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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야 나오 건프라 입문, 1

댓글: 16 / 조회: 800 / 추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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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9, 2017 02:50에 작성됨.

학교라는 곳은 의외로 험하다. 야생이라고 하면 편할까. 스스로를 위장하고 상대를 공격해서 내가 더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이 난무하는 그런 곳,

 

그 중에서는 ‘오타쿠’에게는 두 가지 전략이 있다. 하나는 ‘위장’. 아닌 척, 아닌 척, 하면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

 

하나는 미친놈.

 

툭-

 

남들이 보건 말건, 자기 할 일만 하는 부류. 자, 보라 저기 저 창가의 녀석도 그렇잖아. 니퍼를 들고서 플라스틱 조각을 자르고 자르는 저 녀석. 라임맛 막대사탕을 입에 넣고 자기 할 것만 하는 그런 녀석.

 

우유빛 백색 머리칼보다도 이상해보는 그 녀석의 행동은 늘상 주목을 받기마련이지만, 그렇다고 그 녀석에게 다가가는 녀석도 없다. 이름은 유리...라고했나?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듯한 모순적 상황....

 

어차피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살았다. 그 날 까지는 말이지. 방심했다. 너무 오랫동안 ‘평범’하게 살아서 그런가, 조금 늦잠을 자버려서 그런가 전날에 얻은 레어템을 가방에 그대로 둔게 화근이었다.

 

“꺄하핫! 나오! 뭐야? 너 이런 거 들고다녔냐?”

 

나를 향해 눈길의 원이 둘러진 순간, 여기서 잘 대응해야하지만, 하지만,,, 아쉽게도 난 그런 수있는 종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얼굴을 붉히고 얼이 빠져버린 나를 대신한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않았다. 그 때 든 생각은 끝났다라는 아찔함이었으니까

 

“야.”

 

그리고 그 말에 대답한 건 다른 목소리. 조금 졸리기라도 한 듯, 눈꺼풀이 내려와서 윗부분이 -자로 뻗은 눈이 된 그 녀석은 순간이동이라도 했는지 어쨌는지 소리도 없이 상대의 옆에 서있었다.

 

“뭐야?”

 

그 녀석은 천천히 자신의 입에 있던 그 라임맛 사탕을 꺼내어서..

 

“시끄러워. 조용히해.”

 

입에 물려주었다. 이거나 먹고 닥치라는 의미일지도.

 

“풋-!”

 

아, 실수했다. 근데 진짜로 웃겼는걸. 진짜로 얼굴색도 안 바뀌고 말하는 그 표정말이야. 그 소리에 자존심이라도 부러졌는지 그 녀석은 자존심을 다시 바로잡으려는 듯 자신에게 모욕을 준 남자를 후려쳤다.

 

“......하, 이런 미친.! 어디서 나서서 지랄이야?”

 

그 녀석은 맞은채로 목을 꺽어놓고서 중얼거렸다.

 

“한 대....”

 

“뭐?”

 

“명심해라 한 대는 똑같이 한 대다.”

 

그 말의 뜻은 묻지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정확히는 볼 수 있었다. 방금전까지 의기양양하게 나를 놀리던 녀석은 오른쪽 얼굴이 뭉개지면서 나가떨어졌으니까.

 

“아, 아버지한테도 맞아본적없는데!”

 

“똑바로 맞지않고서 제대로 큰 어른이 있을것 같냐!!”

 

교실을 뒤집어놓은 험악한 소리는 유리가 선생님에게 끌려갈 때까지 이어졌다.

 

.

.

.

 

 

석양도 조차도 서서히 저물어갈 무렵, 유리는 교무실에서 한참동안 나오지않았고 나는 갈 수도 없었다. 적어도 내가 그 상황에서 보호받은 건 사실이고 내가 원인이었으니까. 한숨을 쉬면서 교무실문을 닫았던 그녀석을 보자 문득 가슴이 철렁해져서 소리쳐버렸다.

 

“야!!”

 

“어라? 너 아직도 안 갔냐?”

 

“그....그.. 고맙다고....!”

 

왜 당연한 소리를 하는데도 이렇게 얼굴을 똑바로 들수가 없지....나는..

 

“신경쓰지마. 그 녀석 목소리가 진짜로 맘에 안 들었거든. 의외로 저쪽 아버지가 개념이신걸? 오냐오냐하느라 못 때린 딸이라서 미안하다나?”

 

“아....그래..?”

.

..................

 

으으,...어색해.어색해! 어색하다고! 후우.....뭔가 말이라도 해야할 것 같다.

 

“야, 그거....재밌냐?”

 

문득 눈에 띄어버려서 물어본 말. 옆에 들린 봉투와 그안으로 보이는 박스...나도 어느정도 알고 있는 그것. 건프라.

 

“?”

 

“재밌냐고 그거.”

 

충동에 의해 떠밀리듯 저질러버린 행동은 쉽사리 빠져나갈 수가 없다. 여기서 도망치면 그건 그것대로 이상해보일텐데...

 

“글쎄?”

 

에.....?

 

“조그만 부품을 자르고 다듬고 그냥 앉아서 말이지

 

“그런 것만 하면 너 친구도 없다고?”

 

“음....확실히...없긴하네.”

 

“그러니까 너도 좀-”

 

“그럼 네가 내 첫번째 친구해라.”

 

“뭐?”

 

“내 이름은 유리. 넌 카미야 나오지?”

 

“웃기지마! 누, 누가 너 따위랑..!”

 

아.....이 입이라는 건 정말 믿을게 못 된다. 별로 친하진 않았어도, 별로 나쁜 녀석도 아니고... 아, 그러니까...어버버 하는 와중에도 시간은 흐르고 상대는 생각한다.

 

“그럼, 뭐 어쩔 수 없고.”

 

“아, 알려줘봐! 건프라..”

 

그러나 그 말이 끝나기도전에 나는 돌풍에 입을 다물었다. 왠지 오랜만에 잡은 듯한 사람은 손은 아팠다.....진짜로.

 

.

.

.

 

“아저씨!”

 

“으아.....”

 

나오가 정신 못 차리는 사이 어느샌가 이미 프라모델점에 도착해 여유롭게 인사부터 건내는 유리.

 

“왔냐? ....옆의 녀석은?”

 

“내 어머니가 되어줄 여자다!”

 

“뭐라는거냐!!!”

 

“아, 여자친구를 잘못이야기했다.”

 

“여전히 마이페이스로구만...뭐, 네가 이해해라 저녀석이 괜히 외톨이가 아니란다.”

 

주인아저씨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걸까. 가게 안을 후려치는 정체불명의 웃음을 터트리면서 한쪽으로 사라지는 유리, 그런 그를 보며 나오는 천천히 진열된 건프라를 훑어본다.

 

“.........”

 

그 순간, 그녀의 눈에는 하나의 건프라가 눈에 띈다. 형형색색의 사이에서 단색으로 무장한 건프라.

 

“흰 색 건프라인가.....”

 

가면을 쓴 듯 눈조차 제대로 드러내지않고, 양갈래가 아니라 꽉-하고 다문 듯한 일각만을 내놓고 있다.

그 녀석이랑 닮았...아니아니!!!!’

 

단순히 하얗지만은 않고 말할 수 없는 색을 오묘하게 품고있는 순백은 마치 그녀를 멋대로 이끌고온 소년의 머리칼을 닮은 그것. 나오는 필사적으로 부정했지만 어쩔 수없이 떠오르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오? 유니콘인가? 그걸로 정했어?”

 

“뭐? 아, 아-야!”

 

“아저씨! 이거 하나도 계산!”

 

아쉽게도 나오의 반응속도로 유리의 무지막지한 행동력을 따라갈 수는 없다. 올드타입이 뉴타입을 못 따라가는 것과 비슷할지도.

 

“자, 건프라 만들어본 적 있어?”

 

“피규어라면...아, 아니! 없어! 없다고!”

 

여전히 솔직히지 못한 덕후인 나오였지만, 오히려 유리는 감추려는 행동이 무색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흐음, 뭐 알려주면 되지. 니퍼는 사용할 줄 알지?”

 

“뭐 대충 봤으니까...”

 

덕후로서 덕후인 유리에게 눈길이 안 갔다고하면 그건 거짓말일테니까, 적어도 건프라 조립을 대충은 알고있었다. 나오는 니퍼를 톡-톡- 움직여서 파츠를 떠어냈지만, 이내 곧 난관에 부딪혔다.

 

“으으으음....”

 

“왜 그래?”

 

불쑥- 급습하는 유리.

 

“안 맞아....파츠가 조립이 안 된다고!”

 

“게이트 처리 안했지?”

 

“뭐?”

 

“니퍼로 자르면 플라스틱이 매끄럽게 다 떨어져나가지않으니까 나이프로 다듬어줘야지. 줘봐.”

 

펜같은 길이의 막대 끝에 날이 달린 나이프를 들고 삭삭, 플라스틱 조각을 아래로 떨구는 유리.

 

“넌 장갑끼고해라, 손 다친다.”

 

유리의 참견을 받아가며 파츠가 서로서로 하나둘씩 맞물리고, 점차 완성되어가는 건프라. 부품하나를 다 만들면 나오는 왜인지 모르게 손에 들고 이리저리 둘러보고있었다. 자신이 이걸 만들었나 싶은 신기함과 뿌듯함이 묘하게 울렁거린다.

 

“잘 만들잖아..!”

 

옆의 녀석은 막무가내지만 그래도 도와준다. 그녀가 신경쓰지않게, 눈치보지않고 즐길 수 있게. 앉아서 플라스틱이나 다듬는 작업이지만, 시나브로 완성되어가는 프라모델을 보면 무언가 재밌어.

 

“자, 그럼 만들었으니 써봐야지?”

 

그리고 유리의 엄지손가락이 가리킨 것은 하나, 건프라 배틀 시스템.

 

“웃....”

 

일단은 처음으로 만든 작품을 험하게 쓰는 것부터가 내키지않았는지 나오는 한 번 움츠러들었다.

 

“여,여기까지 놀아줬으면..”

 

그러나 나오보다 위에 있는 건 유리였다.

 

“그냥 하면 재미없으니까 내기라고 할까? 네가 이기면 초합금 풀봇코쨩을 줄게. 자,”

 

유리는 즉석에서 그 30만원을 호가하는 것을 구매하더니 테이블 위에 두었다.

 

“대신, 네가 지면...나랑 데이트하기다!”

 

나오가 더 불리한 조건이지만, 그녀는 이미 눈이 돌아가버렸다. 학생덕후들이 꿈에서만 보는 그것, ‘초합금’ 그것이 눈앞에 있다. 저것만 있으면 오늘 당한 콜렉션 파손은 넘어갈수도 있어!!!!

 

“덤벼!!!”

 

please set your gp base

 

begining plavsky particle dispersal

 

푸른색 입자가 빛을 내며 치솟아 오르더니 거대한 탑처럼 우뚝섰다.

 

Field 1: Asteroid belt

 

please set your gunpla

 

순백 건프라와 회색 건프라가 서로를 마주본채로 스테이지에 올라서자, 마치 생명을 얻은 인형처럼 안광을 번뜩이며 고개를 들어올린다.

 

Battle start

(동영상은 유튜브 한국어 자막 있습니다)

“유리! 프로비던스 건담, 나간다!”

“에에...카미야 나오! 유니콘, 나간다!”

 

서로의 건프라가 무릎을 살짝 굽히며 상체를 앞으로 내밀고, 캐터펄트에서 올라오는 전격에 밀려나 우주로 내던져진다

 

“뭐....나쁘진 않네..”

 

자신이 만든 것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움직인다는 감각이 나쁘진 않았는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하는 나오. 메인카메라를 천천히 좌우로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팔다리까지 하나둘 움직인다.

 

“흐....응...”

 

이것저것, 하나둘 조작해보는 나오의 모습에서 아닌 척하면서도 막상 받으니 하나둘 조작해가며 좋아하는 미묘한 어린이가 연상된다. 그러나 이건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니라 친구가 멋대로 데려온 일. 그것도 건프라 배틀!

 

[WARNING]

 

나오의 왼쪽 모니터가 붉은 표시를 띄운 지 몇 초도 안 돼서 녹색 빔이 저멀리서 뻗어온다.

 

“꺗!?”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회피기동 중에 소행성에 부딪히고만다. 그 사이 빔이 날라온 쪽에서는 점점 푸른색 불빛이 다가온다.

 

“뭘...건프라 배틀이잖아?”

 

“초보자를 상대로 말이지...”

 

“초보자니까 방금 건 잽. 이번엔 스트레이트다!”

 

이어지는 초록색 빔의 폭격. 방금 전보다도 더 빠르고, 정확한 사격이다.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상대로부터 멀어지려는 유니콘. 그러나 이미 틀렸다. 아슬아슬하게 유니콘의 장갑을 스쳐지나가는 빔의 연사를 피하기 위해 유니콘은 어느새 이미 데브리의 안으로 유도된 상황. 초보자인 나오의 실력으로는 데브리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없다. 반면, 프로비던스는 다르다. 소행성들을 터닝포인트 삼아서 어지럽게 궤적을 비틀어가며 속력을 높기만 한다.

 

거세게 바위를 짓밟는 소리와 기체의 가동소리, 그리고 점점 커지는 빛.

 

“뭐가 이리 빨라!”

 

여유롭게 소행성들을 발판 삼아 서서히 가속해오는 프로비던스에 유니콘이 따라잡힐 위기에 처하고 사격은 점점 정밀해져간다. 아니, 오히려 일부러 잡지않는 것인가하는 의문마저 일어난다.

 

“어이, 나오. 그렇게 도망만쳐서는 풀봇코쨩 못 가져간다고?”

 

“나도 알아!”

 

도발 아닌 도발에 유니콘은 몸을 돌려 라이프를 양 손으로 잡아 겨눈다.

 

“엣?”

 

그러나 유니콘의 빔 라이플은 평범한 라이플이 아니라 빔 매그넘. 총구에서 빛이 뭉치다가 일순간, 폭발하듯이 앞으로 뻗어나간다. 압도적인 섬광에 맞게 그 출력도 엄청난 지 두 손으로 붙잡았음에도 유니콘은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고만다.

 

그 사선 상에 있던 소행성들은 빔에 눌려 붉게 달아오르다가 이내 뚫려서 녹아내리고 만다. 스치지기만 해도 치명상으로 이어지는 강렬한 포격. 그러나 프로비던스는 여유롭게 벗어난다.

 

“맞지않으면 이렇다 할 일도 없지.”

 

잠시 소행성에 발을 붙였다가 프로비던스를 가속시키면서 유니콘을 향해 돌격한다. 한편, 반동으로 자세와 시야가 흐트러진 유니콘, 격변하는 시야에 당황한 나오가 조종간을 움직이려는찰나, 그 앞에 초록빛이 보인다. 프로비던스의 페이스가 나오의 화면을 한 가득 메운 직후, 묵직한 타격음과 유니콘의 상체가 크게 구부러진다. 통상 3배에 달하는 속도로 돌격하는 프로비던스에 겹쳐 목소리가 울린다.

 

“꽉 껴안아주고싶구나! 나오!”

 

마무리를 지으려는 듯, 왼팔의 방패에서 빔 샤벨을 뽑아드는 프로비던스. 움직이지 못하는 순백의 짐승을 향해 신의 섭리가 들이닥친다.

 

“도대체 어떻게... 엣?”

 

나오가 모니터에 표시된 하나의 화살표를 보고, 프로비던스의 스러스터가 달아오르고, 순백의 표면에 분홍빛이 서서히 다가오는 순간, 그 순백의 몸에서 빛이 새어나온다. 더 진하고 강렬한 빛이 껍질을 깨고나오는 것처럼 순백의 장갑을 갈라내고 그 몸을 뒤덮는다.

 

 

“....NT-D...!”

 

아주 작은 틈, 빔 샤벨이 닿기 몇 초, 아니 1초도 안 되는 시간, 그 전에 유니콘은 개화했다. 그 가능성을 향해 한 발 내딯고 신의 일격을 벗어났다. 프로비던스의 빔 샤벨에 꽂힌 것은 소행성 하나 뿐, 그보다 위에서 분홍색 빛이 퍼져나온다. 내재한 가능성을 뿜어내며 변모한 짐승의 모습, 그것은....

 

“건담...!”

 

“뭐가 뭔진 몰라도!”

 

프로비던스의 방패가 소행성에 박힌 것을 놓치지않고, 유니콘은 빠르게 사라진다. 소행성을 벗어나 상대의 뒤를 노리고 다시 한 번, 빔 매그넘을 겨누는 유니콘. 그러나 더 빠른 것은 프로비던스. 소행성에서 벗어날 생각도 없이 그대로 뒤쪽 스커트부를 들어올린다.

 

“뭐?”

 

어떤 동작도 없이 그대로 두 줄기의 빔을 조사하는 프로비던스에 당황하는 나오지만, NT-D유니콘의 압도적인 출력 덕분에 직격은 피하고 장갑이 벗겨지는 정도에서 그친다.

 

“스타터 서포트 시스템인가...”

 

통칭 SSS. 건프라 배틀 3회 미만인 사람에 한해 사용가능한 시스템. 상대와 자신의 기체의 무장과 특수기믹을 포함한 정보가 주어지고, 상황에 맞는 무장사용을 유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완전히 핵이라고 그거....게다가...지금 상성이 최악인데...”

 

상대의 판넬 계열을 역으로 해킹하는 NT-D, 그리고 무수한 드라군(판넬)을 주무장으로 활용해 적을 몰아붙이는 프로비던스. NT-D가 발동되었다면 프로비던스의 무장은 실드와 빔라이플 정도로 제한된다. 물론 드라군을 사출하지않은 채로 활용할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요행.

 

서로를 바로보며 대치 상황이 잠시 이루어진다.

 

“잘 하네, 나오. 그렇게나 풀봇코쨩이 갖고싶었어? 아니면 그렇게나 내가 싫은 건가?”

 

“시끄러!”

정확히는 몰라도 여기 모니터 말대로라면.....내가 유리해!’

 

다시한번 자세를 고쳐잡고 빔 매그넘을 연사. 카트리지 탄창이 하나하나 탈착되어 허공을 떠돌고, 빔이 소행성을 집어삼키며 프로비던스를 노리지만 오히려 유리는 여유롭게 포격을 피해낸다.

 

“왜 안 맞는거야!”

 

“아가씨니까”

 

“무슨 소리야!”

 

두어번 쏴보다가 결국 빔매그넘이 자신과는 맞지않다는 걸 깨달았는지 한 쪽에 내팽겨치고는 빔 톤파를 전개한다. 팔뚝에서 뻗어나오는 빔 샤벨을 들고 프로비던스에게 접근, 그러나 프로비던스는 맞서지 않고 소행성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유니콘을 농락한다.

 

유니콘의 출력이 한 수 위지만, 조종실력은 유리 쪽이 위. 소행성 대에서라면 따돌리지는 못해도 거리를 유지하는 정도라면 가능하다. 도망치면서 스커트에 장착된 6정의 드라군을 사출하지않은채로 포격. 거리를 벌리는 것에 집중하다보니 조준이 엉망이지만, 소행성대를 돌파하는 것도 버거운 나오에게는 충분히 위협적이다.

 

“이러저리 약이나 올리고!”

 

나오는 점점 열이 뻗치는 지 프로비던스에 초점을 집중하고 출력을 올리고 또 올린다.

 

“모빌슈트의 성능의 차이가 전력의 결정적인 차이가 아니란 것을 가르쳐 주고 있을 뿐이다”

 

이리저리 술래잡기와도 같은 추격적인 반복되기를 몇 분, 프로비던스가 소행성을 밟은 순간 유니콘이 바로 위에서 돌격해온다. 아슬아슬하게 가속한다면 다리를 잃고 도망칠수 있을 거리지만, 유리는 오히려 프로비던스를 유니콘 쪽으로 가속한다!

 

“뭐야?!”

 

아슬아슬하게 곡예하듯이 거꾸로 돌면서 유니콘의 머리 바로 위를 스쳐지나가는 프로비던스, 그 틈을 놓치지않고 방패의 빔건과 오른팔의 빔라이플을 발포한다. 유니콘의 등에서 폭연이 치솟고, 자세가 흐트러진 채 추락하듯이 유니콘은 소행성에 부딪힌다. 그리고 또 하나가 부딪혀온다. 소행성보다 작지만 더 강렬하게-!

 

“크읏...!”

 

“빔 샤벨이 없었으면 즉사였을텐데 말이지!”

 

다가오는 프로비던스의 검격을 간신히 받아내는 유니콘. 서로 교차한 붉은 색 빔 샤벨이 푸른 색의 빛을 사방으로 방출하고, 나오와 유리는 서로의 카메라를 통해 서로의 건프라와 마주한다.

 

“건프라에게 다리는 장식이 아냐!”

 

마치 불안정하지만 영원히 대치될 것 같은 격돌을 먼저 깬 건 프로비던스, 왼다리를 구부려 유니콘의 팔꿈치를 무릎으로 밀어내고, 빠르게 방패의 빔 샤벨을 끄고서 방패를 내민다.

 

“잡았다!”

 

“이익....누가 질 것 같냐...!!!”

 

“뭣?!”

 

오히려 피하지않고 반대쪽 팔의 빔 톤파를 전개해서 달려드는 나오. 빔 샤벨을 회피하려는 순간, 조준이 흐트러져 유니콘의 오른팔이 빔건에 뚫리더니 그대로 부서져버리고 만다.

 

“으아아아-!!”

 

그러나 그런 것에도 개의치않고 나오는 달려든다. 도망치지도 당황하지도 않는다. 적을 공격한다. 그리고 이긴다! 이것만이 나오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을 뿐이다. 이성을 넘어선 본능에 가까운 승부욕. 생각하는 절차도 없이 빠르게 몸이 움직인다. 단 하나, 승리를 위해서.

 

“겨우 메인카메라로!!!”

 

프로비던스가 뒤로 빠지며 다시 한 번 포격을 하려는 찰나, 유니콘의 백팩에서 불이 치솟는다.

 

“그럼 이건 어떠냐!!”

 

백팩이 폭발해버리고 유니콘은 그대로 프로비던스를 껴안고서 폭주하듯 날아가버린다. 프로비던스의 방패가 유니콘의 옆구리에 닿자, 유니콘의 헤드발칸이 푸른 빛을 내며 사방으로 튄다.

 

[WARNING]

 

그리고, 소행성 충돌을 경고하는 알람이 요란스럽게 나오와 유리의 모니터를 메운다.

 

“메인카메라에...영거리사격에..쯧,”

 

여러가지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유리는 혀를 간단하게 한 번 차고는 오른손의 라이플을 내다버렸다. 그대로 유니콘의 복부를 몇 번 치고는 스크럼이 약해진 순간, 오른손으로 유니콘의 헤드를 움켜주고는 그대로 한바퀴 돌아 근접해가던 소행성에 역으로 처박아버린다.

 

“이익....!”

 

나오는 빠득-하는 소리까지 내며 다시 기체를 일으켜세운다. 프로비던스의 공격은 어차피 빔 계열. 빠르게 방패로 몸을 가린채, 다시 한 번 가속한다. 어차피 사용할 수 있는 병기라고는 왼팔의 빔 톤파 뿐!

 

메인카메라도 날아가고 방패에 달린 빔 건으로 하는 포격따위, 방패로 밀쳐내면서 아슬아슬하게 접근할 수 있다.

 

“기세는 좋지만 말이야...!”

 

거의 앞에서 방패를 집어던져 프로비던스를 교란시키는 유니콘. 방패에 시야가 가려지고 뒤이은 충돌에 프로비던스의 자세가 흔들리는 찰나,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어 빔 톤파를 프로비던스이 가슴팍에....

 

“어?”

 

찔러넣기 전에, 유니콘의 몸체가 꿰뚫린다. 녹색 빔줄기가 정면이 아닌 사방에서 그물처럼 뻗어나와 순백의 짐승을 짖이긴다...

 

“NT-D의 한계시간은 5분....네가 방패를 던진 시점에서 5분은 지나있었어. 그말은 즉슨, 난 드라군 시스템으로 올레인지 포격이 가능해졌다는 거지.”

 

“....방패..!”

 

“아, 방패에 시야가 방해받는 건 너도 포함이지. 솔직히 초보자라고 하기에는 놀라운 실력이었지만...덕분에 안 들키고 드라군을 사출할 수 있었어.”

 

까맣게 꺼지면서 내려앉는 시스템. 산산히 깨져서 조각난 유니콘이 바닥에 떨어진다. 한줌 조각들이 된 건프라를 보며, 그리고 방금전에 느꼈던 감정들이 채 식지 않은 채 자신을 자극하는 것을 느끼며, 나오는 주먹을 쥐고 떨었다.

 

나오는 졌다.

 

“흐응~ 재밌었어 나오.”

 

돌아가는 길목,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만족한 얼굴로 헷헷거리는 유리와 달리 나오는 무언가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있었다.

 

“야”

 

어깨에 내려앉는 무게감과 소리에 나오가 뒤를 돌아보자, 돌아오는 건. 손가락..? 어깨 위의 손에서 펼쳐진 검지가 푹-하고 나오의 뺨을 찌르고있었다.

 

“어땠어?”

 

“....뭐 나쁘진 않았어.”

 

“나쁘지 않았던것 치고는 꽤나 열심히하던데....”

 

“그, 그정도의 물건이 걸린...........아으으...! 알고있잖아!”

 

“분하지?”

 

나오는 아무말도 못하고 다만 고개를 끄덕였다. 분했다. 물건을 가져가지못해서가 아니라 단지 져서, 자신이 만든 건프라가 처참하게 부서져버려서. 그래서 분했다.

 

“그럼 다음에 또 덤벼. 약속은 유효하니까”

 

게다가 자신만만하게 한 번 웃는 승자의 얼굴은 호승심을 한 층 더 자극했다.

 

혹시나 물어볼것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남긴 연락처를 뒤로 하고 유리는 천천히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참 긴 하루였다. 자신이 정체가 탈탈 털리고, 그것에 개의치도 않고 오히려 친구를 하자며 덤벼온 녀석을 만나고 그녀석과 한참을 놀아버렸다. 그러나 나오의 머릿속에는 그런 하루도 없이 한 순간만이 기억나고있었다.

 

“다음엔...반드시...!”

 

이를 빠득빠득 갈면서 깨진 건프라를 수리해가는 그녀에게 생각나는 것은 하나 뿐이었다. 그 자신만만 얼굴에 한 방 먹여주고싶었다. 그리고 그 풀봇코쨩을 위해!

 

그것이 나오가 해왔던 수많은 건프라 배틀의 첫 장이었다.

 

하지만, 지금 챔피언이 된 나오에게 물어본다면, 그 사람을 이겼냐고 물어본다면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이기지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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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쓰고싶었어요...건프라배틀이...

 

현재 시점에서 나오는 일본 챔피언

 

여기서 주인공 양반이 받은 패널티

개조도 안한 가조립 기체, 나오는 초보자용 매크로. 프로비던스는 판넬이 주무기지만 상대편 유니콘은 원격조종병기를 역으로 해킹해서 조종하는 것이 특기. 43개나 되는 빔병기가 모조리 봉인, 사실상 사용하는 건 방패의 빔샤벨 빔건과 빔라이플. 프라모델 자체도 유니콘이 더 나중에 나와서 더 우수하다.

 

잘 안 써지니까 잘 안 써지는대로 올리자 캬하핳하ㅏ핫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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