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오오하라 베이커리-푸딩의 늪으로...

댓글: 20 / 조회: 823 / 추천: 6


관련링크


본문 - 03-23, 2017 22:20에 작성됨.

이전화들 보러가기

펑키한 옷차림과 쿨한 표정의 소녀는 눈을 잠시 감고있다가 열었다. 아직도 손은 상의의 자켓에 찔려넣은 채로, 특유의 무표정을 띄운채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자신과 마주보고있는 남자에 말했다.

 

“히이라기 씨, 인간은 확실히 단 것을 추구하는 게 그 본능이지.”

 

“그렇네요.”

 

“하지만 인간은 본능만으로 살아가지않아. 본능만으로 살아가지않기에 우린 사람인거야.”

 

히이라기는 손뼉을 마주치며 감탄했다

 

“역시 니노미야 양은 어른스럽네요!”

 

“..흠흠, 아무튼 나는 전에 분명 본능에 휘둘려 추태를 부렸었지. 인정해. 인정하고 다음에 해내는 게 어른이라는 거니까. 아무튼, 히이라기 씨 나는 이제부터는 천천히 이성이라는 걸 되찾아가보려고해.”

 

“그러니까 폭식을 하거나 폭식하고 멘붕하거나 다이어트 중에 못 먹는다는 이유로 우는 걸 이제 하지않는다고요?”

 

아스카는 미소를 잃지않고 밝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잘 들리게 말해주는 히이라기의 친절함에 감동이라도 받았는지, 살짝 자세가 흐트러지고 옆의 케이크 진열장에 몸을 기대었다. 아스카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얼굴은 진열장을 짚고있는 왼손 위에 놓여있어서 잘 보이지않았지만 아마도 그녀는 간신히 잊어가던 기억들을 선명하게 되살려준 그 배려에 감동하여 오열하는 것이 분명했다.

 

“......아무튼, 그래서 오늘은 소소한 작별인사라는 걸 해보려고해.”

 

“이성을 찾겠다는 말치고는 꽤나 감성적인 언행이네요..?”

 

순진한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살짝 옆으로 까닥-한 히이라기는 명랑한 목소리를 통해 ‘잘 모르겠네요’라는 의도를 온몸으로 표시했다. 뭐, 10살정도 차이나는 동생을 속이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말이다.

 

“......흠흠, 그래도 여태껏 잘해준 좋은 사람에 대한 작은 배려야.”

 

“까탈스럽기로 유명한 니노미야 양에게 인정받으니 나름 기쁘네요. 하지만...역시 볼 수 없다는 건 섭섭하지만요.”

 

“.......그럼 이제 나 갈게.”

 

살짝 어색한 침묵이 둘 사이를 가로지르다가 이윽고 아스카는 진열장에서 몸을 떼어내고 등을 돌렸다.

 

“안녕하가세요.”

 

“네 가시라고요.”

 

“.....후우, 그래 나 갈게..”

 

“안녕히가세요~”

 

문이 열리며 갈색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빵집 안으로 서서히 하얀색 빛이 눈부시게 들어올려는 순간, 아스카는 살짝, 목을 기묘하게 비틀어 뒤를 돌아보았다.

 

“....히이라기 씨, 나한테 할 말 없어?”

 

“....? 없는데요?”

 

“그래...? 그럼 나 갈게.”

 

“안녕히가세요~”

 

아스카는 다시한번 멈칫하고는 문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래, 사람이라는 건 늘 실수하거나 망각하기도 하지. 그래 그건 인정해야해...”

 

“히이라기 씨?”

 

“네, 부르셨나요. 손님?”

 

빙긋-미소를 그리며 히이라기는 카운터 바로 뒤에서 기다리고있었다는 듯이 대답했다. 아스카는 잠깐 침묵을 지킨 채로 히이라기를 쭉- 응시하다가

 

“진짜 나 한테 할말없어?”

 

“네.”

 

밝고 해맑은 션샤인 스마일링 앤서는 뒷골목에서 자라난 중2병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것. 아스카는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익...”

 

애같은 소리를 아스카의 입에서 살짝났다. 아스카는 아마 들리지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히이라기는 그것을 정확히 포착해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아스카는 발을 내밀고 말했다.

 

"나 진짜 나가?"

 

“뭐, 그거야 손님 마음이지만....부디 다른 분들 길만큼은 막지 말아주시겠어요?”

 

“.......”

 

아스카는 차마 표정을 바꾸지는 못하고 밤하늘에서 터지는 폭죽처럼 화려하게 얼굴색을 바꾸어가다가 살짝 기우뚱거리는 발걸음으로 나섰다.

 

“얏호~ 아? 아스카쨩?”

 

인사도 없이 스쳐지나가나는 아스카에게 밀쳐진 미치루는 한참동안 아스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응? 아스카쨩 무슨 일있어?”

 

아스카는 당연히 그 자리에 없었으니 히이라기가 대신 답했다.

 

“글쎄요. 아무래도 더 이상 오지않겠다는 다이어트 선언을 한 것 같아요.”

 

“그으....래?”

 

“뭐, 손님이 있었다 없었다하는 거죠. 자, 얼른 씻고오세요.”

 

“흐응....”

 

의외로 미치루는 미치루의 큰 눈이 살짝 감기고 보라색 빛이 약간 어두워진 채로 아스카가 방금 뛰쳐나간 곳을 응시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지만, 그 며칠 동안 아스카는 정말로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미치루에게 말을 거는 일도 미치루가 말을 거는 일도 없었다.

 

‘훗...’

 

스스로 잘 이겨내고있다고, 격려하면서도 추켜세우는 아스카. 그러나 아스카는 차라리 그때라도 빵집으로 달려가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아마도 최소한 쿨한 캐릭터는 지켜낼 수 있었을 것이다.

 

“흐응.....”

 

아스카가 레슨을 마치고 여유롭게 집으로 돌아가려던 어느날, 그녀의 폰은 의외의 인물을 알리며 번쩍였다. 오오하라 미치루의 프로듀서인 무라카미 후루키로부터 내용은 지극히 사무적인 문자.

 

“음......”

 

살짝, 아스카는 고민했다. 미치루는 분명 거기서 뭔가를 먹고있겠지. 그녀가 또 아스카를 어떻게 유혹할 지 모르는 이야기. 하지만 가지 않을 수도 없다.

 

“....괜찮...겠지?”

 

14살이라는 한계, 아직 세상이 선하다는 순진한 믿음이 그녀에게도 있었나보다.

 

아스카가 사무실의 문을 열자, 그곳에는 미치루 뿐이었다. 그녀는 신발은 벗고서 검은색 팬티스타킹을 입은 발을 허공에서 놀리는 동시에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숟가락 하나를 입에 문채 핸드폰을 즐기고있었다.

 

“츕츕...응? 아스카쨩? 오랜만이네~”

 

“네 프로듀서는...?”

 

아스카는 숟가락을 한 번 쯉 빨아내고 입술의 노오란 크림을 슬쩍 혀끝으로 훔치는 미치루의 모습에 서서히 식욕을 느끼기시작했다.

 

“글쎄에~? 곧 올거야. 그동안 좀 기다리면 될 것 같은데...커피 줄까?”

 

“음...”

 

아스카가 자리에 앉자, 미치루는 테이블에 있던 병을 치우고 책상쪽에서 뜨뜻한 커피를 한 잔 내놓았다. 그리고는 냉장고에서 다른 병을 하나 더 꺼냈다. 잼병의 금속뚜껑이 팡-하고 열리자 미치루는 호오~하고 감탄을 연발하면 보라색눈을 별처럼 빛내기 시작했다.

 

“아, 아스카쨩은 이런거 싫어한다면서?”

 

“...아, 아...”

 

부정도 긍정도 채 못하고 침을 삼키는 동안, 미치루는 빠르게 숟가락을 병에 깊숙히 집어넣었다가 들어올렸다. 잼병과 같은 유리병에 금속 뚜껑을 돌려 열자, 은은하게 황색을 흘리고 있는 흰색 푸딩이 고요하고 우아하게 자리해있었다. 병 속으로 들어오는 빛들이 푸딩의 매끄러운 표면을 타고 흐르며 광택을 한 겹 얹어주고있었다. 거울처럼 매끄럽고 윤기가 넘친다. 크림의 풍부한 느낌을 그대로 간직한 푸딩의 표면을 숟가락으로 찌르는 것에 약간 죄책감과 묘한 배덕감이 들기도 했지만, 서늘한 기운이 나가면 그 또한 푸딩의 가치가 하락한다.

 

그리고 마침내 숟가락을 밀어넣자, 늪에 빠지는 것처럼 소리도 흔적도 없이 스르륵 뻑뻑하게 밀려들어간다. 이윽고, 다시한 번 숟가락을 들어올리자. 몽글몽글하고 두툼한 느낌을 자랑하는 벌꿀색 커스타드 크림과 갈색으로 젖은 버터크레페가 웅장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아스카가 볼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미치루의 입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과 그 이후의 미치루 뿐이었다.

 

“으응~~”

 

미치루는 입에 넣은 숟가락을 빼낼 생각도 못하고 얼굴을 살짝 붉히고 몸과 고개를 살짝 틀어 그 진미를 화려하게 보여주었다. 아스카는 평정을 가장하며 커피를 들이마셨다. 평소의 쿨하면서도 조용한 미소를 가볍게 띄우면서 커피를 들이켰지만 이미 미치루는 간파하고있었다. 아스카는 이미 정상이 아니다. 그렇지않고서야 방금 내린, 시럽도 설탕도 없는 순수 에스프레소를 그렇게 마실 수 있을리가 없으니까.

 

“아스카는 정말 안 먹어..?”

 

“아, 아니 뭐...그..”

 

미치루는 숟가락을 빨지않았다. 입을 벌려 살짝 숟가락을 떼내자, 혀와 숟가락, 정확히는 혀와 숟가락에 남은 크림 사이에서 투명하게 빛나는 얉은 실이 아주 잠깐 늘어났다가 이내 사라졌다. 숟가락을 푸딩 병 위에 둔 미치루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난 잠깐 화장실 좀...”

 

크림이 아직도 한껏 묻은 숟가락이 아스카의 바로 앞에 놓여있다. 검은 색 플라스틱 숟가락은 노오란 크림을 아직 한껏 머금은 채 푸딩병에 아스카와 단 둘이만 있다.

 

“......보는거야....보는거야..”

 

천천히 아스카는 땀방울이 흐르는 손으로 숟가락을 집어올렸다. 그리고 동시에 미치루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지 교태를 부리는 듯한 여자의 신음소리. 본능적인 소리.....얼마나 맛있으면...? 천천히 입이 벌려지고 뜨거운 호흡과 숟가락이 점점...점점...가까워지고..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아, 아무것도 안 했어요?!”

 

아스카는 빠르게 부정했지만, 손에 들린 숟가락은 어쩔 수 없었다.

 

“뭐야? 아스카쨩도 푸딩 먹고싶었어?”

 

소파에 다시 장난스럽게 걸터앉은 미치루는 천천히 푸딩 병의 속을 숟가락으로 정리했다. 그리고는 탑처럼 숟가락 위에 솟아오른 푸딩의 진국을 미치루는 맑은 미소로 아스카에게 권했다.

 

“다이어트인건 알아도...길티 플레저라는 것도 있고...이건 마지막 한 입이니까! 이정도는 괜찮아!”

 

마지막 한 입이다. 더 먹고싶어도 못 먹어. 트레이너도 없어. 한 입 정도라면....

 

“자아, 아아~~”

 

“하, 하아앗...!”

 

아스카의 입술과 숟가락이 일직선이 되고서, 마침내 아스카의 입이 벌어지고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지려는 찰나...!

 

“아스카쨩, 좀 더 가까- 어?”

 

탑처럼 쌓였던 그것은 무너저버렸다. 숟가락에서 벗어나 허공을 가르며 그 빛나는 푸딩의 마지막 조각은 검은색 스타킹 위에 안착해버렸다. 그리고 아스카의 이성은 무너졌다. 속절없이 무너져버린 마지막 희망이자 기회가 자신의 안일한 망설임으로 무녀졌음을 깨닫자, 더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아.....!”

 

“안 돼!!!”

 

휴지를 가져오려던 미치루보다 빠르게 아스카는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바닥에 의자에서 폭발하듯 뛰쳐나와 두 무릎을 붙이고 아무 망설임도 없이 두 손으로 미치루의 검은색 다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즈큐유유유유융.....!



“흐앗! 흐아아아앗.!!!”

 

그 검은색 스타킹에 둘러싸인 미치루의 매끈한 발등위로 아스카의 입술과 혀가 망설임도 없이 그야말로 폭력적으로 내리꽂혔다. 오직 ‘마지막 한 입’을 위해, 아스카는 망설임도 없이 미치루의 발을 핥았다. 아스카의 모든 감각은 닫히고 오직 하나, 미각만이 활짝열렸다. 아스카의 머릿속에서 그녀는 지금 푸딩을 먹고있을 뿐이었다.

 

‘아아....온다! 온다!!’

 

약간 신 느낌이 혀 아래의 연한 살, 침샘을 순식간에 일깨운다. 그곳까지 푸딩의 크림과 치즈가 닿는 것이 느껴지고 근육이 찌릿하면서 그 자극을 받아들인다.

 

푸딩과 커스타드 크림, 그리고 그사이에 절묘하게 낀 버터 크레페. 이 푸딩의 맛은 마치 웅장한 교향곡과 같다.

 

깊이 달지않고 오히려 시원한 감각을 가진 채 조금 묽어서 시원한 우유를 들이키는게 느껴진다. 혀천장에서 뒤쪽 연한 곳에서 단 맛이 풍겨나오고 동시에 버터크레페는 양쪽의 수분을 한 껏 머금고 크레페 특유의 고소함과 단맛이 어우려져 있다. 약간 뻑뻑한 감각을 입 안에 추가하여 입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즐거움이 더해진다. 목구멍 바로 앞의 연한 입 천장, 혀 아래 양쪽의 침샘, 입 안과 이를 통해 느껴지는 식감이 한꺼번에 폭발하듯 터져나온다. 서로의 자리와 역할을 지킨채로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이것은 교향곡 합창의 클라이막스.

 

마지막으로 푸딩의 맨 위 층이자 가장 존재감이 덜했던 치즈는 모든 것들이 넘어가고나서 마지막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 순간 느껴지는 치즈의 깊은 맛. 찌릿할 정도로 시큼한 치즈의 향이 강렬하게 목구멍에서 입으로 퍼져나오고, 서서히 잊혀지려던 감각을 다시 일깨운다.

 

침샘이 파들파들 떨리며 물을 뱉어내고 살짝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목구멍이 빨리 다음 것을 요구한다.

 

“하아....하아...헛!”

 

미치루의 스타킹이 끈적해지고 아스카의 머리칼이 완전히 뭉개지고서야 아스카는 비로소 정신이 돌아왔는지 몸을 움찔하며 뒤로 일어나려고했지만, 미치루의 손이 더 빠르다. 마치 뱀이 아담의 몸을 살살 휘감아 올라 선악과를 속삭이던 것처럼, 미치루의 손이 아스카의 목덜미를 천천히 휘감았다.

 

“자아...아스카?”

 

미치루는 천천히 앞에서 뒤로 아스카의 볼을 한번 훑어주었다. 동시에 치렁치렁한 에쿠스테가 바닥으로 힘없이 추락했지만, 아스카는 전혀 개의치도 않았다. 오직 고개를 위로 들고 미치루의 보라색눈을 쳐다보고있었다. 아스카가 바라본 미치루의 미소는 참으로 황홀하고 자애로워서 지금이라면 뭐든지 부탁해도 좋을 것 같았다. 미치루가 하는 말은 그녀에게 절대 해를 줄것 같지가 않다. 언제나 그랬다. 어줍잖게 어른 흉내를 내려는 아스카에게 달콤함을 깨우쳐주는 건 오오하라 미치루, 그녀가 전해주는 한 입의 스위티...! 그것마저 모조리 생각해낸 아스카의 얼굴 속에는 기대감과 흥분감이 숨길 생각도 없이 활짝 폭발하고있었다.

 

“푸딩...먹을래?”

 

미치루의 속삭임 뒤에서, 그녀의 손에는 어느새 탐스러운 곡선과 원망스러울 정도로 작은 유리병이 하나 있었다. 방금전에는 제법 큰 잼병으로 보였지만 지금은 그저 너무나도 작아서 원망스러운 병이었다.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아스카는 그 어느때보다도 절박하고 간절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진심을 담아 말했다.

 

“네....언니!”

 

======

 

뭐지 이거....

아무튼, 푸딩은 맛있습니다. 후후.....이탈리아 수제라더니 이름값은 하는 군...모르쏘푸딩....좋았다...이탈리아 푸딩이라고 한 걸로 봐서는 판나코타였을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6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