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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ER ONE CINDERELLA STORY 5 - 슬로우 라이프 판타지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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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7, 2017 19:40에 작성됨.

(이전화 링크)

 

슬로우 라이프 판타지 ②

 

 

 미오, 아카네와의 유닛을 제안한 건 프로듀서 씨입니다. 같이 ‘비밀의 화원’이라는 연극을 했을 때 친해진 친구들이었고, 셋 다 좋은 연기를 했다고 칭찬도 받았죠. 그래서 포지티브 패션이라는 유닛을 결성하게 되었을 때는 정말로 기뻤어요. 지금은 여름 이벤트를 목표로 힘을 모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유닛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도움을 준 건 우즈키와 린이에요. 두 사람도 다른 유닛 활동을 하면서 힘들 텐데도 미오를 챙겨주고, 우리 유닛에 기대하고 있다며 응원해주고 있어요. 미오를 부탁받은 느낌이라 두 사람을 위해서라도 꼭 성공해야겠다는 열정으로 가득 차는 것 같답니다.

 오늘도 우즈키와 린이 레슨을 보러 와줬어요. 레슨 룸에서 몸을 푸는 것도 도와주고 있죠. 그런데.

 “트레이너 씨가 안 오시네요. 프로듀서 씨도 아까 전화 받으러 가시더니 안 오시고.”

 오늘은 마스터 트레이너 씨에게 레슨을 받기로 한 날. 트레이너 씨는 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레슨도 어렵기로 유명하신데 지금은 10분 째 오지 않고 계십니다. 평소 같으면 우리가 오기 전부터 기다리고 계실 텐데. 전화라도 해야 되나 싶지만 우리 중에 누구도 트레이너 씨의 전화번호를 몰라서…….

 결국 우즈키와 린이 일어섰습니다.

 “혹시 착각한 걸 수도 있으니까 저희가 다른 레슨 룸을 찾아볼게요.”

 “너희들은 먼저 자율레슨 하고 있어. 자기가 없다고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으면 트레이너가 화낼 거야.”

 “응. 그럼 부탁해. 시마무, 시부린.”

 우리는 우선 복습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5분이 지나도 10분이 지나도 트레이너 씨도 우즈키와 린도 오지 않았습니다. 슬슬 댄스 레슨으로 넘어가려고 할 때 문이 열렸죠.

 “트레이너? 아……. 뭐야, 루키였네.”

 “뭐야, 라니. 실례잖아요.”

 들어오신 건 트레이너 씨였지만 마스터 트레이너 씨가 아니라 여동생인 루키 트레이너입니다. 346 프로덕션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는 네 자매 중에서 막내시죠. 자매답게 외모도 똑 닮아서 헤어스타일이나 복장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미안. 사실 마스터 트레이너 기다리고 있었거든. 오늘 여기서 레슨하기로 했는데 기다려도 안 오네. 어디 있는지 알아?”

 “언니요? 분명 오늘은 제1 레슨 룸에서만 레슨이 있다고 했는데요. 여긴 제3 레슨 룸이잖아요.”

 “제1 레슨 룸? 그럼 우리가 방을 헷갈렸던 겁니까! 어떡하죠! 분명 트레이너 씨에게 혼날 거예요!”

 “진정해, 히놋치. 그런데 루키. 여기는 제2 레슨 룸인데?”

 네? 전혀 몰랐다는 듯이 트레이너 씨가 대답했습니다. 제가 나가서 확인했더니 여긴 분명 제2 레슨 룸이었습니다. 우리만큼이나 당황하신 트레이너 씨는 얼른 복도로 달려 나갔습니다. 언니 분한테 혼날 거라면서.

 레슨 룸에 남은 우리는 허탈해졌습니다.

 “방을 착각하다니. 평소에는 이런 실수 안 하는데. 어쩔 수 없지. 마스터 트레이너가 정말로 화내기 전에 얼른 가는 게 좋겠어.”

 “네. 우즈키랑 린한테도 전화로 알려줘야겠어요.”

 “응. 그런데 두 사람 왜 이렇게 늦는 거지?”

 미오가 핸드폰을 들었을 때 갑자기 문이 열렸습니다. 우리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뭐지? 미오가 이상히 여기며 문에 다가갔습니다. 문밖을 살폈지만 아무것도 없었는지 금방 문을 닫았습니다. 돌아오면서 다시 핸드폰을 드는 순간 또 문이 열렸습니다.

 저는 똑똑히 봤습니다. 미오가 단단히 닫아놓은 문이 활짝 열리는 것을. 아무도 잡지 않았는데 문고리가 돌아가 있는 것을. 이어서 문이 저절로 닫히는 것을.

 “바, 방금 봤지? 문이 멋대로 닫혔다가 열렸어!”

 “네! 분명히 봤습니다! 어떻게 한 건가요, 미오?”

 “내가 한 거 아니야, 히놋치.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설마…… 유령? 아니, 아니겠지. 설마……. 하하하하.”

 그건 분명 우리를 안심 시키려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농담을 던지듯 말했지만 미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어요. 미세하게 떨리는 발걸음으로 우리 쪽으로 돌아오려는데 툭, 소리가 났습니다. 바닥에 난데없이 사탕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아카네만이 “딸기 사탕입니다!” 하고 소리 질렀습니다. 툭, 툭. 사탕이 하나씩 떨어졌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나더니 툭, 툭. 마치 발걸음처럼 조금씩 전진하며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미오와의 간격은 겨우 한 두 걸음. 미오는 떨려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미오, 위험해요!”

 제가 소리침과 동시에 아카네가 뛰어들었습니다. 아카네가 미오를 밀치는 순간 미오의 뺨에 선이 그어지더니 피가 흘렀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무언가가 그곳에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습니다.

 “히놋치…….”

 “아이코, 미오! 얼른 도망쳐야……!”

 푹, 하고 무언가 아카네의 등을 꿰뚫었습니다. 저는 정말로 바보 같습니다. 바보 같이 그저 보고만 있었습니다.

 아카네의 붉은 셔츠에 더 진한 붉은색이 퍼져갔습니다.

 

 *

 

 마에카와 씨에게 후타바 씨가 다쳤다는 말을 듣고 의무실로 왔지만, 후타바 씨는 없었습니다. 간호실장님에게 물어보니 아예 오지 않으셨다는군요. 아무래도 또 레슨을 빼먹으시려는 건가 봅니다.

 평소에는 다른 아이돌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찾아냈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습니다. 어디에 숨어있을지 짐작 가는 곳은 있으니 혼자서 찾아야겠죠. 하지만 이미 한 번 들킨 만큼 후타바 씨도 평소보다 꽁꽁 숨으셨을 겁니다. 전화를 해도, 문자를 보내도 받지 않습니다. 아마 찾으려면 곤욕을 치를 것 같습니다.

 우선은 후타바 씨가 잘 숨으시는 휴게실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뭐지? 또 엉뚱한 곳에…….”

 처음에는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잘못 눌렀습니다. 다음에는 휴게실이 아닌 방의 문을 열거나, 여러 개의 휴게실 중에서 계속 찾아본 곳만을 헤매다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다음에는 촬영실로 가려다 또 엘리베이터 버튼을 잘못 눌렀습니다. 지금은 다른 프로젝트의 사무실 앞 의자에 앉아있습니다.

 이상합니다. 346 프로덕션은 부지가 넓다보니 처음 오신 분들이 길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한 건물 안에서, 그것도 몇 년 이상을 다닌 회사 안에서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기묘했습니다. 익숙할 터인 회사 구조가 낯설게 느껴지고,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빠르게 지치고 있습니다.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습니다. 다시 일어나 이번에는 창고로 가려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네. 센카와 씨.”

 센카와 치히로 씨는 신데렐라 프로젝트를 보조하는 사무원입니다. 신데렐라 프로젝트를 맡기 전부터 유능한 사무원으로 알려진 분이죠.

 “무슨 일인가요?”

 “그게……. 프로듀서 씨. 아무래도 회사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상한 일’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저는 그게 무엇인지 짐작이 갔습니다. 센카와 씨도 저와 같은 일을 겪은 것입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익숙한 공간에서 익숙한 사람을 찾는 간단한 일이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어려워진다. 그런 일이 저 하나만이 아니라 회사 곳곳에서 벌어진다면.

 자연히 손이 뒷목을 쓰다듬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센카와 씨의 말로는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아는 건 우리 뿐.

 “프로듀서 씨. 말씀드릴 게 있어요. 어쩌면 프로듀서 씨가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제가…… 말입니까? 대체 어떻게?”

 

 *

 

 신비한 소녀, 요리타 요시노를 따라 우리는 어딘가에 숨어 있는 스탠드유저를 쫓기로 했다. 죠타로 씨와 키시베 로한에게도 연락했지만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른다. 찾고 있는 것을 찾지 못하게 하는 능력 때문에 스탠드 유저를 찾을 수 있을지조차 불명확하다.

 키라 요시카게와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기에 탐색을 시작한지 5분이 지났지만 우리의 진행상황은 0이었다.

 요시노는 아까부터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채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 상태로 걸으면서도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는 건 신기했다. 동시에 수상쩍기도 해서 이 소녀를 믿어도 되는 걸까, 의심이 들 때 한 마디도 없던 요시노가 드디어 눈을 열고 입을 뗐다.

 “찾은 것 같사온데-.”

 “진짜? 어디 있는데?”

 “그것이-. 아까보다 기운이 좀 더 알 수 없게 변했기에-. 대략적인 위치는 알았으나 좀 더 가까이 가야할 것 같은지라-.”

 그러면서 걸음을 옮겼다. 나보다도 작은 키의 여자애가 나보다도 빨리, 급하게 움직였다. 그만큼 상황이 위험해졌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암시했다. 하지만 명확한 설명이 없어서인지 죠스케는 계속 의심하는 얼굴이었다.

 “어이, 너. 진짜로 찾을 수 있긴 한 거야? 그러고 보면 수상하다고. 스탠드도 없으면서 대체 어떻게 스탠드를 느낀다는 거지? 그리고 네가 말한 대로면 적의 스탠드는 찾는 것을 방해한다면서.”

 “저는 무언가를 찾는 힘이 있으니-. 그런 제가 무언가를 찾는 것을 방해한다는 건 그만큼 굉장한 힘이라는 것이나- 역설적으로 그 정도로 강인한 기운이면 아무리 숨겨도 느껴질 수밖에 없지요-. 또한 이것은 아주 못 찾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방해만하는 것이기에-.”

 즉, 눈 감고 양말짝을 맞추는 것만큼 어렵지만 불가능은 아니라는 뜻이다. 어쨌든 간에 우리는 이렇게라도 녀석을 쫓을 수밖에 없다.

 혹시라도 기묘한 힘에 방해받을지 모른다면서 요시노는 계단으로 이동했다. 우리는 10층 이상을 단숨에 내려가 레슨 룸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 어디야? 녀석은 어디 있어? 물어보는 죠스케를 요시노는 손짓으로 조용히 시켰다. 묘한 박력이 있어서 죠스케도 입을 다물었다.

 요시노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지다 복도 저편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일그러졌다. 거기 누구 있어요?

 “제발 좀 도와주세요!”

 뺨에 피를 묻힌 한 소녀가 기절한 두 소녀를 데리고 낑낑거리고 있었다. 요시노가 단숨에 달려갔다. 우리는 얼른 뒤따랐다가 숨을 삼켰다. 기절해 있는 소녀 중에 한 명은 붉은 셔츠를 입었음에도 눈에 띌 정도로 흥건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녀들이 아이돌 혼다 미오와 타카모리 아이코, 히노 아카네라는 것은 나중에 깨달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미오 씨……. 이게 어찌 된…….”

 “마침 잘 왔어, 요시농.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 레슨 룸에 있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유령 같은 게 다가왔어.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무언가 다가온다는 건 알 수 있었어. 사탕을 떨어뜨리면서 왔으니까.”

 보이지 않는 유령. 스탠드다! 우리는 확신했다. 적 스탠드는 일반인에게 피해를 입히고 다니는 건가?

 “그게 갑자기 다가와서 너무 무서운 나머지 못 움직이고 있을 때, 히놋치가 나를 구하려다……. 아쨩은 다치지는 않았지만 기절해 버렸어. 프로듀서한테 전화했는데도 계속 통화 중이고, 시마무랑 시부린도……. 어떻게든 의무실로 데려가려고 했는데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라…….”

 “저기, 얘기 중에 갑자기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말임다. 다친 사람 좀 보여주지 않겠슴까?”

 죠스케가 앞으로 나섰다. 잘 모르는 키 큰 남자가 갑자기 다가오자 혼다 미오는 몸을 움츠렸다. 그러면서도 히노 아카네와 타카모리 아이코를 더 꽉 잡았다. 요시노가 “이 사람들은 믿을 수 있사오니-.” 라고 말해줘서야 죠스케가 그녀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죠스케는 히노 아카네의 상태를 확인했다. 천만다행으로 그녀는 상처가 조금 컸을 뿐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 출혈이 더 심해지기 전에 죠스케를 만난 게 행운이었다. 죠스케는 상처 부위로 조심히 손을 가져갔다.

 혼다 미오와 요시노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지금 한 순간, 죠스케의 손에 스탠드가 겹쳐지나갔다. 살짝 건드리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동작이지만 응급처치로는 충분했다.

 “잠깐. 이건……. 저기, 이 사람 다쳤다고 했죠? 아니, 아니, 이상한 말을 하려는 건 아니고.”

 “죠스케 씨-. 저기-.”

 요시노가 다급히 죠스케의 팔을 끌어당겼다. 혼다 미오가 지나온 복도 끝에 사탕이 떨어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사탕을 하나씩 떨어뜨리며 지나간 것처럼.

 “저기에 스탠드가 있다는 거로군. 가자. 코이치. 혹시 모르니까 오쿠야스는 여기 남아서 지키고 있어.”

 “후딱 해치우고 오라고, 죠스케.”

 어리둥절한 혼다 미오를 두고 우리는 움직였다. 사탕은 제2 레슨 룸으로 쭉 이어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는 스탠드가 있었다. 흰색이 줄무늬처럼 섞인 분홍색 인간형 몸체. 축 늘어진 토끼 귀는 수납공간이라도 되는지 녀석은 떨어진 사탕을 주워 귀 안에 집어넣었다. 우리의 기척을 느끼고 녀석이 일어났다.

 “사탕! 철저히!”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녀석에게서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는 적의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요시노가 눈을 찌푸렸다.

 “저기 있는 것이……. 보이지는 않지만 가까이 있으니 알 수 있사오니-. 분명한 이 사건의 원흉-. 어째서인지 처음보다는 힘이 약해진 것 같사온데-.”

 “간단해. 어딜 봐도 여기에는 본체가 없어. 멀리까지 움직일 수 있지만 본체와 멀어지면 약해지는 타입인 거야, 저 녀석은. 덕분에 확실해졌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녀석은 본체를 지키기 위해 움직이고 있어. 저 녀석이 있는 동안에는 본체를 찾지 못 하겠지. 그러니까.”

 죠스케가 달려나갔다.

 “저 녀석을 여기서 때려눕히면 되는 거야!”

 죠스케의 등 뒤에서 투구를 쓴 고대의 투사 같은 모습을 한 스탠드가 나타났다. 크레이지 다이아몬드. 그것이 죠스케의 스탠드였다.

 “도라라라!”

 우렁찬 기합과 함께 총알을 가볍게 웃도는 스피드로 날리는 주먹의 난타. 풍압만으로도 요시노의 기모노자락이 흔들릴 정도의 파워에 적 스탠드가 맞섰다. 똑같이 주먹으로 러시를 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쉽사리 끼어들지 못 할 만큼 강력한 파워였지만 상대가 안 좋았다. 잠깐 팽팽하게 맞서는 듯 했던 싸움은 순식간에 크레이지 다이아몬드의 압도적인 우위로 바뀌었다. 뒤늦게 취한 가드마저 뚫고 크레이지 다이아몬드의 주먹이 적 스탠드의 머리를 스쳤다.

 늘어져 있던 토끼 귀가 처참하게 뜯겨나갔다. 그 안에 가득 차 있던 사탕이 우수수 떨어지자 죠스케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본체와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내 크레이지 다이아몬드를 이길 수는 없어. 자, 험한 꼴 당하기 싫으면 빨리 네 본체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는 게 좋을 거야. 혹시 너 자신의 능력 때문에 너도 본체를 못 찾는 건 아니겠지?”

 “자, 잠깐! 죠스케! 저기를 봐! 떨어져 나간 귀 속에서 나온 저거!”

 내가 소리 지르자 모두의 시선이 한 데 모였다. 요시노를 제외한 우리는 당혹했다. 마치 분명 맞을 거라 생각했던 문제의 답이 틀렸을 때처럼. 아니, 이 경우 답은 맞았다. 하지만 정답이라고 해서 기쁜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이렇게나 기묘할 수가 있을까.

 화살이 있었다. 떨어져 나간 스탠드의 귀 속에서 튀어나온 화살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스탠드』란 인간의 정신 에너지가 만들어낸 파워를 가진 비전을 말한다. 파워가 강한 것, 멀리 움직일 수 있는 것, 사물의 모습을 한 것, 여러 마리로 나뉘어 있는 것 등등. 다양한 능력과 형태를 취한 다양한 스탠드가 있고 스탠드를 가진 존재를 『스탠드유저』라고 한다.

 스탠드는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떠한 이유로 인해 『재능』을 가진 사람이 스탠드를 발현하는 경우도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화살. 우리가 스탠드유저들을 만나면서 그 존재를 알게 된 이 화살은 스탠드유저를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다.

 물론 아무나 스탠드유저가 되는 건 아니다. 재능이 있는 자가 화살을 맞으면 처음에는 상처가 생기지만 금방 아물거나, 아물지 않더라도 목숨에는 지장이 없게 된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는 스탠드를 얻게 된다. 우리는 도쿄로 올라오기 전 두 개의 화살을 발견했다. 하나는 현재 스피드왜건 재단에서 보관 중. 다른 하나는 우리가 쫓고 있는 남자, 키라 요시카게의 집에서 찾았다.

 옛 사무라이들의 별장 지대 외곽에 있는 전통식 저택. 한 때 키라 요시카게로서 살았던 그 남자의 집에 있던 화살. 키라는 이 화살로 스탠드유저가 되었다. 하지만 기껏 찾아낸 화살은 유령이 되어서도 아들을 지키고 있던 키라의 아버지에게 뺏겨버렸고, 우리는 한 동안 키라의 아버지가 만든 스탠드유저들에게 공격받아야 했다.

 저 화살이 그 화살이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멀리 떨어진 도쿄에서 갑자기 나타난 스탠드와 화살은 수상하다. 역시 이 회사 어딘가에 키라가 있을지도 모른다.

 “사탕! 철저히!”

 팟, 하고 튀어나간 적 스탠드는 화살을 집어 들었다. 우리가 뭔가를 할 틈도 없이 곧장 달려 나가 창문을 깨고 도망쳤다.

 “어떡해, 죠스케! 화살이야! 어쩌면 정말로 녀석이 여기에 있을지도 몰라!”

 “그래. 이걸로 99% 확실해졌어. 나머지 1%는 쫓아가서 확인해야겠지.”

 죠스케는 사탕 사이에 떨어져 있는 토끼 귀와 유리 파편을 집었다. 구멍이 훤히 뚫려있는 창문에서 바람이 휭, 하고 불어왔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죠스케는 창문 앞에 섰다. 심호흡 하고 뛰어내리려는 그 때.

 “죠스케 씨!”

 “우왁! 뭐, 뭐야?”

 요시노가 죠스케의 가쿠란을 끌어당겼다. 깜짝 놀란 죠스케는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뭐하는 짓이야!

 “저도- 데려가 주시지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스탠드를 상대로 일반인을 데려가라니. 위험하다고. 녀석을 찾는 거라면 나도 다 방법이 있으니까 네 도움은 필요 없…….”

 한 번 더 강하게, 그녀가 죠스케를 끌어당겼다. 좀 전까지의 어른스럽고 고풍스러운 태도와 비교하면 마치 떼를 쓰는 어린애 같았다. 하지만 그 눈에는 여전히 분명하고도 강한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나는 언젠가 그와 같은 눈을 본 적이 있다. 바로 여기에 있는 죠스케에게서. 그것은 『지키는 사람』의 눈이었다.

 “……좋아. 대신 다칠지 모르니까 싸울 때는 내 말을 꼭 듣도록 해. 코이치, 여긴 나랑 요시노가 갈 테니까 너는 오쿠야스랑 같이 쓰러진 사람들을 의무실로 데려다줘. 찾기는 어렵겠지만.”

 “응. 조심해. 죠스케, 요시노.”

 자, 그럼. 다시 한 번 죠스케가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창가 앞에 섰다. 이번에는 요시노와 같이. 두 사람이 뛰어내리자마자 부서졌던 창문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

 

 마치 뉴턴의 사과와 같은 아찔한 자유낙하였다. 바람에 얼굴이 밀려올라갔고 하마터면 공중에서 서로를 놓칠 뻔했다. 크레이지 다이아몬드가 요시노를 꼭 붙잡지 않았다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한 층을 내려가는데 1초도 걸리지 않는 와중에 깨진 유리창을 스쳐지나갔다.

 죠스케가 들고 있던 토끼 귀를 크레이지 다이아몬드가 주먹으로 때렸다. 그러자 떨어지던 두 사람은 공중에 멈춰 섰다. 정확히는 손에 쥐고 있던 토끼 귀가 멈춰 섰다가 이내 내려오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두 사람을 끌고 올라갔다.

 깨진 유리창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다. 바닥에 널려있는 깨진 유리 조각 하나를 만지자 유리창이 다시 원래대로 고쳐졌다. 『고친다.』 그것이 크레이지 다이아몬드의 능력.

 어떤 깊은 상처라도, 부서지고 찢어진 물건이라도 건드리는 것만으로 고칠 수 있다. 토끼 귀도 마찬가지. 죠스케가 들고 있는 귀가 고쳐지기 위해서 움직였다. 죠스케의 손을 벗어나 복도를 날았다.

 “죠스케 씨 또한 신묘한 능력을 가졌군요-.”

 “당장은 이걸로 쫓아갈 수 있지만 녀석은 만만한 적이 아니야. 놓치면 안 돼. 빨리 가자!”

 둥둥 떠다니는 토끼 귀를 쫓는 소년과 소녀. 레이스가 펼쳐졌다. 복도를 달리고, 모퉁이에서 꺾어서, 계단을 빠르게 내려갔다. 갈수록 요시노의 숨소리가 커졌다. 죠스케는 흘끔흘끔 뒤를 쳐다봤으나 괜찮은지 묻기도 전에 요시노는 더욱 속도를 냈다.

 2분쯤 지났을 때 바닥에 떨어진 사탕이 보였다. 녀석은 이 앞에 있다, 강한 확신과 함께 뒤늦은 의문이 들었다. 왜 녀석은 사탕을 가지고 있었지? “사탕! 철저히!”라는 말은 무슨 의미지? 화살을 들고 대체 무슨 짓을 벌이려는 거지?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걸음을 멈췄다.

 문들이 쭉 늘어선 통로에 녀석이 있었다. 토끼 귀가 날아가 원래 자리에 붙었다. 찢어진 자국 하나 없이 깔끔했다.

 “도망쳐봤자 소용없다는 걸 드디어 알았나보군. 물론 이대로 싸워봤자 승산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겠지?”

 “…….”

 “본체는 어디 있냐? 지금 데려오면 재기불능으로 끝내줄 수도 있어.”

 “슬로우 라이프 판타지.”

 “웅?”

 “그것이 나의 이름. ‘슬로우 라이프 판타지’다. 본체를 지킨다, 철저히!”

 “잠꼬대 같은 소리나 할 거면 아주 잠재워주마!”

 달려들면서 크레이지 다이아몬드를 꺼냈다. 그러자 마치 짠 것처럼 주위에 있던 문들이 하나씩 열리기 시작했다. 양복을 입은 회사원들이 나왔다. 닫혀있던 방과 복도의 앞뒤, 계단에서도. 물밀 듯이 몰려나왔다. 뭣? 죠스케는 당혹이 담긴 한 마디를 뱉었으나 금방 발소리에, 말소리에 지워졌다.

 “벌써 저녁이네.” “빨리 가자, 늦었어.” “오늘 따라 이상하게 회사에서 헤매는 것 같아.” “그거 때문에 상사한테 깨졌어.” “오늘은 뭐 먹지?” “또 라면이나 먹는 건 싫은데.” “오늘도 야근해야 돼…….” “오늘 약속은 취소해야겠다.” “근데 오늘은 왜 이리 사람이 많아?” “구내식당에도 사람 몰린 거 아니야?” “아…… 피곤해.”

 대기업의 저녁시간이라고 해서 어느 순간 갑자기, 한 공간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게 가능할까? 보통 불가능하다고 하겠지만, 가능성이 0%는 아니다. 그리고 오늘 346 프로덕션에서는 단 몇 시간 동안 그런 불가능한 일이 몇 번이나 일어났다. 실수와 실수, 우연과 우연이 수십 번이나 겹쳐야 가능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그걸 가능케 하는 스탠드가 여기에 있다.

 “저 녀석,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자신의 능력으로 사람들을 헤매게 해서 일부러 이곳으로 유도한 거야! 그 『인파』를 기다리고 있던 거야!”

 스탠드에는 『법칙』이 있다. 스탠드는 스탠드유저만 볼 수 있으며, 스탠드로만 공격할 수 있다. 일반인은 스탠드를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이다. 슬로우 라이프 판타지는 사람들을 『통과』해서 지나갔다. 인파라는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하지만 죠스케는 아니다. 크레이지 다이아몬드는 사람을 때리는 것도 통과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스탠드유저인 죠스케는 아니었다. 자칫 잘못하면 짓눌려 죽을지도 모르는 이 흐름에 역행하는 건 불가능했다.

 “젠장! 슬로우 라이프 판타지이이이이!”

 사람들은 소리치는 리젠트 소년을 이상하게 바라보며 각자의 길을 갔다. 어떻게든 뚫고 가려던 죠스케의 뇌리에 번뜩, 스치는 것이 있었다. 요시노! 몸의 방향을 돌렸다. 역행이 아닌 순응. 헤엄치듯이 움직이며 찾아다녔다. 작은 키에 기모노를 입고 머리에는 리본을 단 소녀를.

 요시노! 이름을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설마 이 앞으로 밀려가 버린 건가? 인파를 뚫고 다니던 죠스케의 손을 잡은 것이 있었다.

 “죠스케 씨-. 이쪽으로-.”

 “요시노! 거기에 있었어?”

 작은 손에서 느껴지는 힘에 의지해 움직였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순식간에 인파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한숨 돌리며 죠스케는 요시노를 살폈다.

 “다행이네. 다친 곳은 없어. 있다 해도 내가 고쳐줬겠지만.”

 “다친 것은 죠스케 씨가 아닌지-?”

 요시노의 안쓰러운 눈빛이 죠스케의 손에 닿았다. 손가락 끝에 인파를 파헤치다 생긴 작은 상처가 있었다. 치료해야 되는 것이 아닌지-?

 “크레이지 다이아몬드로는 내 상처를 치료하지 못해. 이 정도 상처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금방 빠져나온 덕이지. 요시노 덕분이야.”

 “인파 속에서 사람을 찾는 것 또한 특기인지라-.”

 “정말 그레이트한 특기인걸. 그래서 말인데, 또 그 특기에 의지해서 녀석을 쫓아야 할 것 같거든.”

 요시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녀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하지만 슬로우 라이프 판타지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그 반대였다. 느껴지는 기운이 많았다.

 “죠스케 씨-. 오쿠야스 씨-. 코이치 씨-. 셋 만이 아니라 곳곳에서 기묘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사오니-.”

 “뭐라고?”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혼란스러워서…….”

 의문이 하나 풀렸다. 슬로우 라이프 판타지가 화살을 들고 다닌 이유.

 “스탠드 유저를 만든 거야. 요시노가 쫓아오지 못 하도록 교란시키려고 한 거야! 이미 이 회사 안에는 스탠드유저들이 생겨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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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안즈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를......

앞으로의 사건을 위한 총알받이로 써서 미안하다......

 

이 팬픽을 쓰면서 가장 고민 중인 것은 죠죠 사이드와 아이돌 사이드의 비중분배 입니다.

스탠드 배틀이 연속되면 아무래도 아이돌들의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는데, 그러면 그냥 죠죠 팬픽이니까요.

후에 스탠드유저 아이돌들이 늘어나면 모를까 스토리 초기에는 신경 쓸 필요가 많죠.

 

슬로우 라이프 판타지의 능력을 '찾지 못 하게 만드는 능력'으로 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안즈 캐릭터성도 있고, 이 능력 앞에서는 사실상 '요시노 님이 있어야만' 싸움이 성립하니까요.

스탠드가 없더라도 아이돌의 개성으로 죠죠 일행과 힘을 합쳐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패션돌들은 괴장한 능력자들이 많군요...... 역시 패션의 노란색은 선라이트 옐로......

 

어쨌든 이번에는 그런 노력이 성공한 것 같아서 좋습니다.

그리고 싸움이 진행될수록 팬픽 쓰는 재미가 있어요. 죠스케가 "도라라라!" 날리는 순간 전율이 아주!

이 맛에 팬픽을 쓰는구나! 캬아! 했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도 이 재미를 (당연히 죠죠만이 아니라 아이돌들에게서도) 함께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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