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NOTHER ONE CINDERELLA STORY 8 - 혼다 '더 캡틴' 미오 ②

댓글: 10 / 조회: 976 / 추천: 2


관련링크


본문 - 03-24, 2017 18:52에 작성됨.

(이전화 링크)

 

혼다 '더 캡틴' 미오 ①

 

 

 “음. 히가시카타東方 죠스케仗助……. 의장 장仗에 도울 조助……. 죠仗…… 스케助……. 아! 한자를 다르게 읽으면 ‘죠죠’가 되네?”

 “네? 아, 네. 그렇슴다.”

 “그럼 별명은 죠죠로 결정!”

 코이치, 오쿠야스와 헤어지고 죠스케가 혼다 미오에게 346 프로덕션 안내를 받은 지 5분. 안내는 안 해주고 뭘 고민하나 했더니, 혼다 미오는 죠스케의 별명을 생각하고 있었다. 뭐라 부르든 상관은 없지만 밀고 들어오는 게 장난 아닌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지은 별명이 마음에 들었는지 미오는 몇 번이나 되새기며 말했다. ‘죠죠, 죠죠. 그러고 보니 죠타로 씨도 죠죠라고 부를 수 있네?’ 라는 말을 하면서. 죠스케는 “전 상관없지만 죠타로 씨는 그렇게 부르지 않는 게 좋슴다.” 하고 주의를 줬다.

 “역시 어른을 별명으로 부르는 건 좀 그러려나. 그런데 죠죠. 어차피 나이도 같은데 그냥 편하게 말해도 돼.”

 “음……. 그렇다면야 뭐, 알았어. 미오.”

 호칭 정리가 끝나고서야 본격적인 안내가 시작되었다. 그냥 발 닿는 대로 다니기만 하던 어제와는 달리 좀 더 차근차근 둘러볼 수 있었다.

 “여기가 레슨 룸, 무대를 향한 아이돌들의 땀이 흐르는 곳이지!”

 “어제 봤던 곳이랑은 조금 다르네?”

 “운동기구가 준비된 곳도 있고 자율연습이나 대규모 연습 등 용도에 따라 레슨 룸도 다양하니까. 자, 여기는 목욕탕!”

 “잠깐. 내가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잖아.”

 “지금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찮아, 괜찮아. 아니면 혹시 엉큼한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건가~?”

 “아니거든. 오, 사우나도 있다니. 역시 큰 회사는 다른 건가. 저긴 어디야?”

 “아! 잘 고르셨습니다, 손님. 저기는 바로 아이돌들이 마사지를 받으며 피로를 푸는 피부 관리실! 지금 슬쩍 엿보시면 카와시마 미즈키 같은 유명 아이돌을 만날지도 몰라요~.”

 “엉큼한 영감 같은 짓은 안 해.”

 “에이. 한창 때의 남자니까 그런 실수 정도는 괜찮잖아. 아니면 다른 만나고 싶은 아이돌이라도 있어?”

 “글쎄. 다른 애들이랑은 달리 나는 아이돌은 잘 몰라서. 그냥 이번 기회에 관심 좀 가져보려는 거지. 그런데 여기 아이돌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미지와는 좀 다른 것 같던데.”

 “응. 좀 개성적인 사람들이 많이 있지. 그래도 정말 멋진 아이돌들도 많이 있어. 예를 들면, 저기! 346 프로덕션의 간판 아이돌인 타카가키 카에데 씨! 의 입간판이야.”

 “타카가키……. 나도 이 사람은 알아. 하도 유명하다보니.”

 “역시 카에데 씨! 사실 나 카에데 씨랑 같이 일한 적도 있는데 무대 뒤에서도 엄청 멋진 사람이었어. 아이돌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시 배웠다고 할까! 살짝 깨는 부분도 없잖아 있었지만.”

 “미오하고 요시노는 무슨 프로젝트에 소속되어있다고 들었는데.”

 “아. 신데렐라 프로젝트야. 나는 1기생, 요시농은 2기생.”

 “어제 같이 있던 두 사람도?”

 “아쨩이랑 히놋치는 다른 부서. 요즘은 프로젝트에 소속되어있어도 다른 부서와 일하는 경우가 많거든. 여름 이벤트에 새로 발표될 유닛을 준비 중이니까 기대해도 좋아! 청춘을 정열로 불태울 무대가 될 테니까!”

 한참을 돌아본 결과 깨달은 것은 이 회사는 너무 넓다는 것이었다. 회사라기보다는 성에 가까울 정도로. 죠스케는 쉬면서 머리를 정리했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빗으로 조심히 정성스럽게. 갑자기 골치 아픈 문제들이 늘어서인지 오늘따라 만족스럽게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음료수를 사온 미오는 거울 앞에서 리젠트를 다듬는 죠스케의 모습에 관심을 보였다.

 “아까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 헤어스타일은 패션이야?”

 죠스케는 흘깃 돌아봤다가 다시 머리 정리에 집중하며 답했다. 단순한 패션은 아니야.

 “이건 어릴 적에 나를 구해준 영웅을 따라하는 거야. 그 사람에 대한 경의의 표시이자 존경과 감사의 의미지.”

 “감사?”

 그것은 죠스케가 4살 무렵에 있던 일. 죠스케는 어느 날 갑자기 원인불명의 고열에 시달렸다. 어머니인 토모코는 죠스케를 시내의 큰 병원으로 데려가려 차를 몰았지만, 그 날은 모리오초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날. 눈에 바퀴가 묻힌 자동차는 아무리 액셀을 밟아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때, 어느 소년이 나타났다. 싸움이라도 한 것인지 상처투성이에 가쿠란을 입고, 머리스타일은 특징적인 리젠트. 딱 봐도 불량해 보이던 소년은 말했다.

 그 애…… 아픈 거지? 자동차 밀어줄게.

 그 소년은 주저 없이 자신의 가쿠란을 벗어 바퀴 밑에 깔았다. 빨리 액셀 밟아. 달리기 시작하면 멈추지 말고 계속 나가. 그렇게 말하며 뒤에서 차를 밀었다. 소년의 말대로 한 덕에 차는 눈밭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바퀴에 깔려 너덜너덜해진 가쿠란을 들고 눈 속으로 사라진 소년의 모습을 죠스케는 의식이 흐릿한 와중에도 지켜보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한 뒤로 50일이나 생사를 넘나들면서도 그 기억만은 잊히지 않았다. 병이 낫고 난 뒤 그 소년을 찾아봤지만 끝내 찾아낼 수 없었다.

 “나는 그 사람이 어디 사는 누구인지도 몰라. 그 사람도 차 안에 있는 아픈 꼬마가 누구인지 몰랐겠지. 그럼에도 자기 옷을 희생해서 나를 구해줬어.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의 헤어스타일을 하는 거야. 그래서 이 헤어스타일을 누군가 욕보이면 절대로 참지 못해. 그 사람을 그레이트하게 모욕하는 거니까.”

 얘기를 마치고 나서야 죠스케는 빗을 내려놨다. 드디어 만족했는지 몇 번이나 거울 앞에서 돌려봤다. 씨익, 웃으며 미오가 말했다.

 “그럼 그 사람은 죠스케의 아이돌(우상)인 거네?”

 “음……. 그렇게 말하니까 그럴지도.”

 

 신관과 부속건물을 오갈 수 있는 길에는 잔디 깔린 풀밭과 가로수가 있다. 가끔씩 누군가 풀밭에서 소풍을 할 때가 있는데 보통은 오가타 치에리와 미무라 카나코다. 지나가던 미오는 오늘도 평화롭게 차를 마시고 있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

 “치에링! 미뭇치! 오늘도 파티 하고 있었구나!”

 “어서와, 미오. 오늘은 케이크도 만들어 봤어. 그런데…….”

 “저, 저기…… 옆에 계신 분은 누구……?”

 죠스케의 키에 가려진 햇빛이 그림자를 만들어 두 사람을 가렸다. 자연히 압도된 치에리가 카나코의 뒤로 숨어버리자 죠스케는 난감한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미오가 소개 해주고 나서야 합석을 할 수 있었다.

 “그 케이크 가게를 홍보중인 아이돌이 카나코였슴까? 미니어처 과자의 집 엄청 맛있었는데. 못 알아봐서 죄송함다.”

 “아니야. 내가 생각한 디저트를 맛있게 먹어줬다면 그걸로 충분해. 앞으로도 과자를 많이 사랑해줘.”

 “치에링도 뭐라고 말 좀 해봐.”

 “으응.”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에리는 혼자 동떨어져 있었다. 아직 죠스케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네잎클로버를 꼭 쥐고서 긴장을 풀고 있었는데 강풍이 불었다. 클로버를 놓치지 않으려고 손으로 꽉 쥐었다. 그러나 이파리 하나가 툭, 떨어지고 말았다.

 “아! 클로버가…… 클로버가…….”

 “잠깐 줘보십쇼.”

 치에리가 놀랄 새도 없이 죠스케가 클로버와 떨어진 잎을 조심히 받아갔다. 손안에서 꼭 쥐었다가 폈다. 뭘 하는 거지? 집중하고 보고 있던 세 소녀의 입이 벌어졌다. 클로버가 원래대로 고쳐진 것이다.

 

 “아까 그거 어떻게 한 거야? 분명 잎이 떨어졌었잖아.”

 “마술이야, 마술. 미리 같은 클로버를 준비해뒀다가 바꿔치기 한 거지. 이래봬도 손놀림이 꽤 좋거든, 내가.”

 “준비하기도 어려운 네잎클로버로 마술을 하다니. 철저하네. 덕분에 치에리하고도 좀 친해졌고.”

 감탄하는 미오의 반응을 죠스케는 눈여겨봤다. 마술은 핑계일 뿐. 실제로 클로버를 고친 것은 크레이지 다이아몬드였다. 미오는 화살에 찔려 스탠드유저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크레이지 다이아몬드를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그런 초현실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직 스탠드유저로서의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가리지 말고 당당히 보여줄 걸 그랬나. 하지만 너무 대놓고 쓰는 건 위험할지도 모르고.’

 다음에 들른 것은 신데렐라 프로젝트 룸. 문을 열자마자 보인 것은 토끼의자에 늘어져 있는 후타바 안즈였다. 미오가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이런. 안즈, 또 땡땡이치는 거야?”

 “잠깐 휴식이야. 진짜로. 안즈도 당분간은 성실히 레슨 받기로 했단 말이야.”

 그러면서 안즈는 죠스케와 눈빛을 주고받았다. 행동은 언행불일치였지만 스탠드를 악용할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죠스케는 끄덕이면서 프로젝트 룸을 둘러봤다. 잠깐 소파에 앉으려다 소파 뒤에 슬쩍 튀어나와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푹신해 보이는 토끼인형이었다. 어제 안즈가 들고 있던 것과 비슷한데 크기는 더 컸다. 이거 안 챙기심까? 하면서 들어 보이다 팔이 턱, 걸렸다. 생각보다도 훨씬 무거웠다. 심지어 인형은 움직였다. 아니, 인형이 아니라 그것은 어린애였다. 푸하! 하고 숨을 뱉으며 일어난 아이를 미오가 반겼다.

 “니나였구나. 왜 거기 숨어있던 거야?”

 “안즈 언니랑 술래잡기를 하던 거예요. 그런데 계속 안 찾아줘서 니나는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났어요. 안즈 언니! 게을러 터져서는 니나를 안 찾고 처자빠져 있으면 어쩌자는 겁니까!”

 “미안~ 미안~. 안즈는 너무 피곤해서 이미 방전 된지 오래거든. 사탕이라도 하나 먹으면 괜찮아질 텐데.”

 인형인줄 알았던 것이 어린애였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그녀들이 놀라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니나라는 아이의 말투였다. 아무리 개성적인 아이돌이 많다고 해도 어린애가 저런 말투는 좀 아니지 않나?

 “이 애도 신데렐라 프로젝트?”

 “아니. 니나는 다른 부서인데 가끔씩 놀러와.”

 자기 이름이 나오자 니나도 죠스케에게 관심을 가졌다. 고개를 갸웃하며 죠스케를 관찰하다 말했다.

 “이 웃기는 꼬락서니를 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머리 꼬라지가 되게 희한해요!”

 “웃!”

 순간 온몸을 돌던 피들이 전부 머리로 솟구쳤다. 죠스케 자신이 이성적으로 참는 노력을 하고 미오가 얼른 “그러면 안 되지, 니나!” 라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분명 죠스케는 그 자리에서 폭발하고 말았을 것이다. 심호흡을 하며 죠스케는 머리를 가다듬었다.

 ‘그래. 아니야. 아닐 거야. 말투가 험할 뿐이지 악의라고는 없는 표정이잖아. 험담을 한 게 아니라 그냥 물어본 거야.’

 죠스케가 무지막지한 인내력을 소모하는 사이 미오는 니나에게 간략한 설명을 했다. 저 머리는 죠죠에게 엄청 소중한 머리야.

 “니나의 인형옷 만큼이나 소중한 거야. 그러니까 함부로 말하면 안 돼. 알았지?”

 “아하. 나츠키 언니의 머리처럼 ‘록’한 머리인 겁니까? 그럼 열라 멋진 머리네요!”

 “자, 자. 죠죠? 니나도 이해했어. 그러니까 화내지 말고 참아줘. 응? 자기소개도 해주고.”

 “에…… 뭐. 알았어. 제 이름은 히가시카타 죠스케임다, 니나.”

 “‘이치하라 니나’ 입니다! 열라 잘 부탁드리는 겁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뭘 하다 여기까지 기어들어온 겁니까?”

 “죠스케가 아이돌에 대해서 모른다고 해서 회사 안을 탐험하며 알려주고 있었지.”

 “탐험! 니나도 탐험하고 싶습니다! 죠스케, 아이돌은 굉장히 즐거운 일입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퍼뜩 알아가야 합니다!”

 “좋아, 그럼 니나도 껴서 다 같이 출발할까!”

 열정 넘치는 두 명이 손에 손을 잡고 떠드는 사이 안즈는 더더욱 늘어져버렸다. 정말로 반성을 하긴 한 걸까, 의심이 들 정도로.

 “안즈는 빼줘. 그러고 보니 지금 스튜디오에서 미나미랑 아냐가 촬영 중이니까 한 번 가봐. 프로듀서도 있을 거야.”

 

 *

 

 ‘러브라이카’라는 이름은 사랑을 뜻하는 ‘러브’와 세계최초의 러시아 우주견 ‘라이카’에게서 따왔다. 인류발전을 위해 희생된 라이카처럼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다, 자신도 라이카처럼 우주로 가서 별을 보고 싶다. 그런 마음들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정작 인간의 욕심 때문에 라이카가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를 생각하면 씁쓸할 뿐이지만, 바람대로 러브라이카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아이돌이 되었다.

 아나스타샤가 프로젝트 크로네를 병행한 뒤로 미나미도 솔로 활동을 개시하면서 러브라이카의 활동은 자연히 줄어들었다. 오늘의 화보촬영은 오랜만에 둘이 함께 하는 일. 귀중한 시간이었다.

 되도록이면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거야 원. 또 난감한 일을 맡게 되었군.’

 죠타로로서는 그렇게 둘 수만은 없었다. 방금 전, 두 사람과 잠깐 접촉했을 뿐인데 뜨거운 커피가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 둘 중 한 명, 혹은 두 사람 다 화살에 의해 스탠드유저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혹시라도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대비해야만 했다.

 현재 두 사람은 촬영 중. 포즈와 의상을 바꿔가며 거의 쉬지 않고 촬영에 임하고 있었다. 당장은 말을 걸 수 없다. 휴식 전까지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스탠드에 대해 조사할 수 있을지 궁리해야 했다.

 죠타로는 모자를 더 깊이 눌러썼다. 좁아진 만큼 더 예리해진 시야로 촬영 중인 러브라이카를 쳐다봤다. 같이 촬영을 지켜보던 프로듀서가 신경 쓰이게 만들 정도였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쿠죠 씨.”

 “아니. 조금 집중해서 보고 있을 뿐이야. 그러고 보니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저 두 사람의 행동이 혹시 갑자기 변하거나 그러지 않았나?”

 “네?”

 “그냥 호기심이야. 오랜만에 파트너와의 촬영을 앞두고 심경에 변화가 올 수도 있고, 몸이 멀어지면서 마음도 멀어질 수 있는 데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말이지.”

 “그런 거라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닛타 씨와 아나스타샤 씨는 사적으로도 자주 만나며 서로 챙겨주는 사이니까요. 특히 닛타 씨는 러브라이카 만이 아니라 신데렐라 프로젝트 전체의 리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파트너를 이끌어주는데 능숙하죠.

 그리고 아나스타샤 씨는…….”

 

 이국적이고 차가운 얼음 같은 외모와 분위기. 무대 위의 아나스타샤를 본 사람들이 꼽는 그녀의 최고 인기요인이었다. 신비로운 눈의 요정 같은 매력에 팬들은 물론이고 업계의 관계자들이나 동료들마저 그녀에게 빠져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직 단편적인 부분일 뿐. 무대를 내려온 그녀는 다른 동료들을 잘 따르고 맞춰주는 상냥한 성격이다. 그녀를 눈의 요정에 빗댄다면 신비로움보다는 순수함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아냐는 어린아이 같네. 언젠가 미나미가 그녀에게 했던 말이었다. 촬영 중의 휴식시간에도 그녀는 꼭 아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미나미와 대화했다.

 “어쩐지 오늘의 아냐는 평소보다 더 밝아 보여.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Да(네). 실은 어제…….”

 무심코 말할 뻔 했다가 말끝을 흐렸다. 갑자기 나타난 그것, ‘네뷸라 스카이’에 대해서는 모두에게 비밀이었다. 남들과는 다른 점이 생겼다는 것을 말하기가 싫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얼버무리는 그녀를 미나미는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그 때, 죠타로가 다가왔다.

 “닛타. 잠깐 할 말이 좀 있는데. 따라와 줄 수 있나?”

 “죠타로 씨? 네. 잠깐만 기다려줘, 아냐.”

 “아…….”

 가버리는 미나미를 보며 아나스타샤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까 전에도 미나미는 죠타로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신과 대화를 나눌 때도 즐거워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종류의 즐거움이었다. 얼핏 들었지만 아나스타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었다.

 미나미는 대단했다. 무엇이든 잘 하였고 모르는 일이라도 공부해서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아이돌 활동도, 대학에서의 공부도, 수많은 자격증 시험도, 부활동인 라크로스도. 무대 위와 평상시의 모습이 상반되는 자신과 달리 그녀는 언제 어디서나 완벽했다. 자신과는 달리 남들과도 쉽게 섞여들었고 중심에 섰다.

 처음 유닛을 결성했을 때와 솔로 활동을 시작했을 때. 항상 그녀가 뒤에서 받쳐줬기에 자신은 용기를 내어 발을 디딜 수 있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나미가 없었다면 나는 홀로설 수 있었을까? 의식의 흐름대로 잠깐 들었던 상상이 실제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있었던 모든 순간이 역재생 버튼을 누른 것처럼 지나가더니 그 안에서 미나미가 전부 사라져버렸다. 하얀 눈이 살며시 내려와 그녀를 덧칠해 버렸다. 눈발은 점점 거세져 미나미만이 아니라 모든 동료들이 지워져갔다. 우즈키와 린, 미오, 미쿠…… 프로듀서까지. 자신은 혼자였다.

 온 세상이 눈에 덮여버렸다. 거센 눈보라 속에서 신기하게도 반짝이는 별빛만은 선명했다. 이윽고 아나스타샤마저 지우기 위해 눈보라가 그녀를 덮쳐들었다.

 “핫!”

 정신이 들었다. 하얀 풍경은 사라지고 눈앞에 스튜디오가 돌아왔다. 딱 하나, 차가운 감각이 손안에 남아있었다. 눈송이 하나가 사르르 녹아 사라졌다. 멍하니 그 과정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어느새 옆에서 프로듀서가 바라보고 있었다.

 “아나스타샤 씨?”

 “……아. 프로듀서.”

 이 인상적인 얼굴이 누구인지 알아보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 정도로 방금 전 영상에 빠져 있었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피곤하신가요?”

 “Нет(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요.”

 웃으면서 스튜디오를 나왔지만 바로 혼란스러워졌다. 방금 그건 뭐였을까. 너무나도 진짜 같았다. 시간을 되돌아 간 것처럼. 시간?

 복도에서 멈춰 섰다. 어느새 자신의 옆에 네뷸라 스카이가 나와 있었다.

 “네뷸라 스카이가 한 건가요? 왜?”

 그것은 대답 없이 그저 차갑게 있었다. 네뷸라 스카이? 다가서자 뽀득, 소리가 났다. 놀라서 땅을 내려다봤다. 다시 배경이 바뀌었다. 설원과 반짝이는 별. 러시아의 풍경이었다. 어제 네뷸라 스카이가 보여줬던 과거의 그 때.

 보고 있을수록 아까의 감정이 올라왔다. 외로움. 차가움. 불안함. 이곳에서 나는 혼자다. 아니, 처음부터 혼자였다. 진정으로 마음을 나눈 동료 같은 건 없었다. 전부 다 언젠가는 눈처럼 녹아서 사라질 인연일 뿐이었다.

 추웠다. 입김이 진하고 몸이 떨렸다. 한쪽에 불빛이 보였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집이었다. 양팔로 몸을 감싸 쥐고 그곳으로 향했다. 의식과 무의식의 희미한 경계를 넘나드는 기분이었다. 문을 열자 할머니가 반겨주었다. 아냐!

 “얼른 들어오렴. 기다리고 있었단다. 춥지? 난로 앞에서 몸도 녹이고.”

 “할머니…….”

 따뜻하게 안아주는 온기에 안심이 됐다. 할머니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네뷸라 스카이는 여전히 옆에 있었다. 어째서 이런 일을 한 건가요? 마음속으로 물었지만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그냥 멋대로 생각키로 했다. 지금은 이렇게 편안하니까. 이곳이 마음의 안식처니까.

 

 *

 

 촬영장에 도착했을 때의 분위기는 이상했다. 외부인인 죠스케가 보기에도 뭔가 잘못되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스텝들 사이로 죠스케도 한 번 봤던 얼굴이 있었다. 미오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프로듀서!

 “혼다 씨, 이치하리 씨. 그리고…… 히가시카타 씨? 어째서 여기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무슨 일이야? 아냐랑 미나밍이 촬영 중인 거 아니었어?”

 아나스타샤가 사라졌다. 조금 전 휴식 중에 바람을 쐬러 나간다고 했으나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전화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찾아볼게! 미오는 스튜디오 밖으로 향했다. 걸어가면서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아냐가 없어졌다니. 미나밍도 걱정할 텐데 갑자기 사라질 리가 없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설마 어제처럼 이상한 일이 일어난 건 아니겠지?’

 문을 열자 차가운 바람이 몰아쳤다. 실내에서 분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강하고 차가운 바람이었다. 바람을 뚫고 걸어가다 우뚝 멈췄다. 배경이 달라졌다. 회사도 스튜디오도 아니었다.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상가였다. 익숙한 곳인데 바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왜, 갑자기 이런 데로 온 거지?”

 두리번거리다 광장을 발견했다. 광장 한 가운데 무대가 마련되어있었다. 하얗고 아름다운 성을 배경으로 분수 같은 무대장식이 반짝이고 있었다. 역시 아는 장소였다. 장소만이 아니라 ‘이 날’을 알고 있었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시공간이었다.

 “어째서…….”

 조명이 눈부시게,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

 

이번 화에서는 미오의 비중과 캐릭터를 살리려고 애썼습니다.

활발하고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가는 포지티브 & 패션의 매력을 말이죠.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별명이었습니다.

 

죠스케는 원작에서 '죠죠'라고 불린 적이 한 번 밖에 없습니다.

그마저도 제대로 불린 게 아니라 불량배들이 시비걸면서 놀리듯이 말한 거죠.

때문에 죠스케를 죠죠라고 부르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어지는 346 프로덕션 탐험은 눈치 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애니메이션 2화의 뉴제너처럼 해보려고 했습니다.

1년 전에는 미오 본인도 잘 모르고 다녔던 장소를 이제는 누군가에게 소개시켜줄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중간에 나온 캔디 아일랜드는 서비스.

치에리와 카나코는 자세히 아는 캐릭터들은 아니라서 조금 힘들었지만 스위트 위치즈 나이트 이벤트와 네잎클로버 덕에 죠스케와 엮는 건 쉬웠습니다.

안즈는 그 고생을 하고도 여전히 일을 안 하고 있고...... 

 

그리고 니나가 나왔어요!

우리 귀여운 니나가 처나왔단 말입니다!

 

니나의 어투는 단순 '처~' 만이 아니라 한데마스처럼 다양한 비속어를 써서 욕쟁이 할머니(?) 같은 매력을 살리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자세히 말하겠지만 우리 니나는 죠스케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에요.

 

죠스케하면 빠질 수 없는 머리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그래서 니나가 머리에 대해 말했을 때 식겁하신 분들도 있었을 텐데...... 사실 저도 식겁했습니다.

어린애가 아니었다면 아이돌이고 뭐고 분명 크레이지 다이아몬드가 날아갔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평화로운 분위기를 깨먹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식상할 수도 있는데 아나스타샤가 가진 외로움은 사실 외국인, 혼혈들에게는 평생 안고 가야할 문제겠죠.

그 만큼 쓰면서도 "이건 잘못 다뤘다가는 훅 간다......" 하고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잘 써졌으면 좋겠는데 솔직히 만족스럽지는 않네요. 아쉽다...... 아쉬워......

 

이것과는 별개로 아직은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저는 아나스타샤가 가지고 있는 외로움이라던가 미나미와의 관계 등의 이미지에 대해서 대부분의 2차 창작과는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스탠드 능력의 폭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이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확고한 답을 내려놓았죠.

 

미오도 마찬가지 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미오가 어떤 감정을 가졌을지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뭐, 어쨌든 그렇습니다.

 

더 이상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니까 그만하겠습니다.

사실은 제가 제일 말하고 싶어요.

근데 그러면 쓰는 의미가 없잖습니까? 이걸 쓰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우리 짱미오 애낍시다.

 

2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