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NOTHER ONE CINDERELLA STORY 9 - 혼다 '더 캡틴' 미오 ③

댓글: 14 / 조회: 978 / 추천: 2


관련링크


본문 - 03-28, 2017 20:37에 작성됨.

(이전화 링크)

 

혼다 '더 캡틴' 미오 ③

 

 

 “아나스타샤라는 사람이 사라진 건 얼마나 됐슴까?”

 “오래 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말없이 사라질 분이 아닌데다 전화도 받지 않고 있어서 이상합니다. 바람을 쐬러 간다고는 했는데 안색이 좀 안 좋아보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 갑자기.”

 지금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 건 프로듀서였다. 불안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 했다. 혹시라도 어제와 같은 일이 생길까봐 그러는 것이다. 죠스케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것은 평범한 해프닝이 아니다, 분명 스탠드와 관련된 사건이다.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자신도 찾으러 나가려는데 니나가 죠스케의 옷을 당겼다. 죠스케.

 “추워요. 몸이 덜덜 떨려서 이빨이 따닥따닥 부딪히고 있어요.”

 “응?”

 그러고 보니 실내 기온이 아까보다 내려간 것 같았다. 한기가 돌았다. 프로듀서가 얼른 담요를 가져와 덮어줬다. 아마 에어컨 바람이 강해서 그럴 겁니다.

 아니다. 그 정도가 아니었다. 담요를 덮어도 니나는 추워했다. 콧물을 훌쩍 거렸다. 하얀 무언가가 죠스케의 시선을 스쳤다. 눈이었다. 차가운 눈송이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고 있었다. 죠스케는 경악했다. 뭐야!

 “눈이라고? 말이 안 되잖아. 햇볕이 쨍쨍 내리 쬐어서 아이스크림 없이는 버티지도 못할 날씨라고. 내리자마자 녹아버려서 질척거릴 거란 말이야. 더군다나 실내야! 에어컨 바람이 아무리 강해도 실내에서 눈이 내리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니나를 두고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갔다.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는 문이 열려 있고 그것을 경계로 세계가 나뉜 듯 했다. 새하얀 눈이 복도를 잠식하고 혹한의 바람이 스튜디오로 밀려들어왔다. 확신했다. 이건 스탠드 사건이었다.

 “히가시카타 씨.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물어볼 필요 없슴다. 어제와 같은 일이 생긴 게 분명함다. 아나스타샤도 여기에 휘말렸거나, 아니면 아나스타샤가 이 일의 원인이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검다.”

 바람과 눈발이 거세졌다. 하얀 파도가 주위 공간을 집어삼켰다. 어찌할 틈도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상황에서 반짝이는 별빛이 보였다. 몸을 웅크리고 바람을 버티는데 갑자기 따뜻해졌다. 뭐지? 죠스케와 프로듀서는 몸을 일으켰다.

 병원이었다. 간호사들이 다급하게 움직였다. 어느 병실로 들어갔다. 뒤이어 한 남자가 그 병실로 뛰어 들어갔다. 프로듀서는 놀랐다. 아는 사람임까? 죠스케의 질문에 답하기도 전에 병실에서 괴성이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은 얼른 병실로 달려갔다.

 침대 위에 위독한 환자가 있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응급처치를 하고 있었다. 좀 전에 뛰어 들어갔던 남자가 서럽게 울고 있었다. 어머니! 제가, 제가 왔어요! 그 때는 오지 못 했는데 오늘은 이렇게 왔어요! 제발 일어나세요!

 프로듀서는 혼란스러워했다. 죠스케가 물었다.

 “대체 저 사람이 누굽니까? 왜 그렇게 혼란스러워하는 검까?”

 “저 사람은 오늘 촬영의 감독입니다. 침대에 누워있는 건 그 어머니시죠. 작년에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장례식에 문상까지 갔었죠.”

 “네? 죽은 사람이라니.”

 “이상합니다. 지금 상황 자체가 전부 이상하지만 정말 이상한 건……. 감독님은 이 날 해외촬영 때문에 외국에 가서 어머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

 창밖에 또 눈이 내리고 있었다. 작년의 이 날은 분명 늦봄이었다. 눈이 내릴 리가 없다. 즉, 저것은 평범한 눈이 아니었다. 바람에 창문이 떨려왔다. 서서히 금이 갔다. 도망쳐! 죠스케가 프로듀서와 감독을 붙잡고 달렸다. 병실을 빠져나가자마자 창문이 부서졌다. 혹한이 덮쳐들었다. 감독은 절규했다.

 “이거 놔! 어머니 옆을 지켜야 한다고!”

 “정신 차려! 저런 거에 파묻히면 얼어 죽던가 깔려 죽던가, 둘 중에 하나라고!”

 반항하는 감독을 후려쳐 기절 시켰다. 등 뒤가 순식간에 혹한으로 변해갔다. 크레이지 다이아몬드! 벽을 부수고 옆으로 넘어갔다. 넘어가자마자 벽을 고쳐 혹한이 넘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온통 눈으로 덮인 스튜디오에 있었다.

 문밖으로는 여전히 눈보라가 불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스탠드는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이동시키는 것 같슴다. 그런 식으로 사람을 유인한 다음 눈으로 공격하는 거죠.”

 아무 상관없는 감독을 휘말리게 하고 스튜디오 전체를 능력의 범위로 삼은 걸로 봐서 키라의 소행은 아니었다. 특정대상이 목적이 아닌 무차별 공격. 피해가 커질 것이 분명했다.

 “사람들을 얼른 대피시켜야 해.”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느새 프로듀서는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이 상황에도 전파는 통하는지 누군가와 열심히 통화했다. 상황을 설명하고 정중히 부탁하더니 전화를 끊었다.

 “후타바 씨에게 알려드렸습니다. 피해범위는 아직 그렇게까지 크진 않은 것 같군요. 이걸로 아무도 이곳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슬로우 라이프 판타지. 회사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그 능력을 이 장소에만 집중한다면 확실히 피해의 확산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 때, 담요 한 장이 날아왔다. 죠스케와 프로듀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잠깐. 이게 왜 여기 있는 거야. 이건 니나가 덮고 있던 거잖아! 설마, 저 눈보라 안에?”

 “이치하라 씨!”

 두 사람은 눈 속으로 들어갔다.

 

 *

 

 아이돌이 된 계기는 많은 사람들을 웃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친구와 이야기 할 때 친구가 웃어주면 기쁘다, 아이돌이 되어서 다양한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다. 그들을 모두 미소 짓게 해주고 싶다. 그래서 아이돌을 목표로 했다. 아이돌은 굉장했다.

 운동회의 치어리더나 운동부 도우미 등 여러 가지를 해보았다. 전부 수준급으로 해냈고 입상경력도 많았다. 하지만 끌리는 것은 없었다. 처음에만 불타오르고 금방 식어버리기를 반복하다 처음으로 “이거야!” 했던 것이 아이돌이었다. 그 반짝임에 이끌린 것이다. 아이돌은 굉장했다.

 오디션도 봤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첫 번째 오디션은 불합격, 결원 보충을 위한 두 번째 오디션에서 간신히 선발됐다. 매일 우편함을 열어보다 합격서류를 발견했을 때 뛸 듯이 기뻤다. 국내에서 최고라고 인정받는 회사에 들어갔고, 친구들을 만났다. 함께 연습하는 것이 즐거웠다. 아이돌은 굉장했다.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행운이 찾아왔다. 우연히 유명 아이돌 ‘죠가사키 미카’의 눈에 띄어 그녀의 라이브에서 백댄서를 맡았다. 연습할 때는 즐거웠는데 막상 본무대를 기다릴 때는 긴장됐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함께 무대에 서는 동료들, 먼저 아이돌이 된 선배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무대에 오른 순간 보인 광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흔들리며 반짝이는 수많은 사이리움. 그들이 모두 관객이었다. 객석을 꽉 채운 관객. 열심히 춤을 췄고 최고의 기분을 만끽했다. 아이돌은 굉장했다.

 

 그녀는, 혼다 미오는 그렇게 아이돌이 되었다.

 

 “왜 그 생각이 나는 거지…….”

 가만히 서서 회상에 빠진 자신을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광장 중앙에 커다랗게 준비된 무대를 보며 수군거렸다.

 뭐하는 거래? 신인 아이돌 데뷔한다던데. 오, 여기서 춤추는 거야? 굉장하다! 그러게. 구경하고 갈까. 엄마, 여기서 뭐 하나봐! 보고 가자! 그래, 그래, 이런 거 정말 좋아하는구나. 사인 받을 수 있을까? 나중에 유명해지면 기념이 되겠지.

 모두 기대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이만큼이나 대단한 무대를 마련했으니. 그것도 신인에게. 어떤 아이돌이 나올까, 어떻게 생겼을까, 어떤 노래를 부를까. 궁금한 것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이 무대를 기대하고 있는 것은 그 아이돌 본인일 것이다.

 “데뷔 무대니까. 기대하는 게 당연하잖아.”

 다리에서 힘이 빠졌다. 미오는 비틀거렸다. 벤치를 찾아다니는데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 미오! 아는 목소리였다. 그녀의 친구가 손 흔들며 달려왔다. 너 짱이다!

 “저기서 춤추는 거지? 엄청 대단한 라이브 한다더니 진짜였네. 아, 의심한 건 아니야. 그냥 내 친구 중에 이런 대단한 사람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어, 응. 그렇지…….”

 “뭐야, 긴장한 거야? 무적의 미오가 이렇게 주눅 들면 안 돼지! 아직 다른 애들은 안 왔으니까 얼른 긴장 풀어. 무대에서 실수하면 어떡해.”

 그럼 나, 저기 2층에서 보고 있을게, 힘내! 응원을 남기고 친구는 가버렸다. 이 날, 미오는 거의 대부분의 반 친구를 초대했다. 어느 정도는 자랑이었다. 미오 스스로도 오늘 무대를 기대하고 있었다. 기대만큼이나 불안과 걱정도 있었다.

 346 프로덕션의 신데렐라 프로젝트. 14명의 멤버 중에서 첫 번째로 데뷔를 하는 두 유닛. 뉴 제너레이션과 러브라이카. 미오는 뉴 제너레이션의 리더였다. 우즈키도 린도 모두 자신을 의지하고 있었다. 내가 똑바로 정신을 차려야 해! 그것이 그녀의 마음이었다.

 무대직전의 불안감은 점점 커졌다. 프로듀서에게 상의도 해봤지만 결국은 스스로가 잘 해야 할 일이었다.

 “시작하나봐.”

 무대 위에 미나미와 아나스타샤가 올라왔다. 데뷔곡인 ‘메모리즈Memories’를 불렀다. 그녀들은 정말 열심히 춤을 추고 노래했다. 관객들도 즐겨줬고 무대가 끝난 다음에는 박수를 쳤다. 다음에는 뉴 제너레이션의 차례였다.

 데뷔곡인 ‘새내기 Evo! Revo! Generation!’이 흘러나왔다. 이번에도 관객들은 즐겨줬다. 정말 다행이었다. 무대를 내려가는 세 사람의 어두움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 했다.

 배경이 바뀌었다. 무대를 내려온 직후, 무대 아래. 이미 그 내용을 알고 있고, 절대 잊을 수 없는 시간이 잔인하게도 시작되고 말았다. 미오의 숨이 거칠어졌다.

 동료들의 축하도 무시하고 ‘이 날의’ 혼다 미오가 어두운 복도로 걸어갔다. 이상함을 눈치 챈 프로듀서가 따라왔다. 혼다 씨! 왜 그러시죠?

 “어째서…….”

 “네?”

 “관객들이 적잖아! 어째서?”

 

 죠가사키 미카의 라이브는 굉장했다. 그녀는 모델 출신 유명 아이돌이었고 이미 수많은 팬들이 있었으니까. 백댄서로 참여했던 우즈키, 린, 미오의 기대치는 거기에 맞춰져 있었다. 당연히 뉴 제너레이션의 무대도 그럴 것이라고 믿었다.

 무대 시작이 다가오자 걱정됐다. 사람이 많이 몰려서 통행에 불편이 되면 어쩌지? 친구들을 많이 불렀는데 괜찮은 걸까? 우즈키와 린은 긴장해서 그런 것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지만 미오는 걱정했다. 자기가 리더였으니까. 그녀들의 몫까지 해야만 했다.

 드디어 올라선 데뷔 무대는 기대를 산산이 부쉈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죠가사키 미카의 무대에서 그녀들은 그저 백댄서였다. 이제 막 데뷔한 신인들에게 환호를 보낼 팬이라고는 친구들 정도 밖에 없었다. 그래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무대를 본 관객들은 분명 웃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들이 알 턱이 없었다. ‘성공’한 라이브를 경험한 그녀들에게 오늘의 라이브는 ‘실패’였다.

 이것이 이 날의 파국의 이유였다. 미오는 이 이유들을 한 단어로 정리했다.

 “변명. 다 변명이야.”

 냉정히 생각하면 전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라도 화내고 싶었다. 자신에게 향해야 할 분노가 프로듀서에게 향했다. 이 날의 미오가 소리 지르자, 미오는 중얼거렸다.

 “하지 마.”

 저번 라이브랑 전혀 다르잖아!

 굉장한 라이브를 한다고 친구들에게 말했는데…….

 빨리 안 오면 좋은 자리 못 잡는다고…….

 나 혼자 바보 됐잖아!

 “그러지 마.”

 좀 더…….

 저번 무대처럼 신날 줄 알았는데…….

 “분명 좋은 무대였다고.”

 당연하다고? 너무해…….

 왜?

 내가…… 내가 리더라서?

 이제 됐어!

 “그만해! 그 말만은 하지 말아줘!”

 나, 아이돌 그만둘래!

 

 절망적이었다. 그저 모든 것이 절망이라는 색으로 물든 것만 같았다. 망연자실해 있는데 공간이 어그러졌다.

 배경은 그대로 다시 그 날의 무대였다. 바뀐 것은 미오였다. 미오가 ‘이 날의’ 무대 복장을 입고 있었다. 뭐지? 어리둥절한 사이에 프로듀서가 왔다.

 “혼다 씨! 왜 그러시죠?”

 좀 전의 상황의 반복. 아. 알았다.

 이것은 기회였다. 바꿀 수 있는 기회. 어두운 복도를 비추는 조명 빛이 말을 걸어왔다. 실패를 바꾸고 싶지? 없던 걸로 하고 싶지? 지금 여기서 그 때와 다르게 행동한다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지금의 네가 그 때의 너 대신에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한다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미오는 서서히 빠져 들어갔다.

 잘못도 민폐도 실패도 다 사라진다. 어긋나는 것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상궤도로 달려갈 것이다. 더 좋은 뉴 제너레이션이 되어 다음에는 더 좋은 무대에서, 그 때야 말로 최고의 라이브를 할 수 있다.

 말하면 된다. 오늘 라이브 정말 좋았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어. 그렇게 한 마디만 하면 된다.

 미오가 입을 열었다.

 “…… 없어.”

 “네?”

 프로듀서가 물었다. 뒤따라온 우즈키와 린, 미카가 의아하게 바라봤다. 미오? 무슨 말이에요? 무슨 소리하는 거야, 미오? 뭐하는 거야?

 숨을 크게 들이쉬고 쏟아내듯이 소리질렀다.

 “바꿀 수 있을 리가 없어! 바꿔서는 안 돼!”

 소리쳤다. 복도 전체에 울렸다. 세 사람의 얼굴에 당혹이 비쳤다.

 “실수하고 민폐 끼쳤는데도 돌아왔어. 전부 다 내 멋대로 해놓고 뭘 바꾼다는 거야. 그런 치사한 짓은 할 수 없어!”

 “혼다 씨.”

 “프로듀서가 말해줬잖아.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나한테 말해줬잖아.”

 공간이 변했다. 미오가 사는 아파트. 비에 젖은 프로듀서가 미오에게 사진을 보여줬다. 그 날 무대의 사진이었다. 춤을 추는 뉴 제너레이션을 보며 웃고 있는 관객들이 있었다.

 

 좋은 미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관계자를 빼면 숫자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여러분의 노래를 들어줬습니다.

 

 “실패가 아니었어. 그래서 내 잘못이 더욱 크게 다가왔어. 모두의 무대를 망쳤다는 죄책감. 난 그 죄책감 앞에서 도망치고 말았어. 하지만 프로듀서가 와줬어. 프로듀서가 말해줬어.”

 

 저는 이대로 여러분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덕분에 돌아올 수 있었어. 모두에게 사과하고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왔어. 아니! 더 강해졌어! 제멋대로에 멍청한 짓을 저질렀지만, 이 날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지금의 나로 있을 수 있었어! 실패는 없었어. 저지른 실수까지 다 합쳐서 나야. 실수를 딛고 일어선 ‘혼다 미오’가 있을 뿐이야!”

 쩌적, 하고 배경에 금이 갔다. 잠깐의 정적이 감돌았다. 숨을 고르며 미오는 소름끼치는 침묵을 느꼈다. 드디어 정상적인 사고가 돌아가며 상황을 분석했다. 제일 이상하게 느낀 것은 앞의 네 사람의 얼굴이었다.

 무감각했다. 분명 표정을 짓고 있지만 감정도 생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의 얼굴이 하얘졌다. 아니, 드러났다. 껍데기가 부서지고 남은 것은 하얀 눈으로 이루어진 인형이었다. 동시에 배경이 무너졌다. 눈보라 치는 설원이었다.

 “여긴……. 맞아. 아냐를 찾으러 가다가 갑자기 바람이 불고 공간이 바뀌어버렸어. 또 이상한 일이 생겨버렸어.”

 인형들이 다가왔다. 뒷걸음질을 치자 발이 푹푹 빠졌다. 강풍에 온몸이 얼어 움직이기 어려웠다. 설상가상, 등 뒤에서도 인형들이 나타났다. 눈 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더니 인형들이 하나 둘 일어났다. 이미 사방을 포위하고 말았다.

 입 안이 말라버려 침을 삼킬 수도 없었다. 도망쳤다. 어떻게든 도망쳐야만 했다. 인형들이 막아섰지만 이판사판으로 뛰었다. 붙잡으려는 손을 쳐내자 눈송이가 날렸다. 생각보다 단단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죠스케를 찾아야 했다. 그라면 분명 해결해줄 것이다.

 ‘근데 죠죠가 어디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

 시야가 온통 하얘서 여기가 어디인지도 알 수 없었다. 체력이 금방 줄어들었다. 숨을 쉴 때마다 차가운 공기에 폐가 시렸다. 반대로 인형들은 빠르게 따라붙었다. 좀 더 속도를 내려는데 앞에서 또 인형이 나타났다.

 결국 붙잡혔다. 저항했지만 숫자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인형들은 미오를 짓눌렀다. 고통보다도 두려운 차가운 감각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서서히 감각이 사라졌다. 저항의 감각마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이거 놔! 놓으라고!”

 힘 앞에서 자신은 너무나도 무력했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얗던 시야가 어둠으로 덮였다. 소리도 죽어버렸다. 이제는 공포마저도 사그라졌다. 남은 것은 무감각, 무감정.

 ‘점점 편해지고 있어. 이대로 움직이고 싶지 않아.’

 간신히 눈만 깜빡거리고 있었다. 이제는 그것마저 관두고 싶었다. 그 때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것이 있었다. 별빛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다. 별을 붙잡아 손에 쥐었다. 그러자 하나의 감정이 피어올랐다.

 “왜 내가 이러고 있어야 되는 건데.”

 분노가 치밀었다.

 “말이 안 되잖아. 방금 막 치사한 짓은 않겠다고 해놓고, 불리해지니까 ‘나로서는 어쩔 수 없어. 이대로 포기하고 편해지자.’ 라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

 투지. 투지가 그녀의 정신에서 형체를 띄었다. 반투명한 무언가가 몸에서 분리되어 나왔다. 그것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그것을 모른 채 미오가 감정을 쏟을수록 그것은 점점 더 확고한 모습을 가져갔다.

 “반대야! 이것마저도 넘어서야만 해! 그게 바로 성장한 혼다 미오라고!”

 빠각,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압박이 점점 사라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서서히 감각이 돌아왔다. 얼굴 위로 차가운 조각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바람을 가르고 날아가는 소리가 함께했다. 무언가가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주먹이 여러 개로 보일 만큼 빠른 속도로 인형들을 파괴하고 있었다.

 그것은 기합을 지르고 있었다.

 “하라하라하라하라하라하라하라하라하라하라하라하라!”

 인형들이 주춤했다. 그것도 주먹을 멈췄다. 그제야 미오는 그것을 똑바로 마주볼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주황빛과 노란빛이 감도는 여성형의 몸체, 머리에 쓴 하얀 페도라. 양쪽 주먹에는 각각 세 개의 별이 박혀있었다. 설원 위에 둥둥 떠 있어 꼭 유령 같으면서도 분명히 실체가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뭐, 뭐야? 날 도와준 거야?”

 그것은 말하지 않았다. 가만히 미오를 응시할 뿐이었다. 그것이 움직이지 않자 인형들이 다시 공격해왔다.

 “또 오잖아. 막아야 되는데!”

 말이 끝나자마자 그것이 눈을 번뜩였다. 하라! 기합을 지르며 다가오는 적들을 전부 주먹으로 박살냈다. 도와주는 것이 아니었다. 명령에 대한 복종 혹은 방어행위. 갑자기 나타난 존재와 자신이 정신적으로 연결되어있다는 기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혹시나 해서 마음속으로 명령했다. 주먹을 어떻게 날릴지, 파워와 스피드는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 대로 그것은 움직였다. 그에 따라 인형들은 산산이 부서졌다.

 “굉장해. 어느새 녀석들이 다 사라져버렸어.”

 행동을 마친 그것은 다시 미오를 응시했다. 무언가 강한 의지가 그 안에 깃들어있었다. 그 의지를 미오는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곧 자신의 것이었으니까. 그 의지에 무언가 이름을 붙여야 할 것 같았다.

 그것의 팔에 알파벳으로 쓰인 글자가 있었다. CAPTAIN.

 “캡틴. 좋아! 『더 캡틴』으로 정했어!”

 그것의 눈이 다시 번뜩였다. 뜨거운 열정이 불타는 것만 같았다.

 

 

 

 

 

 

 

 

 

 

--------------------

 

과거로 돌아가서 흑역사를 고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 쯤은 해보는 생각일 겁니다.

사람이란 후회를 하고, 쪽팔려도 보고, 이불킥도 차는 생물이니까요.

모든 순간에서 완벽하게 있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과거라는 것은 쉽게 바뀌어서도, 바꿔서도 안 되는 것이겠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면 역설적으로 완벽하지 못한 것이라고.

인류의 문명이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 개개인은 약점 투성이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위대함은 실수를 통해 반성을 하고 나아가 성장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즉, 완벽이란 더 이상의 발전이 없는, 발전 가능성이 차단되었다는 것이죠.

뭔 놈의 중2병 같은 소리인가 싶겠지만 저는 미오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미오붐'이 미오에게 있어서 얼마나 큰 상처일지는 모두가 알 것입니다.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일 텐데 그것을 아예 다시 경험하게 만들었습니다. 바꾸고 싶지 않냐고 유혹합니다.

자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걸 알기에 망설이지만, 미오는 거절합니다.

지금의 내가 바뀌어 버리니까요.

 

이 대답은 타임 패러독스 같은 복잡한 문제의 영역이 아니라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미오가 이 일을 겪지 않았더라면 우즈키붐 때 문제해결에 기여할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이요.

 

아이돌물이라는 어찌 보면 특수한 영역에 있기 때문에 미오붐 같은 사건은 캐릭터 이미지에 큰 타격이 있겠죠.

안 그래도 미오는 신데마스의 타이틀 캐릭터들 중에서 인기도 저조하고 안티도 많은 캐릭터인데.

하지만 그런 미오가, 그런 사건을 겪은 미오를 보았기 때문에 우리는 마지막에 와서 그녀를 '캡틴'이라고 불렀습니다.

아픔이 있었기 때문에 미오의 성장은 더 값진 가치를 얻었습니다.

 

인기도 적고, 안티도 많고, 공식 푸쉬도 적고, 푸쉬를 받아도 까이고, 아직까지도 까이고, 흑역사까지 겪고, 사람들이 다 그런 눈으로 봅니다.

그거 다 버텨내고 이겨내고 성장한 결과가 캡틴이었습니다. 훌륭한 '인간찬가'를 이뤘죠.

그래서 스탠드의 이름으로 정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후라이드 치킨으로 할까 싶네요. (음?)

 

마지막으로 미오P로서 들었던 질문이 있습니다.

'이런 미오가 아니었다면 내가 미오를 최애캐로 삼았을까?'

아니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이런 미오이기에 좋아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것을 잘 표현해 보려고 역시나 연구를 좀 했습니다.

 

초반에 나오는 미오가 아이돌을 시작한 계기는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신데마스 코믹스에서 따왔습니다.

거기에서 미오에 대한 보충 묘사가 나왔거든요.

작가 분이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연재 중단 상태로 알고 있는데, 완전 극초반부에서 멈춰서 아쉬웠습니다.

 

더 캡틴의 외형에서 모자를 쓰고 있다는 부분은 모바마스 미오 카드 중 '온리 마이 스타' 특훈 후에서 따왔습니다.

우리 짱미오 이케맨스러운 매력이 터져 나오는 일러스트라고 생각해요.

기합 소리가 "하라하라!" 인 이유는 성우 분 이름이 '하라' 사유리라서;;;;;

러쉬음을 생각하는 게 의외로 어렵더라고요.

 

써놓고 나서 보니까 미오와 아나스타샤가 대비되어 보였습니다.

그 날의 무대에서 성공한 아나스타샤와 실수한 미오......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

둘이 같이 나오는 팬픽을 쓰고 싶습니다.

 

2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