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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편광렌즈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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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7, 2017 13:08에 작성됨.

"제발, 제발 아들만큼은!!!!"

 

"차라리 절 죽여요!"

 

큼지막한 검이 건장한 청년의 키를 2/5 정도로 줄여버렸다. 윗배 근처에서 잘려나간 몸은 하늘로 날아오르지 못하고 나무가 꺾여나가듯 기울어지다 바닥에 떨어졌다. 아주 잠시동안 남아있던 의식이 방금 전까지 붙어있던 다리를 붙잡기 위해 손을 뻗은 순간, 건장한 청년은 부모님과 약혼녀가 보는 앞에서 죽어버렸다. 그 후에도 발작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아직 완전히 죽지 않은 신경이 잘려나간 몸에 신호를 보내 죽어가는 바퀴벌레처럼 움직이게 만들 뿐이었다.

 

"약혼녀는 어떻게 합니까?"

 

"산 채로, 정중하게 체포하세요."

 

아이카와 치나츠의 말에, 성기사는 짤막한 대답과 함께 칼을 들었다. 성기사는 청년의 부모의 생사에 대해 묻지 않았고 치나츠 또한 대답하지 않았다. 방금까지 자녀의 목숨을 구걸하던 부부는, 이젠 서로의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무릎을 꿇은 채 기사에게 빌고 있었다. 잠시 후, 기사의 갑옷 위에 단란했던 일가의 핏자국이 사이좋게 모였다. 그 중 하나는 오니기리 교 신자의 피였다. 단 하나만이. 망연자실과 공포 속에서 떨고 있던 약혼녀가 기사의 우악스런 손길에 잡혀 끌려가는 걸 슬쩍 흘겨본 후, 아이카와 치나츠는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녀는 오니기리 교를 상징하는 삼각형을 찾아내었다.

 

".....아인헤리야를 부르는 게 빠른 거 아냐?"

 

아이카와 치나츠가 중얼거렸다. 물론 아인헤리야를 쉽게 부를 수는 없다. 아인헤리야는, 기본적으로 귀족 자제들로 구성된 집단이다. 물론 단장인 닛타 미나미는 능력을 중시하는 철두철미한 사람이어서 능력만 있으면 가리지 않고 기용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존 구성원들의 친인척 관계라는 걸 무시할 수는 없다. 아인헤리야 속에 이 부유한 곳에 친인척을 둔 사람은 상당히 많다는 건 자명한 일이었다.

 

아침부터 시작된 학살극은, 점심식사 전까지 멈추지 않았다. 이미 상류층의 주거지는 영지의 병사들에 의해 포위당했으며, 이단심문관 아이카와 치나츠는 이 속에서 자기 권력을 멋지게 행사하고 있다. 이단심문이란 결국 피로서 완성된다는 걸, 고명한 법학자 집안의 여식이 이 곳에서 증명해버렸다. 물론 아이카와 치나츠는 그런 당연한 사실에 대한 증명 같은 것에 흥미는 없었다.

그녀는 이곳에 왔을 때 부터, 계속 무언가를 찾고 있었으니까.

 

"....뭘 찾아?"

 

"아니, 혹시나 남겨둔 증거가 더 있나 해서 말이야. 명부 같은 게 있으면 딱인데."

 

"조심해. 오늘, 몇 번이고 습격당했어."

 

그렇게 말하곤, 유키미는 결정창을 만들어 약간 떨어진 창가를 향해 날렸다. 작살난 창문 속에서, 비명 소리와 함께 총성이 들렸다. 최신형 총기 특유의 격발음이었다.

 

"지금도."

 

"호위 고마워. 그럼 다음은 저 집인가."

 

총성과 동시에, 고급스런 저택의 대문이 열렸다. 굳게 닫힌 대문 속에서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허약한 몸 위에, 나무 뿌리 같은 검은 줄들이 돋아나 있었다. 틀림없는 오니기리 교의 신자였다.

 

"부탁해."

 

성기사들이 칼을 빼 들기 전, 유키미의 사역마가 먼저 달려들었다. 이번에 페로가 취한 형상은 거대한 천산갑이었다. 몸을 흔들 때 마다, 사람들의 살갖이 비늘에 찢겨 산산조각났다. 몇 명인가 긴 무기를 들고서 페로를 찍어버리려 했지만, 모든 공격은 튕겨나갈 뿐이었다. 그 사이, 유키미는 결정을 뿌려 멀리서 총격을 가하던 사람들의 눈과 살에 검은 수정을 박아주었다.

 

"....아이돌도 있어. 조심해."

 

페로가 뚫은 길을 향해 기사들이 달려나간 순간, 바닥의 잔디들이 날카롭게 솟아올라 칼처럼 발사되었다. 온갖 마법과 기적으로 처리된 기사들의 갑주를 완전히 관통하는 건 불가능했지만, 약한 부위나 관절, 발바닥 등에 박혀버리기엔 충분했다.

 

"이, 이거 독 묻어있는 거 아닙니까?"

 

다친 기사 둘이 급히 후방으로 물러나자, 깊은 곳의 교단 소속의 성기사들이 풀바늘을 뽑고 약을 먹여주었다. 집 바깥으로 공격해오지는 않았지만, 농성에 최적화된 능력을 지닌 아이돌이라는 건 자명했다. '이건 공략하기 힘들다' 유키미는 그렇게 판단하고선 치나츠에게 여긴 포위만 해 두고 나중에 오자고 조언을 했다.

 

"됐어. 대포도 끌고왔으니까 이럴 때 써야지. 포탄은 뭘 써야 하지?"

 

그리고, 아이카와 치나츠는 유키미가 생각한 것 보다 조금 더 화끈한 사람이었다. 어쩌면, 뭔가에 필사적이라 빠르고 강경한 수단을 택한 걸 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유키미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화끈하게 죽이든 조용히 죽이든, 오니기리 교가 죽는다는 결과만 있으면 되기에. 그 사이에 고통과 공포를 극한까지 느끼면 더할 나위 없는 일이기에.

 

"이럴 땐 그냥 쇠탄을 날려서 적당히 바람 구멍을 내 준 다음에, 소이탄을 적절히 날려서 안이고 겉이고 싹 구워버리는 게 가장 안전하죠."

 

"그럼 그대로 해 주세요."

 

말이 끝나자마자, 대포 몇 문이 불을 뿜었다. 정원 바깥으론 뻗어나오지 못하는 잔디풀들을 가지곤, 멀리서 쏘는 대포를 막을 순 없었다. 요새의 방어력이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건 왕국과 제국 간의 전쟁에서 증명된 사실이었다. 포탄에 맞아 구멍이 뚫린 곳에, 다시 한 번 포탄이 날아들었다. 이번 포탄은 바닥을 구르다가 불을 사방으로 뿌리기 시작했다. 바늘처럼 날카로운 풀들이 순식간에 타들어간다.

 

"기름불이니 쉽게 꺼지진 않습니다. 그러니 이단심문관님, 천옷 위에 체인메일이라도 걸치시는 게 어떻습니까?"

 

기사의 진심어린 제안. 하지만 아이카와 치나츠는 고개를 저었다.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자세는 훌륭합니다만....."

 

"아... 죄송한데 지금 웅웅거리는 소리밖에 안 들려요. 대포 소리 때문에 귀가....."

 

유키미는 미리 귀를 막고 있었다.

 

 

 

---

 

 

 

"저, 저는 아니라고요!!"

 

"신의 분노가, 신의 분노가 내린다!! 별빛이 보인다!! 아아!!"

 

잠시 후, 두 커플의 목이 잘려나갔다. 그 중 한 사람은 카미죠 하루나의 친척으로서, 카미죠라는 성을 쓰는 사람이었고 그의 집 안에선 지령서가 한 장 나왔다. 빈민가에 있는 세력과 연계하여, 카미죠 하루나를 죽이라는 지령이었다. 제국군 내부의 스파이가, 이 소란을 제국의 사주로 꾸며준다는 내용도 함께 적혀 있었다. 혼란과 불신만 심어도 충분하다는, 그런 부연설명도 있었다.

 

"......"

 

아이카와 치나츠는 그 지령서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녀가 자주 보던 익숙한 글씨였다. 이곳에 오기 전, 두캇 정부에게 받은 지령들이 그녀의 머리 속에 떠올랐다.

'어떻게든 제국의 약점을 잡거나, 제국에게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라. 제국에 대한 안 좋은 여론은 이쪽에서 만들어 두겠다. 최소한 왕국 내에서 우리 두캇 공화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퍼지도록 하라. 그리고, 제국이 잠시 힘을 못 쓰는 사이 우리의 영향력을 넓혀라. 종교재판이 끝나면 제국의 빈 틈을 노려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 태양의 젤러시교도 이번 일에 힘을 보태준다고 한다. 필요하다면 광신도들과도 협력해라. 다만 너무 깊은 관계를 맺지 않도록 주의하라.'

 

"유키미, 카미죠 영주와 하라다 미요에게 이걸 전해줘."

 

"....지령서, 중요한 증거. 확인."

 

그리고, 그녀는 간단히도 자기네 정부를 배신해버렸다. 숨겨야 할 광신도들의 지령서를 왕국에게 준 것이다. 애초부터, 그녀는 이 건에 있어서 두캇 공화국의 이익이 될 만한 행동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조국에게 영광과 이윤을 안길 사명을 띄고 온 밀사는 조국에 협력하지 않았던 것이다. 만일 그녀가 조국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면, 기사단을 이끌고 제국군과 마찰을 빚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제국군과의 마찰을 피했다. 하라다 마요가 빈민가까지 내려온다는 최적의 상황 속에서도.

 

'지령 받들었습니다.'

 

'아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무슨 일이십니까?'

 

'오니기리 교에 대한 정보 중에 신경쓰이는 게 있어서 말이지. 자네, 오오츠키 유이를 알고 있나?'

 

"......"

 

삐뚤빼뚤한 악필. 게다가 자유분방하기까지 해서 알아보기 힘든 글씨. 지령서에 적힌 글씨였다. 분명 오오츠키 유이의 글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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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가기 전에 쓴 분량. 짧지만 우선은 여기서 컷.

그리고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까 일어나서 어딘가에 댓글을 남긴 것 같은데 왜 다시 침대에서 눈뜨는 거지. 게다가 컴퓨터는 돌아가고 있고 구속영장이 나왔다는 것 같고.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을 뿐인데 어메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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