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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즈 담당 프로듀서는 죽을 만큼 후회했다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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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4, 2017 03:16에 작성됨.

원작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 A-1 Pictures

12월 10일.

프로듀서가 전화로 후타바 가에 선전포고를 전하고 며칠이 지났다.

그 며칠 동안 프로듀서는 믿을 만한 친구들과 함께 후타바 가에 관한 대책을 짰다. 프로듀서의 조사원 친구가 후타바 가의 동향을 조사, 그걸 바탕으로 변호사 친구가 대비책을 구비했다.

그러나……. 날이 지나도 이렇다 할 공격이 들어오지 않았다.

안즈가 다시 맨션으로 이사해도, 프로듀서가 안즈의 전학 수속을 다시 밟아 안즈가 다음 주에 학교로 복귀하는 게 결정됐어도, 후타바 가는 조용했다.

프로듀서는 조사원 친구가 전해준 정보를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예전에 안즈 교육 담당이 프로듀서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답은 정해진 것만 들고 와야 합니다.

확실히, 그 말대로였다.

프로듀서는 한숨을 입에 달고 핸드폰을 꺼냈다. 프로듀서는 지금 시내 모 카페 테이블에 앉아 있다. 테이블 위엔 딸기 쇼트케이크와 에스프레소 한 잔. 에스프레소에서 올라오는 김이 프로듀서가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안 되었음을 알린다.

프로듀서는 핸드폰 주소록을 뒤져 어느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통화가 연결되었다.

-여보세요.

딸기 쇼트케이크와 에스프레소를 아직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단내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핸드폰에서 흘러나온 목소리 때문이다. 목소리가 어찌나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지 마치 목소리에서 단내가 풍기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났다.

그러나 프로듀서는 정신을 차리고 입에 고인 단내를 뿌리쳤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위장이다. 뭉실뭉실한 솜사탕 같은 부드러움 속에 숨은, 섬뜩한 칼날을 프로듀서는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여보세요. 접니다.”
프로듀서는 되도록 담백하게 말을 꺼냈다.

-잘 지내셨나요?
안즈 교육 담당은 그렇게 운을 떼었다. 간드러진 목소리로 크큭거리고 웃으면서.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는 웃음이다. 위화감이 너무 커서 듣는 귀가 뒤틀리는 느낌이다. 프로듀서는 귀를 손바닥으로 눌러 공기를 빼고 나서야 말을 이었다.

“그럭저럭 지냈습니다.”
-그거 다행이네요.
“바로 본론으로 가도 될까요?”
-그럼요, 물론이죠.
프로듀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족끼리 온 손님들, 연인 손님, 친구 모임 등등……. 여럿이서 방문한 손님들이 각 테이블에서 제각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1인석에 혼자 앉은 프로듀서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프로듀서는 평소 음량으로 말했다.

“당신 말대로 했습니다.”
-네, 그러셨죠.
“그러니, 사정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암요, 물론이죠.
“안즈의 맨션을 헐값에 처분하고, 그 정보를 이쪽으로 흘린 건 당신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즉답. 경우에 따라 자신의 처지가 위험해질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 담당은 마치 오늘 저녁 메뉴라도 말하는 듯이 가볍게 불었다.

“왜 그런 짓을 한 거죠?”
-안즈 아가씨께 드리는 작별 선물이었습니다. 아, 보내는 사람은 아가씨 부모님이 아니에요. 제가 보내는 겁니다.

프로듀서가 안즈의 부모와 만나기로 한 날, 약속 시간 직전에 흘러들어온 정보. 프로듀서가 그걸 덥썩 물고 약속 장소로 가 보니 그곳엔 안즈 부모 대신 교육 담당이 나와 있었다. 이런 일이 잇달아 빠르게 일어났다. 어딜 어떻게 봐도 수상하다. 마치 누군가가 시선을 일부러 주목시키듯이, 힌트를 주려고 안간힘을 쓰는 양.

그날 교육 담당이 말하길 안즈 부모는 급한 용무가 생겨서 못 왔다고 한다.
그리고, 교육 담당은 프로듀서에게 안즈 아버지의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건넸다. 안즈 아버지는 그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었고…….

답은 정해진 것만 들고 오라.
이것으로 유추하여 나오는 결론은 하나.

“당신은 자기 목적을 위해 저를 도발했습니다.”
내 뜻대로 움직여라.

교육 담당은 프로듀서가 후타바 가와 충돌하길 바랐고, 그렇게 하게 유도했다.

-네, 맞습니다.
교육 담당은 이 또한 깔끔하게 인정했다. 이제 목적을 달성했으니 부정할 필요도 없다는 건가…….

“이쪽도 조그마한 실마리를 근거로 조사했어요. 그랬더니 단편적인 거지만 정보가 나오긴 나오더군요. 후타바의……. 내부 정치에 관해서요.”
사내 정치. 프로듀서도 이골나게 겪은 것. 일정 규모를 넘은 곳이면 어디에나 있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쳐내기 위해서, 콩고물을 더 얻어먹기 위해서, 출세하기 위해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일어나는 것.

“당신도 그날 제게 말씀하셨죠? 후타바 내부는 공들여 키운 후계자가 사라져서 불안정하다고. 이 틈을 노린 세력이 있다고……. 그 세력에 당신이 속한 건 말씀하지 않으셨지만 말이죠.”
교육 담당은 프로듀서를 시선 끌기 용도로 이용했다. 프로듀서와 후타바 가가 충돌한 틈을 타, 내부에서 어떠한 일을 진행하려고. 그리고 프로듀서는 교육 담당의 술수에 그대로 넘어갔다.

-후후, 그때 바로 밝힐 순 없었거든요. 제가 바란 건 진심 어린 충돌. 당신과 안즈 아가씨께서 후타바 가를 진심으로 칠 각오를 다지시길 바랐습니다.
“목적은 알겠어요. 거기에 이용된 것도 알겠어요. 짐작도 갑니다. 하지만, 반드시, 꼭, 제가 확인해야 하는 게 있습니다.”
-무엇이든 대답하지요.
“당신의 동기가 뭡니까? 내부에서 후타바의 주류 세력을 치려고? 단지 그것을 위해서 저를 뼛속까지 도발하고, 안즈를 침울하게 했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전…….”
프로듀서는 교육 담당에게 따졌다. 지금 교육 담당이 눈앞에 있었으면 멱살을 잡을 기세로 강하게 강조했다.

“당신을 가만 안 둘 거예요.”
그러자,

스피커에서 들리는 숨소리의 농도가 변했다. 농도가 짙고 무거워졌다. 교육 담당이 원래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리라. 교육 담당은 가시 돋친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에 상대방을 당장에라도 두들겨 팰 것 같은 호전성이 드러났다.

-제가 안즈 아가씨의 교육 담당을 맡았을 무렵, 전 야심에 불탔습니다. 언젠가 아가씨와의 인연을 토대로 후바타에서 세를 불리겠다고요. 그런데…….
스피커 너머로 돌을 문지르는 것 같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라도 가는 모양이다.

-막상 되어 보니까 말이죠. 실망감이 드는 거예요.
교육 담당은 거침없이 말했다. 목소리에 감정이 그대로 실렸다.
-저는 후타바에 대해 환상이 있었습니다. 후타바란 곳이 어떤 곳입니까, 제가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일본에서 후타바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거대한 곳에서 꼭 출세하겠다. 그렇게 다짐했죠.
교육 담당은 코웃음을 쳤다.

-설마 아이 하나 행복하게 해줄 수 없는 바보 집단일 줄은 몰랐거든요.
그것은 비웃음이었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아니꼬운 감정이 듬뿍 담긴 비웃음.

-저는 안즈 아가씨가 망가져 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애석하게도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교육 담당이란 위치에 있었지만요.
교육 담당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싹 가셨다.

-뭐, 말씀드렸다시피 사실 저도 처음엔 안즈 아가씨를 이용하려고 했습니다. 시작부터 꼬인 거죠. 첫 단추를 잘못 끼웠으니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죠. 안즈 아가씨의 실상을 보고 마음을 바꿨지만, 이미 늦었죠.
교육 담당이 씁쓸하게 말한다.

-저는 안즈 아가씨와 지내고 교훈을 얻었습니다. 자기가 행복해지려는 목적으로 다른 사람을 만나면 안 된다고. 결국 끝엔 불행밖에 없어요. 저는 그걸 뼈저리게 느꼈죠.
다른 사람을, 자기가 행복해지려는 수단으로 삼으면 안 된다. 프로듀서는 순간 속이 찔려 뺨을 씰룩였다. 프로듀서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교육 담당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교육 담당의 건조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저는 당신이 부럽습니다. 안즈 아가씨께서 삶의 의미를 찾으시게, 안즈 아가씨를 도운 당신이 정말 부러웠어요. 당신을 도발했던 건 실은 개인적인 감정도 있었습니다. 안즈 아가씨 옆에 있으면서, 그렇게 안즈 아가씨와 가까워졌으면서 우물쭈물하는 게 보기 안 좋았거든요.
프로듀서는 이제야 교육 담당이 프로듀서에게 드러낸 적대감의 의미를 알았다. 프로듀서를 부추기는 행동에 실린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감정.

분노와……. 질투.

프로듀서는 한숨을 내쉬고 싶었지만, 내쉬지 않았다. 프로듀서가 안즈와 안즈 부모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때, 스스로 느낀 감정과 교육 담당이 고백한 감정에 비슷한 구석이 있었으므로.

-하지만 사과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에게 느끼는 짜증은 지금도 변치 않으니까. 아, 하나만 빼고요. 당신의 가정사를 들먹인 건 사과하겠습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아니에요.
“상관없습니다. 마음대로 하세요. 저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당신 자유입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이야기를 다시 돌려서……. 음……. 우선 첫 번째 목적은 달성했습니다. 혼란한 틈을 타서 원하는 바를 이루었거든요. 이제 이걸 통해, 최종 목적을 달성하면 됩니다.
“최종 목적이요?”
-네, 모든 건 이걸 위해서. 후타바에서 안즈 아가씨께 더는 간섭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정확히 어떤 수단으로 이게 가능한지는 입에 올릴 순 없지만, 이제 남들 몰래 후타바 내부를 휘저을 수 있게 됐어요.

교육 담당은 담담하게 전했다.
목소리가 평온하게 들렸는데, 일부러 꾸몄을 때와는 톤이 확실히 달랐다. 이게 바로 그의 진심인가. 프로듀서는 조금 놀라 자기도 모르게 멍하니 있었다.

교육 담당이 말을 이어 프로듀서의 정신을 불러 세웠다.

-처음부터 이렇게 하려고 한 건 아니었습니다. 계획엔 없었으니까요. 설마 346에서 후타바를 건드릴 줄이야……. 덕분에 이쪽도 고생 꽤 했습니다.
“그건…….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당신 탓이 아니니까요.
“이 이야기는 안즈에겐…….”
-하지 마세요. 비밀로 해주세요.
“왜 그렇죠?”
-아가씨께 고맙단 말을 들으려고 한 일도 아니고, 저로서는 오히려 안즈 아가씨께서 저를 증오하시는 편이 마음 편합니다. 이제 와서 이 녀석도 실은 좋은 녀석이었어……라고 생각하는 건 별로잖아요? 그리고, 이래야 아가씨께서 후바타에 돌아오지 않으실 테니까요. 여긴 안즈 아가씨께서 평온히 지내실 곳이 아니에요. 안즈 아가씨께서 자기 의지로 다시 돌아오시면 할 말이 없지만요. 물론, 그럴 때는 안즈 아가씨를 전력으로 도와드릴 생각이지만, 글쎄요. 그분께서 그러실까요?

며칠 전, 안즈는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아이돌을 하고 싶다고.
그러므로 교육 담당의 말을 부정할 여지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딱 한 군데만 빼고.

“안즈에게 이야기할 겁니다.”
-훗날 알게 되더라도 지금은…….
“이야기할 겁니다. 그 아이는 당신 생각보다 총명한 아이입니다. 안즈는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해서 판단할 겁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러자 교육 담당은
-그렇죠. 떨어져 있다 보니 잊고 있었습니다.
쿠쿡거리면서 웃었다.

-당신과 접촉하는 건 이게 마지막입니다. 후바타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려면 보는 눈을 속일 필요가 있으니까요.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후타바에서 두 번 다시 당신들을 건드리지 않을 테니까요. 적어도 아가씨께서 성인이 될 때까지는 보장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슬슬 마무리되어간다. 프로듀서는 앞으로 들을 수 없는 교육 담당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마치 좌우 반전되지 않은 거울을 보는 것처럼 조금 묘한 기분으로.

-아,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하겠습니다. 사내 정치를 조심하세요. 346쪽을 알아보니까 끔찍도 하더군요. 후후,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요. 애초에 그게 없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겁니다.
“충고 달게 받겠습니다.”
-네, 그럼 전 이만……. 건강히 지내시길.
“그럼 안녕히.”
통화가 끝났다. 프로듀서는 핸드폰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왠지 모를 여운이 프로듀서의 몸을 감싼다.

안즈와 후타바 가의 갈등은 이렇게 끝이 났다. 안즈는 이후 후타바 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무사히 성인으로 성장하겠지.

그러나……. 안즈를 방해하는 건 후바타 가뿐만이 아니다.

프로듀서는 포크를 쥐었다. 그리고 딸기 쇼트케이크를 반 토막 냈다.

슬슬 때가 왔다.

346 내부에서 다시 두각을 드러낼 때가.
아이돌 부서를 다시 일으킬 때가.

12월 11일.

아이돌과 제3 사무실. 프로듀서는 안즈에게 모든 걸 전했다. 안즈는 프로듀서의 이야기를 듣고 다소 미간을 찌푸린 채로, 시트의 틈새를 파고들려는 것처럼 소파에서 뒹굴었다.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죄책감이라도 들었나…….”
안즈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참고로 소파 등받이 시트에 얼굴을 틀어박고 한 말이다.

“뭐, 일단 일단락됐나. 그 말을 믿으면……. 말이지만.”
잠시 후 안즈는 소파에 똑바로 앉았다. 얼굴엔 복잡한 빛깔이 서려 있었다. 안즈는 마치 엉망진창으로 짜고 달고 신 요리를 입에 대기라도 한 것처럼 아주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척 봐도 마음이 복잡한 티가 난다.

그러나 프로듀서는 안즈가 지금 품은 생각에 관해서 의견을 던지지 않았다. 이건 안즈가 스스로 생각해서 판단할 문제니까.

대신 안즈가 머리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연료를 제공하기로 했다.

프로듀서는 안즈에게 빵을 건넸다. 요즘 유행하는 샐러리맨 빵. 샐러리맨 캐릭터를 귀엽게 데포르메 해서 그대로 빵으로 만든 물건으로, 요즘 인기 있는 프랜차이즈에서 파는 빵이다.

“아까 치히로 씨께서 선물로 주고 가신 거거든. 두 개 있으니까 하나씩 나누어 먹자.”
“그 사람은 이런 선물을 자주 주네.”
“뭐, 그렇지. 매번 스테미너 드링크나 에너지 드링크도 주시고……. 가끔은 선물이 취미인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야. 덕분에 옛날부터 신세를 많이 졌어.”
프로듀서가 빵 봉투를 뜯었다. 안즈도 빵 봉투를 까고 빵을 조용히 노려보았다.

“저기, 프로듀서. 이 빵 말인데…….”
“왜?”
“묘하게 프로듀서 닮지 않았어?”
안즈는 빵과 프로듀서를 번갈아 보았다. 말끔한 수트 차림에 귀염성 있는 얼굴. 그리고 묘하게 비슷한 헤어 스타일까지.

“글쎄다, 일반적인 샐러리맨 차림이라서 그런 거 아니야?”
“으음~ 그래도 묘하게 닮았는데……. 뭐, 그런가.”
프로듀서는 빵을 머리부터 씹었다.
“난 프로듀서를 어디부터 먹을까…….”
안즈는 빵을 보면서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냥 샐러리맨이잖아. 그거 나 아니니까.”
“프로듀서, 팔하고 다리 중에 뭐가 더 소중해?”
“음……. 팔. 팔이 있어야 서류 업무도 하고, 요리도 하고, 게임도 하니까…….”
“그럼 팔부터. 아앙.”
“으아아! 내 팔! 팔이! 으아아, 가져가 버렸어……!”
“동생을 돌려받고 싶으면 다리도 줘. 자, 등가교환. 아앙.”
“크으윽!”
둘은 그렇게 장단을 맞추면서 빵을 다 먹었다. 프로듀서가 준비한 녹차로 입가심을 하고 간식 타임이 끝났다.

프로듀서는 다 비운 찻잔을 내려놓고 숨을 골랐다. 그리고 차분한 투로 말했다.

“조만간 아이돌 부서를 한데 모으려고 해.”
“큰 기획이라도 잡혔어?”
“이제부터 잡아야지. 이건 아이돌 부서를 한데 모으는 게 목적이니까 말이야.”
프로듀서는 헛기침하고 목을 다듬었다.

“예전 아이돌 얼티밋 건도 그렇고 이번 후타바 가 건도 그렇고 일이 시작된 원인은 사내 정치였어.”
프로듀서의 C.M.Y.K.가 아이돌 얼티밋에 참가했던 이유는 다른 부서의 견제 때문. 그리고 346가 후타바 가를 건드린 원인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네가 346에서 활동하는 데에 이런 식으로 방해가 자꾸 들어오면 곤란해. 그래서, 이제 본격적으로 치워 볼 생각이야.”
“괜찮겠어?”
“쉽지는 않겠지만……. 어쩌겠어. 해야지.”
프로듀서는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네가 아이돌을 하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으니까. 이번엔 내 차례야.”
프로듀서는 주먹을 꾸욱 쥐었다. 이번에야말로……. 모든 역경을 헤쳐나가겠다. 예전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 절대로 내던지지 않겠다. 프로듀서는 그렇게 다짐하고 의지를 불태웠다.

“나는 이제 꺾이지 않아…….”
프로듀서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걸 보고 안즈는 절로 방긋 웃었다가, 멋쩍었는지 입술을 우물거리곤 말을 꺼냈다. 지금 웃은 걸 숨기려는 것처럼.

“구체적으론 어떻게 할 거야?”
“전에……. 라고 해도 상당히 됐구나. 8월에 오다이바 페스를 준비하면서 아이돌 부서 내의 신규 프로젝트를 하나 봤거든. 프로젝트 명은 신데렐라 프로젝트.”
프로듀서가 미시로 상무를 통해 알게 된 프로젝트다. 당시엔 C5 활동 업무 때문에 제대로 살펴보진 못했지만 프로듀서의 인상에 깊게 남았다. 그래서 프로듀서는 오다이바 페스가 끝나고 나서 그 프로젝트에 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았다.

“데뷔한 지 1년 이내인 아이돌 중에 성장 가능성이 있는 아이돌을 모은 프로젝트야. 실은 거기에 너도 들어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거든.”
“내가? 근데 지금까지 잠잠한 걸 보면 엎어졌나 보네?”
“완전히 엎어진 건 아니고 동결됐어. 아쉽게도 다른 프로젝트에 밀려서 말이지. 그래도 난 여전히 좋은 프로젝트라고 생각해.”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나 보네?”
안즈는 피식거리면서 말했다. 프로듀서는 지금 한눈에 봐도 들뜬 것처럼 보인다.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손은 주먹을 꾹 쥐고 있고, 얼굴에서 빛이라도 나는 양 표정이 정말 밝다.

“그게 말이지, 이게 정말 마음에 들었어. 프로젝트의 키워드는 미소야. 미소.”
“미소? 왠지 적당한 느낌인데……. 미디어에선 흔한 주제잖아.”
“그렇지만, 그게 좋은 거지.”
“하긴, 그만큼 수요가 있단 거니까.”
“아이돌의 미소는 정말 좋아. 보는 사람이 행복해지니까. 그리고 보는 사람이 용기를 얻기도 하거든.”
프로듀서는 지금은 희미해 어렴풋이만 떠오르는 기억을 떠올렸다.

프로듀서가 지금도 찾고 싶은 노래, 그 노래를 부른 아이돌. 그 아이돌이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노래의 제목이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TV 화면 속에서 그 아이돌이 지은 미소가 프로듀서의 마음을 구원한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안즈는 프로듀서의 표정을 읽었다. 그리고 프로듀서가 무엇을 떠올렸는지 짐작했다. 카린네 신사에서 프로듀서가 보인 표정과 정확히 일치했으니까.

“또 그 노래를 생각해?”
“응, 나는 그 노래 덕분에 구원받았고, 아이돌 업계에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어.”
프로듀서는 가슴을 쭉 펴곤 자랑스럽게 말했다. 노래 하나로 사람을 이렇게까지 사로잡을 수 있다니……. 안즈는 새삼스럽게 감탄했다. 그리고 한편으론 부럽다고 생각했다. 프로듀서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움직이다니…….

“내가 그 노래를 듣고 아이돌 업계에 들어가고 싶어진 것처럼, 네 노래를 듣고 아이돌 업계에 들어가고 싶어진 사람도 있을 거야.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거고.”
“왠지 좀 쑥스러운데…….”
“뭐, 어때. 아이돌이니까 우쭐거리면 되지.”
“흠……. 이렇게? 어때! 우쭐!”
안즈는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포즈를 취했다.

“후후, 아무튼 그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아이돌 부서를 하나로 모으려고 해. 초안엔 데뷔한 지 1년 이내인 아이돌이 대상이었지만, 제한을 없애려고. 그편이 더 많은 아이돌이 참가할 테니까.”
346 프로덕션의 아이돌 부서는 C.M.Y.K. 프로젝트 실패 이후 규모가 반 토막이 났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에 밀려 제대로 된 목소리도 내기 힘들 정도로 입지가 줄어들었다.

“아이돌 부서의 형태는 지금도 남아있지만 예전하고 비교하면 단결력도 부실한 상태야. 활기도 줄었고. 우선, 무언가를 하려면 기력이 필요해. 그래서 신데렐라 프로젝트가 제격이야. 다른 이에게 미소를 전하는 프로젝트라면,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도 미소가 번질 테니까.”
안즈는 프로듀서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 아직 프로젝트에 참여하지도 않았는데 프로듀서는 포근하게 미소 지었다.

그게 정말로 보기 좋아서……. 안즈도 프로듀서가 느끼는 기분을 같이 느끼고 싶어졌다.

“프로듀서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기꺼이 참가할게. 대신에 휴일은 제대로 챙겨줘야 해? 주 8회로!”
“알았어! 1년에 8회 말이지?”
“너무 줄였잖아!”
“농담이지만!”
“알고 있었지만.”
둘은 쿡쿡거리면서 웃었다. 사이에 테이블 하나를 두고 마주 앉았지만, 지금 안즈는 이 순간 프로듀서의 옆 자리에 앉은 것처럼 프로듀서가 가까이 느껴졌다. 거리가 가까운 이에게서 느끼는 친숙함과 따스함. 그게 안즈의 가슴 속에 뭉클거리며 불어났다.

언제까지고 계속 느끼고 싶은……. 그런 안정감과 함께.

프로듀서가 잠시 헛기침했다.
“그리고,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아마 며칠 내로 너한테 말할 게 있어.”
프로듀서는 표정을 조금 진지하게 다듬었다.

분위기가 갑작스레 달라졌다. 확 달라지진 않았지만, 조금 딱딱해졌다.

“나는 네 집안 사정도 알고, 네가 집에서 나오고 어떻게 지냈는지 알고, 네가 집에서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도 알고 있지. 이번 기회에 이게 얼마나 무거운지 확인했어.”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뭐, 딱히 프로듀서가 알아도 상관없고.”
“그래도 이건 중요한 거야. 다른 사람한테 굳이 꺼내고 싶은 화제는 아니잖아?”
굳이 어떤가 물어보면 그렇다.

“그건……. 그렇지.”
안즈는 수긍했다. 맞는 말이니까.

“그래서, 너한테 말할 게 있어. 나만 네 사정을 아는 건 불공평하니까 너한테 털어놓으려고.”
“응? 뭔데?”
“지금은 말고 며칠 내로. 조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이걸 전해야 너와 정말로 같은 라인에 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리고 실은 내가 나서서 고백하는 건 네가 처음이야.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곤 다른 사람한테 밝힌 적 없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사실을 밝히지 않는 건, 대개 사실을 밝히면 본인에게 불이익이 오는 경우다. 어떤 손해를 보거나, 아니면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거나. 프로듀서의 경우엔 이익을 목적으로 안즈를 보지 않으니 아마 후자겠지.

프로듀서가 고통을 감내하고 안즈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싶다고 말한 셈이다.
C.M.Y.K.에 관한 이야기를 프로듀서에게 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도 분명 괴로웠겠지…….

그때는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거북함이 생겼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의 안즈는……. 프로듀서의 어떤 이야기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 으음…….”
안즈는 턱을 쓰다듬었다.

“그럼 기다릴게. 준비되면 알려줘. 대신, 이렇게 이야기를 꺼낸 이상 얼버무리지 말고 꼭 이야기해줘. 알았지? 약속이야.”
“고맙다. 약속할게.”
프로듀서는 방긋 웃곤 안즈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내게 있어 이 이야기는 일종의 금구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쓰려. 다른 사람이 알게 될까 봐 무섭기도 해. 이 이야기가 얼굴도 모르는 다른 사람들한테 오르내리면 아마 난 미쳐버릴지도 몰라. 하지만, 너에게 말할 거야. 그렇게 결심했어.”
대체 무엇이길래 프로듀서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까. 안즈는 호기심이 올라왔지만 꾹꾹 눌러 담았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테지. 프로듀서가 직접 고백하길 기다리자.

“후후, 그럼 무거운 이야기는 이쯤 하고, 희망찬 이야기로 가 볼까.”
프로듀서는 다소 가벼워진 어깨를 으쓱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컴퓨터 책상으로 직행. 프로듀서는 모니터를 켜고 화면에 웹 사이트를 띄웠다.

“신데렐라 프로젝트 멤버 리스트에 있던 아이들 말인데, 요즘 주목받는 애들이 있어서 말이야. 기사라도 보여줄까 해서.”
안즈도 컴퓨터 책상 근처로 이동. 안즈는 프로듀서가 앉은 의자 등받이에 팔을 올리고 체중을 실었다.

“진짜 재밌는 아이들이 많아. 게임으로 치면 텍스트 창에 별표나 음표 같은 게 붙어있을 것 같은 애가 있는데 뇨와뇨와~ 귀엽고 기운 차. 그리고 고스로리 중2 계열 아이도 있는데, 은근히 성격도 좋고 성실해서 인기야. 자, 분명 어제 둘이 같이 라이브를 해서 분명 이쯤에…….”
마우스 커서가 화면을 돌아다닌다. 커서가 느긋하게 활강하다가 목표를 찾고 기사 제목에 부리를 갖다 댔다.

“아, 찾았다. 여기 있…….”
그런데, 프로듀서는 그만 말을 잇지 못했다. 프로듀서는 그대로 굳었다. 동력이 바닥나기라도 했는지 프로듀서가 멈췄다. 안즈는 그런 프로듀서의 변화를 조금 늦게 알아채고 말았다. 왜냐하면……. 안즈도 프로듀서가 굳은 원인을 보고, 놀랐기 때문에.

프로듀서가 보려고 한 기사 바로 아래에……. 빼곡하게…….

-요즘 인기 아이돌의 담당 프로듀서가 실은 고아 출신?
-후타바 안즈 담당 프로듀서의 눈물겨운 인생 역전!
-출신에 굴하지 않고 346 프로덕션에 우뚝 서다.
-시련은 극복하는 것……. 346 프로덕션의 어느 프로듀서 이야기.
-의지만 있으면 못 할 게 없다고 증명한 346 프로덕션의 어느 프로듀서.
-후타바 안즈 담당 프로듀서는 이전부터 C.M.Y.K. 등 여러 아이돌을 맡아…….
-오오츠키 유이 전 담당 프로듀서는 어떤 사람이었나?
-‘이런 사람이 진짜 승리자죠.’ 업계인이 증언하는 오오츠키 유이 전 담당 프로듀서.

안즈는 프로듀서를 살펴보았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에 생기를 잃을 수 있을까.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에 말라비틀어질 수 있을까.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에 창백해질 수 있을까.

그러나 이건 그저 편린일 뿐이었다. 앞으로 프로듀서에게 펼쳐질 지옥을 알리는 작디작은 조각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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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2주 전에 올렸어야 했는데 이제야 올립니다.
아무튼, 이제 프로듀서의 이야기를 풀 예정입니다. 이야기 단계상 페이즈 3의 반 정도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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