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새벽의 주저리 - 대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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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7, 2017 03:09에 작성됨.

 

 저는 겨울바다를 좋아합니다. 여름의 뜨거운 느낌과는 다른 겨울 특유의 차디찬 칼바람과 높은 하늘, 그리고 좀 더 깊이가 있어보이는 바다의 색... 여름에 가는 바다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글이나 전공인 그림이 잘 안 풀릴 때 영감을 얻기 좋은 곳이기도 하죠. 다니고 있는 대학 앞에 바다가 있어서 전에 비해 더욱 가기 쉬워졌기도 하고요.

 

 저는 이야기를 자아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 인물의 인생이나 한 때를 창조해낼 때의 기쁨과 보람이 창작의 원동력이죠.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원고마감에 늦지 않는 모 만화가처럼,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실력을 먼저 길러야하기에 독서와 습작을 계속하여, 고등학교 도서관에 있던 모든 소설책을 읽었고 모인 글만 A4로 400장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쓴 글을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보여줄 친구란 존재도 없었고, 한 발자국 내딛을 용기가 부족했던 것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참 한심하죠.

 

 처음 이 대회에 대해 들었을 때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대부분은 위에서 말한 한 발자국에 대한 것이지만요. 과연 이게 좋은 글일지, 보고서 사람들이 재미있어 할지, 내 실력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엔 아직 부족한 게 아닌지... 어찌보면 사소한 고민일 수도 있겠지만, 다르게 보면 그 만큼 두려웠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은하가의 악몽 중 한 가사가 떠올랐습니다.

 

 「내일을 꿈꾸니까 오늘이 변하지 않는거야.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건 오늘 뿐이야.」

 

 그 가사를 떠올리고 보니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참에 한번 써보고 나의 실력을 점쳐보자라고 결심했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요. 이를 위해 예전부터 써보기로 결심했던 니나의 이야기를 쓰기로 했습니다. 그 시점에서 저에게 남아 있던 시간은 4일 남짓. 너무나 빠듯한 시간이었지만 정말 정신없이 써내려갔습니다. 쓰다가 폭주해 버렸던 후반부 스토리를 전부 갈아엎은 것과, 이 곳의 글쓰기 시스템의 몰이해로 인한 실수까지 겹쳐 정말 아슬아슬하게 데드라인을 맞추긴 했지만요. 

 

 지금 생각해보니 이 대회에 참가한 것은 정말로 잘한 결정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보니 저의 장단점이 잘 보였습니다. 혼자 검토할 때는 절대 알 수 없었던 것들이었죠. 작품을 한번 내면 그건 작가의 손에 떠나 독자들에게 맡겨진다는 말이 실감나더군요. 살면서 이렇게까지 두근거리고 즐거웠던 때는 거의 없었습니다. 진작에 왜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요.

 

 다시 한 번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주최 분과 솔직한 피드백을 주신 심사위원 분, 읽어주신 독자 분, 그리고 이번 대회에 참가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수고하셨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덕분에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문과의 수장 후미카의 P이자 북메이커라는 이름에 걸맞는 이야기들을 들고 올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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