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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베이커리 외전 - 경화수월의 진심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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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2, 2017 13:36에 작성됨.

후고.. 후고..”

 

털썩

 

어느 날 저녁, 그것이 미치루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미치루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베이커리 내에 빵이 없는 것인지.  어째서, 오빠는 쓰러져 있는 건지.  그리고 어째서.. 어째서.. 오늘 어쩐지 안보이던 프로듀서 한명이 제빵실에서 걸래질을 하고 있는 건지!

 

 

치히로씨는 야근.  때때로 시간 맞춰 빵을 죄다 털어가던 초록 악마가 없는 이상, 베이커리에 남아있을 빵을 전부 사라지게 할 요소는 남아있지 않다, 미치루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직 베이커리가 닫기 전이지만, 슬슬 재고떨이를 할 시간.  이대로만 간다면, 남은 빵들은 미치루의 몫일 것이 분명해 보였다.

 

흐흐흐흥~”

 

행복한 상상과, 그런 행복이 그대로 드러나는 미소.  그렇게 콧노래를 부르던 미치루는 베이커리 앞에 도착한다.  비록 바로 한 빵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바삭바삭하고, 부드러운 빵들.  무엇보다, 큰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먹어 치울 수 있는 양.  남아있는 빵들은 하나 둘, 자신이 좋아하는 대로 먹을 생각에 행복해하던 미치루는 문의 손잡이를 잡는다.

 

?”

 

문의 손잡이를 잡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CLOSED]라고 적힌 팻말.  아직 문을 닫을 시간이 아닌 만큼, 살짝 불안해진 미치루는 베이커리의 유리창으로 안을 들여다 본다.  설마 벌써 빵이 다 떨어진 것인가?  그런 의문에 흔들리던 보랏빛 눈동자는, 선반위에 올려져 있는 빵들을 보고 안심한다.   

 

살짝 시선을 돌리자, 베이커리 안에 보이는 건 오빠인 히이라기와, 한 명의 남성.  빵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손님 때문에 일찍 문을 닫은 거라 결론 내린 미치루는, 해맑은 미소와 함께 문을 연다.

 

다녀왔습니다!”

 

그렇게, 미치루는 다가온 재앙을 눈치채지 못한 채로, 베이커리 안으로 들어갔다.    

 

 

 

 

사건의 원인을 며칠 전으로 돌아간다.

 

후고후고후고

 

프로던션에서의 평범한 점심 시간.  별 다른 생각 없이 베이커리에서 히이라기가 해준 빵을 먹으며 점심을 즐기고 있어야 했을 미치루였지만, 오늘은 살짝 풍경이 달랐다.  

 

“……”

 

소파 위에 앉은 채로 우울한 오라를 발산하고 있는 카렌.  만약 미치루만큼 빵에 대한 열정이 없었더라면, 누구라도 입맛이 떨어질 정도로 우울한 기운을 풍기는 카렌 앞에, 아무리 미치루라도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을 수는 없었다.  본능적으로 먹고는 있지만, 힐끗힐끗 눈치가 보이는 통에 맘 놓고 빵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

 

이렇게는 맘 놓고 빵을 음미 할 수도 없는 상황.  그렇게 들고 있던 빵을 순식간에 입에 넣어 후고후고 넘겨버린 미치루는, 다음 빵을 집기 전에 카렌에게 말을 건다.

 

카렌 언니?”

 

애초에 왜 담당 프로듀서도, 프로젝트도 다른 그녀가 이 방에 있는 지부터가 의문이다.  용건이 있다기에는 그저 앉아 있을 뿐.  같이 일한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도 꽤 예전에 한 두 번.  애초에 주 활동 분야도 다르다.  우울함을 달랠 상대가 필요한 거라면, 사실상 카나데, 슈코를 거쳐 세 다리 건너 아는 사이에 불과한 미치루를 찾아올 이유도 없다.

 

“……”

 

카렌 언니..?”

 

우울함에 가둬져 들리지도 않는 지, 카렌은 미치루의 부름에 반응 없이 고개를 축 늘어트리고 있다.  미치루는 반응이 없는 것에 살짝 기분이 상했는 지, 볼을 살짝 부풀리고 카렌의 어깨를 툭툭 친다.

 

“..?”

 

그제서야 카렌이 반응을 한다.  누가 자신을 건드린 건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던 그녀는, 이내 미치루가 옆에 있는 것을 눈치채고 그녀를 바라본다.  

 

미치루, 불렀어?”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죽어 있다.  카렌 본인은 상대를 대할 때 미소로 대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지만, 미치루는 웃고 있는 입가보다는, 끝이 안보이는 공허함으로 가득한 카렌의 눈이 먼저 보였다.  

 

, 잘못 휘말렸다.  그런 생각이 머리 속을 스치는 미치루였지만, 이미 선택을 내려졌고, 때는 늦어버렸다.  저런 상태의 상대를 보고, 아무일 아니라고 말하고 빵으로 돌아갈 만큼, 미치루는 냉정하지는 못했다.  남아 있는 빵이 든 봉지를 바라보며, 미치루는 눈물을 머금은 채로 카렌에게 묻는다.  

 

언니.. 무슨 일.. 있으세....?”

 

차마 빵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는 없는 지, 망설임이 섞인 물음.  눈물을 머금은 채로, 미치루는 본인을 끔찍한 수렁에 빠트릴 사건에 휘말려 버린다.

 

 

 

 

비슷한 시각, 립스의 프로젝트 룸.

기존 프로듀서가 다른 프로젝트로 옮겨 간 뒤, 임시로 카나데의 프로듀서가 립스의 프로듀서로 머무르는 첫 날.  오늘도 어김 없이 미카는 프레데리카와 시키의 장난에서 벗어날 수 없고, 슈코와 카나데는 그걸 방관하는 풍경이 오가는 방 안에서, 프로듀서는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듯이 앞머리를 올리고 이마를 붙잡는다.

 

빌어먹을..”

 

과도한 자유분방함.  대외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굉장히 산만한 유닛으로서의 악명이 프로덕션 내에 자자한 립스.  몇 달 주기로 갈아치워지고, 프로듀서들에게 농담삼아 일명 립스형이라 불리우는 악몽 같은 자리.  비록 자신이 카나데의 프로듀서고, 잘못한 게 있다고 해도, 왠지 억울하고 머리가 아픈지 프로듀서는 결국 의자에 축 늘어진다.

 

자네의 의견이기에 믿었다만, 역시 마냥 쉽지는 않은 모양이군.’

 

자네에게 가장 알맞는 프로젝트일테지.  원한다면,  ’

 

결국, 이 상황을 도피하듯, 그는 눈을 감는다.     

 

시덥잖은 자존심, 그녀를 위했다 생각한 선택이 부른 최악의 결과.  그저, 그 때의 상황을, 그 때 그녀의 한마디를, 몇 번이고 머리 속에 되뇌며, 그는 아랫입술을 깨문다.

 

괜찮아, 당신이 키운 아이돌이야.’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며 그 말을 했을까?  그녀가, 정말로 원했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정말로 그녀를 위하는 것이었을까?  잡다한 생각들이 머리 속을 괴롭히고, 그의 입이 살짝 움직인다.

 

카렌..”

 

소녀들의 말소리에 묻혀버릴 만큼 작은 목소리로, 그는 작게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단지, 그 목소리를 들었을 한 소녀를 눈치채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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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고후고후고후고후고!!!!

본격 구상 대충하고 즉흥적으로 쓴다고 했다 결국 쓰게된 외전!

모노릴리와 그 프로듀서, 그리고 오오하라 남매의 이야기!

 

..근데 주인공 이름 뭐로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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