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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ER ONE CINDERELLA STORY 7 - 혼다 '더 캡틴' 미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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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1, 2017 20:40에 작성됨.

(이전화 링크)

 

혼다 '더 캡틴' 미오 ①

 

 

 회사를 나오며 혼다 미오는 기지개를 켰다.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지친 하루였다. 얼른 집에 돌아가서 씻고 자고 싶다. 항상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 그녀라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만큼 힘든 하루였다. 옆에서 히노 아카네가 걱정스레 물었다.

 “미오. 괜찮은 겁니까?”

 “괜찮아. 좀 지쳤을 뿐이야. 한숨 자고 나면 금방 잊겠지. 아쨩을 위해서라도 그래야 하고.”

 수수께끼의 유령 사건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사건의 진실은커녕 사건이 있었다는 것조차 대부분은 모르고 있다. 당사자인 타카모리 아이코에게도 그저 꿈이라고만 말했다. 요시노는 전부 다 해결되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며 안심시켜주었다. 그러니 잊으면 된다. 나쁜 꿈은 끝났고, 이제는 좋은 일만 있을 것이다.

 그것이 최선이었다.

 “그보다 히놋치야 말로 괜찮아? 아쨩은 다치지는 않았는데, 히놋치는 피까지 났었잖아.”

 “괜찮습니다! 아주 쌩쌩합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트라이 할 수 있습니다!”

 그리 말하며 아카네는 풀쩍풀쩍 뛰어다녔다. 보고 있으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평소 체력이라면 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던 미오조차도 아카네에게는 두 손 들 수밖에 없었다. 그 만큼 신기하기도 했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요시노와 함께 있던 그 사람들은 누구지? 어떻게 아카네를 말끔하게 치료시켜준 걸까?

 “히놋치. 혹시 요시농한테 오늘 같이 있던 사람들에 대해서 물어줄 수 있을까?”

 “같이 있던 사람? 저를 고쳐주었다던 그 사람들 말입니까?”

 “응. 오늘 일은 잊더라도 감사 인사는 전해야지.”

 “그렇군요! 네, 당연히 그래야죠! 알겠습니다. 기숙사로 돌아가면 요시노에게 물어보겠습니다.”

 346 프로덕션은 대기업에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아이돌이 많은 만큼 커다란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아카네와 요시노도 마찬가지. 요시노는 일찍 기숙사로 돌아갔다고 했으니 분명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고 바로 기숙사로 달려간 아카네였지만 요시노는 없었다.

 “미쿠! 요시노는 어디 있습니까?”

 “요시노라면 아까 와서 저녁도 안 먹고 잠들었다냥. 미쿠도 슬슬 자야 된다냥. 코우메가 또 호러영화 감상회를 연다고 해서.”

 “으음. 곤란하군요! 내일은 아침 트레이닝이 예정되어있어서 요시노를 못 만날지도 모르는데!”

 “요시노도 일찍 일어나서 사무실 청소 한다니까 오히려 만날지도 모른다냥.”

 좋은 정보를 알려주고 마에카와 미쿠가 돌아가기 전에 먼저 문이 열렸다. 은발의 푸른 눈동자, 흰 피부. 아이돌들이 잔뜩 모인 프로덕션 기숙사에서도 눈에 띄는 아름다움을 가진 소녀, 아나스타샤였다.

 “Спокойной ночи. 좋은 밤이에요. 미쿠, 아카네.”

 “어서와, 아냐. 오늘은 늦었네?”

 “Да(네). 프로젝트 크로네 기획회의, 조금 길어졌어요.”

 “요즘은 미오도 아냐도 신데렐라 프로젝트에 소홀해서 슬프다냥. 러브라이카도 신경 쓰지 않으면 미나미가 슬퍼할 거야, 아냐.”

 장난스러운 고양이처럼 말하며 미쿠는 방으로 돌아갔다. 아나스타샤는 닛타 미나미를 떠올리며 웃었다. 그녀와 미나미는 원래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러브라이카’라는 유닛으로 데뷔했다. 그러던 중 아나스타샤가 또 다른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크로네에 선발되며 양쪽 다 솔로 데뷔. 현재는 거의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런 것이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두 사람의 솔로 활동은 충분한 상의가 이루어진 결정이었으니까. 미쿠의 말도 그저 농담일 뿐이고, 내일은 오랜만에 두 사람이 같이 활동하는 날이었다.

 “저도, 오늘은 이만 들어갈게요. 아카네. 포지티브 패션, 힘내요.”

 “네! 모두에게 지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 아나스타샤와 스치는 순간 아카네의 몸에 한기가 돌았다. 어라? 하면서 아카네는 슬쩍 몸을 떨었다. 한기는 금방 사라졌지만 지금껏 겪어보지 못 했던 경험에 아카네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건 혹시…….

 “감기인가? 설마 저도 감기에 걸리는 겁니까? 그렇다면 자기 전에 트레이닝을 해서 바이러스를 쫓아내야겠군요!”

 참으로 자기다운 결론을 내리고 그녀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나스타샤는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문을 잠갔다. 한밤중인데 커튼도 쳤다. 346 프로덕션의 기숙사는 방 하나의 넓이는 그리 넓지 않지만 사람 한 명이 살기에는 충분했다. 여차하면 두 명까지도 살만하다. 방음도 완벽하다. 문만 잠그면 완전히 개인적인 공간이 된다. 그럼에도 혹시나 해서 아나스타샤는 방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조용히 말했다. 여기서는 나와도 돼요? 누군가를 불렀지만 방안은 고요했다. 아나스타샤는 고개를 갸웃했다.

 “Не стесняйся. 부끄러워 마요. 아무도 없으니까. 우리 둘 뿐이에요.”

 몇 번을 더 부르며 강하게 염원하자 반응이 있었다. 방안의 온도가 내려갔다. 한기가 가득 차며 눈송이가 내렸다. 하얀 눈은 회오리처럼 빙글빙글 돌다가 뭉쳐들어 형태를 이루었다. 하얗다 못해 창백한 피부, 얼음조각처럼 감정 없는 무표정의 여자 얼굴, 머리 아래로는 몸 대신에 하얀 망토만이 있고 둥둥 떠다녔다. 망토 안으로 별빛이 반짝거렸다.

 그것을 보는 순간 아나스타샤는 두 가지 감정에 빠져들었다. 차갑다. 그리고.

 “Красота(아름다워.)…….”

 이것을 만난 것은 몇 시간 전이었다. 복도를 걷던 중에 갑자기 등이 따끔했다.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것도 없었고 고통은 금세 사라졌다. 이상하게 여기며 다시 길을 가는데 구역질이 났다. 속이 뒤틀리고 토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잠깐 앉아서 쉬고 있는데 햇볕이 너무 따가웠다. 땀과 함께 몸 안의 기운이 함께 흘러내리는 것만 같았다. 물이든 얼음이든, 뭔가 차가운 것이 필요했다. 차가운 것을 찾아 비틀거리며 움직일 때,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에어컨의 인공적인 것과는 다른 맑고 깨끗한 바람. 어디선가 느껴보았던 그리운 한기.

 몸이 급속도로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이것이 옆에 나타나 있었다. 깜짝 놀라 뒷걸음을 쳤다. 도망쳤지만 녀석은 어디까지나 따라왔다. 따라왔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차갑고도 아름답기만 했다.

 이상하게도 아나스타샤 자신과 닮았다는 그런 동질감이 피어올랐다.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여기까지 데려왔다. 애초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으므로 말해도 믿지 않겠지만. 그래도 신중을 기울이며 데려왔다.

 “Как вас зовут(당신의 이름은)?”

 대답이 없었다.

 “러시아어, 못 하나요? 음. 어디서 나타난 겁니까?”

 역시 대답이 없었다.

 “아까는 도와줘서 고마웠습니다.”

 감사를 전했지만 대답은커녕 반응이라는 것이 아예 없었다. 어쩌면 이것은 감정이라는 게 없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조심히 얼굴에 손을 뻗었다. 차가우면서도 포근한 눈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녀의 손이 어루만지는데도 그것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혹시 이름이 없습니까? 그럼 부르기 불편한데…….”

 고민하던 중에 망토 안쪽으로 시선을 빼앗겼다. 아무것도 없는, 칠흑조차도 없음을 나타내는 무의 공간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며 빛을 내는 것은 ‘별’이었다. 별빛만이 반짝였다. 별빛들이 이어져 만들어내는 구름. 아.

 “네뷸라 스카이……. 어떻습니까? 당신의 이름으로.”

 그것의 눈이 반짝였다. 처음으로 끌어낸, 처음으로 보인 반응이었다. 어째서인지 긍정의 뜻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 확신이 있었다. 아나스타샤는 미소를 지었다.

 “아까는 고마웠어요. 네뷸라 스카이.”

 다시 감사를 전했으나 다시 반응이 없었다. 아나스타샤도 다시 시무룩해졌다. 함께 있는 방안인데 외로웠다. 고독. 그녀에게는 익숙하면서도 마주할 때마다 낯설어서 힘든 감정이었다. 그녀는 러시아인 아빠와 일본인 엄마를 둔 혼혈. 어릴 적에는 러시아에서도 살아본 적이 있고, 일본에서의 출신지는 홋카이도다.

 그녀에게는 일본도, 도쿄도 낯설다. 친구들이 있고 프로듀서가 있고 팬들이 있는 지금은 잠시나마 고독을 잊을 수 있지만, 무대를 내려왔을 때의 그녀는 혼자다. 혼자뿐인 방안에서 지금처럼 과거를 회상한다.

 난로 앞에서 책을 읽어주던 할아버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던 할머니. 함께 밖으로 나가면 맞아주는 눈과 오로라, 그녀가 사랑하는 별. 모든 것이 그리웠다. 보고 싶었다. 잠깐이라도 좋으니 그 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소망했다. 그러자 네뷸라 스카이의 눈이 반짝였다.

 회상에 빠진 그녀는 아직 눈치 채지 못했다. 하지만 그 스탠드능력은 착실히 진행되었다. 공간이 어그러지고 세상이 왜곡되었다. 망토안의 별이 하늘을, 내리는 눈이 땅을 덮었다. 그녀가 이상함을 눈치 챈 것은 혹한의 바람이 불어 닥쳤을 때.

 “여긴……?”

 고개를 들고 마주친 것은 익숙한 풍경. 방금 전까지 바라지 마지아니하던 시간이자 공간. 어릴 적에 살았던 러시아였다.

 “어떻게 된 거죠? 저, 분명 방안에…….”

 그녀는 네뷸라 스카이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한 건가요?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확신이 있었다. 네뷸라 스카이의 망토 속에서 반짝이던 별 하나가 떨어져 나왔다. 그녀의 앞에서 따뜻하게 빛을 내다 어딘가로 향했다. 그녀는 끌리듯이 움직였다.

 달렸다. 숨이 찰 때까지 달리다 멈춰 섰을 때 저 멀리에 세 사람이 보였다. 그리운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어릴 적의 저…….”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자 별빛은 꺼져버렸다. 다시 세상이 왜곡되었고 그녀는 방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눈물을 닦고 미소 지었다.

 “Спасибо. 고마워요. 정말로…… 정말로!”

 

 *

 

 후타바 안즈의 스탠드, 슬로우 라이프 판타지에 의한 사건은 정리되었지만 우리에겐 더 큰 문제가 남고 말았다. 갑자기 나타난 화살의 출처와 회사 곳곳에 생겨나있을 스탠드유저들. 그리고 혹시 숨어있을지 모르는 키라 요시카게. 어느 것 하나도 가만히 둬서는 안 될 심각한 일들뿐이었다. 어젯밤은 물론이고 오늘 아침 일찍부터 우리는 현 상황에 대해 의논했다.

 결론은 세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조사한다는 것. 화살, 스탠드유저, 키라 요시카게. 셋 다 정보가 없는 만큼 모두가 기회 될 때마다 찾아보기로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제처럼 요시노의 도움을 받아보려 했지만 그녀는 힘을 너무 많이 쓴 나머지 아쉽게도 도울 수 없다고 한다.

 스탠드의 법칙 중에는 이런 것이 있다. 스탠드유저는 스탠드유저를 끌어당긴다는 것. 지금 스쳐지나간 사람, 우연히 마주친 사람, 잠깐 인사를 나눈 사람 중에 누가 스탠드유저일지 모른다. 정말로 키라가 회사 안에 있다면 언젠가는 마주칠 것이다. 화살이 만든 스탠드유저도 마찬가지.

 키시베 로한은 우연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 불확실하다며 독자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그의 말에 동의한 죠타로 씨도 아침까지 스피드왜건 재단과 연락했다. 기다렸다가 물어보니 조력자를 구하기 위해 준비를 했다고 한다.

 그게 누구인지 물어봤지만 죠타로 씨는 나중에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 전까지 우리는 확실한 단서부터 차근차근 조사를 해야 했다.

 “죠스케, 그래서 어제 마주쳤던 세 사람을 보러 가자는 거야?”

 “응. 특히 그 빨간 셔츠를 입고 있던 여자애. 분명 다쳤다고 했지만 내가 살펴봤을 때는 상처 하나 없었어. 크레이지 다이아몬드로 고친 건 아니야. 그렇다면 화살에 맞아 스탠드유저로 각성했다는 결론 밖에 없어. 어쩌면 다른 두 명도.”

 빨간 셔츠를 입었던 것은 열혈 아이돌로 유명한 히노 아카네다. 같이 있던 것은 혼다 미오와 타카모리 아이코. 이 두 사람은 화살에 찔린 흔적은 없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인 만큼 조사해볼 가치는 있다.

 문제는 어떻게 세 사람을 만나보냐는 것이다. 어제 같은 사건이라도 터지지 않는 한 아이돌을 만나는 것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인데.

 “거기, 잠깐!”

 프로덕션으로 들어가면서 고민하던 중 누군가 우리를 불러 세웠다. 눈을 비비고 귀를 의심했다. 지금 막 생각 중이던 혼다 미오가 우리에게 손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다행이다. 따라잡았네. 아! 그러니까…… 쿠죠 죠타로 씨? 맞죠? 어제 사인 받았던.”

 혼다 미오는 죠타로 씨를 아는 것 같았다. 그런데 사인이라니. 죠타로 씨도 아이돌에 관심이 있었나? 혼다 미오에게? 죠타로 씨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소녀와 우리 사이에 생긴 인연은 분명 행운이었다.

 “어제 도움을 받았는데 제대로 인사도 못 했잖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어디서 봤던 리젠트가 지나가는 거야. 그래서 얼른 뛰어왔더니 설마 죠타로 씨하고 같이 있을 줄은 몰랐네.”

 한두 번 마주쳤음에도 친한 친구인 것 마냥 혼다 미오는 팍팍 밀고 들어왔다. 포지티브라고 할까, 패션Passion이라고 할까. TV에서 보던 것 이상으로 활동적인 이미지였다.

 죠타로 씨의 표정은 아까부터 계속 어두웠다. 원래 여자가 시끄럽게 구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죠스케가 ‘여기서 화내면 안 됨다!’ 하는 눈빛을 보내서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지만. 그 모습을 혼다 미오는 흠, 하고 바라보다,

 “그런데 왠지 두 사람 닮은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는 설명 못 하겠지만 어딘가…… 살짝?” 하고 말했다. 나는 그녀가 굉장히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쿠죠 죠타로와 히가시카타 죠스케. 두 사람은 사실 기묘한 혈연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죠스케의 아버지의 이름은 『죠셉 죠스타』. 본래는 영국의 귀족 가문인 죠스타 가문의 후손이지만 미국으로 이주하여 사업이 크게 성공. 현재는 미국의 부동산 왕이다. 우리가 스피드왜건 재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재단설립자인 스피드왜건이 죠스타 가문과 선조 때부터 알고 지냈기 때문이다.

 죠스타 씨는 수지 Q라는 여성과 결혼하여 딸인 홀리 죠스타를 낳았고, 홀리 죠스타는 일본의 쿠죠 가문 사람과 결혼해 죠타로 씨를 낳았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죠스케는 죠스타 씨가 바람을 펴서 나은 사생아다.

 죠스케의 어머니인 토모코와 죠스타 씨는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였지만 죠스타 씨는 죠스케의 존재를 알지 못 했다. 올해 봄이 되어서야 일본에 죠스케가 있음을 알고 죠타로 씨를 보내 확인한 것이다.

 즉, 두 사람은 서로 친척. 28세의 죠타로 씨가 조카, 올해 고등학생인 죠스케가 삼촌이라는 기묘한 관계다. 다행히 죠스케는 죠타로 씨를 존경하고 있고, 최근에는 죠스타 씨와도 만나서 감정을 털어냈기에, 불편한 관계는 아니다.

 어쨌든 혈연인 만큼 닮은 점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걸 단번에 알아챈 혼다 미오에게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서로 이름도 모르고 있었네. 나는 혼다 미오. 한창 상승세인 346 프로덕션의 아이돌 입니다!”

 “히가시카타 죠스케임다.”

 “아, 아. 저는 히로세 코이치라고 해요.”

 “니, 니지무라 오쿠야스.”

 죠스케와 달리 나와 오쿠야스는 유명 아이돌 앞에서 말 그대로 쫄아 버렸다. 죠타로 씨는 더 견디기 어려웠는지 슬슬 일하러 간다면서 사라졌다.

 “뭐랄까, 쿨하고 대하기 어려운 어른이라는 느낌이네.”

 잠깐 사이에 완벽한 분석을 마친 그녀에게는 또 한 번 놀랐지만 우리도 놀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죠스케가 본론을 꺼냈다.

 “저기, 사실은 우리도 미오하고, 어제 같이 있던 둘을 찾고 있었슴다. 학교가 방학이라 죠타로 씨를 따라서 도쿄로 놀라왔거든요. 유명한 아이돌을 만났으니까 사인을 받고 싶은데, 혹시 괜찮슴까?”

 “아하. 미오쨩의 사인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야. 아쨩은 오늘 오프지만, 히놋치는 지금 트레이닝 중이니까 기다리면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러면서 능숙하게 사인을 해줬다. 우리의 수첩에 또 하나의 아이돌 사인이 늘었다. 정말로 기뻤지만 계속 놀고 있을 수는 없다. 얼른 히노 아카네를 찾아가야 한다. 트레이닝 장소를 물었더니 혼다 미오는 의아해했다.

 “음. 알려주는 건 상관없는데, 그냥 기다려도 되지 않아?”

 “그게 말임다. 사실 오늘은 개별 행동을 하려고 했거든요. 저는 좀 더 회사를 둘러보려는데 이 녀석들은 도쿄 구경을 하고 싶다 해서.”

 죠스케가 재빨리 둘러댔다. 오쿠야스는 이해를 못한 듯해서 내가 바로 “네! 도쿄 타워하고, 스카이트리를 보고 싶거든요.” 하고 답했다. 간단히 말해서 이런 거다. 스탠드유저 임이 거의 확실한 히노 아카네를 우리가, 회사 안 어디 있을지 모르는 스탠드유저는 죠스케가. 나뉘어서 찾는 것이다.

 “알았어. 스마트폰으로 지도 보내줄 테니까 얼른 찾아가 봐. 죠스케는 내가 안내해 줄게. 사실 나도 오늘 오프인데 온 거거든.”

 

 *

 

 쿠죠 죠타로가 스피드왜건 재단의 직원이라는 것은 거짓이지만 일은 확실히 해야만 했다. 혹시라도 의심을 샀다가는 키라 추적 실패는 물론이고 스피드왜건 재단에도 폐를 끼치게 되니까. 그의 본 직업은 해양모험가였지만 다행히 복잡한 사업도 신속정확하게 처리하는 능력 또한 있었다.

 업계의 프로인 CP의 프로듀서와 대화를 주고받는 중에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뛰어난 업무파악 능력과 센스는 프로듀서마저 놀랄 정도였고, 업계용어와 노하우는 조금 부족했으나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다. 어떤 일이라도 완벽히 해내는 초인. 프로듀서가 쿠죠 죠타로라는 남자에게서 가진 인상이었다.

 그러나 쿠죠 죠타로는 이 일을 하는데 있어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능력적인 부분이 아니라 성격의 문제. 어릴 때부터 수많은 여성들에게서 대시를 받았음에도 그는 여자들이 들러붙거나 시끄럽게 구는 것을 싫어했다. 다만 지금은 위장을 위해서 필사적으로 참고 있을 뿐. 그에게 있어 아이돌 프로덕션은 분명 최악의 직업 환경이리라.

 그나마 지금 있는 사내 스튜디오는 나았다. 딱히 죠타로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없어서 조금 어수선해도 나쁘지는 않은 정도. 촬영시작 전에 서류를 검토하기 괜찮았다. 냉철한 눈매로 기계적으로 글자를 읽던 중 옆에서 누군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쿠죠 죠타로 씨, 맞으시죠? 스피드왜건 재단에서 오신.”

 알고 있는 여성이었다. 정확히는 자료로 아는 여성.

 “닛타 미나미. 현재 대학생. 출신지는 히로시마.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유닛인 ‘러브라이카’로 아나스타샤와 함께 데뷔했고, 지금은 솔로 활동 및 타 부서와 유닛 활동 중. 오늘은 오랜만에 러브라이카 활동……인가.”

 “자, 잘 아시네요?”

 “모든 아이돌의 프로필을 외우는 중이라서. 혹시 실례가 됐다면 사과하지.”

 “아니에요. 일 하시는 거니까.”

 인사를 끝내고 죠타로는 다시 서류로 눈을 돌렸다. 그런데 미나미는 죠타로의 옆에서 계속 쭈뼛거리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어색했기에 죠타로도 금방 눈치 챘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그게, 저는 이런저런 자격증을 따거나 공부하는 게 취미거든요. 요즘은 경제학에 대해서 공부중인데 꽤 어렵더라고요. 혹시 스피드왜건 재단 직원 분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요.”

 예의를 지키면서도 학구열이라 정의할 수 있는 열정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이 여성은 상대해줘도 좋겠다, 죠타로가 느낀 인상이었다.

 “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나도 전문가가 아니라 뭐라 말해주기가 어렵군. 사실 문화지원사업도 전공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잠깐 하게 됐을 뿐이라.”

 “그러세요? 프로듀서 씨는 실제로 프로듀서를 해도 될 정도라고 하셨는데. 전공은 어디셨는데요?”

 “해양생물학.”

 아! 미나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마치 반가운 친구를 만난 것처럼 말했다. 저희 아버지가 해양학자세요!

 “그래서 제 이름인 미나미도 물결 파波가 들어가요. 혹시 아시나요?”

 “닛타……. 그렇군. 그 사람인가. 얼마 전에 발표한 논문이 아주 훌륭했지. 딸이 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설마 아이돌을 하고 있을 줄이야.”

 “전에 세미나에도 따라간 적이 있는데 혹시 그 때도 오셨나요?”

 “세미나면 4월이군. 그 때는 일이 좀 있어서 가지 못 했어. 연구내용이 아주 좋았다고 해서 아쉬웠지.”

 한번 물꼬가 트인 이야기는 쉬지 않고 진행됐다. 처음의 목적이었던 경제 분야는 아니었지만 미나미는 죠타로와 대화를 나눠갔다. 얘기를 하면서도 ‘나는 즐거운데 이 사람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죠타로는 표정이 없었지만, 묻는 말에는 성실히 대답해 주었다.

 어느새 두 사람은 커피까지 타 와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려 했으나 마침 촬영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아나스타샤가 그녀를 찾으러 온 것이다.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미안해. 아냐.”

 “미나미. 그렇게, 즐거워 보이는 거, 처음 봤습니다.”

 “으응. 나도 모르게 흥분했나봐. 아, 이쪽은 이번에 우리를 도와주러 오신 쿠죠 죠타로 씨야. 죠타로 씨, 이쪽은 제 파트너인 아냐예요.”

 “Меня зовут Анастасия. 제 이름은 아나스타샤 입니다.”

 “어. 앞으로 잘 부탁하지.”

 인사를 나누고 두 사람은 준비된 무대로 이동했다. 혼자 남은 죠타로는 커피를 마시려다 멈칫했다. 방금 막 끓여서 김이 올라오던 커피가 차갑게 식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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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제목은 [혼다 '더 캡틴' 미오]인데 아나스타샤의 비중이 더 높았던 기묘한 이야기 입니다;;;;;

미안해 미오...... 그래도 후반 비중은 늘어날 테니까 붐을 일으키진 마렴.

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미오 에피소드와 아나스타샤 에피소드가 이어지거든요.

덕분에 저는 팔자에도 없을 줄 알았던 아나스타샤 연구라는 걸 해야 했습니다.

이거야 원.

 

아나스타샤의 러시아어는 제가 러알못이기에 발음을 생략하기로 했습니다.

러시아어가 나오면 키릴 문자를 쓴 다음에 괄호 안에 뜻을 넣고, 괄호가 없다면 바로 다음에 나오는 말이 뜻 입니다.

그러다 보니 러시아어도 많이 줄고, 일본어가 서투른 부분도 많이 없을 겁니다.

어차피 애니메이션 이전에는 일본어 잘 했다고 하니까 별로 상관없겠죠.

 

다음에는 이번 화에 나온 자잘한 설정들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카네가 기숙사에 사는 것은 공식 정보는 아닙니다.

구글 어스로 보니 아카네가 사는 토치기에서 도쿄까지는 지하철로 2시간 거리라서 굳이 기숙사에 살 필요는 없지만

어느 4컷 팬만화에서 아카네도 기숙사에 산다는 말이 나온 게 생각나서 그냥 그대로 했습니다.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기 위한 사소한 오류(?)로 봐주십시오.

 

요시노 님 또한 기숙사에 산다는 말은 없지만 요시노 님의 고향인 가고시마라는 동네는 그리 촌은 아니더라도 일단 섬동네.

그 중에서도 요시노 님이 살던 곳은 편의점도 없는 곳인 만큼 당연히 기숙사에 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나미의 아버지에 관한 것은 절반만 공식입니다.

데레스테 미나미 스토리 커뮤에 의하면 미나미의 아버지는 바다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고

그 때문에 딸의 이름을 물결파波를 넣어서 미나미美波(아름다운 물결)이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확실하게 해양학자라고 나온 것은 아니지만 미나미의 이미지하고도 잘 맞고 죠타로와 접점을 만들기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무위키에는 그냥 해양학자라고 나와있는데, 제가 일알못이고 제가 본 번역본에서는 학자라는 말까지는 안 나와서 확실한 공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세히 아시는 분은 얘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족으로 저는 미나미와 죠타로가 은근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세크로스를 빼고 보면 미나미는 자격증을 다수 보유한 능력자에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전체 리더.

4부의 죠타로는 3부 때부터 이어져 오던 완벽초인에 학구열 + 죠죠 파티의 리더.

미나미는 죠타로가 싫어하는 시끄러운 여자도 아니고, 둘 다 쿨하다 보니 아주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나스타샤는...... 나중에 나오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죠타로가 아나스타샤도 마음에 들어할 것 같습니다.

어떤 면이 마음에 들었을지는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로 나오겠죠.

 

평소보다 뒷이야기가 길었던 것 같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거 좋아합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보이는 것 같달까. 그래서 두 가지만 더 얘기하려고 합니다.

 

하나는 작품의 제목이 좀 길다보니 '@ㅓ나스토' 라고 줄여서 부르기로 했다는 겁니다.

아이마스 온리전이라는 어나스테와 어쩌다 보니 비슷한 이름이 되었네요.

 

또 하나는 작품의 연재 주기를 확정했다는 겁니다.

일주일에 두 번, 불규칙하게 연재를 했었는데 이제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화요일, 금요일에 올리려고요.

예고편은 한 화를 올리면 다음 날에, 그러니까 수요일, 토요일에 올릴 것 같습니다.

 

예정이 바뀌면 좀 더 빨리 올리거나 세 편이 올라올 수도 있는데 그건 예고편 등을 통해 미리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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