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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dy mask-열중할 수 있는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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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2, 2017 18:59에 작성됨.

집무실의 거울 앞에서 카를로스는 옷매무새를 한참동안 매만졌다. 다른 프로덕션과의 미팅때문에 오늘은 특히나 신경이 쓰였다.

"다른 프로덕션과의 합동라이브라..."

경쟁사와의 합동 프로젝트. 이건 득이 되거나 독이 된다. 자칫하면 한쪽으로 관심이 몰려 불이익을 볼수도 있으니까. 그렇기에 카를로스는 어느때보다 진지했고 신중해졌다. 옷매무새를 다듬은 뒤, 카를로스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시계는 미팅 시작 10분전인 2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겉모습은 완벽하니 어제 철저히 조사하고 공들여 만든 자료를 챙겼다. 처음, 프로덕션간 미팅에 카를로스가 나가는 걸로 정해졌을때, 카를로스는 아직 신입사원인 자신을 그런 중요한 미팅에 내보내도 되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프로듀서를 보조하는 것이라는 위쪽의 말에 납득했다. 신데렐라 프로젝트를 프로듀스하는 그에 대해선 카를로스도 주워들은 것 뿐이다. 그래도 확실한건 상당히 능력있는 사람이라는 것. 상부의 신임도 확실히 받는듯 하다. 카를로스는 어떤 사람일까 상상해보며 프로덕션내의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회의실의 문을 여니 누군가가 앉아서 노트북의 자판을 두들기고 있었다. 가뜩이나 눈이 작아 눈매가 나쁜데 눈가의 팔자주름이 나쁜 눈매를 돋보이게 해주고 큰 키와 벌어진 어깨가 눈에 띄었다.

'단정한 옷차림과 말끔한 얼굴, 적당히 근육 잡힌 몸으로 보아 자기관리가 철저, 딱히 튀는 악세서리를 하지않는군. 아마 정장밖에 못 입는 타입인가..'

습관처럼 상대방의 겉모습으로 상대방을 유추해낸 카를로스는 먼저 그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신데렐라 프로젝트 프로듀서 맞으시죠?"

그러자 그도 카를로스가 들어왔다는걸 눈치채고 일어서서 부담스러울 정도로 허리숙여 인사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아카기양한테서 이야기 들었습니다. 성함이....

"카를로스 헤스콕입니다. 그 쪽은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타케우치라고 불러주십쇼."

카를로스는 속으로 '타케우치'라는 말을 따라말해본 뒤 들고온 자료를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타케우치 프로듀서는 자료의 양을 보고 눈이 커졌다.

"!..엄청난 양의 자료로군요..어디에 쓰시려는겁니까?"

"아...그게, 상대편에서 물어볼법한 질문에 대해 참고할 자료를 찾다보니 그만 이렇게...."

타케우치는 놀랍다는 듯 자료를 집어서 읽어보더니 미소지으며 말했다.

"프로덕션간의 미팅에서 많이 물어보는 질문들이로군요. 혼자서 이런걸하기 힘드실텐데 대단하십니다."

"감사합니다."

자료를 정리하던 도중, 315프로덕션이라는 명칭이 눈에 띈다.

"그러고보니 우리가 만날 사람들이 315프로덕션 사람들이죠."

타케우치는 고개를 끄덕이고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며 말했다.

"예, 남성 아이돌만을 취급하는 프로덕션이죠. 961프로덕션에서 이적한 Jupiter라는 톱아이돌 그룹도 속해있습니다."

'남성 아이돌만을 취급한다라...'

그렇다면 합동 라이브때 시선이 한쪽에 몰리는 최악의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카를로스는 안심했다. 이윽고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두 명이 들어오자 타케우치와 카를로스는 거의 동시에 일어나 고개를 꾸벅여 인사했다. 그러자 상대방도 인사하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315프로덕션의 프로듀서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넥타이를 매지않고 머리를 길게 길러 한갈래로 묶은, 얼핏보면 여성인듯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남자라는 걸 알수있었다. 그를 따라들어온 여성은 검은 정장 재킷과 검은 치마를 단정히 입고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갈색 빛이 도는 머리카락을 한갈래로 묶은 뒤 다시 둥글게 단정하게 하고 푸른 색 눈동자를 가진, 유럽인의 형상에 가까운.....

'잠...잠깐?!!?? 저녀석이 왜 여기에!!?'

그렇다, 315프로덕션의 프로듀서 옆에 선 여성은 카를로스가 이틀전, 도쿄항에서 봤던 러시아 대외정보국 요원. 볼크였다.

 

"자, 니 하드디스크."

볼크, 아니 안나 쿠스첸코는 카를로스가 주었던 하드디스크를 돌려줬다.

"돌려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카를로스는 안나가 건네주는 하드디스크를 받았다.

"이렇게나 금방 탄로날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안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동감이야, 설마 러시아 대외정보국 요원님이 아이돌을 키우는 프로덕션에 위장취업했을 줄은."

"그건 내가 할말이지."

안나는 그렇게 말하며 들고있던 종이컵의 커피를 들이켰다. 카를로스는 미팅때 안나가 건넨 명함을 읽었다.

"315프로덕션

프로듀서 안나 쿠스첸코.

Tel xxx-xxxx xxx-xxxx

email [email protected]"

무슨 정보국은 연예인을 좋아해서 이런 위조신분을 주는건가라고 생각하니 카를로스는 어이가 없어서 비웃음에 가까운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래서, 내 하드디스크에서 원하는 건 찾았냐?"

카를로스는 DARPA에서 만든 외장 하드디스크를 만지작이며 물었다.

"그래, 덕분에 말이지."

"말해보시지, 안나. 내 생각에 너는 특수부대에서 훈련을 받은 것 같다만"

그 말에 안나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리고는 안나는 카를로스를 향해 미소지었다. 그러나 카를로스가 보기에 그 미소는 표정을 감추기위한 커튼에 지나지않았다.

"무슨소리하는지 모르겠는걸, 헤스콕 프로듀서?"

"거짓말 마, 그 움직임. 분명 러시아의 군용 무술인 시스테마란 것 쯤은 나도 알아. 게다가 어떤 평범한 여성 스파이가 장정 한명을 정면에서 기절시킬 수 있겠어?"

안나는 못마땅하다는 듯 카를로스를 좀 째려보더니 말안하고 버티는 걸 체념한 듯 입을 열었다.

"그래 맞아. 스페츠나츠에서 훈련받았었어."

대답이 두리뭉실하다. 스페츠나츠는 '특수부대'를 총칭하는 단어인만큼 국방부, 정보국, 교도소 소속등으로 나뉘어져있다. 이 중 어디서 훈련받았는지에 따라 전투원의 실력도 다르다.

"너야말로 어떻지? 컨테이너 벽을 가뿐히 넘어간다거나 직원 두 명을 쥐도새도 모르게 기절시킨걸 보면 너도 보통은 아닌 듯 한데."

"티어 2 특수부대에서 훈련받았으니까."

안나와 마찬가지로 두리뭉실한 답. 티어 2 특수부대는 육군 특전단 그린베레, 육군 제75 레인저 연대, 육군 제160 특수작전항공연대, 네이비씰. 이 4가지의 부대로 구성되어있으니 사실상 쓸모없는 대답이나 다름없다. 두 요원은 어떻게든 자신을 숨기려 팽팽한 줄다리기를 유지했다. 그럴만도하다. 자신에 대한 정보가 누출되는 것은 곧 '죽음'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걸 경험을 통해 누구보다 잘아는 그들이기 때문이다.

"하....좋아좋아. 이거말고 너가 말한 우리들의 적에 대해 말해볼까."

안나는 이런건 질렸다는 듯, 손사래치며 말했다. 러시아는 그들에 대해 뭘 알고있는지 궁금했던 카를로스는 먼저 말했다.

"MI6 본부를 유럽제 카빈과 방탄조끼등으로 무장하고 습격한 집단, 그런데 그들이 무기를 공급받은 컨테이너가 일본에서 이상할 정도로 오래 정박해 있었다는 것 정도."

"거기까진 우리도 알고있어. 그들의 목적은 알고있어?"

카를로스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러고보니 카를로스는 이들이 어째서 MI6를 습격한건지 모르고 있었다. 안나는 텅 빈 종이컵을 구기며 말했다.

"혼란과 불신, 난 그리 생각해."

"무슨 말이야?"

"테러가 일어난 이후, 보통 종교에 관련된 테러리스트들은 자기네들이 했다고 광고하며 영웅이라도 된 듯이 구는 건 너도 알꺼야. 하지만 MI6 습격이후, 그놈들은 아무 말도 없어. 그 덕에 지금 런던에는 자국의 정부에 대한 불신과 혼란이 전염병 퍼지듯 퍼졌어."

예상보다 더욱 심각하다. 만일 혼란과 불신의 조장이 그들의 목적이라면 도대체 왜? 아니면 이건 그저 밑밥인건가? 카를로스의 머릿속에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정보도 충분치않은 지금, 대답은 무리이다. 카를로스도 알고있는 정보를 안나에게 말해주기로 했다.

"그 놈들의 무기가 들었던 컨테이너에 주기적으로 들락날락거렸던 놈들이 있는 모양이야."

카를로스의 말에 안나의 눈매가 날카롭게 변했다. 이틀전, 도쿄항에서 보았던 얼굴처럼.

"자세히 말해봐."

"무기를 공급하려 한건지 나눠주는 걸 받기위해서인지는 몰라도 그 컨테이너에 주기적으로, 빈도 높게 들락날락거린 12명을 발견했어. 신원은 확인 중."

그리고는 카를로스는 헛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이렇게 할일이 많은데 왜 윗분들은 우리한테 이런 프로덕션을 다니라고 하는지 몰라."

안나도 동감하리라는 카를로스의 예상과 달리 그녀는 눈을 깜박이며 예상외의 말을 했다

"무슨 소리야? 난 내 자의로 다니는건데."

"......뭐?"

눈을 크게 뜨며 당황하는 카를로스를 안나는 이해가 안간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린뒤, 옥상위에 바둑판처럼 펼쳐진 도쿄시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난 너처럼 위장취업한게 아냐. 내 의지로 취업한거야."

"하지만....왜?"

카를로스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임무 수행에 지장이 되는 일을 뭐하러? 거창할 줄 알았던 안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카를로스를 다시 쇼크에 빠뜨렸다.

"그거야 당연히 미남, 미소년들을 잔뜩 볼 수 있으니까."

카를로스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귓속을 한번 후벼판 뒤, 다시 물었다.

"뭐...라고?"

"미남, 미소년을 잔뜩 보기위해 입사했다고."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딴 엄청난 말을....'

그 엄청난 말을 지껄인게 러시아 대외정보국 요원이라는 사실을 새삼 상기한 카를로스는 러시아의 미래에 대해 걱정했다.

'러시아의 미래는 밝구나.....'

안나는 얼빠진 카를로스의 얼굴이 마치 자신을 한심하다고 말하는 듯 해 기분이 나빠졌다.

"뭐, 뭐. 지금 한심하다고 생각했지?"

"그런 생각 안했다만..."

카를로스가 어떤 아이돌들을 프로듀스하는지 회의때 알아버린 안나는 능글맞게 웃으며 명백히, 그를 물먹일 요량으로 말했다.

"로리콘인 주제에."

"로리콘 아니거든! 맡게된 아이돌이 어린거 뿐이거든!"

있는 힘껏 부정한 뒤, 카를로스는 힘이 빠진듯 한숨쉬었다. 안나는 힘차게 자신있게 카를로스에게 역설했다.

"하지만 말야, 너도 빠져들꺼라 생각해. 아이돌이라는 존재에 말이지."

"어떻게 그리 확신하는건데...."

"마침 근처에서 라이브가 있어. 그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라이브가 말이지."

"갈꺼면 너나 가, 난 할일이...."

"네 담당 아이돌도 라이브하는데?"

'아카기 미리아...인가.'

카를로스는 잠시 턱을 괴고 생각했다. '그래, 그녀의 능력을 알아놓는게 차후에 도움이 될...'

순간, 가슴팍이 옥죄여왔다. 또 다, 심장이 멎을 듯 고통스럽다. 하지만 카를로스는 안나에게 들키지않게 얼굴색 하나 바꾸지않고 숨을 천천히, 규칙적으로 쉬었다.

'답답하다, 거짓말을 할 때마다 고통이 밀려들어오는군. 이 상태가 계속되면 요원으로서의 삶은....'

"카를로스!"

안나의 큰 소리에 카를로스는 그제서야 고개를 돌렸다.

"뭐하는거야? 멍이나 때리고."

"아아...업무에 관한 걸로 잠시 정신을 팔았어. 미안."

안나에겐 들키진 않은 듯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자기 할말만 했지만.

"하여튼, 여기 근처 스테이지에서 하니 보는 것도 나쁘진않아. 나는 반드시 갈거고."

"미남이나 미소년한테만 흥미있는게 아니였어?"

"그건 그런데 이거는 경쟁사의 실력 체크."

"부정은 안하는군..."

 

스테이지는 346프로덕션 본사에서 버스로 15분 걸리는 곳에 있었다. 카를로스는 라이브의 보조, 즉 관계자 신분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타케우치씨한테 감사해야겠군. 덕분에 관계자 신분으로 이 라이브를 감상할 수 있겠어.'

카를로스는 솔직히, 아이돌의 라이브나 가수의 라이브를 직접 본적이 없다. 그런거에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갈 기회도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라이브를 시시한 것으로 무의식적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러니까, 안나의 가치관이 카를로스는 이해가 되지않았다.

"사람 진짜 많은걸..."

버스에서 내린 직후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카를로스의 말. 그의 말대로 스테이지 앞에는 사람의 바다가 파도치고 있었다.

"신데렐라 프로젝트 소속 아이돌들은 최근 인기가 거의 수직상승하고 있으니까. 그렇다해도 이 인파는 대단하네."

안나의 말에도 대꾸없이 카를로스는 무대 뒤편으로 움직였다. 무대 뒤편에 도착하니 타케우치 프로듀서가 숨가쁘게 현장을 지휘하고 있었다. 얼마나 바빴는지 카를로스 일행이 지척까지 와도 눈치 못 챘을 정도였다. 잠시 숨을 돌리려 뻐근한 어깨를 움직일 때서야 타케우치는 카를로스 일행을 발견했다.

"와주셨군요, 헤스콕씨."

"예, 근데 정말 바쁘신듯 하시군요."

"규모가 크니 준비할 것도 많죠. 어? 그쪽은 회의때 봤던 315프로덕션의 프로듀서시죠? 여긴 어쩐일로..."

"지금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신데렐라 프로젝트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어서 말이죠. 아, 티켓은 있으니 걱정마세요."

안나는 라이브 티켓을 보이며 말했다. 그러나 타케우치는 목 뒤를 쓰다듬으며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여긴 관계자 전용입니다만"

그제서야 안나는 뭐가 잘못되었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린 뒤,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무대 뒤편에서 나갔다. 상당히 얼빵한 모습에 카를로스는 이틀전의 그 요원이 저 덜렁거리는 남자아이돌 덕후하고 동일 인물인지 의심이 들었다. 안나가 나가자 카를로스는 분주한 무대 상황을 보고 물었다.

"모두 바쁘시네요. 제가 할일이 없을 까요?"

카를로스의 물음에 타케우치는 때마침 그가 필요했다는 듯 매우 반색하며 말했다.

"도와주실겁니까? 그럼 밖에 있는 음향팀에게 가서 마지막으로 음향체크와 싱크 부탁드린다고 전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카를로스는 무대 뒤편을 벗어나 인파 근처에 음향팀이 위치한 현수막으로 달려갔다. 카를로스를 본 음향팀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외국인이 여기를 향해 헐레벌떡 뛰어오니 어찌보면 당연한 반응이였다. 그러나 카를로스가 먼저 일본어로 말하니 그들은 내심 안도했다.

"음향팀 맞죠? 음향 한번 더 체크하시고 싱크 부탁드립니다."

"아, 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음향팀은 보기에도 복잡한 기계들을 거리낌없이 만지더니 카를로스에게 말했다.

"음향 체크도 끝, 싱크도 문제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렇게 감사인사를 건넨 뒤 카를로스는 다시 무대 뒤편으로 뛰어갔다. 무대 뒤편으로 돌아오니 나올때와는 달리 꽤나 잘 정돈되고 여유로운 모습이 넘쳤다.

"아, 카를로스씨. 어떻게 됐나요?"

"음향팀이 모두 문제없다는군요. 이곳은 어떤가요?"

"모두 정리되었습니다. 앞으로 1분 뒤면 라이브가 시작됩니다."

카를로스는 타케우치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무대쪽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라이브가 얼마나 굉장할지, 안나의 말이 상당히 신경쓰였다. 타케우치는 카를로스가 라이브에 상당히 관심있어한다는 걸 눈치채고 넌지시 말했다.

"보고싶으신가요?"

그의 물음에 당황한 카를로스는 손사래치며 횡설수설했다.

"아, 아니. 방금전 315프로덕션의 프로듀서가 아이돌을 좋아해서 따라왔다가 무대준비를 돕다 조금 관심이 생겼다고 해야하나요...."

"여기서는 무대가 잘 안보이니 음향팀이 있던 현수막으로 가시는게 좋을겁니다."

"그래도 되나요?"

"도와주신 보답이라 생각하고 사양하지 마시길."

카를로스는 고개숙여 감사인사를 한 뒤, 음향팀의 현수막으로 가볍게 뛰어갔다. 현수막에 도착하니 이미 스테이지 위의 하얀 무대조명이 스테이지를 밝히고 형형색색의 조명이 스테이지를 꾸며주었다. 이윽고 14명의 아이돌들이 신데렐라의 드레스를 연상케하는 의상을 입고 팬들의 환호와 함께 무대위로 올라왔다. 그 14명 중에는 카를로스의 담당 아이돌, 아카기 미리아도 있었다. 이윽고 팬들의 환호가 잠잠해지자 노래가 흘러나왔다.

 

SAY☆いっぱい輝く 輝く 星になれ

눈부시게 반짝이는 반짝이는 별이 되어라

 

運命のドア開けよう 今 未来だけ見上げて

운명의 문을 열어보자 이젠 미래만을 바라보자

 

そっと鏡を覗いたの

살짝 거울 속을 들여다봤어

 

ちょっとおまじない 自分にエール

살짝 주문을 걸며 나 자신을 응원해

 

だって リハーサルぎこちない私

하지만 리허설 때면 뻣뻣하게 굳는 나

 

鼓動だけが ドキュンドキュン ファンファーレみたいに

고동만이 두근두근 팡파레 같이 울려

 

慣れないこのピンヒール 10センチの背伸びを

익숙하지 않은 이 핀힐 10센티의 굽을

 

誰か魔法で 変えて下さい ガラスの靴に

누군가 마법을 걸어서 유리 구두로 바꿔주세요

 

SAY☆いっぱい輝く 輝く SUPER ST@Rに

눈부시게 반짝이는 반짝이는 SUPER ST@R로

 

小さな一歩だけど 君がいるから

자그만 한 걸음이지만 네가 있으니까

 

星いっぱい輝く 輝く 星になれるよ

눈부시게 반짝이는 반짝이는 별이 될 수 있어

 

運命のドア開けよう 今 未来だけ見上げて

운명의 문을 열어보자 이젠 미래만을 바라보자

 

임무에 관한 것, 업무에 관한 것. 그런 것들은 열정의 바람에 날려 하나도 남김없이 싹 사라졌다. 사이리움, 무대 조명, 팬들의 열기. 무대주변의 모든 것이 단 하나를 빛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아이돌'이란 이름의 '별'을, 서로 각기 다른 성질의 빛이 모여 그 별을 더욱더 찬란하게 만들어주었다. 그 광경은 카를로스에게 있어서 신선한 충격이자 몇년 동안 죽어있던, 잃어버리고 말았던 그의 '목표'를 일깨워주는 빛이였다. 말로 형언할 수 없었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아이돌이고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비춰주는 찬란한 별이라고.

 

도쿄항에서 만났던 SVR요원과 재회하고 그 요원한테 아이돌의 가치를 역설당하고 종반에는 라이브를 감상한, 어지러운 하루가 끝나고 카를로스는 집에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냉장고를 열어 냉수를 들이키고 소파에 편하게 앉아 눈을 감아보았다. 눈을 감아도 그 빛이 떠나가질 않는다. 뇌리에 강하게 박히고 말았다. 하지만 싫은 기분은 아니였다. 왠지 모르게 힘이 솟는 듯 했다.

'이 눈앞의 빛을, 언젠가 잡을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한번 손을 뻗어본다. 아직은 잡히지않는다, 아직은. 언젠간 잡히리라는 낙관적인 생각을 하며 저녁도 안먹고 잠에 빠지려 할때, 전화벨소리가 들렸다. 핸드폰 화면에서 발신자는 불명이란 표시를 보고 카를로스는 정보국 국장, 제이슨 허드슨이란걸 직감적으로 알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허드슨일세, 자네가 보낸 영상자료에서 12명 중 1명의 신원을 파악했네."

그 말에 카를로스는 소파에서 벌떡일어나며 말했다.

"신원이 파악됐다 하심은?"

"그래."

그 다음 나오는 말은 카를로스를, 이제야 목표를 찾은 한 남자를 방해하려는 신의 장난이나 다름없었다.

"자네의 첫 타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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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인지라 금방금방 올리지 못하네요...그래도 역시 글 쓰는 것은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아차차, 첨삭을 도와주신 후고링님께 감사를. 그분덕에 제 소설이 좀더 나아질 수 있었습니다

다음편은 외전으로 돌아오죠. 예? 왜 외전이냐고요? 그런거 한번 써보고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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