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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하루카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여자」

댓글: 5 / 조회: 1618 / 추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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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4, 2017 22:48에 작성됨.

 

-약간 혐오 주의-

 

 

 

 

 

1.

아직은 쌀쌀한 3월의 밤이였다.

침대에 누운 미키는 허공만을 멍하니 응시하다가,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다시 살펴봤다.

'사랑해 미키'라고, 한달 전 보내온 프로듀서의 문자가 쓰여 있었다.

 

미키 「으으 허니. 나 죽을 것 같아..다시 돌아와줘..」

 

익스트림 라이브의 성공과 함께 톱 아이돌로 거듭난 그날, 

무대 아래로 내려온 미키는 프로듀서에게 고백했다.

그리고 그 날은, 미키와 프로듀서의 1일째가 되었다.

 

한동안은 너무나도 행복했다.

마침내 허니가 진정한 자신의 허니가 되었다는 생각에,

미키는 매일 매일이 즐겁고 기대되었다.

비록 하루카와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 버렸지만-

'하루카 따위, 허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걸?'

이라고 미키는 생각했기에 아무렇지도 않았다.

결국 하루카는 얼마 뒤 프로덕션을 떠났고,

미키는 한동안 하루카를 잊고 살았다.

 

하루카가 다시 나타나, 프로듀서를 빼앗기 전까지는.

 

다시 돌아온 하루카는 뭐랄까 생기와 기품이 가득했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다고, 미키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건 프로듀서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하루카에게, 프로듀서를 빼앗겨버렸다.

 

무료함에 지친 미키는 침대에서 일어나 거울로 향했다.

푸석하고 기름져서 떡진 노란 머리결.

퀭하고 시든 두 눈. 푹 꺼진 뺨.

 

미키 「이래선, 프로듀서가 돌아오지 않겠는걸 (피식)」

 

미키 「돌아와줘. 제발 제발 제발 제발.. (뚝뚝)」

 

??? 「후훗. 미키, 보기 안쓰럽군요.」

 

미키 「어? 타카네인거야?」

 

이상한 일이였다. 문을 열어주지도 않았는데

불꺼진 거실 한 가운데에 타카네가 서 있었다.

베란다 달빛 아래, 평소와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타카네 「후훗. 그건 아무 상관없답니다?」

 

타카네 「제가, 당신을 도와드릴 수 있다는 것만이 중요하지요.」

 

미키는 그 순간, 직감적으로 느꼈다. 타카네의 말이 진실임을.

미키는 타카네에게 엎드리며 빌었다. 애처롭게.

 

미키 「미키, 뭐든지 할테니까 빌어먹을 리본한테서 허니를 되찾게 해줘 타카네! 

달라는건 다 줄께. 돈도 주고 가방도 주는거야! 그러니까 제발..」

 

타카네 「후훗. 대가는 필요 없답니다?

그저, 재미만 준다면야 충분하지요. 후후.

인간이란 참으로 재미있답니다?

짧다면 짧은, 1백년도 채 안되는 순간에 격렬한 사랑도, 증오도, 그리고 그보다 더한 것도 해내니까요. 그리고 만약..」

 

타카네 「후훗. 잡설이 길군요.

미키씨에게도 이 약을 드리지요.」

 

타카네가 건낸 것은, 작고 검은 유리병이였다.

그것을 조심스레 쥐며, 미키가 물었다.

 

미키 「이 약을 먹으면, 하루카를 이기는거야?」

 

타카네 「하루카만큼이나 아름다운 생기와 활력을 준답니다?

정말로 엄청난 생기와 활력이라, 마치 영원할 것만 '같은' 활력이지요.

고통도 없어지고, 죽지도 않게 되지요.

당연히 이길 수 있답니다?」

 

미키 「그렇다면..당장 마시는거야! (꼴깍)」

 

타카네 (미소)

 

타카네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불러주시길」

 

2. 

여기는 아무도 없는 공원입니다.

저와 프로듀서씨만을 위한 공간이지요.

저와 프로듀서씨의, 행복한 결혼이 시작되는 공간이랍니다?

 

헤헷. 떨리네요.

재수 없는 미키년이 떨어져나간 후로 프로듀서씨는 제 차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마미 하루카. 오늘은 프로듀서씨에게 결혼 고백하겠습니다!

 

우리 착한 프로듀서씨는 미키 같은 여우년에게 홀려서 아직도 잊질 못하고 있어요.

가끔씩 공허하고 슬픈 눈을 하는게 보인답니다?

하지만 저, 이해하고 있어요.

우리 프로듀서씨는 너무나도 멋지고 좋은 사람이니깐요.

 

그러니까 이럴 때에 고백해서, 사랑을 굳히는 거에요!

제 진정한 사랑으로 미키를 씻어버리는거에요.

아마미 하루카. 오늘부로 아이돌은 그만두고 프로듀서의 신부가 되겠습니다.

신부에요 신부!

 

..인데, 프로듀서.

지금 누구랑 키스하는 거죠?

아. 익숙한 노랑머리. 헤헤.

 

미키네요. 미키.

 

3. 

아직도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미키는 어디에 있는 걸까?

미키의 사랑이 광적인 집착에 가까워지며,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까지 되어버린 탓에 어쩔 수 없이 미키와 헤어졌지만

아직까지, 나는 미키를 완전히 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미키는 헤어진 그날부로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했기에,

나로써는 미키의 행방도 무엇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루카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밝게 미소지으며 매일 수제 쿠키와 초콜렛을 내미는 이 붉은 리본 소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음 한켠이 공허하다.

이건 과연, 진정한 사랑일까?

그냥 나에게 집착하는 미키가 무서워서 회피한 것에 지나지 않는건 아닐까?

아니, 나는, 그리고 나와 미키와 모두는 애초에 사랑이라는걸 했던걸까?

 

미키 「허니! 나 돌아온거야!」

 

프로듀서 「푸우웁! 」

 

하고, 먹던 커피를 토해냈다. 

혓바닥을 데였는지 좀 얼얼하다. 

내 눈앞에, 갑자기 미키가 나타났다.

이전 모습 그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미키 「오래간만이야, 허니.」

 

미키의 머릿결이 바람에 흩날린다.

한동안 못 보았는데, 못 본 사이 성숙해지고 더 아름다워졌구나. 미키.

뭐라고 해야될지 몰라, 말문이 막힌채로 가만히 미키만을 바라본다.

 

미키 「나, 다시 돌아온거야.」

 

미키 「나 지금 어때? 아름답지 않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여본다.

그도 그럴게, 바람에 금발 머리를 흩날리며 날 보고 미소짓는 미키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미키가 내게 다가온다. 한 걸음씩.

 

미키 「그러면 허니, 이제 다시 시작하는거야?」

 

프로듀서 「하 하지만 내겐 하루카가..읍!」

 

차가운 입술이, 내 입술 위를 덮는다.

미키의 부드러운 혀가 내 입술 위를 햩고 지나간다.

 

미키 「그럼 이제는 상관없겠네?」

 

프로듀서 「...」

 

하루카 「프로듀서씨!」

 

그리고 그녀가 나타났다. 

하루카가..

 

4. 

미키 「하루카! 오래간만인거야.」

 

하루카 「당장 떨어져! 내 연인한테 무슨 짓인거야! (버럭)」

 

미키 「헤에? 하지만 허니는 진작에 미키의 허니였던거야.

하루카 따위 교활한 리본께 아닌거야!」

 

미키는 프로듀서의 팔을 잡아당겨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 순간, 하루카의 이성은 뚝 끊어져버렸다.

 

어쩌면 말릴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는 텅 빈 한적한 숲 속 공원이였기에 그랬던 건지도 모른다.

하루카는 마침 옆에 꽂혀져 있던 삽을 꺼내어 두 손으로 쥐었다.

그리고 프로듀서가 미쳐 말리기도 전에,

그것으로 미키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텅! 하고 경쾌하고 묵직한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목이 360도 돌아간 미키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프로듀서 「으아악! 미키 미키!! 미키!!!」

 

하루카 「프로듀서. 미키는 잊고 우리 이제 도망쳐요!」

 

프로듀서 「그게 무슨..! (패닉) 지금이라도 병원에 데려가면ㅡ」

 

푹!ㅡ

 

하루카 「꺄악!」

 

미키 「우우. 목이 돌아가버려서 아픈거야. 하루카도 배에 구멍 한번 나야 공평한거야!」

 

길다란 공업 철사가, 하루카의 배를 뚫고 그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하루카의 표정은 태연자악했다. 마치 자기 몸이 아니기라도 한 듯이.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철사를 툭툭 치던 하루카는 그것을 그대로 반대편에서 쭈욱 뽑아 바닥에 내팽게쳤다.

 

미키 「몸에 구멍이 났는데 살아있는거야! 하루카는 역시 괴물 여우였던거야! 」

 

하루카 「에에! 목이 반으로 돌아간 미키한테는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은걸?」

 

미키 「이건..언제라도 고칠 수 있는거야! (꾸깃꾸깃)」

 

하루카 「그나저나, 역시 미키한테도 타카네가 나타났구나?

쳇. 그 X도 진작에 처리했어야 하는데..

아! 프로듀서씨. 방금 전 말은 잊어주세요. 헤헤」

 

360도로 목이 돌아가 무너진 미키가,

다시 일어났다.

미키는 360도로 꺾여, 뒤로 젖혀진 머리를 두 손으로 쥐고는

그대로 머리에 못 박듯이 눌러 고정시키고는

몸에 구멍이 뚫려서 피가 음수대처럼 나오고 있는 하루카와 눈 앞에서 말다툼하고 있다.

모든게, 프로듀서의 지금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미키 「아..프 프로듀서? 다 설명할 수 있는거야?」

 

하루카 「그러니까 일단 우리 어디 조용한 곳에서..」

 

하지만, 그 순간 미키의 창백한 피부 위로 덜 맞춘 목뼈 하나가 툭하고 튀어나오자,

프로듀서는 충격에 정신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5.

의식이 돌아오자, 제일 먼저 느껴진 것은 차가운 밤바람이였다.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콘크리트 바닥과 기둥이였다. 어디 건물의 공사판인 것이 분명했다.

손발을 움직여봤지만, 의자에 그대로 묶인 손과 발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단단히 묶여 있었다.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키 「허니, 이제 일어난거야?」

 

하루카 「'우리' 허니라고? 기억해줘 미키!」

 

미키 「알았는거야. 하루카는 참 쓸데없이 민감한거야.」(투덜투덜)

 

하루카와 미키가 어둠 속에서 걸어나왔다.

그 둘의 사이가 미묘하게 좋아보여서, 프로듀서는 잠시나마 아까 전의 그 끔찍한 일이 꿈은 아니였을까 하고 기대했지만

달빛 아래 몸 가운데가 뻥하니 뚫린 하루카와

목이 푹 꺼진채로 줄어들어버린 미키의 모습은 아까 전의 일이 꿈이 아님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프로듀서 「미 미키, 하루카..도데체 이게 무슨 일이야? 어? 다 꿈이지?」

 

하루카 「헤에..프로듀서씨도 현실 감각 없으시네요. 헤헷.

하지만 그런 모습도 멋지신걸요?」

 

미키 「허니, 이건 꿈이 아닌거야!

나랑 하루카는 타카네의 기적의 약을 먹어서 죽지 않는 몸이 된거야!」

 

프로듀서 「타카네? 기적의 약?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버럭)」

 

타카네 「두 분 말씀대로입니다.

죽지도, 늙지도 않는 기적의 약을 제가 두 분께 선물해드렸지요. 아무런 대가도 없이.」

 

어둠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카네였다.

 

프로듀서 「타 타카네? 나 좀 풀어줘.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덜덜)」

 

타카네 「두려워할 것 없답니다. 그대여(미소)」

 

프로듀서는 그녀의 미소를 본 순간, 모든 원인이 그녀에게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프로듀서 「..도데체 정체가 뭐야?」

 

타카네 「그건 중요하지 않답니다? 

중요한 건, 영원의 삶이 눈 앞에 있다는 것이지요.」

 

타카네가 프로듀서의 곁에 다가와서, 땀에 젖어 떡진 머리결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타카네 「사람은 태어나서 100년도 채 안되는 순간을 살아가다 죽지요.

그나마도 대부분 번민과 고통에 시달리기 마련입니다. 질병, 노화, 고통..

그런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 인생일까요?

생각해보세요. 모든 고통에서 벗어난 삶을..」

 

그러면서 타카네는 프로듀서의 쓸린 무릎을 가볍게 눌렀다.

느껴지는 쓰라린 통증에, 프로듀서는 잠깐 신음했다.

 

미키 「타카네! 허니는 내 꺼인거야! 건들면 안되는거야!」

 

하루카 「'우리'꺼라고? 그리고 프로듀서씨, 이렇게 강제로 끌고와서 미안해요.

하지만 타카네씨 말이 맞아요.

영원히 아픔 없이 노화나 죽음 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요?

불사에요 불사!」

 

미키「나랑 하루카는 허니를 너무 사랑해서, 서로 타협하기로 했어.

허니를 사이좋게 나눠가지고, 나중에 허니가 죽으면 안되니까

허니도 영원히 살게 해달라고 타카네에게 부탁한거야!

이제 허니도 약을 먹으면 되는거야!」

 

타카네는 어느새 새하얀 손바닥 위에 검은 약병을 내밀고 있었다.

 

타카네 「어서, 불멸의 삶을 누리시길. 후후」

 

프로듀서는 잠시나마 동요했다. 고통도, 괴로움도 없는 영원한 삶이라니.

하지만 두 눈은 미키와 하루카에게로 향했다.

몸에 구멍이 뚫리고, 목이 푹 꺼져도 아무런 고통도 괴로움도 느끼지 못하는 그 두 사랑했던 여자들을..

 

프로듀서 「물론, 살다보면 정말 아프고 괴로운 일도 많아. 지금처럼..」

 

미키 「맞아! 그러니까 어서 약을 먹는거야!」

 

하루카 「약을 먹으면 아프지 않다구요? 죽지도 않아요!」

 

프로듀서 「하지만, 아프지 않는 인생이 무슨 가치가 있겠어?

도전하고, 실패해서 아픔을 느끼더라도 그걸 극복하기 위해 다시 일어나는 인생이야말로 가치있는거 아니야?

그리고 영원히 산다고? 그것도 좋지.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죽어버리면, 그게 무슨 소용인데?

생전에 날 알던 사람들이 모두 죽었는데, 불멸이 무슨 소용이야?」

 

미키 「..우우, 프로듀서 이상한거야. 왜 이해를 못하지?」

 

하루카 「뭐 그렇게 나오실 줄 알았어요 프로듀서씨.」

 

프로듀서 「그 그럼 나 풀어주는거야?」

 

하루카 「아뇨.」

 

하루카 「강제로 약을 먹일 거랍니다?」

 

프로듀서 「..농담이지?」

 

하지만 타카네에게서 약을 건네받은 하루카는 약 뚜껑을 따고, 프로듀서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프로듀서는 손과 발을 발버둥쳐봤지만, 여전히 꽉 묶인 손과 발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발버둥치다가 넘어지기만 할 뿐이였다.

의자에 묶여 넘어진채로, 프로듀서는 몸부림치며 굼벵이처럼 공사장 끝으로 기어갔다.

하지만 그마저도 벼랑 끝에 서자 더이상 움직일 곳은 없어져버렸다.

 

하루카 「후후 프로듀서씨. 약먹을 시간이랍니다?

미키, 잡아!」

 

미키 「일단 먹고 코 자고 나면 허니도 우리처럼 죽지 않게 되는거야!」(미소)

 

프로듀서 「잡지마! 잡지 말라고!」

 

타카네 「후후, 역시 재미있군요.」

 

문득, 프로듀서는 몸을 돌려 아래를 내려보았다.

3층 공사판 아래에는 공사용 모래더미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여기서 떨어진다면, 살 수 있을지 않을까?

아니, 설령 죽더라도 상관없었다.

몸이 구멍이 나고, 목이 부셔저도 살아남는 괴물이 되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았다.

그리고, 미키와 하루카의 차가운 손들이 그를 붙잡으려는 순간,

프로듀서는 지체없이 그대로 몸을 날렸다.

 

프로듀서 「커윽!」

 

둔탁한 충격. 밀려오는 아픔.

의자가 부셔지며 프로듀서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갈비뼈와 다리뼈 사이로 쪼개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부셔졌나보다.

공사 빌딩 위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하루카와 미키가 내려오고 있었다.

두명 다 손에 각각 공업용 커터칼과, 삽을 들고 있었다.

 

하루카 「프로듀서씨! 잡히면 가만 안둘꺼에요! 일단 아파봐야 약을 먹을 기분이 나겠죠?」

 

미키 「꼭 약 먹고 나랑 영원히 살아야 하는거야 허니!! 다음에는 도망 못 치도록 다리를 분질러버리는거야!」

 

프로듀서 「으아아악!!」

 

프로듀서는 쪼개지는 고통조차도 뒤로 하고, 공포에 휩싸여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리에서 올라오는 묵직한 고통과, 점점 막혀오는 숨에 달리는 속도는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고

반대로 미키와 하루카는 처음부터 똑같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오직 프로듀서 한 사람만을 향해.

프로듀서는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지만, 가로등 하나 없는 으슥한 곳이라 그런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그와, 하루카와 미키 뿐이였다.

 

미키 「허니는 내꺼인거야 허니!」

 

하루카 「'우리'꺼라ㅡ」

 

ㅡ끼이익!!

 

하고, 타이어가 바닥에 끌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서야 프로듀서는 뒤를 돌아보았다.

차에 치인 미키와 하루카는 마치 실 끊긴 꼭두각시 인형처럼 흉하게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뼈들이 완전히 박살났는지, 그녀들의 팔과 다리는 기이하게 꺾이고 뒤집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끊임없이 재잘거리고 있었다.

 

하루카 「이게 다 미키 때문이야! 미키가 제대로 안 보고 다니니까 나까지 같이 치어버렸잖아!」

 

미키 「하루카가 멍청한 것 때문인거야! 하루카가 뒤에서 먼저 보고 말해줬으면 이런 일도 없는거야!

그나저나 다리가 다 망가져버린거야. 이거 조립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은거야!」

 

하루카 「아 프 프로듀서씨? 이거 금방 고치니까요. 저희들은 죽지 않으니깐.

그러니까 잠깐 기다려주실래요? 금방 다리랑 팔이랑 조립하고 다시 일어나서..

프로듀서씨? 프로듀서씨! 가지말아요 프로듀서씨!」

 

하지만 프로듀서는 미친듯이 웃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 달렸다.

공포와, 해방감에 휩싸여.

 

그렇게 한참을 달린 프로듀서는 결국 길바닥에 엎어졌다.

더이상 일어날 힘이 나지 않았다. 기침에 피가 섞여 나오고 있었다.

갈비뼈가 아무래도 제대로 부러진 모양이였다.

하지만 그 고통조차도, 프로듀서는 고맙게 여겨질 정도였다.

그런 괴물이 되는 것보다는 나을테니까.

 

그때, 희미하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하고, 따뜻한 목소리가. 히비키였다.

 

히비키 「프로듀서? 왜 이런데 누워 있..우갹! 왜 피를 토하고ㅡ 빨리 병원부터..이누미!..병원..」(울컥)

 

히비키의 따뜻하고 감정 가득한 목소리에 그제서야 프로듀서는 눈을 감을 수 있었다.

 

엔딩.1

70년 후, 프로듀서의 장례식장.

신부 「고인은 살아생전에 765프로의 사장으로써 사회를 위해 많은 공헌을 하시고,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도왔으며 

건강하고 인기 많은 아이돌을 많이 만들었으며, 아내분인 가나하 히비키와 백년해로하며 아름다운 인생을 보내었습니다.」

 

신부 「고인은 생전에 말하였지요.

일종의 은유적 표현이였는데, 죽지 않는 여자들이 있다고 종종 말하곤 했습니다.

고인은 죽을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해서, 그 누구보다도 비참하게 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며 유한한 삶의 소중함에 대해 강조하시곤 했습니다.

여기 이 자리에 모이신 모든 분들도, 고인의 뜻에 따라 유한한 삶의 소중함을 항상 마음 속에 기억하시고

고인처럼 가치있는 삶을 살도록 노력합니다.」

 

신부 「아멘.」

 

장례식이 끝나고, 검은 상복에 썬글라스를 쓴 두 여자가 성당 장례식장 밖으로 조용히 나가고 있었다.

장례식장에서 그녀들을 아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지만,

프로듀서와 그 둘은 너무나도 잘 아는 사이였다.

 

미키 「뭐가 가치있는거야! 결국 그렇게 죽어버릴 꺼였으면서.

영원히 사는 우리가 더 가치있는거야! 그치 하루카?」

 

하루카 「그렇다구? 우린 이렇게나 아름답고 그대로잖아.」 

 

순간, 떡칠한 하루카의 화장이 떨어지며 시든 피부가 드러났다.

 

하루카 「에에? 벌써 이렇게 말라버렸다고? 내 피부가!」

 

미키 「풉! 하루카 완전히 시들어버린거야. 마치 미이라같은거야.」

 

하루카 「이게!」

 

하루카는 순간의 치기로 미키를 확 밀어버렸다.

하지만 미키 뒤로는, 수미터 높이의 계단 밖에는 없었고

미키는 넘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하루카를 잡고 늘어졌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하루카마저 미키와 함께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계단 아래로 떨어지며, 수십년간 그대로 말라가기만 한 육체도 부셔져내렸다.

그리고 마침내 바닥에 부딛히자

그녀들의 온 몸은 산산조각나 마치 유리처럼 깨져 흩어졌다.

다리, 팔, 손가락, 머리..

모두 산산히 깨져서 사방에 유리 조각처럼 튀어버렸다.

 

미키 「이게 다 하루카 때문이야. 언제 다 붙일꺼야!」

 

하루카 「미키 때문이라고?」

 

마지막까지도, 온 몸이 산산조각난 미키와 하루카는 서로를 욕하고 있었다.

 

 

타카네 「(미소)..인간은 역시 재미있답니다?」

 

 

 

엔딩.2

눈을 뜨니, 프로듀서는 어느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몸을 일으켜세워보려고 했지만, 팔다리가 어째서인지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치 내 팔이 아닌 것처럼.

 

그때,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들어온 것은, 미키와 하루카였다.

 

프로듀서 「으아아악!」

 

미키 「잘 잔거야 허니?」

 

하루카 「후후, 잘 잤어요 우리 자기?」

 

프로듀서 「비 비켜 이 괴물들아!

날 놔주라고!」

 

미키 「우우! 또 그런다 허니.」

 

하루카 「벌써 몇십년이나 됬는데도, 아직도 그러네요 자기. 후후」

 

프로듀서 「몇 십년? 그게 무슨ㅡ 날 빨리 놔달라고!」

 

하루카 「에에..하지만 놔줘봤자 자기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는걸요?」

 

미키 「한번 보라구!」

 

미키가 이불을 걷었다.

 

프로듀서는 몸 아래쪽을 내려다봤다.

다 잘려버린, 팔과 다리.

프로듀서는 기겁하며 공포에 비명을 질렀다.

 

프로듀서 「끄아아악!!」

 

하루카 「자기도도 우리랑 똑같게 된게 벌써 50년이라니깐요?

아직까지 이러면 곤란해요 곤란!」

 

미키 「그래도 팔다리는 아직도 잘 보관하고 있으니까,

말 잘들으면 가끔 붙여줄께, 허니. 헤헤.

그때까지는 침대에서 누워서 우리 말 잘 들어야 하는거야?」

 

프로듀서 「제발 죽여줘!!」

 

 

 

 

ps. 예전에 어떤 영화를 봤는데

제목도 생각 안나지만 영화 내용이 대충 이런 내용이여서 

문득 그 영화가 생각나서 써봤습니다.

생각해보면, 쥐뿔도 없는데 영원히 사는 것도 대책없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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