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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ER ONE CINDERELLA STORY 10 - 혼다 '더 캡틴' 미오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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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30, 2017 20:24에 작성됨.

(이전화 링크)

 

혼다 '더 캡틴' 미오 ④

 

 

 이치하라 씨를 찾아 들어온 눈보라 속은 생각보다 더 위험했습니다. 히가시카타 씨와는 떨어진지 오래. 차오른 눈 때문에 움직이기 힘들고 그나마 한 걸음 딛을 때마다 구두 안으로 들어온 눈이 발을 얼렸습니다. 손끝과 발끝에는 이미 감각이 없어져 있었습니다.

 “이치하라 씨! 아나스타샤 씨! 혼다 씨!”

 목이 터져라 불러도 답은 오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이 눈보라 속에서 제 부름이 전해질지도 의문이었습니다. 바람소리에 귀가 멍멍하고, 온통 하얀 세상에서 시각은 의미가 없었습니다. 숨을 쉴 때마다 말라가는 입안, 얼어버린 지 오래인 코. 간신히 정신을 붙잡는 것이 한계였습니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습니다. 히가시카타 씨는 이런 곳에서라도 분명 혼자 헤쳐 나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이돌 분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찾아야만 합니다. 다시 차가운 공기를 머금고 소리 질렀습니다. 그녀들을 불렀습니다.

 “프로듀서 씨!”

 익숙한 목소리에 저는 돌아섰습니다. 그곳에는 다른 공간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346 프로덕션의 구관 로비. 실내의 온기에 몸이 빠르게 녹아갔지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얼른 아이돌 분들을 찾아야…….

 “프로듀서 씨!”

 또 누군가 저를 불렀습니다. 분명 들어본 목소리였습니다. 프로듀서 씨! 목소리는 위에서 들려왔습니다. 고개를 돌리자 목소리의 주인이 손을 흔들면서 계단을 내려왔습니다. 그녀의 얼굴을 알아보고, 저는 굳어버렸습니다.

 그녀가 저에게 달려왔습니다. 똑바로 저를 응시한 채 밝은 목소리로 저를 부릅니다. 별처럼 빛나는 샹들리에에 비친 그녀의 미소가 정말로 밝았습니다.

 “프로듀서 씨! 저, 먼저 와서 회사를 구경하고 있었어요. 정말 믿기지가 않아요. 제가 그 346 프로덕션 아이돌로 스카우트되다니. 앞으로 프로듀스, 잘 부탁드립니다!”

 그녀가 저의 손을 잡고 끌었습니다. 저를 데리고 닫힌 문을 열고 넘어갔습니다. 그곳은 오디션 장. 그녀는 사라지고 오디션 장에는 다른 소녀가 있었습니다. 숨이 멎을 뻔했습니다.

 “저, 혹시 프로듀서인가요?”

 소녀가 수줍게 물었습니다.

 

 “취미는 요리고 요즘은 이탈리아 요리에 도전하고 있어요. 춤이나 토크는 서툴지만 노래는 잘 불러요. 학교에서 음악부 보컬을 맡고 있고…….”

 이미 알고 있는 정보들이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프로듀스하는 아이돌의 프로필 파악은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 저는 그녀가 특히 발라드를 잘 부른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습니다. 그녀의 노래에는 사람을 끄는 힘이 있다는 것도.

 멍하니 있다가 문득 그녀가 조용해졌음을 알았습니다. 의아하게 저를 바라봤습니다. 다른 질문은 안 하시나요?

 “아. 네. 그럼 다음 질문은 …….”

 오디션을 보는 분들에게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질문들을 전부 했습니다. 다음에는 추가 질문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겁니다. 어떤 답을 하건 저는 전부 알고 있으니까. 며칠 후면 그녀에게 합격서류가 갈 것입니다.

 그녀가 나가고도 저는 한참을 자리에 앉아있었습니다. 의자와 하나가 된 것처럼. 손에는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지도 모른 채 간신히 일어났습니다. 혼란스럽지만,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일어나서 움직였습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저 터벅터벅 걷다가 또 배경이 바뀌었음을 알고 멈췄습니다. 상가 건물이 늘어선 길. 여기도 알고 있는 장소였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는데 누군가 뒤에서 제 손을 잡았습니다. 깜짝 놀라서 무심코 소리를 질러버렸습니다. 제 손을 잡았던 또 다른 소녀가 히익, 하는 소리를 냈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걸음이 느려서…… 뒤쳐지면 프로듀서님이랑 떨어질까 봐…….”

 “죄송하실 거 엄, 윽!”

 급히 말하다 혀를 깨물고 말았습니다. 입을 가리고 아파하는데 그녀가 실소를 지었습니다. 제가 쳐다보자 바로 또 겁을 먹었습니다.

 “아니, 그게. 프로듀서님은 생긴 거랑 달리 귀여운 면이 있으신 거 같아서……. 또 실례했습니다. 죄송해요.”

 역시, 똑같았습니다. 제가 아는 그녀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가 프로듀스 했던 신데렐라들. 함께 성을 목표로 했던 신데렐라들. 그리고 저 때문에 떠나버린 신데렐라들.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 모르겠습니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생각할 것도 없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분명 예전부터, 그 때부터 지금까지 쭉, 해야만 하는 것을 알면서도 저는…….

 ‘저, 조금 힘들어요.’

 환청처럼 찾아온 목소리에 자연히 몸이 움찔했습니다. 배경이 왜곡되더니 수많은 기억들이 순식간에 스쳐갔습니다. 저와 그녀들이 있었습니다. 레슨을 할 때, 함께 산책을 할 때. 사무실에서, 차 안에서. 계속 함께 있었습니다. 그녀들의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하면 분명 무대에 설 수 있겠죠?’ ‘프로듀서를 믿어요.’ ‘저를 성으로 데려가줄 거라고 믿으니까.’ ‘네! 저는 미소가 장점이니까요!’ ‘프로듀서가 그렇게 말한다면, 저도 힘낼게요.’ ‘참고 기다리면 분명…….’ ‘이번 오디션은 분명 잘 되겠죠?’ ‘또 떨어져버렸어요.’ ‘죄송해요……. 프로듀서님이 힘내서 얻어온 일인데…….’ ‘저는 재능이 없는 걸까요?’ ‘프로듀서. 솔직하게 말해줘요.’ ‘역시 안 되겠어요. 저는.’ ‘마법에 걸렸다고 혼자 착각했나 봐요.’ ‘미안해요. 안녕히 계세요.’ ‘저 같은 건 처음부터 아이돌이 되지 말았어야 했어요.’

 

 한 마디, 한 마디. 들을 때마다 무너져 내렸습니다.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 하는데 의식만이 또렷하여 되새김질 되는 과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괴로웠습니다. 어떤 말을 하여도 변명이 되고, 아무 말도 안 하면 비겁자가 됩니다.

 저는 둘 다였습니다. 우직하게 그녀들을 위해서 성의 방향을 가리키면 될 줄 알았지만, 저의 안내는 그녀들을 답답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정작 그녀들이 떠날 때는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수렁 안에 잠긴 저에게 무언가 다가왔습니다. 방금 지나갔던 기억들이 방향을 바꿔 돌아왔습니다. 제 옆을 지나는 순간, 제가 그녀들에게 했던 말들이 또렷하게 들렸습니다.

 ‘네. 해낼 수 있습니다.’

 입에 발린 말.

 ‘저는 여러분을 믿습니다. 여러분의 미소를.’

 헛된 희망.

 ‘다음에도 기회는 있습니다. 또 도전해 보죠.’

 희망고문.

 ‘이번에는 아까웠지만 다음에는 반드시!’

 변명.

 ‘…….’

 도망.

 

 저는 도망자였습니다. 제가 했던 말들이 잘못됐음을 알고 그 이후로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비겁하게 혼자 도망쳤습니다. 도망쳐서 신데렐라 프로젝트로 왔지만 그곳에서도 그녀들을 상처 입게 했습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반짝이는 별이 되어 미소를 짓는 그녀들에게 저는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그녀들이 저를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주해 과거를 외면했습니다.

 그녀들이 빛나는 것은 그녀들 스스로가 빛나기 때문. 오히려 저는 그 빛을 죽였던 존재. 그 증거가 명백히 제 마음속에 남아있습니다.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바꿀 수 있다면. 제발 바꿀 기회를 준다면. 그렇기만 하면…….

 “프로듀서 씨.”

 “프로듀서.”

 “프로듀서님.”

 눈을 뜨자 그곳에는 그녀들이 있었습니다. 등 뒤로는 눈부신 빛이 비쳐왔습니다. 그녀들이 제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우리들, 돌아왔어요.”

 “한 번 더 프로듀스 해주세요.”

 “여기로 오세요. 과거를 바꾸는 거예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그저……. 손을 들어 그녀들에게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자, 말해, 대답해줘. 자연히 입술이 열리고 목이 소리를 자아냈습니다. 혀가 발음을 다듬고 입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저는…….

 

 “프로듀서!”

 

 혼다…… 씨?

 “혼다 씨?”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습니다. 허공에 금이 가고 부서지더니 파편이 튀었습니다. 눈과 바람과 한기, 그리고 소리가 들어왔습니다. 프로듀서!

 혼다 씨가 부르는 소리였습니다. 그녀가 공간을 부수고 들어와 저를 일으켰습니다.

 “뭐하고 있는 거야, 프로듀서! 이런 곳에 있으면 얼어 죽는다고!”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혼다 씨를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그녀의 뒤로 보이는 것은 눈보라였습니다. 프로덕션도 오디션장도 상가도 아닌 설원. 혼다 씨가 저를 격하게 흔들었습니다. 정신 차려, 프로듀서!

 “설마 꽃밭이나 강 같은 게 보이는 건 아니지?”

 “아, 아닙니다. 이제 괜찮습니다. 그보다, 혼다 씨는 괜찮으십니까? 안 보이셔서 걱정했습니다. 갑자기 눈보라가 불어서 촬영장도 엉망이 되고. 그리고 이치하라 씨가 사라졌습니다. 히가시카타 씨와 같이 찾으러 왔는데 떨어져 버렸고요. 얼른 찾아야…….”

 혼다 씨가 저를 뚫어지게 쳐다봤습니다. 입을 오므리다 참지 못하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푸하하하하하하!”

 “호, 혼다 씨?”

 “하하하하하하하! ……아, 미안. 이런 상황에서도 프로듀서는 역시 프로듀서구나 싶어서. 음! 여기 있는 게 진짜 프로듀서야.”

 그 때, 눈 속에서 하얀 인형이 튀어나왔습니다. 혼다 씨의 뒤로 접근해 그녀에게 팔을 휘둘렀습니다. 혼다 씨! 하고 외치려던 저는 놀라고 말았습니다. 눈 인형의 팔이 멋대로 파괴되었습니다. 다음에는 몸체, 머리까지.

 곳곳에서 눈 인형들이 계속 나타났습니다. 혼다 씨는 싸울 준비를 하는 듯 했지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인형들이 잇달아 파괴되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에 의해 전부 부서져버렸습니다.

 “혼다 씨, 이건……?”

 “갑자기 나타난 거라서 나도 잘은 모르겠어. 확실한 건 지금 촬영장을 뒤덮고 있는 눈과 비슷한 힘이야. 능력의 종류는 달라도 본질은 같아. 그런 느낌이 들어.”

 갑자기 눈보라가 거세졌습니다. 저희들을 감싸듯 빙글빙글 돌며 회오리를 만들었습니다. 바람의 밖에서 또 배경이 바뀌는 것이 보였습니다. 역시 한 번 가본 장소였지만 이번에는 바로 알아보지 못 했습니다.

 바람이 거치고 나타난 장소는 절벽. 100미터 밑에 강이 흐르고 있는 낭떠러지였습니다.

 

 *

 

 『근육으로 두둥! 머슬 캐슬!!』은 연예인들이 출연해 체력승부를 하는 인기 있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인기 아이돌 카와시마 미즈키와 토토키 아이리의 진행에 더해 색다른 체력승부로 아이돌들의 귀여운 장면을 볼 수 있는 것이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이었다. 원래는 『머리로 두둥! 브레인 캐슬!!』이었지만 출연한 아이돌들이 퀴즈를 너무 못 푸는 바람에 기획이 바뀌어 이렇게 된 것이다.

 프로그램이 『머슬 캐슬』로 바뀐 그 회에서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유닛 ‘캔디 아일랜드’는 다른 아이돌 유닛인 ‘KBYD’와 함께 출연해 승부를 벌였다. 신곡 홍보 시간과 벌칙 게임을 걸고 벌인 승부의 결과는 동점. 두 팀은 홍보 시간 절반과 벌칙을 받게 되었다. 참고로 서프라이즈를 위해 제작진은 이 사실을 비밀로 하다가 마지막에서야 밝혔다.

 벌칙의 내용은 번지점프. 미오와 프로듀서가 이동한 곳은 벌칙을 받은 번지점프대가 위치한 계곡이었다. 프로듀서의 과거에 있던 그곳, 심지어 번지를 뛰는 발판 위였다. 두 사람은 비좁은 발판에 다리를 묶는 줄도 없이 서서 아찔한 풍경을 내려다 봤다.

 “뭐, 뭐야 이거!”

 “진정하세요, 혼다 씨. 천천히 여기를 벗어나는 겁니다.”

 “프로듀서. 그건 안 될 것 같아.”

 미오의 눈이 번지점프대와 낭떠러지의 연결부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수많은 눈 인형들이 몰려 들어와 점프대를 부수고 있었다. 그 충격에 점프대는 격하게 흔들렸다.

 “계속 이쪽으로 오고 있어. 저 녀석들, 하나하나의 힘은 크게 강하지 않지만 숫자가 너무 많아. 이런 아슬아슬한 곳에서 싸웠다간 떨어지고 말 거야. 그렇다면!”

 미오는 프로듀서를 잡았다. 그리고 뛰었다. 줄도 없이 저 낭떠러지로. 그 행동에 프로듀서는 당황했다. 하지만 이것 말고는 빠져나갈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단 한 가지. 프로듀서는 미오의 손을 꽉 잡고 끌어당겼다.

 “혼다 씨! 제가 먼저 떨어지겠습니다! 줄은 없지만 저 밑은 강이니까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가 혼다 씨를 안고 먼저 떨어지면!”

 “역시 프로듀서는 그럴 줄 알았어. 하지만 우리가 떨어지는 순간 바로 눈보라가 불어올 거야. 강을 얼려서 우리를 공격하겠지. 그게 녀석의 목적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떨어지면 안 돼. 떨어질 필요는 없어. 이미 『탈출』은 끝났으니까. 더 캡틴!”

 주황색과 노란색이 감도는 인간형 몸체에 하얀 페도라. 미오의 스탠드인 더 캡틴이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에 박혀 있던 세 개의 별 중 하나가 발사되어 절벽 위에 박혔다. 별들은 반응했다. 거대한 달이 지구의 위성으로 잡혀있듯이,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이 지표면으로 떨어지듯이. 절벽 위에 박힌 별과 더 캡틴의 주먹의 별은 서로를 끌어당겼다.

 떨어지던 미오와 프로듀서의 속도가 점점 줄어들다 위로 솟구쳤다. 아니, 이 감각은 마치 위를 향해 『낙하』하는 것과 같았다.

 “팟하고 튀어 올라라!”

 절벽에 닿자마자 더 캡틴은 가볍게 두 사람을 끌어올렸다. 탈출은 성공이었다.

 “이걸로 한숨 돌렸어! ……저기, 프로듀서?”

 “…….”

 잠깐 동안 프로듀서는 아무 말이 없었다. 미오도 덩달아 조용해졌다. 뒷목을 매만지며 생각을 정리하고 프로듀서가 말했다.

 “혼다 씨. 제가 그곳에 있다는 걸 어떻게 아신 거죠?”

 “저 인형들을 피해 다니고 있었는데 프로듀서의 목소리가 들렸어. 아마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어서였을 거야.”

 같은 기억.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미오가 아이돌을 그만두겠다고 했던 그날. 그 기억은 프로듀서에게도 괴롭게 남아있었다. 그녀가 그런 말을 한 결정적인 계기는 프로듀서의 부주의한 말이었으니까.

 프로듀서를 스쳐간 과거의 기억들 중에는 분명 그날도 있었다. 그 기억 덕에 미오가 자신을 찾아오다니.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혼다 씨.”

 “으응? 왜 그래? 갑자기 무겁게.”

 “저는…… 저는 여러분에게 필요한 프로듀서인가요? 저의 프로듀스는 여러분을 올바르게 인도했나요?”

 “그런 당연한 걸 왜…….”

 더는 말 할 수 없었다. 그의 표정을 보고 미오는 알았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프로듀서도 괴로운 기억을 보았을 것이다. 자신과 공유한 그 기억보다 더 깊은 기억을. 어려운 상황에서도 절대 그 방침을 꺾지 않던 프로듀서에게 이런 말을 하게 할 정도로 괴롭게.

 미오는 숨을 길게 뱉었다. 작년 여름에 아이돌 페스티벌에 말했잖아, 프로듀서.

 “아이돌 관두지 않길 잘했어!”

 “혼다 씨…….”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웃었다. 손을 내밀며 대답을 구했다. 프로듀서는 기꺼이 손을 잡았다.

 “좋은 미소입니다.”

 

 *

 

 촬영 중의 휴식시간에 죠타로는 미나미를 불러냈다. 아예 촬영장을 나가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가서 혹시 누가 엿듣는 건 아닌지 확인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가요? 죠타로 씨.”

 “별거 아니야. 혹시 어제 회사에 왔었나?”

 “네. 죠타로 씨가 와 있을 때도 프로젝트 룸에 갔었어요. 그 때는 프로듀서와 얘기하고 계셨고, 제가 바로 레슨을 가서 저를 보지는 못하셨겠지만.”

 “뭔가 이상한 일이 생기지는 않았었나? 예를 들면 갑자기 상처가 났다던가. 얼마 뒤에 상처가 바로 사라졌다던가.”

 “그런 일은 없었어요. 이상한 일이라면 있긴 했지만요. 잠깐 프로젝트 룸에 들르려고 했는데 길을 헤맸거든요. 그런데 그건 왜요?”

 아무 것도 아니야. 죠타로는 고개를 저었다. 346 프로덕션에 갑자기 나타난 화살. 그로 인해 스탠드유저가 된 자들이 곳곳에 있을 것이다. 일단 닛타 미나미는 거기서 벗어난 것 같다. 그렇다면 현재 가장 의심이 가는 것은 러브라이카의 다른 한 명. 그녀를 찾아가기도 전에 미나미에게 메시지가 왔다. 미나미는 당황했다.

 “무슨 일이지?”

 “프로듀서님한테서 메시지가 왔어요. 아냐가 사라졌데요!”

 두 사람은 급히 촬영장으로 움직였다. 문을 여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한 여름에 그것도 실내에서 폭설과 강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미나미에게 가는 바람을 막아서며 죠타로가 나섰다.

 “이거야 원. 한발 늦고 말았군.”

 “이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아냐는 갑자기 사라지고 잠깐 나갔다 온 사이에 스튜디오가 이상하게 변하다니! 설마 아냐가 저 안에 있는 건 아니겠죠?”

 “진정해, 닛타. 설명을 해주지.”

 “설명이라니. 죠타로 씨는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있는 건가요? 아냐가 어디 있는지도?”

 “전부는 아니야. 설명할 수 있는 내에서 말해주지. 일단, 이 현상의 원인은 아나스타샤다. 내 예상이 맞았다면 말이야.”

 죠타로의 발언에 미나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일반인에게는 스탠드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기묘한 힘에 대해서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미나미는 차분히 죠타로의 말에 귀 기울였다. 세상에는 스탠드라는 초능력이 있고 아나스타샤는 그것을 얻었을지도 모른다는, 지금 상황을 모두 설명하는 명확한 해답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혼란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우선은 알겠어요. 하지만 아냐는 이런 짓을 할 아이가 아니에요.”

 “갑작스럽게 힘을 얻었다면 스스로가 조절하지 못 할 수도 있어. 아나스타샤 자신도 이 힘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중이겠지.”

 “그럼 빨리 구하러 가야죠!”

 “멈춰!”

 문을 넘으려는 미나미를 죠타로가 붙잡았다. 놔요! 저는 가야만 해요! 그녀는 손을 뿌리쳤다. 하지만 죠타로의 힘을 이기지는 못했다. 죠타로는 미나미를 벽 쪽으로 밀어버렸다. 눈을 부릅뜨고 그녀에게 똑바로 말했다.

 “가만히 있어! 함부로 들어가 봤자 개죽음만 당할 뿐이야!”

 그것은 위협으로서도 경고로서도 진심이었다. 미나미는 위축되었다. 촬영장 안의 광경이 냉정하게 다가왔다. 참혹한 결말을 맞는 자신의 모습이 쉽게 상상되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그래도 가야만 해요! 그녀의 눈빛에 죠타로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아는 아나스타샤는 어떻지? 약한 존재인가?”

 “아냐는 약하지 않아요. 조금 소극적으로 보일 수는 있어도 마음은 누구보다도 강해요. 다른 사람을 감싸줘요. 덕분에 저도 도움을 받았고요.”

 “스탠드는 정신력의 상징이야. 네가 말하는 대로의 아나스타샤라면 이겨내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러지 못 하고 있어. 자신의 능력을 다루지 못 하니까. 그런 상황에서 네가 이 안에 들어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그러지?”

 그것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미 촬영스텝들이 휘말려버렸다. 미나미까지 무슨 일이 생겨버리면 아나스타샤는 버티지 못 할 것이다. 지금보다 더한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미나미는 고개를 숙였다. 분함. 아주 강한 분함이 전해져왔다.

 “들어가는 건 나 혼자다. 내 스탠드라면 저 폭설도 뚫고 갈 수 있어. 하지만 너까지 지키는 건 어려워. 내가 아나스타샤를 멈추고 데려오겠어.”

 미나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했다. 그저 폭설 속으로 들어가는 죠타로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죠타로가 말했다.

 “네 파트너를 믿어.”

 문이 닫혔다.

 

 

 

 

 

스탠드명 – 더 캡틴

본체 – 혼다 미오

 

파괴력 A

스피드 A

사정거리 D

지속력 B

정밀동작성 A

성장성 C

 

양쪽 주먹에 각각 세 개의 별이 박혀 있다. 별과 별 사이에는 특수한 인력이 작용하여 서로 끌어들인다. 별을 물체에 부착시키면 그 물체도 같은 인력을 가지게 된다. 별은 스탠드유저와의 거리와는 상관없이 힘을 유지하며, 여러 개가 뭉칠수록 인력이 점점 더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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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마스터 시리즈에서 뺄래야 뺄 수 없는 존재는 바로 프로듀서 입니다. 혹자는 아이마스가 럽라보다 뛰어난 점은 프로듀서라고 단언할 수 있다고 할 정도니. (물론 이런 비교는 무의미하지만요.)

그 중에서도 신데메이션의 프로듀서, 일명 타케우치P는 아이돌보다 인기있는 프로듀서라는 말이 있을 정도죠. 타케P의 인기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캐릭터성만이 아니라 남자가 봐도 반할 만한 그 매력에 있습니다.

 

능력은 있으나 아이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서툴렀던 그.

때문에 미쿠냥의 파업, 미오붐을 겪었던 그는 마지막에 와서는 정말 뛰어난 프로듀서가 되었습니다.

 

그런 프로듀서에게는 안 좋은 과거가 있습니다.

공식에서 무슨 언급이 있던 게 아니라서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요. 오직 이마니시 부장님의 동화적 비유를 통해 유추하여 창작하여야 했죠.

 

'우직한 남자가 있었다.', '언제나 우직하게 길을 가리켰다.', '하지만 우직함은 때로는 답답한 법.', '몇 명의 신데렐라가 그를 떠났다.'

타케P가 과거에 잘못하여 아이돌을 그만둔 소녀들이 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소녀들을 떠나게 한 '우직함'은 뭐였을까요?

초기의 타케P는 아이돌들에게 무언가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미쿠는 파업을 했죠. 미오가 아이돌을 그만뒀을 때도 그저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만 했습니다.

 

그렇다면 과거의 그는 아이돌들에게 괜한 기대를 품게 만든 것이 아닐까? 힘들어서 고뇌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무작정 희망만을 외친 게 아닐까?

346는 거대 기업이지만 신인 아이돌과 지망생은 당연히 힘든 시기를 지날 겁니다. 초기의 신데렐라 프로젝트처럼요. 언제 데뷔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잡일만 하며 불안한 때가 있을 겁니다.

그럴 때 프로듀서가 할 일은 희망을 주는 것이겠죠. 하지만 확실한 것 없이 희망만 준다면 답답하지 않을까요? 그 희망이 실패했기 때문에 아예 말을 못 하는 수레바퀴를 택한 것이 아닐까요?

 

자기가 미래를 망쳐버린 소녀들이 눈 앞에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 일을 트라우마 수준으로 각인하고 있던 프로듀서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희망적인 상황에서라면 기뻤을 겁니다. 하지만 희망이란 때로는 함정을 품고 있는 법이죠.

죄책감에 절어있는 프로듀서는 환상에 갇혀버렸습니다. 일련의 사건을 통해 프로듀서는 정말 강해졌지만 죄책감의 대상들이 용서의 기회를 준다면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 환상을 깨는 방법은 바로 '성공'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은 열심히 했다, 잘못되지 않았다, 최선을 다했다고 말해줄 사람. 그게 바로 미오였죠. 프로듀서에게 한 번 도움을 받았던 미오가 이번에는 프로듀서를 도울 차례였습니다.

(사실 초기 구상대로면 여기에 우즈키와 린도 함께 해야 하는데, 에피소드 특성상 회상장면이 많이 나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빼야 했습니다;;;;; 미안하다, 뉴제너......)

 

더 캡틴의 능력은 별이 가지는 인력입니다.

리더란 누구보다 앞에 서서 팀원들을 이끄는 존재. 하나로 묶어주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여섯 개의 별이 가지는 인력, 아이돌과 프로듀서를 이어주는 인력을 능력으로 택했습니다.

이번 화를 완성하기 직전까지 미오의 스탠드능력은 계속 고민 했습니다. 아이돌 사이드 주역이기도 한 만큼 신경을 썼죠. 그렇게 나온 능력이라 아주 마음에 듭니다.

참고로 별 거 아니지만 더 캡틴의 스탯은 크레이지 다이아몬드와 완전히 동일합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미오 에피소드는 일단은 매듭이 지어졌습니다. 하지만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죠. 이야기의 결말은 이어지는 아나스타샤 에피소드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여기에 죠타로가 등판했죠.

 

다음 에피소드 '네뷸라 스카이'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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