나.”

 

 “앗! 이거, 나나 언니가 쳐 가지고 있던 게임기죠!”

 

 “그건……글세, 손자들이 두고 간 모양이구나.”

 

 “어! 저기에 처박혀있는 건 뭐예요?! 니나, 쳐 궁금한 거예요!”

 

 “저건 분명……”

 

 니나는 아픈 것도 모르는 지 인형 옷을 입고 온 방안을 뿅뿅 뛰어다니며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온 방에 있는 물건을 물어봤다.

 

 왠지 이 아이가 사랑받는 이유 중 한 개, 안 듯한 느낌이다.

 

 “나츠카 할머니, 쳐 듣고 계신건가요? 저거 뭐냐고 묻고 있는 거예요!”

 

 “……저건, 인형 옷들이구나.”

 

 니나가 가리킨 앞에 있는 것은. 빨간 색 상자였다.손자들이 지금부터 어렸을 때, 손수 만든 옷들. 제봉은 특기가 아니지만 열심히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인형 옷을 쳐 만드셨던 건가요!”

 

 “벌써 몇 년 이나 만들지 않았지만, 많이 만들어 봤단다.”

 

 “열나게 쳐 궁금한 거예요! 봐도 되는 건가요?!”

 

 “……보는 건 상관없지만, 입을 수는 없을지도 모른단다.”

 

 만든 지 몇 년이나 지났고, 무엇보다 상자에 넣어 보관한 옷들이다. 먼지가 쌓여 입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상자를 열어보니.

 

 “열나게 투명한 봉투인거예요!”

 

 “이건…….”

 

 투명한 비닐에, 옷들이 들어있었다. 생각해보니, 딸아이가 다음에 쓸지도 모른다면서 이상한 기계로 포장해놨던 것 같은…….

 

 포장해놨다면 혹시, 입을 수 있지는 않을까?

 

 “와― 이건 곰 씨에, 저건 닭! 뱀도 쳐 있는 거예요! 저기, 나츠카 할머니…….”

 

 “그래, 알았단다. 만약 먼지가 안 쌓여있다면 입어도 될지도 모르니.”

 

 그러고는 작은 사물함에서 꺼낸 가위로 싹둑싹둑 비닐을 잘라, 그 안에 있는 옷들을 꺼내봤다.

 

 연극에서 입은 곰을 본뜬 인형 옷.

 

 닭 축제에 갈 때 입은 닭 모양의 인형 옷.

 

 그리고 손자가 졸라서 만들었던 뱀의 인형 옷까지.

 

 ……추억이 담긴 옷들이구나. 만지니, 그 때 있던 일들이 스쳐지나간다.

 

 그런 여운도 잠시.

 

 "나츠카 할머니, 이거 쳐 입어도 되는 거예요?"

 

 눈을 빛내며 묻는 니나의 모습에 현실로 돌아왔다.

 

 "그래….딸아이가 잘 해준 것 같구나. 먼지 냄새도 없으니, 입어도 된단다."

 

 "와아! 열나게 쳐 기쁜거예요!"

 

 "….니나야? 여기서 벗지는 마렴. 저기에 있는 방에서 갈아입자."

 

 기쁜 건 알겠지만 카메라가 있는 곳에서 바로 갈아입으려 하다니, 못말리는 아이 구나.

 

 "얍! 곰의 기분이 쳐되는 거예요!"

 

 갈아입고 우선, 곰 인형 옷을 입은 니나가 두 팔을 벌리고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가오! 인 거예요!"

 

 "니나야, 옷은 잘 맞니? 불편한 곳은?"

 

 "없―는 거예요!"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아이들이 입었던 옷이라 안 맞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니나에게 잘 맞은 모양이다.

 

 약간 헐렁거리는 부분도 있지만 저걸 약간 고치면…….

 

 "니나, 쳐 어울리나요?"

 

 "그래 잘 어울리는 구나"

 

 "와―이인 거예요!"

 

 "다른 옷도 입어 보려니?"

 

 "예!"

 

 그렇게 니나의 인형 옷 입기가 시작되었다.

 

 "쌕쌕! 뱀의 기분인 거예요! 뱀들을 쳐 둘렀을 때보다 더 좋은 기분인 거예요!"

 

 "….니나야? 뱀을 둘렀다는 건 무슨 뜻이니…?”

 

 뱀을 둘렀다는 니나의 말에 당황하거나.

 

 "멍멍! 니나, 뭔가 열나게 강해진 느낌이 듬니다!"

 

 "귀엽구나."

 

 강아지 귀를 만지작거리는 니나를 쓰다듬거나.

 

 "꼬끼오, 아침을 알리려 쳐 울어 제끼는 닭의 기분인 거예요."

 

 "마당에 닭이 있는데, 한 번 볼테니?"

 

 "예! 이 옷을 입으면 닭들과 쳐 얘기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닭 인형 옷을 입고 마당에 나가 닭들과 얘기를 나누거나……약간, 신기한 기분으로 그걸 쳐다보고.

 

 "냐앙~ 물고기를 쳐 먹고 싶은 기분인 거예요! 어? 미쿠 언니는 물고기 열나게 싫어하지 않나요?"

 

 "니나는 싫어하는 음식있니?"

 

 "없는 거예요!

 

 "착하구나."

 

 "에헤헤~ 쳐 쓰다듬으면 졸린 거예요."

 

 니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그나저나 미쿠라는 아이는 누구일까…? 그래도 니나가 아는 언니가 많은 모양이라 안심했다.

 

 그리고.

 

 "하암…….”

 

 "한숨 자는 건 어떠니. 할머니가 옆에 있어 줄 테니."

 

 니나가 졸린 듯하니, 장롱에서 작은 이불을 펴 주었다.

 

 "낮잠의 시간인 거예요?"

 

 "그래, 자 이리오렴"

 

 "와―이"

 

 ――그렇게 니나는 한참 동안 뛰며 놀다가 잠에 들었다. 지금은 새근새근 자는 니나의 옆 얼굴을 보면 아이답다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런….나도…잠이….

 

 

 …….

 

 

 "으음"

 

 귀여운 숨소리에 잠에서 깨어나니, 창문 밖에 노을이 지고 있었다.

 

 나이를 먹으면 잠이 적어진다는 건 역시 속설인 것 같구나. 이리 잠을 많이 자다니.

 

 "……. 으응? 나츠카……. 할머니……?"

 

 부스럭 거리며 일어나니, 그 소리에 깼는지 니나가 눈을 떴다.

 

 "미안하구나. 일으켜버렸니?"

 

 "…후아암……. 아닌 거예요…니나…열나게…배고파서……."

 

 니나의 말을 듣고 시계를 쳐다보니, 작은 바늘과 큰 바늘이 교차하며 6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확실히 저녁을 먹을 시간이였다. 어린 아이의 배꼽시계는 옛날부터 정직하구나.

 

 "그래, 저녁을 만들자꾸나. 니나가 먹고싶은 건 있니?"

 

 "으으으음…."

 

 니나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역시 토끼 옷을 입으니까 야채를 좋아할까?

 

 "햄버그가 쳐 먹고싶은 거예요!"

 

 …의외로 육식성이구나. 니나는.

 

 그런데 어쩌지, 딸아이가 사놓은 음식중에 햄버그는 없을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냉장고를 찾아보니, 편의점에서 파는 인스턴트 햄버그가 나왔다.

 

 이런 걸 아이에게 먹일 수는 없지. 어쩔 수 없지만 다른 걸로 바꾸자.

 

 "앗, 니나가 열나게 좋아하는 햄버그예요!"

 

 그러자 바로 옆에서 니나가 눈을 반짝이며, 햄버그 봉지를 쳐다보고 있었다.

 

 "니나야, 햄버그가 이거 밖에 없구나. 인스턴트 말고 달리 먹고싶은 건 없니?"

 

 "아니에요! 니나, 이 햄버그 열나게 좋아하는 거예요! 자주 쳐 먹어봐서 알아요!"

 

 아무래도 니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햄버그를 좋아하는 것 같구나. 어쩔 수 없지.

 

 "그럼 식탁에서 조금만 기다려 주겠니? 금방 만들터니."

 

 "예에!"

 

 그리고 니나는 폴짝폴짝 뛰어 식탁이 있는 곳으로 갔다.

 

 니나가 먹고싶어 한 햄버그는 간단하게 만들 수 있었지만 역시 이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 니나가 야채를 먹는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냉장고에 있던 당근, 양파를 꺼내 볶은 뒤 햄버그에 얹었다.

 

 "자, 나왔구나."

 

 "와―아"

 

 볼품없는 음식이 되어 버렸지만 니나는 눈을 빛내며 눈앞에 있는 햄버그를 바라보았다.

 

 이런 걸로 저렇게 기뻐해주니, 정말 착한 아이구나.

 

 "….나츠카 할머니는 같이 쳐 먹지 않는 건가요?"

 

 "내껀 아직 다 만들지 못했단다. 배고프면 먼저 먹고 있으렴."

 

 "…아니에요. 혼자는 열나게 싫은 거예요."

 

 니나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얌전히 앉아있었다. 역시 아이니까 혼자 먹는게 익숙하지 않을걸까? 그래도 기다려 주니 예의가 바른 아이구나.

 

 햄버그 위에 아까 볶고 남은 야채를 얹을 뿐이니까 별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이제 쳐 먹어도 되는 건가요?"

 

 "그래, 먹자구나."

 

 "잘 먹겠습니다!"

 

 니나는 큰 소리로 말하더니, 햄버그를 정말 맛있는 듯이 먹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입술이 호弧를 그리는 구나.

 

 그렇게 바라보고 있으니 니나가 손을 멈추고 지긋히 바라봤다.

 

 “나츠카 할머니는 안 쳐먹는 거예요?”

 

 “아, 미안하구나. 니나가 너무 귀여워서 말이지…….”

 

 “밥상에서 멍하니 쳐 있으면 안 되는 거예요! 자아!”

 

 아무래도 멍하게 있는 것이 싫었는지, 니나가 햄버그를 집어서는 입 앞까지 갖다줬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될 텐데.

 

 “그래, 고맙구나.”

 

 바삭. 음, 평소에 먹던 음식이지만, 니나가 주니까 뭔가 더 맛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자, 니나도 한 개”

 

 “아―앙인 거예요!”

 

 그렇게 니나에게도 햄버그를 주며, 저녁시간이 끝나 갔다.

 

 그리고.

 

 “예! 컷! 고생하셨습니다.”

 

 ……해어짐의 시간이 다가왔다.

 

 처음부터 예정은 오전부터 저녁까지의 촬영이었다. 니나같이 어린 아이를 밤 늦게까지 둘 수도 없을테니.

 

 하지만 쓸쓸함은 어쩔 수 없구나.

 

 “프로듀서! 니나, 여기서 쳐 자면 안 되는 거예요?”

 

 “으음……그렇게 해주고 싶지만, 이것만큼은…….”

 

 니나도 해어지는 것이 싫은 것 같다, 그 마음은 고맙지만. 걱정하는 부모님도 계실테니까.

 

 “니나야, 나를 생각해주는 건 고맙지만, 이제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부모님이 걱정하시잖니.”

 

 아무런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는데, 그 말에 니나의 움직임이 뚝 멈춰버렸다.

 

 “……없는 거예요”

 

 그리고 그 입이 작게 움직였다. 너무 작은 소리여서 들을 수 없었지만, 니나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말을 걸치려는 찰나.

 

 “자자, 니나! 오늘은 나하고 같이 있어야지!”

 

 그 때, P가 바로 나와서 니나를 끌어 안았다.

 

 “……프로듀서, 오늘 쳐 바쁘다고 한거 아니에요?”

 

 “아니야, 일은 아까 다 끝마쳤지. 니나가 코-하는 동안에!”

 

 “……그럼 오늘은 같이 있어주는 건가요?”

 

 “응응, 부모님께도 연락 드렸으니까.”

 

 ……잠시 나눈 말을 들었음에도, 눈치채고 말았다. 그렇다면.

 

 인스턴트인 햄버그를 많이 먹어, 좋아한다는 것의 뜻은.

 

 혼자 먹는 밥이 싫다고 말한 뜻은.

 

 무엇보다 떨어지기 싫다고 말하는 저 아이의 말은.

 

 어느 정도의 외로움을 담고 있을까.

 

 “그럼 프로듀서! 니나랑 인형놀이를 쳐하는 거예요!”

 

 “그래그래.”

 

 아까 전의 어두운 얼굴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해바라기 같은 웃음을 짓는 니나에게, 나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그저 다가갔다.

 

 “어, 나츠카 할머니? 왜 쳐 꺼안고있는 거예요?”

 

 “니나야, 언제든지 찾아와도 된단다.”

 

 “당연한 거예요! 어!? 나츠카 할머니 쳐 울고있는 거예요!?”

 

 당연하다. 이런 아이가, 이 늙은이와 같은 쓸쓸함을, 고독함을 맞보고 있다니.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비록 자주 연락해주는 사람이 있다해도.

 

 ……설령 쓸쓸함에 익숙해 졌다고 해도.

 

 …………늦은 밤, 홀로 잠이 드는 것이.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이 아이에게는 얼마나, 큰 아픔을 남겼을까. 그 아픔에도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니나를 어떻게 해주면 좋을지 몰라, 그저 나는 껴안고 있을 뿐이였다.

 

 …………

 

 “미안하구나, 이 할머니가 이별이 아쉬웠나보다.”

 

 “아니예요! 니나도 열나게 아쉬운 거예요!”

 

 나이에도 맞지 않게 당분간 니나를 끌어안고 있다가, 눈물이 멎은 뒤에야 때어놓을 수 있었다.

 

 “P”

 

 “예.”

 

 “……니나가 외로워하지 않게 해주게.”

 

 “당연합니다.”

 

 니나의 쓸쓸함을 나보다도 잘 알고 있을 P는 나의 말에 크게 수긍하고는 인사를 했다.

 

 “그럼, 이제 진짜 이별이네요.”

 

 “그렇구먼.”

 

 “니나 반드시 만나러 오니까요! 나츠카 할머니!”

 

 “그래, 언제든지 만나러 오렴.”

 

 "예!”

 

 그리고 니나와 P는 먼저 돌아가고 나머지 스테프들도 정리를 끝내고 인사를 하고 서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람이 없어진 집 안에서,

 마음이 아픈 것은,

 쓸쓸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

 

 이제 니나를 만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지내기를, 몇 일 후.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나츠카 할머니! 쳐 만나러 온 거예요!”

 

 니나가 찾아왔다. ……어떻게?

 

 “어서오렴 니나야, 그런데 P는 어디있니?”

 

 “니나, 혼자서 쳐 찾아온 거예요!”

 

 엣헴. 하고 가슴을 피는 니나. 아니, 아이 혼자서 시즈오카를 찾아오는 건 무리가 있을 터.

 

 “……니나야, 어떻게 찾아온거니?”

 

 “으음~ 니나의 집 여기서 열나게 가까운 거예요!”

 

 그리고서는 여기서도 내려 보이는 작은 집을 가리켰다. ……정말 가깝구나. 아마 걸어서 10분정도는 걸릴 것이다.

 

 그래도 어린아이가 혼자서 걸어오는 건 위험하다.

 

 “니나야, 그래도 다음에 올 때는 누군가와 함께 오렴. 위험하단다.”

 

 “……없는 거예요.”

 

 니나는 그 말을 듣고서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오늘은 프로듀서도 아스카 언니도 노리코 언니도 하이파이도……모두모두 열나게 바쁜 거예요.”

 

 “……사무소에 가도, 니나밖에 쳐 없는 거예요.”

 

 그렇구나. 외로워서 찾아왔구나. ……혼자 오는 길도, 무서웠을 텐데.

 

 “그래, 일단 집에 들어가자꾸나.”

 

 이제 곧 저녁을 먹을 시간인데, 니나를 혼자서 돌려보낼 수도 없으니.

 

 “와아! 열나게 큰 기계인 거예요!”

 

 “니나야, 위험하니 만지지는 마렴.”

 

 니나는 집에 올라가자마자 책상 위에 올려놓은 오래된 재봉틀에 관심을 가졌다. ……니나가 인형 옷을 좋아하니, 무심코 꺼내놓은 물건이지만, 보여지는 건 부끄럽구나.

 

 그건 그렇고 이제 저녁을 먹어야겠지.

 

 “저녁에 먹고 싶은 건 있니?”

 

 “햄버그가 쳐 먹고싶은 거예요!”

 

 “그렇구나.”

 

 ……사실, 니나가 오는 걸 기대해서 햄버그 재료를 사와 미리 만들어 놓았었다. 안오면 혼자 먹을 생각이었지만…….

 

 “오늘은 이 할머니가 만든 햄버그란다.”

 

 “예! 정말인거죠! 열나게 기대되는 거예요!”

 

 직접 만든 햄버그라 하니, 눈을 빛내며 쳐다보는 니나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만들도록 하자.

 

 ――잠시 후.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같이 식탁에서 젓가락을 들며, 니나가 먹는 모습을 조금 두근거리며 쳐다봤다. 니나는 눈을 빛내며 한 입을 먹고는 입을 열었다.

 

 “열나게 맛있는 거예요!”

 

 “그건 다행이구나.”

 

 ……오랜만에 한 음식이라 잘 되었을지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잘 된 것 같구나.

 

 그렇게 니나와 같이 저녁을 먹고, 방에서 인형을 만들었을 때의 이야기를 해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 보니 니나는 이제 돌아가야 될 시간이 아닌가?

 

 “니나야, 이제 돌아가야 하지 않니? 걱정 할 텐데.”

 

 아무도 없으니 여기로 왔다고 해도, 부모님이나, P가 걱정할 테니. 저번처럼 혼자 일리는 없겠지.

 

 “……없는 거예요.”

 

 니나는 작게 중얼거렸지만, 조용한 방안에서 발한 그 말은 내 귀에 닿았다.

 

 “……그럼, 오늘 밤은 이 할머니와 잘 테니?”

 

 “예!”

 

 만약 내가 없었다면, 이 아이는 홀로 밤을 보냈겠구나……. ……그래도 연락은 해야겠지.

 

 “P의 연락처는 없니?”

 

 “쳐 가지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서는 니나는 귀여운 곰돌이 가방을 내게 내밀었다. 가방 옆에 붙어 있는 장식에는 이치하라 니나라는 이름과 P의 이름, 연락처가 적혀있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P와의 연락에서 그가 한 말이다. 갑작스러운 일이 들어와 어쩔 수 없이 니나를 홀로 두어야 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그리고 니나가 우리 집에 묵어도 된다는 허가도 받았다.

 

 “자, 이제 잘 준비를 할까? 니나.”

 

 “예! 쳐 잠드는 거예요!”

 

 큰 이불을 피고 잠자리에 드는 건 얼마만일까? 홀로 보내지 않아도 되는 밤은 얼마만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작은 손이 내 손을 꼭 붙잡았다.

 

 “나츠카 할머니의 손 열나게 큰 거예요. 그리고……열나게 따듯한 거예요.”

 

 “니나의 손도 따듯하구나.”

 

 니나의 손은 내 손보다 약간 차가웠다. 그래도, 옆에 있는 사람의 온기에 몸이 따듯해졌다.

 

 “……엄마의 손 같은 거예요.”

 

 “할머니도 엄마였던 적이 있으니까 말이지.”

 

 별 볼일 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들은 시간을 보냈다.

 

 “나츠카 할머니…….”

 

 “응?”

 

 “…………니나, 언제든 여기로 쳐와도 되는 거예요?”

 

 “그렇단다.”

 

 “……에헤, 열나게……기……쁜……거예요…….”

 

 니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들 때까지 같이 있어 줬다. 니나의 눈에 맺힌 건 손으로 상냥하게 훑으며………….

 

 그 날의 울린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는, 방안에 크게 울려 퍼졌다. ……잘 자렴, 니나.

 

 

---------------------

 

 그 뒤로 니나는 우리집에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놀러오게 됐다.

 

 “나츠카 할머니! 쳐 놀러온 거예요!”

 

 “어서오렴.”

 

 이런 대화를 벌써 몇 번이나 나눈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이다. 니나의 집까지 산책 겸 걸어가 마중 나가거나, 아니면 데려다 주거나.

 

 니나가 여기까지 와주는 일은 정말로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혼자 오면 걱정도 되니까.

 

 “할머니! 빨리 쳐 오는 거예요!”

 

 그 때 이후로, 니나는 나를 많이 따르게 되었다.

 

 무엇보다, 부모님에게 공인 받을게 큰 것이겠지. 그 사람들도 니나를 혼자 보내는 게 걱정인지 잘 부탁드린다고, 그리 말하며 니나가 놀러오는 것을 허락한 것이다.

 

 그리고 니나에게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사무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니노미야 아스카라는 아이는 어려운 말을 하지만, 상냥한 아이라고.

 

 “아스카 언니는 쳐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지만, 열나게 상냥한 거예요! 무릎베개도 가끔 해주는 거예요!”

 

 시이나 노리코라는 아이는 도너츠를 너무나 좋아한다는 말을.

 

 “노리코 언니는 열나게 도너츠를 좋아하는 거예요! 토키코 님에게도 질릴 정도로 쳐 먹이는 거예요!”

 

 “……토키코 님? 선생님이니?”

 

 “토키코 님은 토키코 님인 거예요!”

 

 “……그렇구나.”

 

 가끔 잘 모르겠는 말을 할 때도 있지만, 아마 그 사무소의 언니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그리고 하이파이라는 그룹에 들어갔을 때, 즐거웠던 일들을.

 

 그 아이들과 함께 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를.

 

 “미리아도, 모모카도, 카오루도, 치에도, 열나게 좋아하는 거예요! 요즘은 쳐 모여서 공연도 열나게 다니는 거예요!”

 

 “좋았겠구나.”

 

 “에헤헤, 그런 거예요!”

 

 다행히 혼자 있는 시간은 많이 줄어든 모양이다. ……P가 신경 써준 것일까?

 

 다양한 사람에게 사랑받는 니나를 보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성장은 빠르니까 금방 커지겠지.

 

 ……그럼 약간 외로워 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왜 쳐 봐대는 거예요?”

 

 “니나가 너무 귀여워서 그렇단다.”

 

 “당연한 거예요! 에헤헤”

 

 그 이상으로 이 미소가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 진다면, 얼마나 기쁠까.

 

 ……사실, 오늘로 니나가 우리 집에서 촬영을 한지 딱 일 년이 지났다.

 

 즉 니나와 만난 지 일 년이 된 날이라는 것이다.

 

 “니나야, 이 할머니로부터 선물이 있단다.”

 

 “예! 선물인가요! 열나게 가지고 싶은 거예요!”

 

 니나와 만나고 나서, 재봉틀로 많이 연습을 했다.

 

 과연 만든지 오래 되었으니 걱정도 많고, 실패도 많았다.

 

 ……하지만, 다행히 시간에 맞은 모양이구나.

 

 “와―아! 토끼 씨의 모자인 거예요! 어? 신발도 토끼 발 인거예요!”

 

 “더 있단다.”

 

 “오오오오! 열나게 예쁜 옷인 거예요! 퍼레이드 때 입은 옷만큼이나 알록달록한 거예요!”

 

 “……그렇게 기뻐해주니, 정말 고맙구나.”

 

 니나는 내가 만든 옷을 보고 크게 기뻐해 줬다.

 

 다행이구나, 사실 마음에 안 들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단다.

 

 “……오늘은 무슨 일이 쳐 일어난 거예요?”

 

 “후훗, 오늘이 니나와 내가 만난 지 정확히 일 년이 되는 날이니까, 니나에게 선물을 하는 거란다.”

 

 “…………일 년………….”

 

 니나는 일 년이 되었다는 말에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이 되더니 팍! 하고 얼굴을 피었다.

 

 “니나, 바로 이 옷을 쳐 입어도 되는 거예요?”

 

 “그래주면 고맙겠구나.”

 

 그리고는 옷을 갈아입고는 뿅뿅 뛰며 나타났다.

 

 “우오오오오! 열나게 폭신폭신한 거예요! 쳐 감사한 거예요, 나츠카 할머니!”

 

 그리고는 뛰면서 마당을 돌아다니는 데, 그 모습을 보니 절로 웃게 되는 구나.

 

 당분간 뛰어 다니며 고맙다고 말하던 니나가 뛰어서 내 앞까지 다가왔다. 무슨 일일까?

 

 “……나츠카 할머니, 내일 시간 쳐 있는 건가요?”

 

 “응? 이 할머니에게 넘치는 건 시간이란다.”

 

 “…………그럼, 내일 니나가 쳐 보여주고 싶은 게 있는 거예요.”

 

 뭐일까? 니나는 진심어린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알았단다. 뭘 보여주고 싶은 거니?”

 

 그리고는 니나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열나게 비밀인 거예요!”

 

 

-----------------------

 

 다음날

 

 우리 집 앞에 P가 찾아왔다. 언제나라면 옆에 있을 터인 니나를 안 데리고 혼자서.

 

 “니나는 어디에 있나, P?"

 

 “니나는 지금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츠카 할머니.”

 

 “……?”

 

 ……혹시, 니나가 어제 말했던 “선물”과 관련이 있는 걸까?

 

 “같이 와 주시겠습니까?”

 

 “그러지.”

 

 무엇인지 모르나, 니나가 기다린다고 하니까 일단 P가 이끄는 대로 차에 올라 탔다.

 

 그리고 P는 조용히 시동을 켜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고요한 차안에서 밖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으니, P가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니나를 보살펴주셔서.”

 

 “갑자기 무슨 얘기인가? 그리고 오히려 내가 감사하지. 니나같은 아이를 만나게 해줘서.”

 

 갑자기 입을 열고서는 감사를 말하는 P에게 나는 당연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니나는 원래 건강하고 활기찬 아이였지만, 그만큼 외로움도 많은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P는 그런 너스레에도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런 외로움을 같이 안아주어야 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

 

 “가끔 보이는 니나의 어두운 얼굴이 걱정된 것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조용한 차안에서 그 소리는 크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요즘 일 년 동안, 니나의 그런 얼굴을 보는 게 많이 줄어 들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나츠카 할머니.”

 

 그리고는 P는 다시 말 없이, 차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내가 한 일이, 니나의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던 거라면. 정말로 행복하구나.

 

 

 

 ――잠시후

 

 내가 탄 차는 어느 건물 앞에서 멈춰 섰다.

 

 “여기는……?”

 

 “시즈오카 무도관입니다.”

 

 보면 안다. 그 뜻으로 물어 본 것이 아니다. 어째서 여기로 대려왔는 지를 물어본 것인데.

 

 “……니나도 나츠카 할머님을 만나고 나서 열심히 했습니다. 이것이, 그 성과입니다.”

 

 P는 자신에게도 말하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무엇보다, 니나가 할머니께 보여드리고자 했던 건 이 안에 있습니다. 부디.”

 

 그리고는 내 손을 잡고 능숙하게 무도관 안에 들어갔다. 눈에 보이는 것은 사람 사람 사람.

 

 무도관 전체를 메꿀 정도로 사람이 가득 차있는 모습. 그리고 그 시선을 모으는 가운데에 있는 스테이지에는 발랄한 옷을 입은 사람이 마이크를 잡고 무언가를 말하는 모습이 있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다음 무대는 리틀 마치 밴드 걸(L.M.B.G.)입니다!]

 

 와아아아!

 

 그가 말하는 그 말에, 하늘에 울릴 정도로 거대한 함성이 무도관에 울려 퍼졌다.

 

 [그 중에서도 “하이파이 데이즈”를 부른 5명의 멤버들이 선보이겠습니다! 나와 주세요!]

 

 이어진 그 말과 동시에, 무대 위에서 화려한 불꽃이 튀며 아이들이 뛰어나왔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말을 잃고 말았다.

 

 그건 바로―

 

 “열라나게 잘 부탁하는 거예요!”

 

 “치에, 열심히 할께요.”

 

 “카오루도! 카오루도!”

 

 “미리아도 할래―!”

 

 “잠깐, 여러분 다 들리고 있어요.”

 

 ―익숙한 니나와, 그 친구들로 보이는 어린 아이들이였기 때문이다. 거기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

 

 “니나가 어떻게든 저 옷을 입고 이 공연을 하고 싶다고 하기에, 이유를 물으니 할머니께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 니나는 내가 저번에 만들어준 옷을 입고 무대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럼, L.M.B.G.가 부르겠습니다! “모두의 기분(みんなのきもち)”]

 

 그리고, 거대한 함성과 함께 무대가 시작됐다.

 

 ― 니나가 아이들과 같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활발하게, 때로는 건강하게. 해바라기 같은 미소를 지으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서로 웃으며 손을 흔들고,

 

 그 모습은 몇 번이나 텔레비전으로 보았던 모습이었지만, 무대에서 이렇게 활기차게 움직이는 니나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항상 보러 갈 수 없어서 미안했다. 언제가 보러 가고 싶다고, 니나에게 말한 적도 있다.

 

 ――그렇기에, 니나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이것이었구나.

 

 그것도 나에게 받은 옷을, 입고 싶다고 부탁해서.

 

 갑자기 눈앞이 뿌예지면서 한 방울, 두 방울. 눈물이 방울져서 떨어진다.

 

 이러면 안 되는데, 저 모습을 모두 눈에 새겨넣어야 하는데. 나는 눈물을 닦아내며, 그 모습을 니나가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을, 확실히 하나도 빠짐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라이브가 끝난 후.

 

 많은 사람을 지나, P는 나를 니나가 있는 곳으로 대려다 주었다.

 

 니나는 나를 보더니 웃으며 달려와서 크게 말했다.

 

 “나츠카 할머니! 니나, 열나게 열심히 한 거예요!”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나츠카 할머니와 만난 다음부터, 니나 더 행복해진 거예요!”

 

 ……그건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란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고맙다. 수고했다. 힘들었지. 사랑한다.

 

 ……하지만, 지금 너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단 한가지.

 

 ……인생의 끝자락에서 한 송이 꽃을 보여준, 너에게 해주고픈 말은.

 

 “――고맙구나, 니나야. 사랑한단다.”

 

 니나는 그 말을 듣더니, 방긋 웃으며 말했다.

 

 “―니나도 열나게 사랑하는 거예요! 나츠카 할머니!”

 

 서로를 끌어안는 그 모습을, 주위에 있는 모두가 미소 지으며 보고 있었다.

 

 하늘 위에서 내려오는 햇볕은 따스하게 두 사람을 감싸며, 조용히 안아주었다.

[이 게시물은 REMAINDER72님에 의해 2017-02-15 15:14:10 창작판에서 복사 됨] http://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94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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