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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사카 코우메 "...만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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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9, 2017 00:21에 작성됨.

 처음 프로듀서 씨와 만났던 건 어두컴컴한 영화관에서였다.

 보통 영화는 집에서 인터넷 쇼핑으로 구입한 DVD로 보지만, 개봉한지 얼마 안된 영화는 구입을 하는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영화관에는 자주가는 편이다.

 시끌벅적한 사람들, 상영시간을 알리는 알록달록한 형광판, 시간 때우기로 만든 옆 오락실의 게임소리.

 시끄럽거나 눈에 띄는 걸 싫어하는 나는 빵모자를 눌러쓰고 좁아진 시아로 상영시간을 확인한다.

 '응…10분 뒤구나.'

 평소와 같은 영화관, 북적거리는 사람들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뭐지? 사소한 호기심에 뒤돌아보니 거기에는 이질적인 사람이 있었다.

 거대한 덩치, 위압적인 눈매, 몸을 감싼 검은 양복. 영화 속에 나오는 야쿠자를 연상시키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아까까지 떠들석했던 사람들이 조용해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을 보고 내가 먼저 떠올린 생각은--

 '…귀엽다'

 위압적인 모습이지만, 왠지 모르게 그렇게 생각했다. 특히 저 모습인 채로 좀비가 된다면…최고.

 그렇게 생각에 빠져있자니 내 눈 앞에 뿌연 안개들이 모이더니 사람같은 모습을 이루었다.

 윤곽은 흐릿하지만 분명 사람의 모습을 한 무언가. 누군가 보면 기겁해 비명을 지를 상황이지만, 영화관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당연하다 '이 아이'는 유령이니까. 보통 사람은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다.

 단지 '나'에게는 보인다. 이유는 모르지만 어렸을 적부터 저런 아이들이 보였었다.

 뿌연 안개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나쁜 사람은 아니구나.'

 그리고 저 아이들은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래도 저런 작은 몸짓으로도 나에게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으니 옛날부터 신기할 따름이다.

 단지 그 사람을 보고있는 동안 시간이 다 됐는지 상연관 입구 위의 형광판에 '입장'이라는 단어가 반짝이며 떠오른다.

 조금 더 자세히 구경하고 싶었지만, 영화를 놓칠 수는 없으니 나는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


 상연관 안은 어두컴컴한 어둠을 스크린의 빛이 밝혀주고 있었다. 오늘 볼 영화는 평범한 공포영화. 사실은 좀비가 나오는 영화를 보고 싶었지만 아직 나이가 되지 않기에 볼 수 없었다. ...빨리 어른이 되면 좋을텐데.

 멍하니 지나가는 광고들을 바라본다. 카메라, 화장품, 영화. 가지각색의 광고들을 보고 있자니 '그 아이'가 갑자기 눈 앞을 가렸다.

 '왜 그래...?'

 그 아이는 뿌연 손을 뻗어 내 바로 뒤에 있는 곳을 가르켰다.

 '뒤에 뭔가 있어?'

 의미 없는 행동을 할 아이는 아니니 뭔가가 내 뒤에 있다고 생각하는 게 올바를 것이다.

 그래서 뒤를 돌아보니, 맨 뒷자석에 아까 봤던 거대한 남성이 앉아있었다. ...저기에서는 영화가 잘 안보일텐데. 하지만 저 덩치로 앞좌석에 앉는다면 뒷자석 손님이 불편해지지 않을까? 혹시 그래서 일부러 뒷자석에 앉은 것은 아닐까?

 ...왠지 모르게 그 사람에 대한 호기심은 늘어만 갔다.

 옆에서 뿌연 안개는 그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상영이 끝난 후, 나는 총총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는 두리번 두리번 주위를 살펴본다.

 '없어...?"

 어차피 우연히 만난 사람이고 아는 사람도 아니지만 왠지모르게 흥미가 생겼다. 좀비가 되면 귀여울 것같고...

 하지만 그런 바램도 허무하게 그 날은 그 사람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

 그로부터 일주일 뒤, 역시 여름이여서 그런지 호러 영화의 퍼레이드. 평소라면 나오지 않을텐데, 한시라도 빨리 영화를 보고 싶으니까 두근거리는 마음에 나와버렸다.

 그 아이도 신나는지 옆에서 흩어졌다 모였다를 반복하고 있다. 후훗, 모르고 웃음이 나올 정도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리고--

 '어?'

 영화관 앞에 도착하니, 본 기억이 있는 뒷모습이 있었다. 정장 차림에, 거대한 몸. 두근,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울린다. 깜짝 놀랐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 남성은 혼자가 아니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붉은 색 머리의 여자아이가 옆에 서 있던 것이다.

 "뭐야? 여기에는 왜 데려온거야? 아이돌? 이것도 아이돌이 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할 생각이지?"

 "...예"

 "기가막혀. 레슨에 또 레슨. 거기에 이번에는 뭐? 영화를 봐야한다고?"

 "예, 사야 씨의 컨셉을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뭔가 다투는 모양이었다. 저 사람의 직업은 뭘까? 아이돌이라고 했으니까 경호원...? 그런 느낌은 아닌데.

 "됐어. 나, 이런 짓 이제는 도저히 못하겠어. 돌아갈께."

 "사야 씨?"

 "하, 뭐야? 이제와서 잡고싶어? 면접에서 합격했더니... 연습생 시절의 꿈, 이뤄준다고? 웃기지마! 뭐가 변했다는 건데! 똑같아! 레슨도, 일상도, 전부! 전부!"

 "그렇지 않습니다. 사야 씨. 이번 무대에서는..."

 "무대? 어차피 전처럼 사람은 쥐꼬리 만큼도 안보이는 곳에서, 학교 축제에서나 어울리는 짓을 하는 거잖아?"

 "..."

 "사직서, 사무소에 있는 내 서랍 안에 있으니까 꺼내가. 이제, 다시는, 연락하지 말고."

 "..."

 뭔가 살벌한 대화를 하고, 그 여자아이는 떠나 갔다.

 그리고 그 사람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이지만, 왠지 나에게는 우는 것같이 보였다.

 콕콕.

 옆에서 누군가 찔러 돌아보니, 그 아이가 영화를 보러가는게 아니냐고 물어본다. 나는 고개를 저어 지금은, 저 사람을 혼자 두어서는 안될 것 같다는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뭔가를 해주고 싶다고 해도 초면의, 그것도 이런 아이가... 그래도 가만히 두면 안될 것 같고...

 그럴 때, 멀리서 경찰이 다가오는게 보였다. 경찰들은 성큼성큼 걸어와 그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신고가 있었습니다, 정장을 차려입은 무서운 사람이 여고생과 실랑이를 벌였다고 하더군요. 같이 서에 따라와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사람은 그저 멍하니, 가면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려고--

 "...저, 저기..."

 "응?"

 이런 자신감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경찰 아저씨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콕콕.

 "...저, 이 사람은 제 아는 사람으로..."

 "아아, 지인인가요?"

 "저... 잠깐..."

 그 사람은 뭔가 말하려 했지만, 눈빛으로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다.

 "응"

 "아까 있던 언니는...그, 사촌 언니여서...저 때문에 조금 싸워버려서..."

 "...아아, 혹시 가족간의 싸움이었나요?"

 "...예..."

 자기자신도, 왜 이런 거짓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이 사람을 이대로 보내면 안될 꺼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렇군요. 오해로 신고된 모양입니다.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아뇨."

 그리고 떠나가는 경찰 아저씨들을 바라보고, 그 사람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당신은 대체?"

 "...아저씨가 오해받아서 끌려갈 것 같아서 도운 것 뿐이야... 그리고 내 이름은 '당신'이 아냐---"

 [시라사카 코우메] ---내 이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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