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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게 느긋하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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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30, 2017 23:51에 작성됨.

---12

땡볕이 쏟아지는 여름에 접어들면서 765 프로의 모든 아이돌들이 합숙 훈련 겸 바캉스를 떠났다. 물론 아이돌들에겐 합숙과 레슨보단 바캉스가 더 의미 있었다. 치하야는 가지 않으려 했지만, 합동 레슨도 있을 테고 잠깐 쉬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다른 아이돌들의 설득에 마지 못해 따라나섰다.

프로듀서는 코토리, 리츠코와 함께 합숙소에 레슨 준비를 하느라 뒤늦게 바닷가로 향했다. 아이돌들은 벌써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신나게 놀고 있었다. 하지만 파라솔 아래 치하야는 이어폰을 꽂고 그 광경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치하야 양은 왜 안 들어가고 있어요?”

 

“음악 공부를 게을리할 순 없어서... 제겐 놀 시간도 없습니다.”

 

“모처럼의 바캉스잖아요. 할 땐 하고 쉴 땐 쉬는 게 진정한 프로죠.”

 

“하지만 전...”

 

무언가 부끄러워하는 치하야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치하야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헐렁한 티셔츠를 걸치고 있었다. 분명 시원한 복장을 갖춘 다른 아이돌들과는 옷차림이 달랐다.

 

‘아?’

 

프로듀서는 순간 프로필에 적혀있던 치하야의 쓰리 사이즈를 떠올렸다. 아무리 업무상 파트너라도 함부로 언급해선 안 되는 신체적 부위가 떠올랐다. 그래도 치하야가 바캉스를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서 마침 바다에서 나온 하루카와 야요이를 불렀다.

 

“프로듀서 씨! 바다에요, 바다!”

 

“읏우! 완전 시원해요. 프로듀서도 같이 놀아요.”

 

“아쉽지만 전 곧 저녁도 준비하러 가야 해서요. 아마미 양도, 타카츠키 양도 즐거워 보이네요. 하지만 치하야 양 혼자 안 들어가고 있는데요?”

 

프로듀서는 둘을 향해 모종의 눈길을 보냈다. 그 의미를 눈치챈 하루카는 치하야를 잡아당겼다.

 

“얼른 가자. 다들 즐겁게 놀고 있어.”

 

“읏우, 치하야 씨도 같이 놀아요! 빨리요, 빨리!”

 

“하지만 싫...”

 

하루카와 야요이는 재빠르게 치하야의 모자와 티셔츠를 벗겼다. 치하야는 당황하고 부끄러워하면서 둘에게 이끌려 바다에 들어갔다. 그런 치하야에게 프로듀서는 즐겁게 소리쳤다.

 

“이왕 온 거 재밌게 놀아요!”

 

정작 바다에 들어가자 치하야는 모두와 어울려 놀았다. 다만 비키니를 입은 아즈사와 타카네를 볼 때마다 분한 표정을 지으며 ‘큿’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확실히 합숙 겸 바캉스를 다녀온 보람이 있었다. 모든 아이돌들이 더 가까워졌고, 치하야도 동료들과 더욱 어울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 볼 때마다 흡족해하면서 결심을 다지는 프로듀서였다.

 

‘좋아. 나도 프로듀서의 본분을 다해야지.’

 

you-i의 곡과 안무를 준비하기 위해 프로듀서는 음악계에 일하는 선배, 동기들을 쭉 수소문해왔다. 주어진 예산이 워낙 적어 여러 군데 발품을 팔고 전화를 계속 돌렸다. 그래도 고생한 결과, 합숙하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예산에 맞춰 곡과 안무를 맡긴 상황이었다.

다시 세 아이돌이 개인 스케쥴과 합동 레슨으로 바쁘게 나날을 보내던 와중, 고대하던 데뷔곡이 나왔다. 데뷔곡은 ‘fo(u)r’라는 이름이었다. 미드 템포로 밝은 느낌과 잔잔한 느낌을 동시에 전자음으로 표현한 곡이었다. 가사도 ‘서로를 위한다’는 내용에 걸맞았다. 미리 샘플을 들어봤던 프로듀서는 발품 판 만큼 좋은 노래가 나왔다고 생각했다.

이제 남은 것은 세 아이돌의 평가였다.

 

“읏우, 정말 좋은 노래예요! 얼른 불러보고 싶어요.”

 

“잔잔한 거 같은데도 신나네요? 가사도 뭔가 저희랑 어울리고요. 치하야는 어떤 거 같아?”

 

“노래가 생각보다 높지 않군요. 그래도 전자음이 과하지도 않고, 멜로디가 맘에 들어요. 가사도 잘 어울리네요.”

 

“세 분의 화음이 가장 잘 맞도록 했습니다.”

 

다행히도 세 아이돌 모두 마음에 들어 하자 프로듀서는 안도할 수 있었다.

사실 하루카와 야요이가 치하야의 최고 음역대까지 따라가긴 힘들었다. 그래서 세 아이돌의 음역대를 고려하도록 작곡가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치하야가 지나치게 감정을 담아내지 않도록 설계했다. 그래서인지 다시 걱정이 앞서는 치하야였다.

 

“이런 분위기의 노래를 제가 부를 수 있을지...”

 

“치하야 씨라면 충분히 부를 수 있어요. ‘푸른 가희’시잖아요!”

 

악보를 살펴보며 망설여하는 치하야를 야요이가 격려했다. 그런 야요이를 보고 치하야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드디어 첫 데뷔곡 연습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정작 치하야는 노래를 기존 자기 곡처럼 어둡게 불렀다. 프로듀서가 듣기에도 푸른 차가움이 붉은 따스함과 주황빛 즐거움에 섞이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치하야 양, 조금만 더 밝게 부르는 게 어떨까요?”

 

“글쎄요… 이런 노래는 어떤 마음으로 불러야 할지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간단하게 즐거...”

 

즐거운 추억을 떠올리라는 말을 하려 했지만, 괜히 남동생을 떠올릴까 봐 급히 다른 말로 둘러댔다.

 

“마침 노래 가사가 서로를 위한다는 내용이니, 두 분과 함께 할 때를 떠올리면 어떨까요? 그러면서 두 사람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 봐요.”

 

치하야는 하루카와 야요이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고 지난번 유키호와 듀엣을 했을 때를 떠올렸다.

 

“한 번 해볼게요.”

 

치하야는 프로듀서의 조언에 따라 조금 더 집중하여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Fo(u)r You 시작하자, 행복이 어디 있건. 모두와 함께하니 가능한 걸

쭉 함께야! 자, 오늘도 잘 부탁해!

 

새로운 오늘의 SHOW TIME!

자, 어서 와 모두를 초대해.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무엇이 있어도 상관없어. JUMP

출발 진행 엔진! 사이좋게 동그랗게 모이자

웃는 얼굴은 언제나 Standby, 눈물은 잠깐 Bye Bye

노래하며, 걸으며, 쉬며,

꿈을 보자는 건 우리들의 약속

 

Fo(u)r You 만들자, 시나리오는 언제든지. 모두와 함께하니 가능한걸.

흑백 편지에서, 여기! 화려한 꽃이 피어나.

Fo(u)r Me 시작하자, 행복이 어디 있건. 모두와 함께하니 가능한걸.

앞으로도 같이 해! 보고 듣고 느끼고 있어 줘.

오늘도 잘 부탁해! 」

.

두 사람의 목소리에 자신의 목소리가 섞이자, 유키호와 듀엣을 하며 느꼈던 감정이 다시 피어났다. 치하야는 더는 혼자만의 세계에서 노래하지 않고 있었다.

 

‘하기와라 양과 불렀을 때와 색달라. 같이 노래한다는 게 이런 즐거움이 있었구나.’

 

어느새 치하야는 둘과 화음을 맞추는 데 열중했다. 프로듀서는 치하야의 노래가 아까보다 한층 더 밝아지고, 편안해진 것을 느꼈다. 푸른 차가움은 홀로 소용돌이치지 않고 붉은 따스함, 주황빛 즐거움과 어우러졌다. 그러면서 노래의 분위기가 살아났다. 프로듀서는 세 아이돌의 화음을 들으며 자신의 느낌이 틀리지 않았음에 주먹을 꽉 쥐었다.

안무 연습도 분위기가 나쁘진 않았다. 노래 분위기상 큰 동작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되도록 간단한 안무로 부탁했다. 춤에 인색했던 치하야도 하루카와 야요이의 격려에 따라 안무 연습에 몰두했다.

그러나 치하야에게 가장 어려운 안무는 따로 있었다.

 

「 하나로 뭉치면 무적인 거야. 좀 더 함께하자!

활기참과 상냥함, 그리고 따스함. 오늘도 고마워.

 

츄!」

 

2절까지 하고 나서 ‘츄!’ 하면서 입맞춤을 날리는 동작이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대중의 반응을 불러일으킬 포인트가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안무가한테 부탁했던 동작이었다. 하루카와 야요이는 부끄러워하면서도 계속 시도했지만, 치하야는 이 부분에서 굳어버렸다. 이런 반응을 예상 못 한 것은 아니었다.

 

‘치하야 양이 이 부분을 어려워할 거 같긴 했어.’

 

“치하야, 왜 그래?”

 

“프로듀서, 다른 안무는 몰라도 이건 도저히 못 하겠습니다. 이런 남사스럽고 낯간지러운 것을 대체...! 왜 이런 꼭 있어도 되지 않은 부분을 넣은 거죠?”

 

“이것도 노래하는데 다양한 감정을 소화하기 위한 연습이에요.”

 

“하지만... 이런 건 정말…”

 

“치하야, 그럼 내가 먼저 보여줄 테니 따라 해봐. 츄!”

 

하루카가 시범을 보여줬지만, 치하야는 여전히 주저했다.

 

“읏우! 저도 보여드릴게요. 츄!”

 

야요이까지 나서서 시범을 보이니 주저할 수 없었다. 비장한 표정으로 치하야는 조심스럽게 손을 입에 갖다 댔다.

 

“츠... 추, 츗!”

 

잔뜩 수줍음을 내뱉고 한 동작에 프로듀서는 풋 하고 웃었다. 지금까지 본 것 중 치하야의 얼굴이 가장 빨개졌다. 아마 ‘장애물 넘으면 마이크!’ 때보다 더 빨개진 것 같았다. 치하야는 남사스럽다고 생각한 동작을 했다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치하야! 엄청 귀여워!”

 

“하, 하지만 난 역시 이런 건...”

 

“읏우! 치하야 씨 완전 귀여웠어요!”

 

하루카와 야요이가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드는 치하야를 안아 주었다. 치하야는 부끄러워하면서도 계속 웃고 있는 프로듀서를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프, 프로듀서!”

 

“웃은 건 미안해요. 치하야 양이 귀여워서... 진짜예요.”

 

그 뒤로도 이어진 연습에서 치하야는 여전히 부끄러워하면서도 ‘츄’ 부분을 소화했다. 물론 끝없는 하루카와 야요이의 격려 덕분이었다. 그 광경을 보며 도리어 ‘푸른 가희’가 보여주는 일종의 반전 매력이랄까, 그런 의미로 사람들도 충분히 좋아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you-i의 대망의 첫 라이브 무대는 한 행사 페스티벌 무대로 잡혔다. 이 페스티벌에 참가할 오디션 기회를 얻기 위해 프로듀서는 공연 기획사에 있는 선배에게 여러 번 밥과 술을 사야 했다. 하루는 술에 취해 돌아가던 날, 인맥에 의존한다는 사실이 마냥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저 아이돌들이 빛나게 하려면, 내가 이용할 수 있는 건 모두 이용해야지,’

 

그렇게 위안하는 프로듀서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선순위는 성과를 내야 하는 자신이 아닌, 아이돌들이었다. 언제나 마음을 다하는 하루카, 늘 해맑은 야요이, 그리고 점차 마음을 열어가는 치하야를 보며 프로듀서는 어느덧 진심으로 프로듀스하고 있었다.

다행히 오디션에서 you-i는 무사히 합격하여 참가 기회를 얻었다. 비교적 큰 행사의 하나로 열린 페스티벌이다 보니 적지 않은 관객들이 모여 있었다. 리허설을 마치고 대기하던 중, 먼저 관객들을 살펴보고 온 하루카는 긴장이 역력했다.

 

“으아, 사람 완전 많아. 어떡하지. 프로듀서 씨, 저 엄청 떨려요. 저희 잘할 수 있겠죠?”

 

“세 분 모두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잖아요. 긴장만 안 한다면 완벽한 무대가 될 겁니다.”

 

“그럼 프로듀서가 저희 긴장 좀 풀어주세요!”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야요이가 바라보자, 프로듀서는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다. 사실 프로듀서도 you-i가 직접 프로듀스한 첫 유닛이라 셋 못지않게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담당 아이돌의 기대를 배반하는 것은 프로듀서가 할 일은 아니었다.

 

‘에라 모르겠다.’

 

“사과가 괜찮으면 뭔지 아세요?”

 

“뭔가요?”

 

“파인(fine) 애플(apple)이요.”

 

“에에엑! 그게 뭐예요!:”

 

“아 프로듀서 씨, 그건 좀…”

 

같잖은 개그에 차마 하고 싶은 말은 못하고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야요이와 하루카의 반응을 보고 프로듀서는 후회가 막심했다.

 

“풋.”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 치하야에게 셋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치하야는 격한 웃음을 애써 참고 있었다.

 

“그게 뭐예요, 프로듀서. 후후후. 그런…”

 

‘뭐야, 이런 개그가 취향이었어?’

 

전혀 몰랐던 치하야의 개그 취향에 프로듀서도 적잖게 당황했다. 개그였지만 치하야를 웃게 한 것은 처음이었다. 웃음을 참는 치하야를 본 야요이가 더욱 신나서 프로듀서를 재촉했다.

 

“읏우, 프로듀서가 치하야 씨를 웃겼어요! 하나 더 해주세요. 네?”

 

뜻밖에 커진 기대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두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야요이의 기대까지 배신할 순 없었다. 이번에도 생각나는 대로 던졌다.

 

“밤은 언제 먹어야 할까요? 밤에 먹어야죠!”

 

이런 개그를 던지는 자신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개그에도 치하야는 아예 배를 감싸 쥐고 있었다. 하루카와 야요이도 그런 치하야를 보고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 아이돌은 긴장을 날릴 수 있었다.

치하야가 간신히 폭소를 멈추었을 때, you-i의 순서가 다가왔다.

 

“자 아마미 양, 리더이니 화이팅 한 번 하고 가죠.”

 

“네! 그런데 구호는 어떻게 할까요?”

 

“글쎄... 그냥 화이팅이라고 할까?”

 

“그럼 저희 다 같이 하이 터치해요.”

 

손을 내민 야요이를 보고 하루카와 치하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 아이돌이 손을 모으자, 야요이는 프로듀서의 손을 잡아당겼다.

 

“엥? 저도요?”

 

“프로듀서도 저희 동료잖아요. 같이 해요.”

 

“그러죠. 그럼 다 같이!”

 

“읏우~.”

 

“하이 터치!”

 

힘찬 구호와 손뼉 소리에 넷의 긴장이 날아갔다. 드디어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 프로듀서는 잠깐 세 아이돌을 불렀다.

 

“세 분 모두 오늘 무대가 끝나면 잠깐이라도 관객들에게 주의를 기울여 보세요.”

 

“왜 그래야 하죠?”

 

치하야의 질문이었다.

 

“거기에 여러분이 노래하는 이유가 있으니깐요.”

 

무대에 올라온 you-i에 관객들의 이목이 쏠렸다. 개중엔 이미 솔로로 데뷔한 치하야와 하루카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신인 유닛이라 그런지 관객들은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런 관객들을 마주하며 하루카는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꽉 쥐었다.

 

“처음 인사드립니다. 오늘 첫 무대를 가지는 765 프로의 유닛 you-i입니다! 저는 리더 아마미 하루카입니다.”

 

하루카의 인사에 작은 박수 소리만이 돌아왔다. 미지근한 반응에 하루카는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기분이었다.

 

‘난 리더야. 내가 뭔가 해내야 돼.’

 

순간 하루카는 어릴 적 한 아이돌의 라이브에서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맨 뒤에 있는 사람까지 잘 보이니까! 저희 무대를 즐겨주세요!”

 

개성 있고도 힘찬 하루카의 외침에 관객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뭐야, 엄청 귀엽잖아?”

 

“아마미 하루카 몰라? 원래부터 귀여운 아이돌이었다고.”

 

“그 고리타분한 ‘푸른 가희’랑 저 꼬마애랑 유닛이라니. 기대되는걸?”

 

이윽고 fo(u)r의 반주가 흘러나오며 you-i의 데뷔 무대가 시작되었다. 셋은 연습한 대로 춤추며 노래했다. 그동안의 연습이 성과가 있었는지 프로듀서가 보기에도 흠 잡을 데 없는 무대였다. 특히 치하야의 표정과 목소리가 이전과는 달랐다.

 

‘편안해.’

 

무대에서 이렇게 편하게 노래한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하루카, 야요이와 함께 노래를 부르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음처럼 목소리도 편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편한 마음으로 치하야는 화음을 맞추며 즐거워했다.

 

‘노래 부르는 것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구나.’

 

치하야는 어느새 무대를 즐기고 있었다. 이제 혼자가 아닌 동료와 함께 노래를 불렀다. 안무에도 점차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치하야의 마음이 전해지듯 하루카와 야요이도 모든 걸 쏟아내었다.

뒤에서 무대를 지켜보던 프로듀서는 푸른 차가움이 붉은 따스함, 주황빛 즐거움과 부드럽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화음을 듣고 주먹을 꽉 쥐었다.

 

‘됐어. 치하야 양의 노래가 더 이상 소용돌이치지 않아.’

 

물론 ‘츄’하는 동작에서 치하야는 여전히 부끄러워했다.

you-i의 첫 라이브 무대가 끝나자 열화와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치하야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천천히 관객들을 둘러보았다. 모두 you-i를 연호하고 있었다.

 

“오늘 데뷔한 유닛의 실력이 이 정도야?”

 

“트윈 테일 꼬마애 무지무지 귀여워!”

 

“’푸른 가희’에게 저런 매력이 있었다고?”

 

“하루카짱 역시 최고다!”

 

“노래도 좋고 잘 부른다!”

 

‘내 노래를, 우리의 노래를 다들 좋아해 주고 있어.’

 

그동안 느껴본 적 없는 뜨거운 무언가가 가슴속에 울컥 솟아오르는 기분이었다.

무대에 내려온 치하야는 이렇게 가슴이 뜨거운 적이 언제였는지 몰랐다. 아마 까마득한 과거에 느꼈던 감정 같았다. 낯설지만, 익숙한 감정으로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마침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프로듀서와 눈이 마주쳤다. 프로듀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치하야도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들과 함께하면서 열린 치하야 양의 마음에 관객들의 환호가 닿았으려나?’

 

“오늘 무대 최고였어! 치하야도, 야요이도 정말 잘 해줬어. 고마워.”

 

대기실로 돌아오자 활짝 웃는 하루카가 치하야와 야요이를 한데 끌어안았다.

 

“읏우! 완전 신났어요! 두 분, 프로듀서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응. 타카츠키 양도, 하루카도. 나, 굉장히 즐거웠어.”

 

그제야 치하야도 하루카, 야요이와 함께 무사히 데뷔 무대를 마친 기쁨을 나누었다.

프로듀서는 그런 세 아이돌을 조용히 지켜봤다. 하지만 프로듀서의 마음 역시 기쁨으로 가득했다. 무엇보다 프로듀서가 된 이래 뿌듯함과 감사함을 처음 느끼고 있었다.

 

‘다들 정말 고마워요.’

 

프로듀서의 마음에도 행복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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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r는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게임에도 언젠간 나와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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