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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마 마유 "Nice to meet you" (1)

댓글: 4 / 조회: 596 / 추천: 2



본문 - 03-28, 2017 10:22에 작성됨.

 아이돌을 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누군가에게 사랑 받고, 그 사랑을 또 그대로 돌려줘야 하기에 아이돌은 수 만에 달하는 팬들에게 늘 똑같거나 그 이상의 사랑을 전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아이돌은 연애를 할 수 없다.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어버리면 팬에게 줄 사랑이 남지 않으니까, 팬을 사랑하려 해도 진정성이 담겨있지 않으니까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

 아이돌이 있기에 팬이 있고 팬이 있기에 아이돌이 있다. 이 단순한 사실을 깨달은 소녀가 있었다.

 

"수고했어, 마유."

 

"아, 프로듀서님..."

 

 새롭게 낼 앨범의 곡 수록을 위해 스튜디오에서 노래를 녹음 중이던 마유는 녹음실의 문을 열고 나오자 자신을 반겨주는 프로듀서와 마주쳤다.

 단순히 서로 마주보고 서서 눈을 보며 말하는 것 정도의 행동에도 사쿠마 마유는 두근거림을 느낀다. 언제부터였는지 조차 기억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그녀는 오랫동안 짝사랑을 해왔다.

 이전 모델 사무소에서 그를 처음 만났던 때부터 인기 아이돌 랭킹에 개근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팬들의 사랑을 받는 지금까지도, 그녀는 만년 상사병에 걸린 소녀였다.

 

"지금까지 불렀던 곡들과 다른 느낌의 것이었는데도 한 번에 녹음하다니, 역시 마유는 아이돌이라고 스태프 분들도 칭찬해줬어."

 

"다행이네요...마유도 내심 불안했었는데..."

 

 프로듀서의 말에 옅게 미소지으며 대답하는 그녀의 입술은 미묘하게 떨렸고 그것을 놓치지 않은 프로듀서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걱정해주었다.

 

"마유? 안색이 별로 안 좋은 거 같은데...괜찮은 거야?"

 

"네? 아...마유는 괜찮답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마유니까요오..."

 

"...아프면 말 해줘. 난 마유의 프로듀서니까."

 

"...네."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사랑하는 마음을 몇 번이고 전하고 전해도 상대는 알아주지 않는다. 아니, 알고 있으면서도 그걸 인정하려 해주지 않았다.

 물론 마유 본인도 그 이유를 알고는 있다. 그녀는 아이돌이고 상대는 자신을 키워준 프로듀서니까 사랑의 마음이 전해져선 안된다. 과장일 수도 있지만 연예계에 있어 그것은 마치 부모와 자식의 금단의 사랑과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프로듀서는 그녀의 마음을 외면하고 그녀도 자신의 사랑이 보답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도 참는다.

 

'하지만...'

 

 참는다. 단지 참을 뿐이다. 한 번 작동해버리면 언젠가는 터져버릴 시한폭탄처럼 그 마음이 터질 것이란 사실은 본인이 더 잘 안다.

 참는 걸 계속한다고 해도 결국 상처만 늘어가 쓰러지는 것은 자신일 뿐이다. 폭탄은 터지면 주위의 모든 것을 쓸어버리지만 불발탄이 된다면 홀로 죽어간다.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불발탄과 같은 사랑을 하려는 사람은 세상에 얼마나 될까.

 

"사무소로 돌아갈까?"

 

"프로듀서님...마유는 어떡하면 좋죠...?"

 

'네에...에?'

 

 처음으로 그녀는 질문을 던졌다. 그것은 마치 다른 사람에게 조종당하는 것처럼 갑작스러웠다. 단순히 대답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을 뿐인데 속마음으로 했을 질문이 입으로 나와버렸다.

 

"어? 뭐를? 역시 뭔가 고민이 있는 거야?"

 

'아니에요, 마유는...'

 

"마유는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요?"

 

"...뭐?"

 

'어째서, 그러지 말아요...!'

 

 입만 혼자 별개의 생물이 되어버린 것처럼 멋대로 말을 내뱉는다. 물론 그것은 그녀가 언제나 속마음에 묻어왔던 질문들이다.

 

"마유는 아이돌이 즐거워요...프로듀서님이 이 빛나는 세계로 마유를 이끌어주셨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마유를 사랑해주고...마유는 그 사랑에 보답하는 것이 행복해요."

 

'그러지 마세요, 제발...!'

 

 그리고 동시에 절대로 해선 안된다는 걸 아는 질문들이다. 한 번 입밖으로 내버리면 다시는 주워담을 수 없고 그 결과를 돌이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입은 멈추지 않았다.

 

"그건 다행이구나..."

 

"...아니요, 마유는 불행하답니다."

 

"불행하다니...어째서?"

 

"또 마유의 마음을 외면하시는 건가요? 마유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변함없이...당신께 마유의 사랑을 전하고 있는데도, 프로듀서님은 매번 마유를 피하세요."

 

'그런 말 해버리면...곁에 있을 수 없어...'

 

"언제까지 도망치기만 하는 건가요? 마유는 언제까지 당신을 쫓아야 하나요?"

 

 오랫동안 쌓여온 마음을 담고 있던 댐이 무너진 것처럼 그 마음은 한 순간에 휘몰아치고 그녀의 절규에 가까운 본심을 토해낸다.

 

"마유는 언제까지 괜찮아...괜찮아...라고 중얼거리며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해야하나요?"

 

'그런 건 싫지만...'

 

"마유..."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이런 세계를 몰랐더라면...그런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이미 마유는 이 빛나는 세계를 알아버렸어요. 팬들과 교감하고...무대 위에서 사랑에 빠지는 것의 소중함을..."

 

'마유는...'

 

"이제 마유는 더 이상 옛날의 마유로 돌아갈 수 없어요. 당신을 사랑하기 전으로, 이런 세상을 알아버리기 전으로..."

 

"그러지 마, 마유. 도대체 뭘 말하는 거야!?"

 

 돌이킬 수 없다. 이젠 스스로도 제어하는 것을 포기해버렸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프로듀서에게 말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스스로에게 호소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차라리...사랑을 느끼지 못한다면 좋을 텐데..."

 

"마유? 그만, 일단 진정하고...!"

 

"당신을 보면서 괴로워하고 당신을 들으면서 괴로워하지 않아도 될 텐데..."

 

'그래요...마유의 마음이 전해지지 못해 평생 괴로울 뿐이라면...'

 

"차라리..."

 

샤앗ㅡ

 

 순간, 갑자기 밝은 빛을 마주한 것처럼 눈 앞이 새하얗게 변하며 귀가 먹먹해지더니, 이내 이명이 들리며 마유는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괴로움은 없었다. 아프지도 않고 슬픔도 없다. 어쩐지 가슴 속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허전하면서도 한 편으론 후련해졌기에 그녀는 만족감을 느꼈다.

 

"...?"

 

 그러다 잠을 자다 깨어난 것처럼 흐릿하게 시야가 돌아오기 시작하며 눈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 마유는 주위를 둘러봤고, 이내 의자에 앉아있던 익숙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어머, 치히로 씨..."

 

"앗, 마유 양..."

 

"여긴 어디인가요...?"

 

"...네, 마유 양이 쓰러져서 병원에 왔어요. 프로듀서님이 연락을 해서 저도 급하게 왔구요."

 

"...? 아, 네에..."

 

 치히로가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을 해주는 것에 뭔가 어색함을 느낀 마유는 그래도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위를 둘러봤다.

 

"그런데...프로듀서님은 어디에 계시나요?"

 

"...네?"

 

"아...일이 바쁘셔서 먼저 가버리신 거군요오..."

 

"마유 양, 그게 무슨..."

 

"...?"

 

 뭔가 심상치 않은 치히로의 반응에 마유는 의아함이 느껴지는 표정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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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어서 여러 편으로 나눠야 할 것 같습니다. 본 작품에 영감을 준 것은 링크에 있는 만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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