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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가 술을 마시는 방법(아베 나나 이야기)

댓글: 3 / 조회: 621 / 추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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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4, 2017 16:19에 작성됨.

시간적으로 요이오토메 이벤트 전 이야기입니다.

후속편은 곧 올라옵니다. 적어도 24시간 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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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나나(자칭 17세)는 머리끈을 풀었다. 요 사이 또 자란 머리카락이 어깨를 스쳤다. 나나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안경을 썼다. 메이크업을 일부는 지우고 일부는 새로 했다. 도수 없는 안경을 걸치고, 조금 편안한 옷으로 옷을 바꿔입고 스카프를 목 주위에 둘렀다. 나나는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무대에 섰던, 우사밍성의 나나는 간 곳 없이, 지구인 나나만이 거울 안에서 웃고 있었다.

 
"술이 술술 들어가는 수요일이네요."

 
평소라면 카에데 씨한테 말장난이 옮겨붙었나, 라는 생각이 들 법한 단어 선택이었지만, 오늘의 나나에게 그건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나나는 거실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계바늘은 딱 직선을 이루면서 시계를 절반으로 이등분하고 있었다. 나나는 다시 한번 방 안을 훑어보았다. 전등은 껐고, 가스도 닫았고, 수도도 잠궜고, 청소도 끝냈다. 나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열쇠를 문고리에 넣고 돌렸다. 찰칵 하는 경쾌한 소리가 났다. 나나는 한 손에 가방을 들고, 한 손은 힘차게 흔들면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맞는 겨울 바람은 싸늘했지만, 요리의 맛을 돋우기에 딱 좋은 쌀쌀함이었다. 나나는 흥얼거렸다. 사무소에서 나나는 우사밍 성인이었고, 영원한 17세였기에 나나는 17세처럼 행동해야 했었다. 나나는 손을 꽉 쥐었다.

 
"그렇지만, 지금부터의 나나는 지구인 나나인 거에요!"

 
나나는 어제를 떠올렸다. 하루 업무가 끝났다고 맥주캔을 따는 사나에에, 어느새 합류한 카에데, 사라졌나 싶더니 안주를 한 봉지 들고온 미즈키. 연소조와 중간조가 다 퇴근한 후에는 사무실은 그야말로 술의 천국이었다. 그 와중 나나는 마지막 전철까지 남은 시간이 한 시간인데다, 밖은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는 이유로 인해 나나는 강제로 사무소에서 연장조의 술 파티를 지켜봐야 했다. 아픈 어제의 기억을 안고, 나나는 오늘 모든 업무를 최단시간의 속도로 처리하고, 오후 다섯 시에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에 몸을 실은 것이었다.

 
'이야- 아이돌은 좋네요, 그래도.'


하지만, 그렇더라도, 아이돌이 좋다고 생각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나나의 천성인지도 몰랐다. 몇 년간, 지하에서 겨우 구색만 갖춘 공연장에서 아이돌이 아닌, 메이드 카페의 메이드로서 노래 부르던 그 날들. 발성 연습실도 없었고, 스튜디오도 없었던 그 날들과 지금을 비교하면, 지금은 거의 천국에 가까웠다. 쓰레기 더미 사이 온풍기 사이에서 제대로 방음장치가 설치된 음향 기기실로, 작은 , 조명도 없는 무대에서 수많은 사이리움이 빛나는 무대 위로. 나나는 핸드백을 살짝 내려다보았다.


'뭐, 지갑도 어느 정도 풍족해졌기도 하고요'


그 말대로, 예전에 메이드 카페 알바를 할 때보다는 훨씬 풍족해졌었다. 예전에 비해 고민하는 시간이 두 번에서 한 번으로 줄었고, 집에는 토끼 인형도 조금 늘었고, 나나의 의상 종류도 조금 늘었다. 그와 동시에 허리 둘레도 조금 늘어버렸기도 했지만, 그건 아직까지는 걱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 적어도 나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나는 모퉁이를 돌았다. 여기에 처음 살기 시작했을 때 부터 자주 들려서, 이제 완전히 단골이 되 버린 술집이 근처에 있었다. 나나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요 몇 달간은 바빠서 오지 못했지만, 몇 년간 온 가게를 잊어버릴 만큼의 기간은 아니었는데? 나나의 눈은 새로 단장한 듯한, 깔끔한 간판에 꽂혔다. 나나는 허리에 손을 댔다. 가게 이름은 똑같았지만, 가게는 외관을 리모델링했는지 허름한 포렴에 천 간판은 어디 가고, 깔끔한 철 간판에 앤틱한 느낌이 나는, 하지만 분명히 예전에 있던 것과는 다른 나무문이 나나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어서오십쇼!"


나나는 문을 열었다. 선술집의 뜨거운 공기가 얼굴로 확 하고 밀려들어오며 안경을 김으로 물들였다. 나나는 안경을 벗어 주머니에 접어넣었다. 내부는 안 바뀌었는지, 평범한 작은 일본식 선술집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붓으로 메뉴판은 벽에 붙어 있고, 카운터석과 네 개의 테이블로 이루어진 나나의 단골집은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나나는 가장 구석의 카운터석에 가서 옷을 뒤쪽의 옷걸이에 걸었다. 안 쪽에서 무언가를 요리하던 요리사가 나나를 알아보았는지, 나나 앞까지 와서 메뉴판을 내밀었다.


"이야, 오랜만이네, 나나짱."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요즘 바쁘지? 자주 보고 있다고."


요리사는 벽에 걸린 TV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TV는 음악 방송으로 맞추어져 있는지, 아이돌들의 무대가 보여지고 있었다. 나나는 뺨을 손가락을 긁었다.


"뭐, 처음에는 못 알아볼 것 같았지만"


요리사는 나나의 안경을 손으로 가리켰다.


"아하하하, 그렇게 됬네요."


나나는 메뉴판을 쳐다보았다. 종이에 코팅만 한 채였던 메뉴판은 이제 플라스틱 표지를 갖추고 제법 메뉴도 늘어서 메뉴판같은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메뉴가 늘었네요?"

"아아, 아들 녀석이 잠시 가업을 돕는다고 들어왔거든"

아저씨는 엄지손가락으로 젊은 남성을 가리켰다.

 "양식을 전공했는데 다른 공부도 조금 하고 싶다고, 잠시 그동안 여기를 돕고 있더라고. 그래서, 항상 마시던 걸로?"

"아, 아뇨, 메뉴판 좀 보고요"

 나나가 바뀌었듯이, 여기도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 사실에 이상하지만 살짝 기쁨을 느끼면서, 나나는 메뉴판을 한 장씩 넘겼다. 익숙한 이름의 메뉴와 완전히 새로운 메뉴들이 섞여 있었다. 나나는 목소리를 올려서 카운터 안쪽을 향해 외쳤다.

 "저기요! 오뎅탕이랑 카라아게 하나에 생맥 하나요!"

"알겠습니다!"

 한 쪽에서 우렁찬 남자의 외침이 울렸다. 나나는 고개를 올려 한 쪽에 걸린 TV를 바라봤다. 요즘 17세들은 스마트폰이 편하다지만, 나나에게는 여전히 TV가 익숙했다.  TV에서는 아이돌들의 무대가 방영되고 있었다. 물론 나나가 나오고 있는 건 아니었다. 전 모델 , 현 아이돌, 현재 최고의 자리에 올라와 있는 녹색 머리의 그 아이돌이 브라운관, 아니 이제는 LCD인가? , 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나는 앞에 놓여진 맥주를 살짝씩 홀짝이며 화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TV에는 방금 무대가 끝나고 순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역시... "

나나의 눈이 순위표를 훑었다. 솔로곡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뭐, 어쩔 수 없을까-. 밖에서 보던 아이돌의 세계와, 안에서 보던 아이돌의 세계는 거울의 안과 밖처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상업적 논리에서 판단되는 아이돌 세계.  그렇다고, 우사밍이라는 컨셉을 버릴 생각은 나나에게 추호도 없었다. 그렇다면 나나에게 남은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뭐, 한 발짝씩 나가는 수 밖에 없으려나요-"

 똑같은 의문이 마음 속에 피어났을 때 항상 나오는 대답이었지만, 오늘은 맥주와 따뜻한 음식, 사라진 스트레스가 더해졌기에 훨씬 더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 나나는 맥주를 한 잔 더 넘겼다. 오랜만에 목덜미로 넘어가는 탄산과 알코올의 맛이 나나를 찔렀다. 나나는 한 모금 더 맥주잔을 기울였다. 겨울에는 따뜻한 술이 좋다고 누가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나는 그 의견에 완벽하게 반박할 수 있었다. 따뜻하게 난로를 데운 선술집 안에서 외투를 벗고 마시는 차가운 맥주 한 캔과 안줏거리로 나온 김 센베.

 "- 좋네요."

 나나는 중얼거렸다. 나나는 어느새 앞에 놓인 튀김에 젓가락을 들이댔다. 방금 튀긴 바삭바삭한 튀김옷과 따뜻한 육즙이 배어나오는 닭고기의 맛. 저녁을 안 먹었던 나나에게 입맛이 퍼졌다. 그리고 입 안에 있는 기름기를 씻어내릴 맥주 한 모금. 나나는 두 번째 튀김에 손을 댔다. 이번에는 간장에 살짝 찍은 닭튀김이었다. 간장을 찍는지, 레몬을 찍는지, 소금만 뿌리는지, 후추도 뿌리는지, 수많은 사람이 수많은 취향을 주장하고 있었지만 역시 나나는 뭐든지 맛있으면 최고였다. 바삭한 튀김에 살짝 짭짤한 간장이 더해지고, 다시 한 입 먹자 아까 먹었던 그 맛과는 비슷한, 하지만 다른 맛이 입 안에 퍼졌다. 나나는 카운터를 향해 한 손가락을 들었다.

 

 "여전히 술 잘 마시네, 나나짱."

"아핫! 그래도 충분히 관리한다고요?"

 

나나는 새로 리필된 맥주잔을 받아 다시 조금씩 마시면서 다시 가게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가게 안은 절반쯤 차 있었다. 평일 저녁 일찍이여서일지도 몰랐다. 아마 점점 일이 끝나고 한 잔 걸치는 회사원들이라던가, 조용히 한 잔 할 사람들이 가게를 채우겠지. 나나는 오뎅을 한 입 먹었다. 따뜻한 튀김 다음 따뜻한 국물. 따뜻함으로 가득 차 있는 나나에게 문이 열리며 살짝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느껴졌다. 나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챙이 넓은 모자를 푹 쓰고, 안경으로 얼굴을 가리고, 한 쪽으로 녹색 머리카락을 모아 정리한, 익숙해 보이는 얼굴이 보이자, 나나는 필사적으로, 목에서 빠득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돌려 TV로 고개를 고정했다. 하지만, TV 소리 가운데에서도 이쪽으로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리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녹색 단발머리의, 얼굴에 매력적인 점이 찍히고, 선글라스를 껴서 다른 색의 눈동자를 감춘 타카가키 카에데는 나나의 옆 의자에 깃털이 내려앉는 듯 소리 없이 걸터앉았다.

 

"여기, 맥주 한 잔이랑, 이거 하나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나는 카에데의 말에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어머, 우연이네요, 나나 씨?"

"저, 저는 지구인이라 그런 사람 모릅니다...아하하..."

"어라, 저는 우사밍성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

 
나나는 고개를 돌렸다. 일단 가장 급한 건 이 아이돌이 어떻게 여기를 알고 있었는지가 문제였다. 이 사람이다 보니 도청이나 GPS같은건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었다.

 
"저기, 카에데 씨는 어떻게 여길?"

"어라, 우연이랍니다. 촬영이 이 근처에 있었는데, 아는 분께 이 술집을 추천받았어서 오다 보니."

"아하하하, 그런가요..."

 나나는 아무 말도 못 하며 애꿎은 닭꼬치만 씹던 중, 카에데의 맥주잔이 앞에 놓여졌다. 찬 맥주잔과 습기차고 뜨거운 가게의 공기가 만나 이슬을 이루었다. 카에데는 맥주잔의 손잡이를 잡고 들어올렸다.


"건배하시죠 나나 씨."

"아니, 그게 전..."


나나가 머뭇거리자, 카에데는 한 손을 뺨에 대고 웃었다.


"오늘의 나나 씨는 지구인이니까요?"

"...마시죠."


나나는 지금까지 몸으로 가렸던 맥주잔을 들어올렸다. 지금 나가는 것도 부자연스러웠을 뿐더러, 저렇게 까지 말해주는데 마시지 않는 것도 어색하게 느껴졌다. 먼저 마신 술기운 탓이었을까, 머릿속에서 우사밍성의 나나가 무슨 말을 하고 있었으나 지구인 나나의 머릿속까지는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나나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 후, 맥주잔을 마주 들어올렸다. 유리와 유리가 부딪히는, 경쾌한 쨍 하는 소리가 울리고 맥주가 나나의 목을 타고 넘어갔다.


"자, 여기, 우엉 튀김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나는 술잔을 내려놓았다. 이미 두 번째 맥주잔도 양은 절반으로 줄어 있었다. 카에데의 맥주잔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제의 활기찬 술자리와는 다르게, 조용한 침묵이 술자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왁자지껄한 술집에서, 둘 사이의 공간에만 대화가 없었다. 더 이상의 요리 주문도 없었고, 나나 역시 더 이상 있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아무도 아이돌로서의 나나를 모르는 공간에, 아이돌로서의 나나를 아는 누군가가 들어온다는 것은, 뭐랄까,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마치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에 알리지 않고 찾아온 친구와 마주친 경험과 비슷했다. 나나는 다시 안주를 한 입 옮기고, 맥주를 마셨다. 처음에 있었던 약간의 당황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짜증과, 약간의 불안함이 채웠다. 반쯤 남았던 맥주잔이 텅 비자, 카에데가 입을 열었다.


"한잔 더 마실까요?"

"아니, 오늘은 이만..."


나나가 입을 열기도 전에, 카에데가 점원을 불러 메뉴판을 손으로 가리켰다. 카에데의 입에서 맥주가 아니라, 본격적인 청주의 이름이 나오고, 병과 두 개의 잔이 나나 앞에 놓여지자 나나는 자리에 앉았다. 술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후배가 , 이렇게까지 하면서 자신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가 궁금했기도 했다. 불쾌감과 궁금증이 마음 속의 저울에 매달린 결과, 궁금증이 미세하게나마 우위를 차지했고, 불쾌감은 혀를 차면서 점점 줄어들어 마음 한 구석의 서랍 속으로 사라졌다. 나나는 잔을 잡았다. 잔은 따뜻하게 데워져 있었다. 따뜻한 술이 잔을 한 바퀴 돌아, 호수의 물결같이 평온한 단면을 만들어냈다. 카에데는 술잔을 들어올렸다.


"뭐라고 할까요?"

"..."


나나는 순간 멈칫했다. 건배사를 한게 언제였더라? 물론 회식을 갈 때는 하곤 했으나, 그때 하는 건배사랑 지금 할 건배사는 달라야 했다. 나나는 모기만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톱 아이돌을...위하여"


언젠가는 하고 싶었던 건배사였다. 하지만, 하지 못할 건배사이기도 했다. 역설적으로 나나와 같이 술을 마실 사람은 나나가 아이돌이란 것을 몰라야 할 사람들이었기에, 그리고 나나의 아이돌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앞에서는 나나가 술잔을 치켜들 수 없었기에, 나오지 못할 건배사이기도 했다.  나나는 술잔에서 눈을 들었다. 나나가 목표로 하는 그 자리, 스포트라이트의 빛을 받는 사람이 나나의 눈 앞에 서 있었다. 카에데는 술잔을 들었다.


"톱 아이돌 우사밍 성인을 위하여"


따뜻한 술이, 뜨겁게 목을 타고 넘어갔다. 나나는 술잔을 내려놓고 술병을 들었다. 절반쯤 빈 카에데의 잔과 거의 다 비어버린 자신의 잔. 둘 다에 다시 술을 가득 채우고 술잔을 들었다. 쨍 하는 소리가 울리고, 나나는 다시 술을 삼켰다. 빠르게 마신 탓이었을까, 술기운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배에서 시작된 따뜻함이 마음을 감싸고, 얼굴에 발갛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나의 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취해서가 아니었다. 나나는 고개를 위로 들었다. 뉴스는 어느새 끝나고, 다시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나나는 고개를 내렸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패널에 앉아서 신비로운 미소를 짓는 카에데와, 자기 앞의 카에데. 나나가 멀리 바라보던 꿈을 이 사람은 이루고 있었다. 나나는 눈을 감았다.


어느새 술자리는 끝났다. 차가운 밤바람이 나나를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카에데는 그렇게 술을 마셔놓고도 비틀거리지도 않고, 얼굴도 붉어지지 않은 채로 카에데는 택시에 타고 인사를 했다. 물론 나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밤바람은 차갑게 다가와 술기운을 껴안고 나나의 분홍머리를 간지른 후 저 멀리 떠나갔다. 나나의 머릿속에서 아까 전의 이야기가 재생되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온 이유는 뭔가요?"

"아아, 별 거 아니에요."


카에데가 술잔을 놓고 손을 턱에 괴었다. 같은 여자가 봐도 예쁘다고 생각할 얼굴, 신비스럽게 보이는 양쪽 색이 다른 눈동자, 그리고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매력을 훨씬 돋구어주는 눈물점. 카에데는 매니큐어를 한 손톱으로 술잔 끝부분을 살짝 두드렸다.


"그냥... 네"

"그냥?"

'외로워 보여서-'


카에데는 무언가를 말하려 하다가, 입술을 다물었다. 나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카에데의 눈을 쳐다보았다. 초록색과 푸른색의 눈동자는 이 곳이 아닌 어딘가를, 초점을 잃고 바라보고 싶었다. 그렇게 바라보길 조금, 카에데는 눈을 떼고 술잔을 바라보았다.


"같이 마실 사람 한 명 정도는 있는게 좋다고 생각해서요. 후훗,"

"에..."

"혼술은 혼수상태를 유발하니깐요?"

"에-"


아까와 같지만 다른 에 -. 나나는 그 이후로 추궁하기를 포기했다. 물론 처음에 생각하던 혼자 하는 술자리는 아니었지만, 술자리의 분위기는 점점 풀려가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어른들을 위한 꿈의 나라에 있는 것처럼, 알코올의 힘을 빌려 웃음이 나오고, 시답잖은 농담에 웃고, 프로듀서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면서. 하지만, 밤바람은 나나를 동화나라에서 현실로 되돌려 놓았다.


"톱 아이돌 -"


나나는 중얼거렸다. 나는 톱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 항상 한 발짝씩 나가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던 찰나, 갑자기 나나에게 현실이 들이닥쳐온 느낌이었다. 톱 아이돌. 과연 나나는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었다. 나나의 발걸음이 멈췄다. 공동주택의 유리문을 지나, 게단을 걸어 올라가면서, 삐걱삐걱 소리를 내는 복도를 지나, 나나는 문을 열었다. 열쇠가 들어가는 찰칵 소리, 불을 켜는 딸깍 소리. 아까 집 을 떠나기 직전에 정리해둔 방이 보였다. 나나는 눈을 감고 한때 꾼 꿈의 파편들 사이에서 더 깊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토끼 모양의 안드로이드와 우사밍 성인, 노래 부르는 프로듀서와 토끼 옷을 입은 나나가 꿈에서 춤췄다. 나나는 깊게 잠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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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함이 첨가된 나나의 이야기. 요이오토메는 없고 나나 쓰알은 뽑았습니다. 그걸 보면서 이야기하고 싶던 거였는데 음...흔들리는군요.

이거 끝나고 카렌 팬픽이나 하나 건드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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