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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마스] P "아, 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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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9, 2017 19:42에 작성됨.

*하루 늦은 유리코 생일 ss입니다.

 

"유리코 생일이었지.."

 

그리 오래 산 이력은 없지만, 살면서 작게나마 깨달은 것이 있다. 그것은 '꼭 중요한 건 나중에야 떠오른다' 라는 것. 그리고 지금 난, 그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

 

여느 날과 같이 사무소에서 책을 읽고 있는 유리코를 슬쩍 훔쳐보았다. 딱히 기분이 좋지도, 안좋지도 않은 듯한 표정. 평소와 전혀 다름 없는 모습이었다.

 

'..별 생각 없는건가.'

 

그녀는, 그런 나를 눈치채지도 못한 채 책에 집중하고 있었다.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안도감과 자괴감이 동시에 들어 혼란스러운 기분이었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단 생각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어디가세요 프로듀서씨?"

"아, 오토나시씨. 죄송하지만 잠시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 올게요."

 

그러자 오토나시씨는 그러라는 의미로 슬쩍 웃어보이곤 다시 본래의 업무에 돌아갔다. 오토나시씨도 정말 참한데 말야. 왜 아무도 안데려가는건지.

그대로 유리코가 앉아있는 소파를 지나다가, 잠시 떠오른 게 있어 유리코에게 말을 걸었다.

 

"나나오, 있다가 촬영있지? 미안하지만 가는건 아키즈키씨한테 부탁해놓을게. 대신, 끝나면 데리러 갈테니까."
"..."

 

그녀는 집중을 방해하지 말라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안좋아보였지만, 재밌는 부분인지 슬며시 웃는 모습을 보곤 안심하며 사무소를 나섰다.

 

발길이 닿은 곳은, 시내의 커다란 서점. 이쪽 주위의 촬영이 있을때마다 유리코가 나를 끌고 들어가는 바람에 꽤나 눈에 익은 곳이었다.

 

"이미 책이 많이 있는 사람한테, 또 책을 선물하는 건 어떨까 싶지만.."

 

본심을 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담당 프로듀서라고 해도 만난지 아직 반년도 채 안되었고, 아직 이름으로 부르지도 못하는 그녀에 대한 건 책 말고 더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책을 고르려니, 그녀가 귀에 딱지가 질 정도로 보고싶다고 말했던 책은 이미 누군가가 줬을 것 같았고, 그녀의 취미인 책이 어떤건지 나로선 아직 알 수가 없었다.

 

생일도 늦게 깨달은데다가 선물도 못고르는 한심한 자신을 자책하며 터벅터벅 서점을 걸어나오던 중, 맞은 편의 게임상점에 서성거리는 익숙한 보라빛 머리를 발견했다.

 

"저건 분명.."

 

같은 765프로의 시어터인 모치즈키 안나, 일 것이다. 지금은 765프로가 성장해 사무소도 늘어나고 개인 당 한명의 프로듀서가 배치되어 있지만, 그녀는 나의 담당이 아님에도 꽤나 자주 본 적이 있는 유리코의 친우였다. 그리고 그런 그녀라면, 분명 유리코의 취향도 알고 있을 거란 생각에 약간은 가벼워진 발로 게임상점에 들어섰다.

 

"저기.."
"...?"

 

그녀는 나를 알아보긴 한 것인지, 애매한 표정을 짓곤 나를 쳐다봤다. 만약 못알아봤다면, 이상한 광경이긴 하겠지. 대낮에 정장을 입고 게임상점이라니.

 

"..유리코씨의..프로듀서..."

 

내가 우물쭈물하며 말을 잇지 못하자, 그녀는 자신이 날 알아봤다는 걸 증명하듯 말했다. 그 말에 난 안도의 한숨을 내신 뒤 본래하려던 말을 이어갔다.

 

"저, 모치즈키 씨. 혹시 나나오가 어떤 책을 좋아한다든가, 그런 걸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유리코씨..생일..선물?"

 

그러자 그녀는 간파하고 있다는 듯 내 의도를 파악했다. 내가 '어떻게 알았지' 같은 표정을 짓자 모치즈키씨는 한숨을 쉰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유리코씨는...판타지나..추리..하지만..어떤 책을 좋아하는지는...안나도 잘...몰라."

 

솔직히 말하자면 약간 아쉬운 대답이었다. 평소에 촬영 후 서점에 갈때도 항상 판타지나 추리 부류에 가있었기에 그건 알고 있었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에 난 꽤 떨어져 있었기에 그녀가 어떤 책을 고르는 지는 몰랐었다. 그리곤 그 후 집으로 바래다줄때 그녀가 오늘 고른 책에 대해 떠드는 것은 다음날의 일정이나 새로운 일거리에 대해 생각하느라 재대로 듣지 못한 적이 태반이었다.

 

나의 아쉬운 표정이 눈에 띄었는지, 모치즈키씨는 방금과 같이 한숨을 쉬곤 만난 후 처음으로(물론 만난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지만) 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유리코..씨는, 책이..정말 소중하다고..그랬어. 그러니까...친구와도 좋지만..책 만큼은..꼭 소중한 사람하고..고를거라 그랬어..그러니까, 프로듀서가 골라 준 책이라면..분명 기뻐할..거야."

 

책 만큼은 꼭 소중한 사람하고, 라. 그래서 왜 내가 고른 책에 기뻐하는지 이유를 도출해 낼 순 없었지만, 그녀가 힘을 북돋아 준 것 만은 알 것 같았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표한 후, 난 다시 서점으로 들어가 고심끝에 한 권의 책을 골랐다.

 

"솔직히 이런 책을 선물해도 괜찮을까 싶지만.."

 

그 책은, 고등학생 당시 특이한 제목에 이끌려 읽었던 약간은 흔치 않은 연애소설이었다. 그녀의 취향에 맞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중얼거리며 책을 포장하는 내 모습에 주변이 수근거렸지만 난 꿋꿋이 포장을 마친채 내 차로 들어섰다.

 

"..이런"

 

계기판에 떠오른 시간을 보고, 나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나왔다. 여유로울 거라 생각했지만 고민이 꽤 길었는지, 어느새 유리코의 촬영이 거의 끝날 시간이었다. 아마 아무리 빨리 가도 최소 30분은 기다리게 해야할텐데. 이대로라면 만나자마자 사죄한 뒤 선물을 건네주려던 계획이 무너지고 만다. 하지만..

 

"..어쩔 수 없나."

 

일단 고민하고 있을 수록 늦어질 것이기에, 나는 한시라도 빨리 출발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곤 차를 몰며,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에 대한 한탄을 관계없는 엑셀을 밟아가며 주욱 이어갔다.

 


끼익, 하는 소리를 내며 차를 세웠다. 두리번거리며 유리코를 찾자 유리코가 가까운 벤치에서 방금 읽던 책을 이어 읽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나는 겹쳐버린 미안함에 고개를 숙이며 그녀에게 다가섰다.

 

"...나나오, 미안. 많이 기다렸지."

 

나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그녀는 반응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내게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프로듀서씨, 가요."
"..응"

 

나는 평소처럼 그녀를 조수석으로 에스코트하려 했지만, 그녀의 오늘은 뒷좌석에 앉겠다는 말에 잠자코 뒷문을 열었다. 역시, 화난걸까. 평소엔 조수석에 앉을거라고 떼를 쓰더니.

 

차를 타고 가는 내내 그녀는 책을 읽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어딘가 씁쓸한 듯한 표정이어서, 나는 굳건히 다짐했다. 바래다주고, 꼭 선물을 건네주자고. 물론 그것으로 화가 한 번에 풀릴거라 생각치는 않지만 적어도 이 말걸기 어려운 분위기만은 풀리겠지.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유리코의 집이 보였다. 나는 언제나와도 같이 가까운 공원에 차를 세우곤 그녀가 앉아있는 쪽의 뒷문을 열어주었다. 그녀는 사뿐히 차에서 내리곤 내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 뒤 돌아섰다. 그리고 난, 지금이 아니면 건넬 수 없다고 강하게 느껴, 그녀를 불러세웠다.

 

"저, 나나오!"

 

나의 그리 크지 않은 외침에 그녀는 왜 그러냐는 듯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씁쓸하고, 어딘가 공허한 미소를 지은채.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조심히 말을 이어갔다.

 

"우선..미안해. 어제 생일이었던 거, 오늘에야 알았어. 정말 미안!"

 

허리를 굽혀 사죄하자, 그녀는 약간 당황한 듯 손사래치며, 하지만 아까보다는 조금 나아진 듯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에요, 일이 바쁘니 기억 못할 수도 있죠. 전 괜찮아요."

 

그녀는 흔히 말하는 사람좋은 미소로 내게 답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원했던 웃음인, 그녀를 가장 빛나게 해주는 미소는 아니었다. 나는 차에서 방금 준비한 선물을 꺼냈다.

 

"그래서, 조금 늦었지만 여기..선물이야."

 

그녀는 노란색 포장지로 예쁘게 리본을 맨 선물에 확연히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약간 안도한 뒤 말을 이었다.

 

"내가 고등학생때 읽었던 책이야. 솔직히 네 취향에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책이란 말에 기뻐하는 표정을 짓곤 내게 지금 열어봐도 되는지를 물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안도와 흐뭇한 마음에 그러라는 의미로 웃음을 지어보였다.

 

 

ー그리고 포장지를 뜯은 그녀는, 눈동자를 크게 떨며 굳고 말았다.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제목이 조금 특이하니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텐데. 아니, 그것을 떠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거부감 뿐만 아니라 혐오감이 들 수도 있을만한 소설이니..

 

나는 굳어있는 그녀에게서 책을 뺏곤 당황함을 숨기지 못하며 입을 열었다.

 

"미, 미안 나나오. 내가 조금 더 생각해봐야 했는데..이런 거 싫지? 나도 친구가 여고에서 이런 소설 읽다니 너 좀 이상한거 아니냐 란 소리 듣기도 했거든. 아하하.."

 

유리코는 여전히 굳은채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완전히 실패한 모양이었다. 나는 낙심한채 그저 고등학생때 재밌게 읽었다는 이유로 고른, 그 책의 표지를 바라보았다.

 


소녀, 소녀를 사랑하다

낸시 가든 저

 


나는 유리코의 상태를 다시 살폈다. 그녀는 어느새, 굳어있는 표정에서 울것 같은 표정으로 바뀌어있었다. 울 정도로 충격이었던 걸까. 나는 미안한 마음에 소리없이 뒤로 돌아 차를 향했다.

 

"...그럼 이제 갈.."
"프로듀서씨!"

 

난데없는 날 부르는 그녀의 소리에, 난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곤 상황전환을 이해할 시간도 주지 않은채, 그녀는 내게 포옥하고 안겨왔다.

 

그녀는, 훌쩍이며 내게 안긴채 말을 이었다.

 

"우읏, 저..프로듀서씨가, 훌쩍, 저를 싫어하는 줄, 읏, 알고..여자끼리니까, 안될 줄, 훌쩍, 알고.."

 

무슨 말일까, 생각하기도 전에 나는 이 상황에 대해 위기감을 느꼈다. 아무리 여자에게라고 해도 이 밤에 껴안고 있는걸 들켰다간 위험하다. 나는 당황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저, 나나오, 잠ㄲ"
"프로듀서, 이제 이름으로 부르셔야죠"

 

유리코는 어느새 눈물이 멎은 듯 침착하고도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프로듀서씨도 절 좋아하고 있었다니, 이 책은 분명 그런 의미죠?! 담당아이돌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금단의 사랑에 빠지고만 둘은 세간의 눈을 피해 사랑의 도피행을 결심하고..!"
"자, 잠깐 나나오!"
"이름으로요! 프로듀서씨!"

 

이제, 망상의 내용은 커녕 상황조차 따라갈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일단 그녀를 밀쳐내고 말했다.

 

"그럼, 유리코. 잠시만. 지금 어떤 망상이 폭주했는지 잘 못따라가겠지만, 진정해."

 

나의 말에 그녀는 더욱 흥분한 듯 팔을 휘둘러대며 답했다.

 

"어떻게 진정할 수 있어요! 프로듀서씨한테 고백을 받았는데!"

 

..이게 무슨 말일까, 하고 잠시 고뇌했다. 그리고 방금까지 그녀가 말하고 있던 것을 하나하나 되짚어보곤, 겨우 이 사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유리코는 나를, 좋아하는건가?

 

여자와 여자라 안된다, 라기보단 우선 입장에 대해 생각했다. 프로듀서와 아이돌. 이 직업을 꿈꿀때 막연히 생각해보긴 했지만, 애초에 지원은 765프로였고 765는 전부 여자뿐인 프로덕션이었기에 그런 일은 없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막연히 생각해보았을 때도, 나의 결론은 안된다 였다. 나라는 인간과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아이돌을 빛나는 곳에서 끌어내릴 수는 없다 라는 당연한 생각으로.

 

충분히 생각한 후, 유리코에게 그것을 전달했다. 나는 아이돌과 사귈 생각이 없고, 네게 고백한 것이 아니라고. 그리고 너를 그런 식으로 본 적은 없다, 고.

 

유리코는 언제 그리 들떴냐는듯 진지하게, 하지만 약간 굳어지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며 말을 들어주었다. 그리곤 다시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번에는 씁쓸하지도, 활기차지도 않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슬픈 표정으로.

 

그녀는 잠시 우두커니 서있다 실례했습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뒤로 돌았다. 그녀의 울 것만 같은 표정에 점점 고동이 커짐을 눈치채지 못한 나는, 돌아선 그녀의 등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몇일인가 유리코는 사무소에 나오지 않았다. 사장님에게 듣기론 아이돌을 그만 둘 수도 있다, 라고.

 

그 말을 듣고 나때문이다, 라는 죄책감이 일었다. 만약 내가 더 잘대처했더라면, 만약 내가 유리코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먼저 알았더라면.

 

물론 만약이라는 가정이 정말 무의미하단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본 그녀의 미소가 그녀에게서 내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그녀가 스테이지 위에서 보였던 그 반짝거리는 미소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내 손으로 만든 스테이지에 그녀가 반짝거린다는 것에, 감격을 금치 못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는 울 것만 같은 미소를 남기고 나를 떠났다.

 

그녀의 미소가 보고싶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반짝거리고, 순수한 그 미소가.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그녀의 미소가, 아니.

 

나나오 유리코가, 보고싶다.

 

나는 언젠가 내가 깨달은 말을 다시 떠올린다. '꼭 중요한 건 나중에야 떠오른다' 나는 다시금 이제서야, 그 말을 뼈저리게 느낀다.

 

나는 그 말을 떠올린 언젠가처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오토나시씨의 물음을 무시한 채 밖에 세워놓은 차에 올라탄다. 시동을 걸며, 문득 생각한다.

 

유리코가, 나를 만나줄까.

 

차는 약간 거친 소리를 내며 지독한 연기를 내뿜는다. 마치 걱정하지 말라는 듯, 안심하고 달리라는 듯 내 등을 떠민다. 그 소리에 난 그녀의 집을 향한다. 그저, 그 반짝이는 미소를 보기 위해. 무엇보다도 소중한,


나나오 유리코를 만나기 위해.

 

 

 아유 오그라들어

네, 훌륭하게도 어제였던 유리코의 생일을 잊어먹은 글러먹은P입니다. 우선 변변찮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마지막 급 전개 어쩔거야

 원래는 유리코의 생일을 뒤늦게 알은 듄느와 유리코의 질척질척한 백합물을 쓰고 싶었지만, 이 그림을 보고

출처:http://www.pixiv.net/member_illust.php?illust_id=56699480&mode=medium

아, 슬픈 유리코와 뒤늦게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망가져가는(...) 듄느로 하자 라고 생각했다가 결과적으로 이렇게 나와버렸네요.

 결말은 상상에 맡기겠지만, 아마 차였겠죠 저런 유유부단하고 갑자기 급전개해버리는 듄느는.

 그럼 다시 한 번 한분이라도 있을 독자분께 감사를 표하며 이만..여러분 뒤늦게라도 유리코 생일 축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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