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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ER ONE CINDERELLA STORY 4 - 슬로우 라이프 판타지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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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3, 2017 20:53에 작성됨.

(이전화 링크)

 

슬로우 라이프 판타지 ①

 

 

 최근 타카모리 아이코의 활동에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신규 유닛이다. ‘포지티브 패션’이라고 이름 붙인 이 유닛은 솔로 활동이 대부분이고 유닛은 단발성에 그쳤던 타카모리에게 크나큰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멤버는 타카모리 아이코, 히노 아카네, 혼다 미오. 작년에 함께 연극을 하면서 친해진 세 명은 굳이 호흡을 맞출 필요도 없이 뛰어난 케미를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좀 더 열정적으로 분위기를 터뜨릴 수 있는 무대가 좋지 않을까?”

 “좋군요! 불타오르는 열정! 봄버어어어어어어어어! 아이코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저도 좋아요. 하지만 너무 세게 나가기만 하면 안 되니까 강약조절을 하면 좋겠어요.”

 기획회의를 할 때의 분위기는 거의 이렇다. 분위기를 끄는 혼다 미오와 한 눈에 튀어 보이는 히노 아카네, 느긋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타카모리. 성공할 수밖에 없는 밸런스라고 생각한다.

 “회의는 여기까지. 잠시 후에 레슨만 하면 오늘 일정은 끝이야. 음료수 더 가져올 테니 마시면서 쉬었다 가.”

 “저도 같이 갈게요.”

 냉장고가 있는 탕비실까지 타카모리가 따라왔다. 그녀는 항상 이렇게 내 옆에서 평온함을 가져다준다. 사적인 이야기는 최대한 줄이려고 하지만 한 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빨려드는 매력이 있다. 유약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숨은 열정 또한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별처럼 빛나는 『아이돌』인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받쳐주는 어둠. 별이 반짝이게 도와주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밤하늘과 같은 존재. 이미 인기 아이돌이었던 타카모리 아이코가 점점 더 성장하며 빛을 받을수록 내가 바라는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생활이 완성되어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이번 유닛의 성공은 불가피하다. 여름 이벤트 라이브에서 그녀들의 ‘포지티브 패션’이 발표되는 순간 이 키라 요시카게의 평온한 삶이 보장되는 것이다.

 “프로듀서 씨. 누가 온 것 같은데요?”

 누군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나가보니 익숙한 얼굴들, 시마무라 우즈키와 시부야 린이 있었다. 혼다 미오는 원래 회사 안에서도 유명한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그녀들과 함께 ‘뉴 제너레이션’이라는 유닛으로 데뷔했다. 옆에는 그녀들의 프로듀서, 그리고…….

 “이쪽은 스피드왜건 재단에서 오신 쿠죠 죠타로 씨입니다. 이번에 346 프로덕션과 협력 관계를 맺게 되어서 그 일로 오셨습니다.”

 CP(신데렐라 프로젝트)의 프로듀서가 소개한 남자를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모리오초에서 내 정체를 뒤쫓아 나를 궁지로 몰았던 쿠죠 죠타로. 내 정체를 처음으로 추적한 남자.

 히가시카타 죠스케 일행이 346 프로덕션에 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만나고 싶지 않았던 쿠죠 죠타로를, 이렇게나 빨리, 하필 지금,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다니!

 “쿠죠 죠타로다. 앞으로 자주 만날지도 모르겠군.”

 나에게는 저주와도 같은 말을 하며 쿠죠 죠타로는 손을 내밀었다. 나는 긴장을 숨기며 악수했다.

 녀석은 내가 키라 요시카게라는 것을 모른다. 여기서 킬러 퀸을 꺼내 놈을 폭탄으로 만든다면,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스위치를 누른다면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스피드왜건 재단의 이름을 등에 업고 이제 막 나타난 쿠죠 죠타로를 함부로 제거했다간 회사 안에서도, 히가시카타 죠스케 일행에게도 의심을 살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킬러 퀸으로는 쿠죠 죠타로의 『스탠드』인 『스타 플래티나』를 이길 수 없다. 킬러 퀸의 팔을 꺼내는 순간 놈의 주먹이 내 얼굴에 적중할 것이다.

 “괜찮으십니까? 카와지리 씨.”

 “어, 괜찮아.”

 쿠죠 죠타로는 혼다 미오의 사인을 받고 나갔지만, 긴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CP의 프로듀서까지 느낄 정도라니. 최대한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놈들은 이미 내 턱밑에 칼을 들이대고 있다.

 “P쨩, 여기 있는 거냥?”

 문을 열고 마에카와 미쿠가 들어왔다. 그녀 또한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아이돌. 일 할 때는 항상 고양이귀 머리띠를 하고 고양이 같은 말투로 말하는 것이 특징인 소녀였다.

 “마에카와 씨, 무슨 일이십니까?”

 “안즈가 토끼의자 밑에 숨어 있다가 다쳤다냥. 팔에서 피가 나서 일단은 의무실로 보내놨어냥.”

 “후타바 씨가? 크게 다치셨습니까?”

 “심각한 건 아니고 돌조각 같은 거에 긁힌 거 같다냥. 맨날 토끼의자 밑에 들어가 있었으니 당연한 거다냥.”

 “하아……. 앞으로는 프로젝트 룸의 청소도 확실히 해야겠습니다. 혼다 씨, 죄송하지만 저는 후타바 씨한테 가봐야 할 것 같아서 레슨은 봐드리지 못 할 것 같습니다.”

 목을 매만지며 프로듀서가 말하자 혼다 미오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답했다.

 “괜찮아. 다친 사람이 중요하지. 그리고 시마무랑 시부린이 와줬으니까.”

 “죄송합니다. 카와지리 씨. 저 대신에 부탁드립니다.”

 “그래.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CP의 프로듀서는 의무실로, 우리는 레슨실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전화가 걸려 왔다. 아이돌들에게 먼저 가 있으라고 말하고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지?

 전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큰일 났다, 요시카게!”

 

 *

 

 늘어지는 걸음과 늘어지는 표정으로 복도를 걷는 자그마한 소녀가 있었다. 등 뒤로 넘긴 양갈래 머리, 여기저기 얼룩진 티셔츠에 쓰인 ‘일하면 지는 거다’라는 문구, 한 손에는 낡아빠진 토끼 인형. 후타바 안즈는 하품을 하며 의무실로 가고 있었다.

 “영락없이 레슨 해야 될 줄 알았는데 마침 상처가 나다니. 안즈는 이래저래 운이 따라준다니까. 침대에 누워서 한숨 자 볼까나.”

 승리의 미소를 짓던 중 상처 부위가 가려워졌다. 자연히 손이 향하다가 멈췄다.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피가 줄줄 흐르고 있던 상처가 말끔하게 나아서 사라져 있었다. 뭐지?

 “큰 상처가 아니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나을 수도 있나? 에이, 이러면 의무실로 못 가잖……. 아니지.”

 이건 오히려 절호의 기회였다. 의무실에서 편히 쉬는 것도 좋지만 누워만 있다가는 프로듀서가 와서 다시 잡아갈 수도 있는 일.

 “후후후. 안즈는 쉬러 가야지~. 아무도 안즈를 못 찾을 것이다~.”

 곧바로 유턴해서 도망쳤다. 복도 모퉁이를 도는 순간 서류 더미를 들고 가던 사원이 나타났다. 안즈는 아슬아슬하게 피했지만 서류는 공중으로 흩뿌려졌다. 사원은 서류를 정리하느라 바빠졌다.

 “부장님한테 보고 드려야하는데. 어디보자 첫 번째 페이지가…….”

 사원의 눈과 손이 멈췄다. 아무리 찾아도 첫 번째 페이지가 보이지 않았다. 개미떼처럼 득시글한 글자 때문인지 모든 페이지들이 다 똑같아 보였다. 간신히 첫 페이지를 찾았으나 이번에는 두 번째 페이지가 안 보였다. 어쩔 수 없이 순서정리는 나중으로 미루고 페이지 수만 세었다. 50장 전부 있었다.

 안심하며 회의실로 갔다. 문을 열고 “늦어서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하는데 아무도 없었다. 뭐지? 이상했지만 행운이라 여기고 순서정리를 시작했다. 간신히 정리를 끝냈으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역시 이상해서 다시 전화를 걸려는 데 먼저 전화가 걸려왔다.

 “네. 부장님, 지금 회의실입니다. 네? 아뇨, 안 오신 건 부장님이신데. 제3 소회의실이요. 부장님이 제3 소회의실에 계시다니 무슨……. 아!”

 밖으로 나와 문패를 본 순간 사원은 저도 모르게 소리치고 말았다. 자기가 들어가 있던 것은 제2 소회의실이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빨리 가겠습니다! 다급히 서류를 챙겨 회의실을 뛰쳐나왔다.

 “회의실을 착각하다니. 근데 제3 소회의실은 어디 있는 거야?”

 익숙할 터인 회사 구조가 낯설게 느껴졌다. 모든 문들이 다 똑같아 보였다. 위층? 아래층? 헤매고 있는 그 때, 누군가 사원을 붙잡았다. 혹시.

 “이곳을 찾고 계신 게 아닌지-.”

 작은 소녀였다. 기모노를 입고 머리에는 리본을 멨으며 고풍스러운 어조로 말하는 소녀. 소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그곳은 제3 소회의실이었다.

 고맙습니다! 급한 와중에도 사원은 몇 번이나 고개 숙여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소녀는 끄덕임으로 인사를 받고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한층 내려가니 그곳에는 녹색 정장을 입은 사무원이 있었다. 이마니시 부장님은 어디 계신 거지? 누군가를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는 사무원에게 소녀는 말을 걸었다.

 “그대가 찾고 있는 분이 혹, 저분은 아닌지요-?”

 소녀가 가리킨 방향에서는 마침 노령에 안경을 쓴 남자, 이마니시 부장이 지나가고 있었다.

 

 *

 

 회사 안을 둘러보다 지친 우리는 잠깐 옥상에 있는 카페에서 쉬다 가기로 했다. 죠스케는 커피, 나는 멜론소다, 오쿠야스는 오렌지 주스. 기껏 아이돌 프로덕션에 왔지만 무작정 돌아다닌다고 해서 아이돌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사실 무작정이라고 해도 회사가 너무 넓은데다 혹시라도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싶어서 둘러본 공간은 얼마 안 되지만. 어쨌든 우리는 실망감에 빠져 있었다. 오쿠야스는 아까부터 “이래서 아이돌 한 명이라도 만날 수 있겠어?” 하고 툴툴대고 있었다.

 “주문하신 음료수 나왔습니다.”

 점원이 쟁반에 세 잔의 음료를 가져왔다. 나는 손을 뻗으려다 멈췄다. 죠스케도 오쿠야스도 마찬가지. 설마? 진짜인가? 혹시 내가 잘못 본 것은 아닐까? 눈치만 보고 있는데 죠스케가 먼저 말했다. 저기요.

 “저희가 주문한 음료랑 다른데 말임다? 커피랑 멜론소다, 오렌지주스를 시켰는데. 여기 나온 건 녹차랑 레몬소다, 그리고 포도주스잖슴까.”

 “네? 주문이 다르다고요?”

 그랬다. 어딜 봐도 쟁반 위에 담긴 음료는 우리가 주문한 것이 아니었다. 점원은 얼른 주문서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얼른 바꿔드리겠습니다. 다급히 쟁반을 들고 돌아가려던 점원이 순간 다리를 삐끗했다.

 “아아아아! ……어라?”

 점원은 멀쩡했다. 그래서인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분명 넘어져서 쟁반 위에 음료까지 전부 쏟을 뻔했는데 그렇지 않고 멀쩡해서 놀랐다는 표정. 이것은 죠스케가 한 일이다. 점원이 넘어지는 순간에 죠스케의 팔에 새로운 팔이 겹쳐지더니 튀어나갔다. 팔은 순식간에 점원을 일으켜 세우고 쏟아지는 음료를 컵에, 컵들을 다시 쟁반에 담았다.

 아무도 보지 못 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우리 외에는 아무도 보지 못 했을 것이다. 점원도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도.

 설명이 늦었지만 우린 남들에게 없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스탠드』라고 불리는 이 재능은 일종의 배후령처럼 우리의 가까이에 붙어서 명령을 수행한다. 죠스케는 자신의 스탠드로 점원을 도운 것이다.

 점원이 정신을 차렸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 인사한 뒤 쟁반을 들고 가려는 걸 내가 붙잡았다. 저기!

 “혹시 아이돌 ‘아베 나나’ 씨 아닌가요?”

 내가 질문하자 메이드 복을 입은 점원은 흠칫, 했다. 이어서 오쿠야스가 ‘잘 물어봤다, 코이치!’라고 말하는 듯 했고, 죠스케는 알아듣지 못 하고 있었다. 점원이 쟁반을 내려놓고 후후후, 하고 웃었다. 들켰으니 어쩔 수 없군요.

 “지금은 메이드지만 사실 그 정체는! 우사밍 별에서 온 춤추고 노래하는 성우 아이돌! 아베 나나랍니다!”

 꺄핫! 하면서 V자로 벌린 손가락 사이로 윙크를 하는 포즈. TV에서 보던 아이돌의 모습 그대로였다.

 “봤다아아아! 아이도오오오올!”

 도쿄에 올라와서 처음으로 만난 아이돌에 오쿠야스는 크게 흥분했다. 오쿠야스 만큼은 아니지만 나 역시. 혹시 사인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물어보려는데 카페 점장이 크게 나나 씨를 불렀다. 나나! 주문 밀렸어!

 “아, 네! 죄송합니다. 지금은 일을 해야 해서.”

 나나 씨는 다시 쟁반을 들고 쏜살 같이 달려갔다. 여전히 무덤덤한 죠스케가 내게 물었다.

 “저 사람이 아이돌이야?”

 “죠스케, 진짜로 모르는구나. 아베 나나 정도면 꽤 유명한 아이돌인데.”

 “아니, 아이돌이라면서 왜 이런 곳에서 일하는 건데? 설마 아이돌 일이라는 게 소속사 안의 카페에서 메이드 시키는 건 아닐 거 아냐.”

 그 점은 나도 의문이었다. 아이돌과는 별개로 아르바이트라도 하고 있는 걸까? 어쨌든 처음으로 유명 아이돌을 만난 덕에 도쿄까지 올라온 목표 중 하나는 성취했다. 심지어 오쿠야스는 감격해서 눈물까지 흘릴 지경이었다.

 그런데 모처럼의 좋은 기분을 곱씹을 틈도 없이 가게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여기저기서 주문한 음료가 아니라는 말이 들려온 것이다. 좀 전의 우리와 같은 상황이었다. 당황한 나나 씨가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소녀 한 명이 나타났다.

 기모노를 입고 머리에는 리본을 단 소녀는 마치 이끌 듯이 나나 씨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데리고 다녔다. 신기하게도 소녀가 말하는 대로 서빙을 하자 손님들은 불만 없이 음료를 마셨다. 주문서를 본 적도 없을 소녀가 사람들의 주문을 전부 맞추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나나 씨가 우리 테이블로 왔다. 들고 온 쟁반에는 정확히 커피와 멜론소다, 오렌지주스가 있었다.

 “정말로, 정말로 죄송해요. 오늘 따라 이상하게 주문이 꼬이네요.”

 “아뇨. 그것보다 혹시 지금 괜찮으시면 사인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나와 오쿠야스가 준비해 온 수첩을 꺼내자 나나 씨는 흔쾌히 사인을 해줬다. 히라가나로 쓴 이름과 토끼 귀 달린 초승달. 처음 받아보지만 누가 봐도 아베 나나의 사인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럼 우사밍은 돌아가겠습니다! 꺄핫!”

 나나 씨가 다시 일을 하러 가고, 우리는 음료를 마시려다 일제히 한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나나 씨를 도왔던 기모노 차림의 소녀가 우리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대들이군요-. 기묘한 힘을 가진 이들은-.”

 “기묘한 힘이라니?”

 “잘은 모르겠으나- 일종의 배후령과 같은-.”

 우리는 모두 움찔했다.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물었다. 너는 누구야? 스탠드가 보이는 거야?

 “요리타는 요시노라고 하오니-. 스탠드-? 그것이 그대들이 그 힘을 부르는 이름이신지-? 잘은 모르겠사오나- 그 스탠드라고 하는 것에 도움을 구할 수 있는지요-?”

 요리타…… 요시노……. 갑자기 나타난 이 신비한 소녀의 물음에 우리는 섣불리 답할 수 없었다. 대체 정체가 무엇인지, 혹시 적은 아닌지. 따져봐야 할 것이 한 둘이 아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죠스케는 이미 스탠드를 일부만 꺼내놓았으나 요시노는 전혀 눈치 채지 못 했다. 스탠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즉, 『스탠드 유저』가 아니라는 것이다.

 “너, 우리에게 뭘 부탁하고 싶은 거지?”

 경계를 풀지 않은 채 죠스케가 물었다. 그것을 수락의 뜻으로 받아들였는지 요시노는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방금 그대들도 보았겠지만 지금 이곳에 기묘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사오니-. 그 힘의 근원을 찾던 중 우연찮게도 발견한 것이 같은 기묘한 힘을 가진 그대들-.”

 “그게 대체 뭘 말하는 건데?”

 “예를 들어- 찾아야 하는 것을 바로 옆에서도 찾지 못 한다거나- 그리하여 주문실수를 한다거나-.”

 찾아야 하는 것을 못 찾는다. 주문실수. 듣는 순간 감이 왔다. 바로 눈앞에서 벌어졌던 일이니까. 내가 소리쳤다.

 “그러니까 방금 전 나나 씨의 실수가, 실수가 아니라 스탠드 능력의 영향이었다는 거야? 지금 나나 씨가 스탠드 공격에 당했다고 말하는 거야?”

 “이것은 특정한 누군가를 노린 것이 아닌 이곳에 있는 모두에게 작용하는 힘으로 보이고 있사오니-. 그대들을 찾기 전까지만 해도 다섯 명의 곤란한 이들을 만났지요-. 아마도 이 회사 전체를 노리는 것으로 보이는지라-.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건지는 저도 모르겠으나 추측컨대, ‘누군가 자신을 찾는 것을 막기 위해서’가 아닐지-.”

 우리는 굳어버렸다. 『누군가』 『자신을』 『찾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정말 간단한 서빙 일마저 실수하게 만드는 스탠드 능력이 발동되어있다. 그것도 회사 전체에. 우리가 녀석을 찾아 346 프로덕션에 오자마자. 키라의 스탠드 능력은 이런 게 아니다. 하지만 만약 키라가 운 좋게 이런 스탠드를 가진 스탠드 유저와 만났다면?

 “그레이트. 코이치, 오쿠야스. 기껏 나온 음료를 못 마실 것 같은데.”

 커피는 이미 식어버렸지만, 확인해 볼 가치가 있다. 우리는 요리타 요시노를 따라가기로 했다.

 

 *

 

 회사 안에서도 구석진 공간의 창고. 온갖 잡동사니에 먼지까지 쌓여있는 방 안에서 후타바 안즈는 잠을 자고 있었다. 박스더미를 침대로 삼아, 하얀 마스크까지 쓴 채로. 커다란 사탕을 끌어안고 핥아대는 달콤한 꿈을 깨운 것은 전화벨 소리였다.

 “으음, 뭐야. 마침 좋은 꿈을 꾸고 있었는데.”

 불평하며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더니 부재중 전화가 12통이나 와 있었다. 문자도 20통이나. 전부 프로듀서에게서 온 것이었다.

 내용을 볼 것도 없이 핸드폰을 던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여긴 창고. 푹신한 이불 위가 아니었다.

 “2년 약정!”

 소리 지르며 일어났다가 당황했다.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공중에 떠 있었다. 안즈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빈 공간에서 핸드폰을 들고 있던 무언가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냈다. 흰색이 줄무늬처럼 섞인 분홍색 인간형 몸체에 축 늘어진 커다란 토끼 귀를 가진 녀석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이건 뭐야? 하고 안즈가 묻기도 전에 그것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옆에 정중히 휴대폰을 놓고 고개를 숙였다. 너, 넌 뭐야? 어디서 나타난 거야? 뒷걸음질 치며 묻자 그것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슬로우 라이프…… 판타지. 아무도 찾지 못하게 지키고 있었습니다.”

 “뭐, 뭐?”

 “레슨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아무도 찾지 못하게…….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나의 역할이자 나의 능력…….”

 위협하는 낌새는 없다. 오히려 순종적인 말투였다. 우선은 지켜봤으나 녀석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말을 걸어보았다.

 “이름이 뭐라고?”

 “슬로우 라이프 판타지…….”

 “꼭 네가 안즈를 돕는다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대체 뭐야? 어디서 나타난 거야?”

 “돕는 것이 아니라 따르는 것……. 후타바 안즈……. 당신이 곧 나…… 내가 곧 당신……. 그렇기 때문에 아무도 찾지 못하게…… 지키고 있었습니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경계를 풀어도 될 것 같았다. 박스 더미에서 내려와 가만히 있는 녀석을 살펴봤다. 멀리서 봤다, 가까이서 봤다. 용기내서 콕, 찔러보기도 했다. 반응은 없었지만 묻는 것에는 성실히 대답했다.

 “안즈가 시키는 건 뭐든지 하는 거야?”

 “뭐든 하겠지만…… 내 능력은 찾지 못 하게 하는 것……. 지금도…….”

 말하던 중에 또 전화가 걸려왔다. 무시하고 안 받았는데 또 문자가 왔다. 어쩔 수 없이 안즈는 내용을 확인했다. ‘후타바 씨, 어디 계십니까?’를 시작으로 안즈를 찾고 있는 문자가 가득했다. 무심히 넘기다가 이상함을 느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나 전화를 해야 할 정도로 프로듀서가 자신을 못 찾을 수 있는 걸까? 회사 안에 숨을 장소라고는 한정되어있는데. 이 녀석이 하는 말이 사실인 건가? 정말로 무슨 초능력이라도 가진 걸까?

 곰곰이 생각한 결과, 설령 거짓이라도 손해 볼 것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럼 안즈는 사탕을 무지 먹고 싶으니까 지금 당장 사탕을 가져다줘. 달콤한 사탕이면 좋겠어. 절대 들키면 안 되는 거 알지? 안즈를 더 철저히 지키라고.”

 “사탕……. 철저히……. 사탕……. 철저히……. 사탕. 철저히.”

 ‘슬로우 라이프 판타지’의 눈이 반짝였다.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자 안즈는 움찔했지만, 슬로우 라이프 판타지는 뒤돌아서 창고를 나갔다. 명령을 몇 번이나 되새기며.

 “사탕. 철저히. 사탕. 철저히.”

 손을 귀로 가져갔다. 축 쳐진 토끼 귀를 뒤적거리더니 안에서 화살을 꺼내들었다.

 “사탕! 철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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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내일 올리려고 했는데 내일 일이 생겨서 오늘 미리 올리기로 했습니다. 허허.

 

독자님들! 스탠드예요, 스탠드!

저번 화에 화살에 찔린 안즈가 이번 화에서 '화살에 찔려 스탠드를 각성한 1호 아이돌'의 영광스러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능력은 참으로 안즈답다 생각되는 여러 가지 능력들 중에서도 사건의 시작을 알릴 수 있을 만한 능력으로 정했습니다.

그 결과가 '찾지 못 하게 만드는 능력' 이죠.

 

사실 능력보다 고민한 것은 이름이었습니다.

죠죠에서 스탠드 이름은 서양의 팝, 락, 메탈 음악에 관련해서 지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팝송을 잘 모르거든요.

갑자기 팝송을 공부해봤자 수박 겉핥기고, 음악 이름을 쓰는 전통은 지키고 싶고. 고민하다가 신데마스에 나오는 곡명을 쓰기로 했습니다.

마침 안즈의 두 번 째 솔로곡 '슬로우 라이프 판타지'가 있길래 냉큼 채용했죠.

이게 없었으면 스탠드 이름이 '안즈의 노래'가 될 뻔 했습니다;;;;;

 

그 외에도 중요시 여기는 건 '팬서비스' 입니다.

비중은 없더라도 지나가 듯이 아이돌이나 그 외의 등장인물들을 내보내는 것이 참 즐겁더군요. 그래서 이번 화에서는 나나 씨가 나왔습니다.

나나 씨 우사밍 설정에 죠스케 일행이 벙 찌는 전개도 생각해 봤지만, 나나 씨는 성공한 아이돌로 만들고 싶어서 저렇게 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나나 씨! 힘내라! 미미밍 미미밍 우사밍!

 

그리고 이번 화에서 중요하게 등장한 것은 346 프로덕션을 수호하는 두 명의 신 중 하나, 요시노 님. (다른 한 명은 카코.)

누구보다 먼저 스탠드 능력을 알아채고 죠스케 일행에게 알리는 역할을 맡으셨습니다.

하지만 요시노 님은 스탠드유저는 아닙니다. 스탠드유저로 할까 고민했다가 이쪽이 좀 더 요시노 님스럽게 기묘한 것 같아서 이리 했습니다.

우즈키 왈 "346 프로덕션에는 인재가 많군요!" 라는 말이 빈말이 아닙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안즈와 죠스케 일행에 합류한 요시노 님.

어떻게 튈지 알 수 없는 기묘한 전개!

슬로우 라이프 판타지 ②를 기대해 주세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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