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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마 마유 「No make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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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1, 2017 20:58에 작성됨.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잘 나오고 있나?

아, 잘 나오고 있다고요? 감사합니다, 간호사 씨.

아아, 마유, 보고 있어?

화질이 좀 좋지 않다면 미안해, 나도 어제서야 겨우 이걸 떠올렸어.

역시 머리가 조금 굳어버린 것 같네. 미안해, 마유.

그래, 잘 보고 있는거 다 알아. 마유가 안 볼 아이가 아니지.

왜 캠코더용 테이프 하나가 마유의 집 앞으로 와 있냐고? 그야, 마지막 추억을 남겨주고 싶으니까지.

......그렇네, 이 동영상이 너에게 갈 즈음이면 난 아마 없겠구나. 이제 겨우 현실감이 들기 시작했어.

작별 인사하기 전에, 몇 가지 말할 게 있으니까 울지 말고 들어줬으면 좋겠어.

어, 눈물 흘리는 거야? 눈물 뚝. 네가 눈물 흘리면 나도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래, 조금 그쳤니? 다행이야, 나도 마유가 우는 모습은 너머에서라도 보고 싶지 않으니까.

힘들겠지만, 조금 무리해서라도 미소를 지어줬으면 좋겠어. 해 줄 수 있으려나? 문제 없다고? 고마워, 마유.

.....그래, 그럼 조금 이야기해 볼까. 아직 시간은 조금이지만 남아있고.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하니? 그래, 센다이의 신칸센 역에서 마유가 대뜸 다가와 운명을 느끼냐고 말했던 그 날 말이야.

나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솔직히 말하면, 그래, 나는 그 때 마유에게 운명을 느꼈어.

이 아이는 사랑하는 아이구나, 마유는 내가 프로듀스하는 아이돌이지만, 동시에 내가 마유에게 프로포즈받는 한 남자가 되는거구나라고 말이야.

그 때를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지니? 그래, 아마도 마유는 지금 웃고있겠구나.

그래도 그 이후로는 많이 어울려주지 못해서 미안해. 변명같지만, 나도 그러고 싶어서 그렇게 한 게 아니니까.

프로듀서의 일이라는게 마유만을 신경쓸 수가 없는 일이란거, 마유도 한편으로는 이해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해.

그렇지? 마유도 알고 있지? 역시, 마유는 착하다니까.

...하지만, 역시나 지금 와서 보면 마유는 나와 더 돌아다니는게 좋았을까라고 생각해. 나도 그건 조금..아니, 꽤나 후회하고 있어.

후회라...그렇네, 그 때 마유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마유에게 이런 슬픈 경험을-

....아, 이런 이야기 하면 안 되겠지. 아무리 천사같은 마유라도 이런 얘기를 하면 화를 낼 테니까.

그럼 조금 분위기를 바꿔서 밝은 이야기를 해 볼까. 뭐가 좋을까? 흐음-

....그래, 우리 처음 데이트 했던 곳 생각나니? 그래, 그 호숫가 말이야.

일을 마치고, 방송용 메이크업을 지우지도 못한 채로 드라이브해 갔던 그 호숫가. 마유는 어땠니?

나는 정말로 아름답다고 생각했어. 그래, 정말로 눈이 부셔서 멀어버릴 것 같은 아름다움이었다고 생각해.

그 호숫가에서 석양의 은은한 빛을 받으며 미소짓고 있던 마유는 어땠냐고? 그야 마유도 알다시피- 아차, 이건 말 하지 말아야지.

왜 말하다 그만두냐고? 마유도 잘 알고 있잖아.... 나의 흑역사를 건드리지 말아줘.

어차피 알고 있으니까 상관 없는거 아니냐고? 

그래도 자기 스스로 입 밖에 내는거랑은 다르-어, 확 말해버리겠다고?

안 돼! 그러지마! 제발! 사랑하니까, 마유, 제발! 

아, 그렇게까지 말하면 한 번은 넘어가 주겠다고? 그건 다행이야. 역시 마유는 천사구나.

....사실 말해도 상관 없지만, 최소한 내가 할 말은 끝낸 다음에 말해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렇네- 뭐 더 얘기하고 싶은게 있었는데. 잘 기억이 안 나네. 정말로 뇌가 천천히 굳어가는 느낌이야.

아, 그렇지. 그래도 마유의 모습 중에서 가장 예뻤던 건 아침에 막 일어난 마유의 모습일까.

화장기 안 한 얼굴이라서 엉망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정말로 그 모습이 제일 아름다웠다고.

마유의 하얀 피부에, 조금은 흐트러진 잠옷에, 그리고-

아, 지금 이 쪽을 노려봤지? 헤헤, 그래봐야 어떻게 할 수 없으면서!

후후, 농담이야, 농담. 새빨간 눈으로 쳐다보지 말아줘, 응?

그래도 화장 안 한 얼굴이 가장 예쁘다는 건 진심이려나. 딱 한 번 본 것 뿐이지만 말이야.

그 때의 마유는 귀여운데다가 섹시했지... 아, 다시 한 번 보고 싶어라.

어, 내가 말만 했다면 몇 번이고 보여줬을 거라고? 아-아까워라!

그렇네, 이것도 후회하는 것 중 하나야. 그 때 정직하게 말했다면- 아, 조금 마유의 기분도 생각하지 않고 말해버렸네. 변태같은 프로듀서지?

그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준다면 좋겠다. 마유의 앞에서 어른인 척했던 프로듀서는, 사실 변태였습니다- 하하.

응? 기적이 일어나 다시 마유에게로 돌아온다면 몇 번이고 보여줄 거라고?

....그렇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다시 한 번 마유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고 싶어.

......아, 네. 간호사 씨, 왜 그렇게 분주히- 아, 이제 테이프가 별로 없다고요? 시간도 거의 다 됐고?

......아, 그렇네. 시간도 얼마 없고, 캠코더의 테이프도 거의 없어. 난감하네. 하고싶은 말은 아직 너무 많이 남아있는데 말이야.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조금만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참 지랄맞기도 하지.

......슬슬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을 해야 될 것 같네.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라, 그렇네-뭐가 좋을까.

그래, 이게 좋겠다.

마유, 정말로 사랑해. 이 세상에서 너 말고는 모두 잊어버릴 정도로.

이제 거의 얼굴도 가물가물하지만, 그래도 마유, 난 널 사랑하고 있어. 그러니까- 날 잊어줘.

너무 뜬금없고 무리한 요구였으려나. 그래도 그래야만 해, 마유.

그러고 싶지 않더라도, 그럴 수 없다고 부정하더라도, 그래야먄 해, 마유. 나는 네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라도 보고 싶어.

.....미안하네, 너무 심한 요구를 해서.

그럼 날 잊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나를 묻고 다른 사랑을 해 줘.

그래야 조금은 편안히 미소 지을 수 있을 것 같아.

약속해 줄 수 있지? ....다행이야.

그래, 정말로 다행이야.

그럼 이제 슬슬 시간이려나. ....그렇네, 5분 전이네. 이제 캠코더를 꺼야 할 시간이야.

미안해, 마유.

그리고- 사랑해.

 

 

후기

사쿠마 마유를 위한 이야기 소품 중 하나입니다.

생각보다 글이 길게 나오지 않는군요.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은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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