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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스 판타지] 푸른 날개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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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1, 2017 11:54에 작성됨.

 드넓은 평원을 세 기수가 달렸다. 할뤼카는 바람을 맞으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성안에서 책으로 봤던 것들을 실제로 보는 게 너무나도 신기했다. 우뚝 솟아 국경을 감싸는 산맥이며, 그 봉우리에 남은 만년설이며, 괴랭고다 강이 얼마나 긴 강인지 하나씩 알아가는 게 기뻤다. 하나 지금은 그렇게 느긋하게 감상할 때가 아니었다. 성에서 나온 지 이제 이틀이 지났다. 성을 나온 지 첫날, 할뤼카는 무작정 치하이야를 찾으러 가겠다고만 했지, 단서도 행선지도 목적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휘아트르는 불안해 하는 할뤼카를 다독이고 서쪽으로 향했다. 그 날 밤, 야영을 하던 중에 할뤼카가 휘아트르에게 물었다.
 “휘아트르 경, 지금 우리가 가는 곳이 어딥니까?”
 “서쪽에 있는 에아호튼(Eahotn, 단풍나무) 숲입니다.”
 “에아호튼 숲?”
 아까 잡은 토끼로 스튜를 끓이던 마뮈아가 그 말을 듣고 눈을 빛냈다.
 “거기에 요정이 산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요정?”
 할뤼카가 되물었다.
 "맞습니다. 요정이 있지요."
 휘아트르가 웃으며 대답했다. 두 사람은 그걸 듣고 얼굴이 밝아졌다. 왕녀에 기사단장이라지만, 소녀의 감성은 숨기지 못했다.
 "내 생전에 요정을 볼 수 있다니, 꿈만 같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왕녀님. 날개 달린 작고 귀여운 종족이라 들었습니다."
 마뮈아는 들뜬 목소리였다. 눈망울도 초롱초롱 빛났다. 여차하면 당장이라도 짐을 챙겨 혼자라도 서쪽으로 갈 기세였다. 휘아트르는 수염을 매만지며 마뮈아를 진정시켰다.
 "기대가 큰 건 알지만 너무 조급해 하진 말게나, 마뮈아 경. 사흘은 더 가야 하니."
 "사흘이나 더? 멀군요."
 마뮈아는 살짝 풀이 죽었다. 할뤼카는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너무 낙심하지 말게. 먼 길 끝에서 기다리는 보상이 크면 클 수록 여행길이 즐겁지 않겠나?"
 "그렇긴 합니다만……. 하긴 지금 풀 죽어 봐야 별 수 없겠지요."
 할뤼카의 작은 위로에 마뮈아는 다시 기운을 차렸다.
 "그나저나 왕녀란 호칭은 이제 그만 붙였으면 합니다."
 할뤼카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이곳은 성 안이 아닐뿐더러, 내가 왕녀란 걸 다른 사람에게 들킨다면 위험해질 테니까요."
 "일리가 있군요, 왕녀님."
 휘아트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에 왕녀란 말을 빼달라고 했건만."
 할뤼카가 뾰로통하게 말했다.
 "허허. 알겠습니다. 할뤼카, 라고 부르면 되겠지요?"
 "음. 그러면 됩니다."
 "저야 괜찮지만 저 자도 그럴까요?"
 휘아트르가 무언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할뤼카가 고개를 돌려보니 몹시 당황해 하는 마뮈아가 있었다.
 "아, 그렇군. 마뮈아 경, 괜찮네. 이름으로 부르게."
 할뤼카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투로 말했지만, 마뮈아는 그러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한 나라의 왕녀를 존칭 없이 이름으로만 부르는 건 예법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특히 왕국 직속 기사단장을 맡고 있는 그로선 더욱 그랬다.
 "그, 그렇지만..."
 아까까지 명랑했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비지땀을 흘리며 말을 더듬었다.
 "그럼 내가 먼저 그대를 이름으로 부르면 되겠는가?"
 할뤼카는 장난기가 생겼는지 얼굴을 마뮈아의 눈앞까지 들이댔다.
 "응? 마뮈아."
 "와, 왕녀님!"
 마뮈아는 깜짝 놀라 손으로 뒷걸음질 쳤다. 할뤼카가 천천히 다가갔다. 마뮈아는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얼굴로 휘아트르를 쳐다봤다. 도와달라는 뜻이었다. 그걸 본 휘아트르는 화제를 돌리려 말을 건넸다.
 "마뮈아 경. 스튜는 어찌 되었나?"
 "아! 깜빡 잊고 있었습니다!"
 마뮈아는 휘아트르의 말에 살았다는 듯이 화답했다. 그는 벌떡 일어나 모닥불 위에 놓인 스튜를 가지러 갔다.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할뤼카. 장난이 과하면 사람은 당황합니다."
 휘아트르가 타일렀다.
 "마뮈아의 반응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그러고 말았군요. 미안합니다."
 할뤼카가 나지막이 사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뮈아는 그릇 세 개를 들고 다시 돌아왔다. 푹 끓인 스튜는 추운 북쪽 날씨를 잊게 할 만큼 따뜻했다.
 "감자나 당근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마뮈아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소금도."
 할뤼카가 말했다. 스튜라곤 하지만 그저 토끼를 잡아 대충 손질하고, 토막내서 푸성귀와 끓인 것뿐이었다. 당연히 간은 싱겁고, 피를 제대로 빼지 않아 거품이 둥둥 뜨고, 기름 투성이었다.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지 않습니까? 이것도 없어서 못 먹는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휘아트르는 태연하게 스튜를 먹었다. 두 사람도 푸념해봐야 바뀌는 건 없다며 입으로 스튜를 떠 넣었다.
 "깜박하고 못 물은 게 있습니다만."
 할뤼카가 먹던 스튜 그릇을 무릎에 올려놓았다.
 "에아호튼 숲에 뭐가 있어 가는 겁니까? 그저 요정을 보러 가는 건 아닐 테지요?"
 "’멀리 보는 자’를 만나러 갑니다.”
 “멀리 보는 자?”
 “요정들은 눈이 좋습니다. 그 중에 특히 좋은 자가 있는데 그저 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무언가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의 도움이 있다면 치하이야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겠죠.”
 휘아트르가 어느새 빈 그릇을 내려놓고 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작은 주머니에서 담뱃잎을 쥐어 파이프에 넣었다. 주위에 떨어진 나뭇가지 끝을 모닥불에 대어 작은 불씨를 만들고는 담뱃잎에 붙였다. 그리고 한 모금 빨아들이더니 이내 기분 좋게 연기를 내뿜었다.
 “그럼 아무 걱정 없겠군요. 에아호튼 숲으로만 가면 모든 게 해결될 테니까요.”
 할뤼카가 안심한 듯이 말했다.
 “하지만 빨리 찾으려면 그 사람의 물건이나 흔적 등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없다면?”
 “짧아야 일주일, 길면 3주가 넘게 걸립니다.”
 “말도 안 돼!”
 할뤼카가 소리쳤다. 그는 감정이 격해진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스튜가 담긴 그릇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습니다!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인데!”
 “왕녀님…….”
 마뮈아는 그를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언제나 온화한 모습이었던 그가 이렇게 흥분한 건 처음 보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날카로운 바람이 불었다. 모닥불이 바람에 휘날려 꺼지려는 듯 했다. 휘아트르는 말없이 파이프만 물었다.
 “……미안합니다. 감정을 추스를 수가 없었습니다.”
 할뤼카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사과하고 자리에 앉았다.
 “내일을 대비해서 오늘은 이만 주무시지요.”
 마뮈아가 분위기를 바꾸려 할뤼카에게 말했다. 할뤼카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 누워 담요를 덮었다.
 “희망은 믿는 자들의 편입니다. 믿음을 버리지 마십시오.”
 휘아트르의 그 목소리를 들으며 할뤼카는 눈을 감았다.

 

§ §


 아침이 되었다. 할뤼카는 눈부신 빛이 눈 틈새로 들어오는 걸 느꼈다.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났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왕녀님!”
 마뮈아가 활기차게 인사했다.
 “밤새 평안했는가, 마뮈아?”
 “네, 덕분에요!”
 사실 마뮈아는 편안하게 잠을 자지 못했다. 할뤼카가 잠든 뒤에도 뜬 눈으로 불침번을 섰다. 휘아트르가 그와 번갈아가며 섰지만 마뮈아는 잠에 든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깨었다. 성 안이 아니라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전장의 간이 천막에서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만약 그가 지친 기색을 보인다면 할뤼카가 걱정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태연한 척 행동했다. 주군의 마음 한 켠에 불안감을 쌓고 싶진 않았을 터였다. 이부자리를 정리하자 때마침 휘아트르가 말을 이끌고 왔다. 둘은 담요나 조리도구를 안장에 달린 배낭에 넣었다. 세 사람은 말에 올라타고 서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금만 더 가면 하흐르모덴의 국경을 넘게 됩니다."
 휘아트르가 말했다.
 "그럼 움라흐트(Uhm'Raght, 황금 평야) 영토로 넘어가게 되겠군요."
 "움라흐트라……."
 마뮈아의 대답에 할뤼카는 생각에 잠겼다. 선왕 튀아트르가 동맹국을 도와주다 전사한 곳이자, 그의 동생인 휘아트르나 왕가의 피가 흐르는 할뤼카에겐 씁쓸한 기억이 남은 곳이기도 했다.
 "휘아트르 경은 움라흐트 땅을 밟는 게 달갑지 않겠지요?"
 할뤼카가 조심스레 물었다.
 "……예전 일은 빨리 잊을 수록 좋은 법입니다. 물론 깊게 파인 상처를 그저 없다고 생각하는 것뿐이지만요."
 "……."
 휘아트르의 대답에 할뤼카는 딱히 뭐라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갖고 있기에, 하지만 그 아픔을 잊으려 노력하는 그의 모습에서 동정심과 존경심을 느낄 수 있었다.
 "저기 뭔가가 보입니다."
 마뮈아가 말했다. 저 멀리 회색빛의 무언가가 보였다. 조금씩 거리가 가까워지자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벽돌로 쌓은 커다란 관문이었다. 관문을 지키던 경비병들은 그들을 보고 멈추라는 손짓을 했다. 셋은 말의 속도를 줄였다. 경비병 한 명이 다가왔다.
 "하흐르모덴 국경 검문에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수고가 많소."
 휘아트르는 정중하게 인사하고 말에서 내렸다. 두 사람 역시 말에서 내렸다. 경비병은 세 사람을 훑어봤다.
 "무슨 이유로 국경을 넘으시려는 겁니까?"
 "사람을 찾으려고 그러네."
 "사람을 찾는다? 그걸론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통행증을 제시해 주십시오."
 경비병은 의심하는 눈초리였다. 휘아트르는 단호하게 나오는 그의 태도에 조금 당황했다.
 "미안하네만 여기서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서 그러네. 지나가게 해주지 않겠나?"
 보다 못한 할뤼카가 끼어들었다.
 "아무리 급해도 법은 법입니다. 통행증을 제시하지 않으면 강제 연행하겠습니다."
 경비병과 셋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한 남자가 다가왔다.
 "무슨 검문이 이렇게 오래 걸려?"
 "아, 검문소장님. 이 자들이 통행증을 제시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검문소장이라 불리는 남자는 인상을 쓰며 세 사람을 쳐다봤다.
 "통행증 없이 국경을 넘으려고 하다니, 배짱도 좋구만."
 그는 뒷짐을 지고 저벅저벅 걸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범죄자를 보는 것마냥 날카로웠다. 너저분한 망토를 걸치고 후드를 푹 눌러 쓰고 있으니, 누구라도 수상하게 여기는 것이 당연했다.
 “검문을 받으려면 그 잘난 얼굴을 보여야 하는 거 아닌가?”
 그는 한 사람의 후드를 거칠게 넘겼다. 갈색 머리카락과 붉은 리본이 드러났다. 하얀 피부와 초록빛 눈동자가 빛을 받아 반짝였다. 근엄한 표정으로 검문소장을 바라보았다. 잠시 가만히 지켜보던 그는 상황 파악이 끝났는지 황급히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무, 무례를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할뤼카 왕녀님!”
 그의 목소리는 사시나무 떨듯이 떨렸다. 왕위 계승자에게 거들먹거렸을 뿐만 아니라, 함부로 손찌검을 한 것만 해도 목이 날아갈 이유는 충분했다. 경비병도 할뤼카를 보자마자 바로 무릎을 꿇었다. 얼마나 두려운지 몸이 떨리는 게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죽음을 각오하고 눈을 질끈 감은 검문소장의 어깨에 무언가가 닿았다.
 “고개를 들게.”
 할뤼카가 말했다. 검문소장은 여전히 떠는 몸으로 어렵게 고개만 들었다. 올려다본 곳엔 할뤼카가 인자하게 웃는 얼굴이 있었다.
 “내가 자네였어도 그랬을 걸세. 허름한 옷을 입은 수상한 자들이 국경을 넘으려고 하면 당연히 붙잡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것도 통행증도 없이 말일세.”
 “하, 하오나…….”
 “둘 다 일어서게.”
 할뤼카의 말에 두 사람은 어정쩡하게 일어섰다.
 “나 역시 사과하겠네. 그대들은 맡은 임무를 충실히 이행했고, 우린 그것을 어긴 것이니.”
 그렇게 말하고 허리를 숙였다. 휘아트르와 할뤼카를 제외한 세 사람은 그 행동에 당황했다. 경비병과 검문소장은 어찌해야 할지 몰랐고, 마뮈아는 할뤼카를 어떻게 일으킬지 갈팡질팡했다. 곧바로 할뤼카는 허리를 폈다.
 “휘아트르 경, 아무래도 다시 되돌아 가서 통행증을 받아오는 게 빠르겠습니다.”
 할뤼카가 휘아트르에게 말했다.
 “아, 아닙니다! 이봐, 안에서 그걸 가져와!”
 검문소장이 경비병에서 지시했다. 경비병은 부리나케 막사로 달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손에 무언가를 쥐고 돌아왔다. 쇠로 만든 동그란 물건이었다. 앞면엔 하흐르모덴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고, 뒷면엔 ‘통행 허가’라는 글자가 써있었다.
 “임시 통행증입니다. 이걸 들고 가십시오. 동맹국 국경을 넘을 때 요긴하게 쓰일 겁니다.”
 검문소장은 임시 통행증을 세 사람에게 건넸다.
 “이거 미안하군. 우리가 미처 챙기지 못한 잘못임에도.”
 할뤼카가 말했다.
 “당치도 않습니다. 왕녀님을 못 알아 본 저희가 더 잘못이 크지요.”
 검문소장의 말에 할뤼카는 미소를 지었다.
 “그보다 최근 일어난 일 같은 게 없었나?”
 옆에서 휘아트르가 말했다.
 “최근 말입니까? 흠. 그러고 보니 며칠 전 국경을 누군가 넘었습니다.”
 “국경을 넘었다? 관문을 거친 게 아니었나?”
 “관문은 거쳤습니다만, 너무 빨라 저희가 막을 새도 없이 지나쳤습니다.”
 “맞습니다. 마치 바람처럼요. 게다가 관문을 연 것도 아닌데 벽을 뛰어서 넘었습니다.”
 검문소장의 증언에 경비병이 맞장구를 쳤다. 할뤼카는 고개를 들어 관문을 살폈다. 성인 남자 5명을 합친 것만큼 높은 벽을 넘었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다만 그것이 남긴 게 하나 있었습니다. 지금 가져오겠습니다.”
 경비병은 다시 막사로 돌아가 뭔가를 들고 왔다.”
 “이겁니다.”
 푸른 깃털이었다.
 “깃털?”
 “땅에 떨어져 있던 걸 주웠습니다.”
 “지나갔던 게 새 같은 걸까요?”
 마뮈아가 말했다. 하지만 경비병을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분명히 달려서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깃털이 떨어졌다니. 특이하군요.”
 마뮈아가 신기하다는 듯이 깃털을 쳐다봤다. 할뤼카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경비병에게 물었다.
 “혹시 밤에 깃털이 푸르게 빛나지 않았나?”
 “맞습니다. 그냥 깃털처럼 보였는데 달빛을 받으니 은은하게 빛났습니다.”
 “루흐가 트마이(Rughga Tmai, 푸른 솔개)…….”
 할뤼카는 뭔가를 알아챈 듯 눈이 빛났다.
 “미안하지만 이걸 내게 줄 수 없겠나?”
 “예? 상관은 없습니다만…….”
 경비병은 검문소장을 쳐다봤다. 검문소장은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비병은 할뤼카에게 두 손으로 푸른 깃털을 넘겼다.
 “휘아트르 경의 말이 맞았습니다. 희망은 믿는 자의 편이군요.”
 할뤼카의 말에 휘아트르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우린 이만 실례하겠네.”
 휘아트르는 둘에게 말했다. 경비병과 검문소장은 알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관문을 열었다. 세 사람은 다시 말에 올랐다.
 “그대들의 호의에 감사하네. 그대들만 있다면 하흐르모덴도 견고히 버티리라 믿네.”
 할뤼카가 최대한의 예의를 갖춰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말을 달려 관문을 통과했다. 휘아트르와 마뮈아도 그 뒤를 따랐다.
 “몸 조심하십시오, 왕녀님! 왕녀님에게 지모신의 가호가 있기를!”
 경비병이 큰 소리로 외쳤다. 검문소장과 경비병은 세 사람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모습이 사라지자 다시 관문을 닫았다.
 “특이하군. 왕녀님이 이곳까지 올 줄이야.”
 검문소장이 중얼거렸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글쎄. 나도 잘은 모르겠군. 그래도 이건 알겠네.”
 “뭡니까?”
 “왕녀님의 안녕을 기도하는 것 말일세.”
 “아하. 그렇군요.”
 “그럼 계속 수고하게.”
 검문소장은 경비병의 어깨를 두드리고 다시 막사로 돌아갔다. 경비병은 다시 근엄한 얼굴로 관문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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