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사쿠마 마유 「꺼내 먹어요」

댓글: 19 / 조회: 910 / 추천: 5


관련링크


본문 - 03-23, 2017 15:13에 작성됨.

삶이란 건 어쩌면 죽지 못해 사는 것.

삶을 살다 보면, 죽으라고 일하고는 돈은 쥐꼬리만큼 받는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삶을 살다 보면, 하고 싶은 것은 하나도 못 하고 시키는 일만 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언제까지 해야 되는 것일까. 언제쯤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걸까.

꽤나 잘 나가는 프로덕션의 프로듀서인 그는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며 시계를 쳐다본다.

마치 보이지 않는 또다른 굴레를 준비하고 있다는 듯이, 시계의 시침은 12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잠시 시계를 쳐다보던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는 노트북을 덮는다.

내일도 오늘과 다름없이 아침 일곱 시 출근. 집에 있지만, 집에 정말로 가고 싶다고 사회의 작은 부품인 그는 생각한다.

아무도 없는 집으로 가면 나는 쉴 수 있을까, 아침과 점심에는 그렇게 많은 여자아이들에 둘러싸이는 프로듀서라도 밤은 외롭다.

그래도, 하나의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프로듀서 씨, 끝나셨나요오?」

 

「마유?」

 

뒤에서 들려오는 따뜻한 목소리에 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린다.

그가 고개를 돌린 곳에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무언가를 잔뜩 들고 있는, 아이돌들 사이에선 위험한 아이돌이라고 알려져 있는 사쿠마 마유가 서 있다.

 

「언제부터 내 집에 있었던거야? 아니, 그런 것보다도...」

 

「그런 말 마시구요. 아, 피곤하시죠? 여기 비타민제 사 왔어요.」

 

「밤이 늦었는데,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는거야?」

 

「네에, 마유는 돌아다니지 않았으니까요오.」

 

그의 물음에 마유가 얼굴에서 미소를 잃지 않으며 대답하고는, 카페인 범벅인 스타드링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비타민 드랑크가 든 병을 내민다.

약간은 호러틱한 대답이었지만, 피곤에 심신이 지친 탓인지, 아니면 이제 너무 많이 봐 익숙해진 탓인지 그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마유가 내민 드링크병을 건네받고는 한 모금 마신다.

피로에 좋은 비타민과, 마유가 그를 생각하는 마음이 한 데 녹아 그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씻어준다.

조금은 시고 쓴 맛. 목구멍으로 드링크 한 모금을 넘긴 그는 다시 한 번, 드링크를 마시고는 스트레칭을 하며 온통 뭉친 근육을 풀어준다.

 

「앗, 마유가 마사지 해드릴께요오.」

 

「아니, 괜찮아. 그 정도까지 바랄 순 없지.」

 

「하게 해주세요오...」

 

그의 말에 마유가 마치 보채듯한 말투로 그를 앞에서부터 꽉 껴안고는 올려다보며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조그마한 마유의 몸이 그의 몸에 밀착된데다가, 그가 프로듀스한 아이돌이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범죄를 짓고 있는 기분이 되었는지, 그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 금세 얼굴에 해맑은 미소를 지은 마유가 금세 그의 등 뒤로 돌아가 그 작은 손으로 토닥토닥하며 그의 등과 어깨를 두드려준다.

세기가 조금 약하다고 느꼈는지 그는 조금 불편한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시원해지는 토닥거림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긴 한숨을 내쉰다.

마유는 그가 한숨을 쉰 것이 자신에 대한 불만이 무언가로 표현된 것 같았는지, 잠시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는 뒤에서부터 그를 껴안고는 묻는다.

 

「어딘가 잘못된 데라도 있나요오...?」

 

「아니, 그런 건 없는데.」

 

「그럼 방금 한숨 쉬신 거는...」

 

「그냥 기분 좋아서 낸 한숨인데...」

 

「그렇게 기분 좋으셨나요오?」

 

「아, 응. 정말로 기분 좋았어.」

 

마유의 말에 그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왠지 배가 고픈지 냉장고 안을 열어본다.

냉장고 안에는, 마치 작은 유리구두를 신은 요정이 잠시 장을 보고 왔다는 듯이, 그 안이 가득하게 요리들과 밤참들이 들어있다.

그가 질문 대신 마유를 쳐다보자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프로듀서 씨는 바쁘시니까, 마유가 미리 만들어 놓은 거예요.」

 

「그렇구나, 왠지 미안한걸.」

 

「아니예요. 프로듀서 씨를 위해서라면, 마유는.... 후아.」

 

「고마워, 마유.」

 

마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유를 꼭 껴안고는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그.

그의 손길에 마유가 우후후, 하고 기분 좋은 웃음을 짓더니 그 작은 팔로 그를 꼭 껴안는다.

잠시 동안 그렇게 있다, 프로듀서가 팔을 풀자 마유가 조금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팔을 뗀다.

 

「그럼, 밤참을 좀 데워 올까요?」

 

「아니, 괜찮아. 이제 곧 잘 거고. 그보다 마유, 여기까지 왔다는 건 여기서 잘 생각인거지?」

 

「아, 네에. 침구라면 준비해 두었답니다.」

 

「그럴 필요 없어. 오늘은 같이 내 침대에서 자자구.」

 

「그, 그래도 되나요오?!」

 

마유의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대가 있는 방으로 그녀를 안내한다.

아침에 일어난 그대로인 모습에, 여기저기에 읽다 만 책들이 놓여져있어 꽤나 더러운 방이었지만, 마유는 그런 것은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오히려, 그의 방에 들어온 것이 처음이라는 듯이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마유의 반응에 그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이 방에는 들어오지 말라고 했던 거, 지키고 있었구나.」

 

「아, 네에. 프로듀서 씨의 말이니까, 마유는 지켜요오.」

 

「착한 아이로구나.」

 

「아, 그렇게 칭찬해주시면...후아.」

 

그의 쓰다듬과 칭찬에 마유는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듯이 얼굴을 붉게 붉히고는 그에게로 달라붙는다.

조금은 덥겠지만, 왠지 모르게 오늘은 잠이 잘 올 것만 같다.

그는 침대에 누워 다시 한 번 마유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는 잠시 마유를 쳐다본다.

처음에 봤을 때는, 온통 붉은 리본에 묶여 있는 사랑을 찾아다니는 신데렐라였던 독자 모델, 사쿠마 마유.

하지만 지금의 마유는, 누가 보아도 그에게 푹 빠져버려 열 두 시가 넘어서도 사랑밖에 모르게 된 신데렐라 사쿠마 마유다.

괜찮아, 내가 키운 아이돌이니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마유를 작게 끌어안는다.

꺄앗, 하고 조금 놀란 듯이 소리를 낸 마유가 이내 우후후, 하고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그를 그녀의 팔로 껴안는다.

행복한 하루가, 서로를 껴안은 그들처럼 별빛에 스치듯이 지나간다.

 

 

 

5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