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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게 느긋하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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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8, 2017 18:55에 작성됨.

---10

프로듀서는 조수석에 놓은 보라색 히아신스 꽃다발을 보며 살짝 후회가 들었다.

 

‘생각보다 한 다발이 이렇게 컸나? 괜히 많이 산 거 같은데.’

 

치하야는 자기를 단순히 업무상 파트너로 여길 뿐이었다. 괜히 꽃다발을 주려다 도리어 치하야의 반발을 살까 염려되었다.

 

‘아무렴 어때. 업무상 생긴 일로 사과하려고 주는 건데.’

 

차에서 내려 치하야의 집까지 가는 동안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다. 꽃다발의 크기만큼 긴장한 프로듀서는 조심히 초인종을 누르자, 여전히 웃지 않는 치하야가 문을 열어주었다.

 

“들어오세요.”

 

“그럼 실례할게요.”

 

프로듀서가 집에 들어오고 나서야 치하야는 보라색 꽃다발을 볼 수 있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꽃다발의 정체를 의심스러워하는 눈빛이었다. 그리고 푸른 차가움이 스멀스멀 뻗어오기 시작했다.

 

“이건 대체 뭐죠?”

 

“오는 길에 샀어요. 뭐, 선물...”

 

“저희는 업무상 파트너예요. 이런 선물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하지만 일 때문이라 해도 담당 아이돌 집 방문인데 빈손으로 올 순 없잖아요. 어쨌거나 치하야 양이 발목 다친 건 담당 아이돌을 소홀히 관리한 제 책임이죠. 그리고 치하야 양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고 제 마음대로 라이브 기회를 기권한 것도 제 실수고, 또 치하야 양을 배려하지 않고 무작정 스케쥴만 많이 잡은 것도 제 실수에요. 전 아직 많이 서툰 프로듀서예요.”

 

프로듀서는 치하야의 오해가 커질세라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그리고는 조심하면서도 어정쩡하게 꽃다발을 내밀었다.

 

“하지만 전 아직 치하야 양의 프로듀서인 걸요. 그래서 치하야 양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서 꽃말이 ‘사과’라는 보라색 히아신스로 사 온 거예요. 다른 의미는 전혀, 하나도 없어요.”

 

“사과…”

 

노래밖에 모르는 치하야로선 보라색 히아신스의 다른 꽃말을 알 리가 없었다. 그리고 사과의 의미로 꽃을 받는 것도 처음이라 그 마음조차 생소했다.

 

“정말 미안해요, 치하야 양. 앞으로 더욱 잘할게요. 치하야 양이 절 업무상 파트너로서도, 프로듀서로서도 믿을 수 있게요. 그리고 행복하게 노래 부를 수 있도록요.”

 

생소한 마음 앞에 선 치하야는 꽃다발과 프로듀서를 계속 번갈아 쳐다봤다.

 

‘정말 이 사람, 사과의 의미로 이걸 주는 걸까? 어쨌건 업무상 파트너 간 선물이라지만...’

 

꽃다발을 내민 프로듀서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래서 단순한 업무상 파트너 간의 선물로 여기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고맙게 받겠습니다.”

 

치하야는 마지못해 꽃다발을 낚아채듯이 받았다. 그래도 프로듀서에겐 꽃다발을 받아줬다는 의미가 컸다.

 

‘그래, 받아준 게 어디야.’

 

프로듀서는 조심히 치하야의 집을 둘러보았다. 하루카의 말대로 집은 쓸쓸함이 가득했다. 침대, 식탁 말고 가구가 없었다. 식탁엔 영양제가 담긴 통 여러 개가 놓여 있었다. 거실 한쪽에 하루카가 말한 이삿짐 상자들이 쌓여 있었다. 개중엔 열려 있는 것도 있지만, 테이프도 뜯지 않은 상자가 더 많았다. 거실 조명을 켜놨지만, 집안 분위기는 뭔가 을씨년스러웠다.

치하야는 이삿짐 상자에서 포장도 뜯지 않은 큰 냄비를 꺼냈다. 그리고는 비닐을 벗기고 물을 가득 채우더니 식탁 위에 두고 꽃다발을 통째로 냄비에 넣었다.

 

‘나름 독창적인 방법이군.’

 

“식탁에 둬도 괜찮아요? 냄비는요?”

 

“상관없어요. 어차피 쓰지도 않습니다. 샘플곡은요?”

 

상을 펼친 후 마주 앉은 치하야에게 뽑아온 악보를 주고 첫 샘플곡을 들려주었다.

 

“지금도 곡이 웅장한 느낌이에요. 딱히 오케스트라 부분을 더 넣을 필욘 없겠어요.”

 

“예. 노래가 주는 느낌이 좋습니다. 전주 길이를 조금 줄이면 괜찮을 것 같군요.”

 

“음역대가 높아서 부르기 어렵지 않을까요? 여기서 음역대를 낮추면 곡 분위기가 확 다운될 거 같긴 하지만요.”

 

“충분합니다. 라이브에서도 이 정도는 부를 수 있어요.”

 

둘은 여러 샘플곡을 수차례 반복해 들으며 같이 피드백을 정리해나갔다. 확실히 프로듀서도 음악 공부는 많이 해둔 터라, 말도 잘 통하고 피드백 정리가 한결 쉬웠다. 진지하게 음악을 살피는 프로듀서를 보며 치하야의 마음이 풀어졌다.

 

“이쯤이면 충분하네요. 수고했어요.”

 

“예.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진료 예약은 하교 후로 잡았으니까 바로 데리러 갈게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일어서던 프로듀서의 눈에 문득 곰 인형 하나가 들어왔다. 꽤 오래된 듯 갈색 털엔 세월이 흠씬 묻어 있었다.

 

“귀여운 곰 인형이네요. 치하야 양도 미나세 양처럼 인형을 좋아하나 보네요?”

 

“그건…”

 

치하야의 시선이 곰 인형에 고정된 채로 멈췄다. 치하야의 떨리는 눈동자를 본 순간, 프로듀서는 하루카가 얘기해준 남동생 얘기가 떠올랐다.

 

‘아차. 설마?’

 

“그건… 남동생의 유품이에요.”

 

“유품…이라고요?”

 

하루카에게 듣긴 했지만, 우선 모르는 척했다. 친한 하루카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아픈 얘기를 남을 통해 들었다는 것이 좋은 건 아니었다.

 

“예, 남동생이 있었습니다만, 제가 8살 때 제가 보는 앞에서 교통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미안해요… 그런 과거가 있는 줄도 모르고… 정말 미안해요.”

 

“괜찮습니다… 이미 다 지난 일입니다.”

 

대답과 달리 고개를 돌린 치하야의 어깨가 살며시 들썩이는 것이 보였다. 처음 보는 치하야의 여린 모습이었다. 당황한 프로듀서는 여분으로 가지고 다니던 보라색 손수건을 꺼내 치하야에게 내밀었다.

 

“자, 여기요.”

 

치하야는 말없이 손수건을 받아 들었다. 치하야의 노래에 가득 찬 푸른 차가움의 정체와 마주한 프로듀서도 숙연해졌다. 그리고 프로듀서는 다시금 푸른 차가움 같은 것을 느꼈다. 하지만 날카롭지도, 손발이 저리지도 않았다. 심장마저 무거워지는 한없는 슬픔과 같았다.

 

“미안해요… 저 때문에…”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괜찮다고 하는 치하야의 목소리엔 아직 울먹임이 남아 있었다. 그런 치하야에게 프로듀서는 손을 뻗지도, 위로의 한마디라도 더 건넬 수 없었다. 손만 대도 소용돌이치는 한없는 슬픔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한참 동안 한 사람은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었고, 한 사람은 그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비로소 마음을 추스른 치하야는 예의 차가운 모습으로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프로듀서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니에요.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오늘 잘 자고 내일 봐요. 그리고 정말 미안해요.”

 

치하야가 인사하기도 전에 프로듀서는 다급히 집에서 빠져나왔다. 또다시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프로듀서는 죄책감을 느꼈다. 운전하는 동안에도 치하야의 푸른 차가움을 건드렸다는 미안함만 가득했다.

 

‘아마미 양에게 먼저 듣긴 했지만, 치하야 양이 안고 있는 슬픔은 더욱 컸구나.’

 

집에 돌아온 프로듀서는 피드백 내용을 보내고 가장 최근에 찍힌 치하야의 라이브 영상을 틀어놓았다. 그리고 여전히 불편한 마음을 씻어 내리고 싶어 캔맥주를 땄다.

확실히 치하야의 노래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러나 노래 속에 소용돌이치는 푸른 차가움도 여전했다. 프로듀서는 오늘 비로소 그 원인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남동생의 비극은 치하야의 마음속 깊이 슬픔으로 자리했다. 그래서 남동생을 잊지 않고 기리기 위해, 혹은 남동생을 먼저 떠나보낸 슬픔을 달래기 위해서 노래에 매달린다는 확신이 들었다. 결국, 노래는 그 슬픔을 쏟아내는 수단이었다.

 

‘우선 지금 이 정도로 프로듀스의 방향을 잡아야 돼. 남동생에 관해 더 물어볼 순 없어.’

 

그동안 치하야에 대해 알아보며, 프로듀서는 치하야가 우울증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주변 사람과 거리를 두려는 대인 기피, 식욕 부진 등이 기본적인 우울증 증상과 흡사했다. 더불어 노래에 대한 강박 관념, 그에 따른 조급함과 초조함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심리학 전공은 교양 심리학 수업을 들은 게 다였지만, 프로듀서는 확신할 수 있었다. 왜냐면 성대 결절을 선고받은 자신이 한때 그랬기 때문이었다.

프로듀서는 우울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식음 전폐는 물론, 위로하려는 사람들과도 도통 만나지 않으려 했다. 우울함을 달래려 들은 노래에까지 한없는 부러움과 질투를 느꼈다. 그러면서 성격이 침울해져 갔지만, 누군가와 만나 위로받고 싶은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던 프로듀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던 것도 노래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자신과 치하야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하나 있었다. 자신은 다시 노래할 수 없지만, 치하야는 아직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그럼 즐겁게 노래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주면 되지 않을까?’

 

노래에서 감정 이입이 중요한 테크닉인 만큼, 노래가 사람의 감정을 끌어내기도 했다. 프로 보컬리스트들도 공연 도중, 슬픈 노래를 부르다 감정에 복받쳐 울곤 했다. 그러니 분위기가 밝은 노래라면 분명 치하야도 한결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한계에 부딪힌 적이 있었다. 치하야의 데뷔곡인 ‘파랑새’도, 라이브에서 부르는 커버 곡도, 지금 준비하는 여러 신곡들도 모두 비장하거나 웅장한, 혹은 슬픔을 밑바탕으로 한 노래들이었다. 그래서 밝고 신나는 분위기의 곡도 제안했지만 치하야는 바로 거절했다.

 

“그런 노래는 부르기 싫습니다.”

 

“치하야 양은 장르를 가리지 않잖아요? 어렸을 때 동요 대회에서도 입상한 경험도 있고요. 치하야 양이라면 충분히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옛날 얘기일 뿐이에요. 그리고 그런 노래를 부르려면 춤까지 춰야 하는데, 그건 보컬리스트로서도 어울리지 않아요.”

 

역시나 치하야의 완강한 태도에 프로듀서는 포기했다. 그래서 곧 발표할 신곡 ‘잠자는 공주’도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에 슬픈 가사를 수놓은 발라드 곡이었다.

치하야의 푸른 차가움에 걸맞은 노래라서 한결 더 슬프게 들려 많은 인기를 끌 게 분명했다. 그럼 분명 뚜렷한 성과도 나오겠지만, 그런 노래만 고집하면 치하야가 다시 노래 못할 수도 있었다.

 

‘물론 성과를 내려면 그냥 이대로 가도 상관없어. 하지만 치하야 양이 노래 못하는 슬픔에 빠지게 둘 순 없어.’

 

치하야에 대해 점차 알아갈수록 프로듀서는 어느 순간부터 진심으로 치하야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동정뿐만 아니라, 과거의 자신을 따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물론 그만큼 머릿속은 복잡해져만 갔다.

 

‘좀 다른 노래도 불러야 할 텐데. 하아, 우리 공주님이 여간 까다로우신 게 아니니.’

 

슬슬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한 프로듀서는 머리를 식히고자 무심코 TV를 켰다. 마침 류구의 TV 라이브가 재방송되는 중이었다.

 

- 용궁을 넘어 전국을 들썩이고 있는 초절정 인기 유닛의 순서입니다. 류구코마치의 ‘Smoky Thrill’!

 

화려한 조명이 쏟아지는 화려한 무대에서 류구의 라이브가 펼쳐졌다. 류구의 세 아이돌은 각기 다른 색깔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장난기 가득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듯 아미의 노래엔 노란 유쾌함이 느껴졌다. 아즈사는 차분하면서도 우아한 동작과 함께 노래에 고귀한 보라색을 담아냈다. 가운데 선 이오리에게선 누구보다 당당한 분홍색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세 아이돌 모두 무대를 즐기는 듯, 활짝 웃고 있었다.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세 사람이 빚어내는 화음과 즐거운 모습을 한껏 느끼던 프로듀서는 무릎을 탁 쳤다.

 

‘유닛 활동!’

 

다른 아이돌과 함께 있을 때는 조금이라도 웃었던 치하야가 떠올랐다. 그리고 예전의 자신처럼 사람과 거리를 두려 해도, 마음 속엔 뼈에 사무치는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또한, 솔로 아이돌보다 아이돌 유닛을 프로듀스하여 성과를 내는 것이 더 클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나보단 유닛을 프로듀스하는 게 더 좋은 성과로 보이겠지?’

 

컴퓨터 앞에 다시 앉은 프로듀서는 765 프로 소속 아이돌들의 프로필을 살폈다. 우선 유닛 활동 중인 아이돌들을 제외했다. 류구는 물론, 최근 프로젝트 페어리를 결성한 미키, 타카네, 히비키는 제외했다. 그럼 남은 5명 아이돌 중에서 2명을 선택해야 했다.

유닛을 결성하는 이상 치하야에게 균형이 쏠리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유닛 멤버끼리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치하야 본인과 다른 멤버들도 납득할 수 있는 구성이어야 했다. 류구 멤버들이 무대를 즐기는 것처럼만 한다면, 어차피 성과는 따라올 터였다.

프로듀서는 류구와 페어리 등 여러 유닛의 영상, 아이돌들의 특징과 보컬 레슨을 하면서 받았던 느낌을 종합해가며 밤새 유닛 계획을 짰다.

프로듀서가 유닛 계획을 짜느라 머리를 싸매는 사이, 치하야는 푸른 차가움을 안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다시 떠오른 동생 생각 때문이었다.

아련한 달빛에 비친 곰 인형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냄비에 담긴 보라색 히아신스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흔들림 없는 프로듀서의 눈빛도 떠올랐다.

 

‘그 사람, 정말 사과의 의미로 준 걸까?’

 

꽃 선물은 어렸을 때 노래 대회 우승이나 졸업식 때 축하의 의미로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겉치레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때가 있었다. 그랬기에 이렇게 진심 담긴 꽃 선물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만큼 생전 처음 받는 사과의 의미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사실 꽃도 업무상 파트너의 선물로 생각하고 받은 거였다.

그리고 자기를 이만큼이나 생각해준 사람도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래서인지 프로듀서가 마냥 나쁜 사람이 아니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문득 프로듀서가 주고 간 손수건을 떠올렸다. 침대에서 일어나 찾아보니 손수건은 아직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그래도 업무상 파트너로선 할 건 해야 하니까…’

 

한참이나 손수건을 들고 있던 치하야는 아픈 발목을 끌고 싱크대에서 손수건을 빨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프로듀서는 틈나는 대로 코토리, 리츠코에게도 조언을 구하며 유닛 계획을 짰다. 드디어 유닛 계획이 완성된 날, 오랜만에 만난 치하야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면서 유닛 결성 얘기를 꺼냈다.

 

“유닛 활동이요?”

 

“유닛으로 활동하면 페스티벌, 오디션, 라이브 등 노래 활동은 물론이고 행사나 방송도 더욱 쉬워질 겁니다.”

 

“그러나 노래는...”

 

“저도 한때 보컬리스트를 지향했으니 노래를 소홀히 할 생각은 한 푼도 없어요. 그리고 노래하는 한 가지 방법을 더 터득하는 거로 생각해요. 듀엣이나 합창까지 소화해야 더 뛰어난 보컬리스트가 될 수 있잖아요? 그러니 유닛 활동으로 치하야 양의 음악 세계도 넓어질 거로 생각해요.”

 

“하지만 전 다른 사람과 노래하는 게 익숙지 않아요. 그리고 춤도...”

 

“그건 차분하게, 느긋하게 해나가면 돼요. 노래를 더 잘 부르려면 그만큼 다양한 경험도 해봐야죠. 그리고 다른 아이돌들과 활동한다면 치하야 양이 성장하는데도 분명 큰 도움이 될 거에요.”

 

프로듀서는 치하야가 선뜻 유닛 활동을 할 것으로 생각지 않았다. 그래서 노래를 이유로 댔다. 확실히 혼자 부르는 것보단 다른 사람과 노래하는 것이 실력 향상에도 좋았다. 그러면 치하야도 승낙하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했다.

치하야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물론 혼자 노래하는 것보단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765 프로 동료여도 누군가와 함께 노래하는 것에 막연한 두려움이 앞섰다

그러나 이제 치하야의 마음은 마냥 차갑지 않았다. 조금이나마 프로듀서의 진심을 느꼈고, 그 작은 마음을 한 번 믿어보자고 생각했다.

 

“일단은 알겠습니다. 그럼 저랑 같이 유닛을 할 동료는 누구죠?”

 

“병원 갔다가 같이 만나도록 하죠.”

 

진단 결과 이제는 반깁스를 빼도 되겠다는 진단을 받았다. 반깁스를 떼어낸 치하야는 한결 가벼워진 기분을 느꼈다.

진료가 끝나고 주차장으로 돌아가던 길에 치하야는 프로듀서에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프로듀서, 이걸...”

 

“어? 아, 고마워요.”

 

프로듀서의 손에 돌아온 보라색 손수건은 깨끗했다.

 

“어? 세탁한 거예요?”

 

“예. 제가 손수건을 지저분하게 만들어서... 간단하게 세탁했습니다.”

 

“고마워요.”

 

처음 만난 이래 치하야가 프로듀서에게 처음 베푼 선의였다. 손수건을 다시 집어넣으며 프로듀서는 가벼운 뿌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둘은 레슨실로 향했다. 프로듀서는 코토리와 통화하며 유닛 멤버들이 레슨실에 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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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치하야와 유닛을 결성할 멤버는...?

힌트 아닌 힌트를 드리자면 공식적으로 결성된 적이 있지만, 잘 알려지 않은 유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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