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After Producer - 1

댓글: 2 / 조회: 794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03-12, 2017 12:56에 작성됨.

『답답해』

『숨이 쉬어지지 않아』

『공허해』

『여긴 어디?』

『살려줘』

『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

 

여긴 어디일까, 꿈 속일까? 아니면 삼도천 그 너머? 그것도 아니면.. 도대체?

 

"그게 눈을 쳐 뜬건가요!"

 

어린 아이가 소리치고 있는 듯한 목소리가 마치 전기적 신호처럼 나의 몸에 찌릿,하고 흘러든다.

그 감각을 느낄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다시 어린 아이가 소리치는 듯한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몸에 찌릿, 하고 흘려든다.

 

"눈을 쳐 뜨는거에요, 프로듀서!"

 

프로듀서? 내가 프로듀서?

어린 아이의 말에 나는 뇌 속을 검색해 나에 대한 기억들을 되짚어본다.

하지만 없는 내용을 만들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는지, 이내 내 뇌는 온통 빨갛게 물들어 내 질문을 지워버린다.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본다.

움직일 수 있는 것 같다.

천천히 몸을 움직여본다.

아, 역시 이것도 움직일 수 있는 것 같다.

삐그덕삐그덕소리를 내는 내 몸을 억지로 일으켜보자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꺄앗, 하고 귀여운 소리를 낸다.

어린 아이라서 어쩔 수 없나,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천천히 눈을 떠 빛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하지만 이내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실내의 모습.

조금 실망한 내가 길게 한숨을 내쉬다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던 쪽으로 고개를 돌려본다.

그 곳에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귀여운 인형옷을 입고 있는 여자아이가 엉덩방아를 찧은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 미안하네. 혹시 놀랐니?"

 

"프로듀서가 쳐 깨어난 거에요! 게다가 말도 쳐 걸어준 겁니다!"

 

내가 말을 하자 어린 아이가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이리저리 만진다.

전기 감각이 나를 폭행하듯이 몸 이곳저곳에 퍼져나간다.

뭔가 이상한 감각...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 같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인형옷을 입은 어린 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연다.

 

"프로듀서는 왜 아무 말도 쳐 하지 않는건가요?"

 

"아, 미안.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겠어서..."

 

"그거야 존나 간단한 겁니다! 지금 이 곳에 깨어있는 사람은 프로듀서와 니나밖에 없는거에요!"

 

"니나?"

 

니나라,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가는 이름이다.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어서 그런걸까?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는지 니나가 내 얼굴을 잠시 보더니 나의 품으로 뛰어든다.

영락없는 어린아이의 모습이군,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니나란 이름을 내 머릿속으로 검색해본다.

붉게 물들어있던 뇌는 마치 기능을 정지한 듯이 아무런 결과도 내놓지 못한다. 

완전히 기억이 없는 건가, 나는 내 머리를 손으로 두어번 치다가 내 팔에 매달린 니나를 보고는 동작을 멈춘다.

니나는 내가 내 자신을 치는 것이 조금 못마땅했던 모양인지, 조금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자신을 치면 니나는 엿되는 겁니다! 그러다가 고장이라도 나면 니나는 누구랑 쳐 이야기를 하나요!"

 

아, 그렇구나.

나는 어쩌면, 이 아이를 제대로 된 보호자를 만날 수 있을 때까지 보호해주는, 이를테면 임시보호자같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 깨어난 듯 싶다.

왠지 모르게 없던 부성애마저 끓어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나는 천천히 손을 내밀어 니나의 손을 꼭 잡아준다.

인형옷에 꼭꼭 감춰진 손이었지만, 그래도 따뜻한 느낌은 받을 수 있었다.

내가 니나의 손을 잡고 천천히 일어나자, 앉아있던 니나도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나 팔을 높게 치켜든다.

역시 키 차이가 조금 나는군, 나는 나의 손을 놓지 않겠다는 듯이 꽉 쥐고 있는 니나를 잠시 쳐다보고는 주변을 둘러본다.

나와 니나가 있었던 곳은 마치 버려진 랩의 어느 작은 방 같아 보였는데, 구석에는 한 사람이 겨우 서서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캡슐이 놓여 있었다.

고장난 듯해 보이는 캡슐에는, 무언가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번쩍번쩍거리고 있다.

이건 못 써먹을 것 같아 빠르게 포기하려는데, 니나가 겁도 없이 캡슐 쪽으로 달려들어 캡슐 안쪽에서 무언가를 꺼내고는 나에게 보여준다.

 

"이 쳐 알 수 없는 물건은 뭐인 건가요?"

 

"어, 글쎄..."

 

한 손은 계속해서 니나에게 붙잡혀있(다기 보다는 그저 잡고 있을 뿐)어 다른 한 손으로만 니나가 건네준 물건을 살펴본다.

어떻게 봐도 총으로 보이는 물건이다. 이건 왜 캡슐 안에 있었던 걸까.

일단 잠금장치가 걸려있는지를 확인해본다. 다행히 걸려 있지 않다. 걸려 있었으면 자칫 위험할 뻔했다.

잠금장치를 걸지 않은 채로 빈 손에 들고는 뭔가 쓸모가 있을 지도 모를 물건이 있을지 모르기에 다시 주변을 살펴본다.

빈 가방이 하나 있다. 총을 넣고 다닐 수 있겠군.

빈 가방을 등에 메자 약간의 정전기가 내 등을 파고든다. 조금 따끔거린다.

내가 살짝 얼굴을 찌푸리자 이곳저곳을 쳐다보고 있던 니나가 화들짝 놀라며 나에게 달려들어온다.

 

"쳐 괜찮은 겁니까, 프로듀서?!"

 

"아, 괜찮아. 그저 조금 따끔거릴 뿐이야."

 

"이 가방이 잘못한 거군요! 가방을 존나 패주는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가방에 인형옷 펀치를 날리는 니나.

그 귀여운 모습에 나는 얼굴에 살짝 옅은 미소를 짓고는 다시 주변을 살펴본다.

책상 위에 한 번 정도 쓸 수 있을 정도의 길이의 붕대가 있는 것 같다. 일단 가서 살펴보니 아직 쓸만해 보인다. 일단 가방에 넣자.

책상 위에 배고픔을 달랠 수 있을 것 같은 초코바가 하나 있다. 초코바야 뭐, 있으면 좋으니까 일단 가방에 넣자.

책상 위에는 더 이상 물건이 없는 것 같다. 다른 곳을 살펴보자.

다른 쪽 구석의 선반 위에 구급상자가 있는 것 같다. 있으면 좋으니까 일단 가방에 넣자.

선반 위에는 더 이상 물건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일단 메었던 가방에 물건을 집어넣기 시작하자 니나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연다.

 

"왜 물건을 가방 안에다가 쳐 쑤셔넣는 건가요?"

 

"없는 것보다는 있는게 훨씬 낫거든."

 

"그런가요? 엄마는 저같은건 없는게 훨씬 낫다 그랬는데."

 

"...누가 그런 말을 했다고?"

 

"엄마가 그렇게 쳐 말한겁니다!"

 

니나의 말에 나는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한 번 물어본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똑같다. 니나는 그 의미를 알까?

아니, 알 리가 없다. 왜냐하면 이렇게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걸.

나는 나도 모르게 니나의 손을 꽉 쥔다. 그런 부모는 필요없어.

나는 이제부터, 이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살아갈 것이다. 나는 그렇게 다짐한다.

 

"그럼 이 방을 나가볼까, 니나?"

 

"좋은겁니다! 밖에를 쳐 보고싶다인겁니다!"

 

"그럼 가자!"

 

나는 우렁찬 니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문을 열어 밖으로 한 걸음, 발걸음을 옮긴다.

방 밖을 나가도 어두컴컴한 복도가 죽 연결되어 있어,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정도다.

하지만 나는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바로 니나가 옆에 있음에, 나는 길을 잃지 않을것이다.

 

"그럼 어디부터 갈까, 니나?"

 

"으음.... 일단 오른쪽부터 쳐 가는겁니다!"

 

"좋아, 그럼 가자!"

 

"오오!"

 

무엇이 그리도 기쁜지 해맑게 웃는 니나.

나는 이 아이의 보호자가 될 수 있을까, 나는 그런 잡다한 생각을 떨쳐내려 노력하며, 니나의 따스한 체온이 느껴지는 손을 꼭 잡는다.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