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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ER ONE CINDERELLA STORY 3 - 히가시카타 죠스케 346 프로덕션에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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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1, 2017 19:50에 작성됨.

(이전화 링크)

 

히가시카타 죠스케 346 프로덕션에 오다

 

 

 전통의 대형 기획사 346 그룹이 아이돌 사업에 진출을 표명했을 때 업계에는 큰 논란이 일었다. 빠르게 협력 사업을 요청하는 업체들이 줄을 서거나 업계의 큰손인 961의 위기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한편, 아무리 346라도 손대본 적 없는 아이돌 사업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 우려 또한 있었다. 사람들의 마음은 반반씩 맞아들어 346는 큰 고난을 몇 번이나 넘어가면서 당당히 아이돌 업계의 ‘성’으로서 자리 잡았다.

 성공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지금의 ‘346 아이돌’의 이미지를 굳건히 한 것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반드시 거론되는 두 개의 프로젝트가 있다.

 계절은 다르지만 같은 해에 출범한, 성격은 다르면서도 둘 다 346를 대표하는 아이돌들. ‘신데렐라 프로젝트’와 ‘프로젝트 크로네.’ 그 중에서도 신데렐라 프로젝트는 346 아이돌의 다양성을 나타낸다 할 정도로 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초기 구성원은 14명, 6개의 유닛으로 나뉘어 활동했다. 상징은 페가수스를 닮은 하트 문양. 프로젝트 룸은 신관 꼭대기 30층으로 아이돌들의 개인물품으로 꾸며진 개성적인 방과 프로듀서의 사무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사무실에 기묘한 손님이 찾아왔다.

 “키가 무척 크네요. 프로듀서 씨보다 더.”

 “인상도 엄청 무서운데. 프로듀서보다 더.”

 신데렐라 프로젝트 소속의 아이돌, 시마무라 우즈키와 시부야 린은 문틈으로 프로듀서의 사무실 안을 엿보고 있었다.

 업무 문제로 사무실에 외부인이 들어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나 이번에 찾아온 손님은 달랐다. 험악한 인상과 195cm에 달하는 키. 특이한 장식이 되어있는 모자. 매우 특징적이었다.

 “쿠죠…… 죠타로 씨군요. 제가 신데렐라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프로듀서입니다.”

 남자의 앞에 그녀들이 잘 아는 다른 남자가 앉았다. 프로덕션 안에서도 인상이 험악하기로 유명한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프로듀서. 첫 만남에서 아이돌을 울리거나 스카우트 중에 경찰에 신고 당한 적도 있다. 인상과는 달리 예의를 갖춘 데다 능력이 있어서 아이돌들에게 신뢰받고는 있으나 어쨌든 호감이 가는 얼굴은 아니었다.

 이런 프로듀서에게 단련된 아이돌들조차 쿠죠 죠타로라는 사내에게서는 눈을 떼지 못 했다.

 “스피드왜건 재단에서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문화 콘텐츠 산업 지원의 일환으로 이번에 저희 회사와 협력 관계를 맺게 되었다고요.”

 “어. 346 프로덕션은 일본 내에서 유명한 대기업이면서 아이돌 부서는 최근에 설립됐지. 그럼에도 성과를 내고 있으니 성장 가능성까지 생각하면 투자할 가치는 충분해. 그 중에서도 신데렐라 프로젝트가 협력사업의 첫걸음으로 좋다고 판단했지.”

 “그렇군요. 스피드왜건 재단이 저희 부서를 높게 평가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우선 자료를…….”

 프로듀서의 눈이 문 너머의 두 사람과 마주쳤다. 당황한 우즈키가 문을 닫자 프로듀서는 목을 매만졌다.

 “깜짝 놀랐어요.”

 “제일 놀란 건 프로듀서겠지. 그보다 우리 대단한 곳에 인정받은 건가? 무슨…… 재단이라고 한 것 같은데.”

 “네. 스피드왜건?”

 무슨 얘기 중이야? 마침 룸에 들어온 것은 어른스러운 대학생 느낌의 여성, 닛타 미나미였다.

 린이 대답했다.

 “우리 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고 누가 찾아왔거든. 지금 프로듀서가 얘기 중이야. 미나미, 혹시 스피드왜건 재단이라고 알아?”

 “스피드왜건 재단? 응. 잘 아는 건 아니지만 뉴스 같은 데서 본 적이 있어. 요즘 사회나 경제 문제에 관심이 생겨서 알아보고 있는데 자주 이름이 나오더라고.”

 미나미는 스마트폰의 검색 결과를 보여줬다.

 “로버트 E.O. 스피드왜건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재단이래. 스피드왜건은 원래 영국인인데 혼자 힘으로 미국으로 건너가서 석유를 채굴하고, 그 돈으로 인류의 발전에 필요한 연구를 하려고 지었다나봐. 여기 인터넷 기사에 따르면 최근 들어서 문화 콘텐츠 산업 쪽에도 힘을 쏟는 중이라고 하는데.”

 “정말 대단한 곳이네요! 그런 재단의 지원을 받는 346 프로덕션도요!”

 “그러게……. 그런 곳에서 우리의 활동을 돕겠다고 콕 집어서 얘기했다는 거잖아. 우리들, 정말로 아이돌로서 성공하고 있는 건가봐.”

 “네!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늘었으니까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앞으로의 노력을 다짐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미나미는 언니다운 미소를 지었다. 또한 스스로도 기뻤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뛰어든 아이돌의 세계에서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지난 1년간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다른 애들은?”

 

 기묘한 손님은 한 명이 아니었다.

 몇 명의 아이돌들이 한창 레슨을 받고 있는 레슨 룸. 땀 흘려 춤을 추고 힘들어도 미소를 짓는 아이돌들과 그들을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트레이너. 그리고 그녀들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있는 남자, 키시베 로한이 있었다.

 “좋아. 아주 좋아. 최고의 리얼리티야.”

 하도 광적으로 연필을 놀리는지라 얼핏 보면 아이돌 사생팬 같지만 사실은 대형 출판사 ‘소년 점프’의 유명 만화가. 휴재를 하는 동안 아이디어 구상을 위해 아이돌들을 취재하고 싶다는 것이 그가 이곳에 있는 이유였다.

 특히 그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아이돌들 중에서도 눈에 띄게 큰 한 명. 긴 곱슬머리를 묶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쭉 뻗은 팔다리를 움직이고 있는 모로보시 키라리였다. 이전까지 아이돌에는 1도 관심 없던 그가 열을 내기 시작한 이유였다.

 “우꺄~☆ 만화가 선생님이 모델로 지목해주셔서 키라리는 정~말로 해피해피 한 거양~!”

 “잠깐. 움직이면 그리기 어렵다고 했잖아. 잠시라도 좀 가만히 있으라고. 그 자세 그대로. 좋았어! 그 키도, 몸매도 마치 밀라노의 슈퍼모델 같군.”

 움직이지 못 하면 진정이 안 되는 모델과 그 때마다 잔소리하는 만화가, 참으로 기묘한 광경에 아카기 미리아와 죠가사키 미카는 신기해했다.

 “있지, 리카. 저 사람 만화가라고 했는데 무슨 만화 그렸는지 알아? 분명 제목이……. 음…….”

 “나 알아. 핑크다크의 소년. 우리 반 남자애들이 점프 나올 때마다 보고 있었어. 근데 난 그림체가 이상해서 재미없어 보였어.”

 “그래? 미리아도 모델하고 싶은데. 이상한 그림으로 그려지는 걸까?”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가감 없이 솔직한 대화에도 키시베 로한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니, 분명 들릴만한 거리와 소리임에도 그에게는 오직 모델인 키라리만이 보이는 것이다. 그것을 눈치 챘는지 키라리가 제안했다.

 “만화가 선생님! 키라리 말고 리카랑 미리아도 그려주세요!”

 “흐음. 좋아. 데코레이션이라고 했나? 세 명이 유닛 구도로 얽혀있는 걸 그리는 것도 괜찮겠어. 각자 자신 있는 포즈를 취해봐.”

 신나서 달려오는 미리아와 리카, 더욱 들뜬 키라리. 집중해서 구도를 잡은 로한의 스케치북에 세 명의 아이돌이 개성적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스피드왜건 재단에 이어 우즈키, 린, 미나미는 키시베 로한에 대해 검색했다. 그의 그림은 매우 특징적이었다. 루브르 박물관이나 유명 브랜드 GUCCI와 컬래버레이션한 그림도 있어서 대단한 사람이라는 건 알았지만, 세 사람의 반응은 같았다.

 “뭔가, 난해한데? 포즈라던가.”

 “그러게요. 순정만화하고는 이미지가 많이 달라요.”

 “나도 남동생이 보는 걸 살짝 보기만 한 거라 잘은 모르지만……. 음……. 어떤 기획이 나올지 상상이 안 가네.”

 갑작스럽게 346에 방문한 손님들.

 그들과의 만남으로 자신들의 아이돌 인생에 기묘한 파문이 일 것이라는 것을 그녀들이 알 리가 없었다. 그 파문의 주체가 이미 가까이에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것도.

 

 *

 

 입구로 들어서면 곧바로 보이는 본관. 고풍스러운 성처럼 꾸며진 그곳에는 활약 중인 아이돌들의 사진이 벽 한 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안내데스크에서 견학증을 받아 목에 걸고 우리는 346 프로덕션에 들어섰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나는 말도 제대로 못 할 지경이었다.

 “지, 진짜로 왔어, 죠스케! 우리가, 그, 아이돌들이 있는 대기업 346 프로덕션에 왔다고!”

 “누가 보면 우리가 아이돌이라도 된 줄 알겠다. 진정하라고, 코이치.”

 나와 달리 아이돌에 관심이 없는 죠스케는 심드렁한 얼굴이었다. 사실 내가 괜히 들떴을 뿐 죠스케의 태도가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들의 목적은 단순히 아이돌 구경이 아니니까.

 키시베 로한의 집에서 사진을 정리하던 중 죠스케에게서 걸려온 전화는 마치 내 생각을 읽은 것만 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여름방학을 맞아 도쿄로 올라가서 대형 아이돌 소속사인 346 프로덕션을 견학하자니. 남자 고교생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겠지만 우리의 진짜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다.

 우리들이 사는 마을 모리오초는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마을 자신도 모르는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인구통계에서 밝혀진 행방불명자 81명. 그 중에 45명은 소년소녀로, 일본의 다른 마을에 비해 7~8배에 달하는 숫자다. 이 기분 나쁜 숫자의 원인은 15년 동안이나 마을에 살면서 살인을 저질러온 『살인귀』. 우리는 그 살인귀를 찾아 이곳으로 왔다.

 처음 살인귀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나와 키시베 로한이 모리오초의 마을 지도를 살피던 중이었다. 마을 거리에 있는 약국 『드래그의 키사라』와 편의점 『오손』 사이, 지도에 나와 있지 않은 골목. 지금은 없지만 과거에 분명 존재했던 그 골목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

 우리는 그곳에서 『스기모토 레이미』를 만났다.

 그 사건이 있었던 날 밤…… 그 집에 사는 여자아이가 침실에서 자고 있었다. 여자아이는 부모님의 방에서 철퍼덕! 철퍼덕! 하고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에 눈을 떴다. 무슨 소리지? 여자아이는 엄마와 아빠를 불렀지만 대답은 없었다.

 그래도 여자아이는 무서워하지 않았다. 여자아이 곁에는 애견이 있었으니까. 어둠속에서도 침대 밑으로 손을 뻗으면 킁킁 거리면서 손을 핥아주는……. 『아놀드』가 있어서 안심이야.

 하지만 철퍼덕! 철퍼덕! 하는 소리는 몇 십 분이나 계속 됐다. 어째서 엄마랑 아빠는 저 소리를 눈치 채지 못 하는 거지? 마침내 여자아이는 소리의 정체를 알아보러 갔다. 계속 되는 철퍼덕! 철퍼덕! 소리의 의미를 알았을 때, 여자아이는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벽에 있는 옷걸이에 애견 아놀드가 목이 잘려 매달린 채로 죽어있었기 때문이다. 소리의 정체는…… 그 피가 떨어지는 소리였다.

 갑자기 침대 밑에서 누군가 말했다. 『아가씨의 손은 매끈매끈해서 귀여웠어. 곧 부모님과 만나게 해줄게.』

 그리고 그 여자아이도 살해당했다.

 

 마치 도시괴담을 얘기하듯 장난치는 말투라서 처음에는 알아채지 못 했다. 하지만 바로 옆집에서 목에 칼로 베인 상처가 있는, 그 사이로 피를 흘리고 있는 『아놀드』의 유령을 발견했을 때 깨달았다. 이야기를 해준 소녀 스기모토 레이미가 이야기 속의 여자아이라는 것을.

 레이미 씨는 계속 골목을 지키고 있었다. 살인귀가 아직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살인귀가 아직도 살인을 저지르고 있고, 그 희생자들의 영혼이 골목의 하늘로 날아가기 때문에. 그 녀석을 잡지는 못하더라도 누군가에게 위험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면서 보여준 레이미 씨 등 뒤의 상처는 정말로 끔찍하고, 정말로 깊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인귀였지만 우리는 놈의 뒤를 밟는데 성공했다. 한 친구의 희생 덕분에. 놈을 궁지로 몰아 당장이라도 잡을 수 있는 순간까지 갔지만, 놈은 도망쳤다.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빼앗아.

 놈의 이름은 『키라 요시카게』. 지금은 어떤 얼굴, 어떤 이름,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어쩌면 놈은 모리오초를 떠났을지도 몰라』 라는 가능성을 쫓아온 것이다.

 “그렇지만 죠스케, 키라가 정말로 여기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잖아? 앙? 그보다 말이지, 어째서 키라가 아이돌 소속사에 숨어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데?”

 벽에 붙은 커다란 아이돌 사진에 넋 놓고 있던 오쿠야스가 뒤늦게 이야기에 끼었다. 우리의 시선이 죠스케에게 향했다.

 “죠타로 씨가 마을 곳곳을 샅샅이 수색해 봐도 키라에 대한 단서를 찾지 못 했거든. 15년 동안이나 정체를 숨겨온 녀석이라도 살인귀로서의 본능은 감출 수 없을 테니, 분명 꼬리를 보일 거라 생각했는데…….”

 키라가 모습을 감춘 것은 마침 여름휴가 시즌 직전. 관광객이 몰리기에는 조금 이르지만 마을에 외부인이 자주 드나드는 시기다. 키라는 타인의 신분을 빼앗아 도망쳤다. 즉, 그 사람이 원래 외지인이었다면 키라도 마을을 나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키라에게 당한 남자는 양복바지를 입고 있었다. 외지인이 양복을 입었다는 것은 일을 위해 방문했다는 뜻. 스피드왜건 재단을 통해 그 날 모리오초에 업무 관련으로 사람을 보낸 회사를 알아본 결과 가장 많은 사람을 파견한 것은 346 프로덕션이었다.

 “결정적으로 최근 도쿄의 방송 관계자 몇 명이 행방불명 됐다나봐. 키라가 저질렀다는 보장은 없지만 의심 해봐야지. 여긴 대기업이라 보안이 엄중하지만, 죠타로 씨가 재단 사람으로 위장해 들어오면서 우리도 견학을 명목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된 거야.

 뭐, 로한 녀석까지 올 줄은 몰랐지만.”

 “만약 진짜로 키라가 여기 있는 거라면 말이지, 아이돌들이 위험하단 거 아니야? 젠장! 그딴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지!”

 처음에는 흥미 없는 척하던 오쿠야스는 도쿄에 올라온 뒤로 태도가 바뀌었다. 나랑 죠스케와는 달리 원래 도쿄 출신이기도 하고, 사실은 아이돌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르는 사이에 히트곡을 흥얼거리기도 했다.

 물론 나도 다를 것은 없다. 키라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처럼의 여름방학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한 가득이었다.

 “그런데 코이치. 오쿠야스는 몰라도 너는 그렇게 들떠 있다간 유카코한테 큰일 날지도 모른다?”

 “으윽! 그 얘기는 하지 말아줘, 죠스케. 유카코는 내가 도쿄에 온 줄도 모른단 말이야.”

 

 *

 

 본관의 통로를 걷는 세 명이 보였다. 시대에 맞지 않는 리젠트에 방학임에도 잔뜩 개조한 교복을 차려입은 히가시카타 죠스케. 마찬가지로 개조한 교복을 입고 누가 봐도 불량배스러운 얼굴과 거동을 가진 니지무라 오쿠야스. 둘과는 달리 사복을 입었고 작은 키 때문에 고등학생처럼은 안 보이는 히로세 코이치.

 나는 어느새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강하게, 피가 나도록 강하게 손톱을 물어뜯었다. 회사 안에서는 누가 봐도 수상한 행위지만 어쩔 수 없는 본능이었다. 나는 절망하면 손톱을 물어뜯는다. 욕구를 참으면 손톱이 자라는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대체 어디서 꼬리를 밟힌 거지? 도쿄에서 저지른 두 번의 살인 때문인가? 아니, 이제 와서 이유를 알아봤자 소용없다. 중요한 건 앞으로의 일. 제거해야 하나? 오히려 심증을 굳히기만 하는 게 아닐까? 고민하는 사이 시계는 약속된 시간을 가리켰다.

 놈들에 대한 대책은 나중에 마련하자. 당장은 이곳에서 평범한 프로듀서로서 지내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

 

 “자세한 사항은 이후에 다시 얘기하죠. 슬슬 아이돌 분들의 레슨을 보러가야 할 시간이라.”

 “그래. 나도 잠깐 아이돌들에게 볼 일이 있는데…….”

 프로듀서와 쿠죠 죠타로가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미나미는 레슨을 위해 나갔고, 프로젝트 룸에는 우즈키와 린, 두 사람 뿐. 쿠죠 죠타로는 그녀들에게 성큼 다가갔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음에도 두 사람은 압도되었다. 그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려하자 ‘혹시 총인가?’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하지만 가방에서 나온 것은 의외의 물건이었다.

 “‘뉴 제너레이션’의 시마무라 우즈키, 그리고 시부야 린. 사인을 부탁하고 싶은데.”

 예상과 다른 정중한 부탁에 두 사람은 당황하여 서로를 쳐다봤다.

 “사인. 안 되는 건가?”

 아, 아뇨! 돼요! 우즈키가 급히 대답하고 린도 고개를 끄덕였다. 죠타로가 꺼낸 사인지에 두 아이돌의 개성적인 사인이 담겼다. 마지막에는 ‘죠린에게’ 라고 덧붙여서. 죠타로의 딸의 이름이었다.

 “TV에서 공연을 본 것 같더군. 346 프로덕션에 간다했더니 사인을 부탁받았어. 뉴 제너레이션한테는 꼭 받아야 한다면서.”

 “딸을 정말 사랑하시는군요.”

 “일을 핑계로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있지만…….”

 “아……. 괜찮아요! 이 사인을 가져다주면 분명 좋아할 거예요!”

 우즈키가 환히 웃으며 사인을 건넸지만 죠타로는 그저 “고맙군.” 하고 무뚝뚝하게 답했다. 잠깐 풀어졌던 분위기가 다시 급속도로 냉각됐다. 그런데.

 “다른 한 명, 혼다 미오는 어디 있지? 반드시 세 명의 사인을 받아가야 하는데.”

 “미오는 요즘 다른 부서에서 활동 중이거든. 지금 시간이면 회사에 있을 거야. 조금 이따가 만나기로 했으니까.”

 “안내를 부탁해도 될까? 회사가 꽤 넓어서 말이지.”

 물론이죠! 우즈키가 앞서 밖으로 나가고 죠타로와 린이 뒤를 따랐다. 마지막으로 나오던 프로듀서는 뭔가 위화감을 느끼고 뒤를 돌아봤다. 창가 맨 끝의 창문이 열려있었다. 방에는 에어컨이 켜져 있는데도. 창문을 닫고 혹시 다른 이상은 없는지 살펴본 뒤에 프로듀서도 방을 나갔다.

 정적만이 가득한 방이지만 이 프로젝트 룸은 신데렐라 프로젝트 아이돌들의 개성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프로젝트 시작 초기에 사유물 반입이 가능해지면서 이렇게 된 것이다. 헤드폰 걸이와 다양한 헤드폰, 그 옆에 놓인 고양이귀 머리띠, 장수풍뎅이 쿠션, 싱싱한 꽃이 담긴 꽃병, 문에 걸린 말발굽부적 등.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커다란 토끼의자다.

 원래부터 방에 놓여있던 검은 소파와는 달리 귀여운 느낌이 드는 1인용 의자. 그 의자와 바닥에 닿아있는 틈새에서 한 장의 폴라로이드 사진이 기어 나왔다. 사진 속에서 화살을 든 노인, 키라 요시히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쿠죠 죠타로……. 이런 식으로 위장해서 내 아들을 노리고 있다니! 이 『화살』로 만든 『스탠드 유저』들의 공격을 피해, 여기까지 오다니!”

 노인은 격앙했다. 분노로 몸을 떨며 화살을 휘둘렀다.

 “다시 한 번! 다시 한 번 『스탠드 유저』들을 늘려서 놈들을 제거하는 거다! 다행히 녀석들은 이곳에 아들이 있다는 『확신』을 갖지 못 했어! 방심한 틈을 노려 녀석들을 제거하는 거다! 화살이여, 고르는 거다! 다시 한 번 더 아들을 지켜줄 『스탠드 유저』를 만드는 거다!”

 사진이 튀어 오르려는 순간 화살이 토끼의자와 바닥의 틈에 툭, 걸렸다. 튀어 오르려던 기세 때문에 사진은 바닥을 나뒹굴었다. 아얏! 하는 소리에 요시히로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눈에 보인 것은 기묘한 에너지를 두른 화살이 의자 밑을 찌르고 있는 모습.

 “뭐지? 벌써 누군가를 고른 건가? 저 의자 밑에, 누군가 있었단 말이냐?”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요시히로는 화살을 되찾아야만 한다는 생각에 몸을 움직였다. 그 때, 덜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다녀왔다냥~. 요시히로는 사물함 밑으로 몸을 숨겼다.

 ‘제길! 화살을 찾지 못 했어. 들켜서는 안 되는데…….’

 그의 눈이 다시 토끼의자 밑으로 향했다. 그리고 경악했다. 방금 전까지 그곳에 있던 화살이 온데간데없었다.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으나 발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안즈, 여기 있는 거 맞지냥? P쨩이 찾고 있어냥.”

 방금 들어온 단발머리 소녀, 마에카와 미쿠가 토끼의자를 들추자 그 밑에 숨어있던 자그마한 여자아이, 후타바 안즈가 모습을 드러냈다. 요시히로는 또 당황했다. 저 아래에 사람이 있었다니, 설마 내 얘기를 들은 건 아니겠지?

 안즈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뭐야……. 여기까지 찾은 거야?”

 “미리아가 알려줬어냥. 이제 숨을 수 없으니까 얼른…… 응? 안즈, 팔에서 피 나는 거 아니야? 보여줘 봐!”

 미쿠가 안즈의 팔을 조심히 들었다. 정작 당사자는 잠이 덜 깼는지 하품이나 했지만.

 “별 거 아니야. 방금 바닥에 있다가 돌조각 같은 거에 긁힌 거 같아. 아, 근데 이거 생각보다 피 많이 나네. 의무실 가야 하나.”

 “안즈……. 설마 레슨 안 하려고…….”

 “아니야! 아무리 안즈라도 자기 몸에 상처내지는 않는다고.”

 그리 말하며 안즈가 선혈이 흐르는 팔뚝을 긁으려하자 미쿠가 손을 찰싹, 때렸다. 안 돼냥! 세균 들어간다냥!

 “P쨩한테는 내가 말해둘 테니까 얼른 의무실로 가라냥. 절대 딴 데로 새면 안 된다냥.”

 “으헝~.”

 대답인지 하품인지 모를 소리를 내며 후타바 안즈는 방을 나갔다. 한 손에는 함께 숨어 있던 낡은 토끼 인형을 든 채로.

 그 모습을 지켜보는 키라 요시히로의 눈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

 

 “여기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혼다 씨가 마침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옆에는 히노 씨도 함께. 저희가 올 줄은 몰랐는지 반갑게 맞아주시다가 같이 오신 손님을 보고 깜짝 놀라셨습니다. 간략하게 스피드왜건 재단과의 협력에 대해 말씀드리고 손님을 소개시켜 드렸습니다.

 “그 재단에서 오신 쿠죠 죠타로 씨입니다.”

 “그렇구나. 이야~ 그렇게 큰 재단에서 지원해 준다니. 이것도 다 이 미오가 열심히 한 덕분이겠지? 그렇지?”

 언제나처럼 혼다 씨는 활발하게 분위기를 이끄셨습니다. 제가 말하기는 뭐하지만, 인상 깊은 얼굴을 하신 쿠죠 씨 앞에서도 전혀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여기에다 사인하면 되는 거지? 뉴 제너레이션의 혼다 미오가, 죠린에게!”

 “오오! 역시 미오와 뉴 제너레이션은 대단하군요! 우리들도 더욱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응! ‘포지티브 패션’은 이제 막 시작했지만 히놋치의 열혈 파워라면 문제없을 거야!”

 “그렇다고 뉴 제너레이션을 소홀히 하면 안 돼요, 미오.”

 “맞아, 내가 ‘트라이어드 프리무스’ 활동 할 때마다 문자로 놀렸으면서.”

 “어라~ 시마무랑 시부린, 지금 설마 질투하는 건가~?”

 혼다 씨 덕분에 아이돌 분들은 자연스레 어울리며 얘기를 나눴습니다. 쿠죠 씨는 이런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으신지 무표정하셨지만. 그러는 사이 옆의 탕비실에서 두 사람이 나왔습니다. 우즈키! 린!

 “어서 와요. 음료수 드실래요?”

 밝게 맞아주시던 타카모리 씨도 쿠죠 씨를 보고는 잠깐 멈칫 하셨습니다. 배려심이 깊은 타카모리 씨답게 겉으로 놀라는 티를 내지 않았지만, 옆에 있는 그녀의 프로듀서는 살짝 경계하는 듯 했습니다.

 저는 한 번 더 쿠죠 씨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설명을 듣고 두 사람은 악수를 했습니다. 쿠죠 씨는 곧바로 회사를 둘러보러 나갔지만 타카모리 씨의 프로듀서는 아직 경계가 풀리지 않은 듯 했습니다.

 “괜찮으십니까? 카와지리 씨.”

 “어…….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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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는 총 다섯 개의 시점이 있습니다.

키라 요시카게 시점

타카모리 아이코 시점

히로세 코이치 시점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프로듀서 시점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꽤 많습니다만, 이 정도가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 중에서 가장 쓰기 어려운 건 아이코 시점이더군요.

상황에 맞춰서 시점을 쓸 것이라 조금 산만해질 수도 있지만 어떻게든 잘 해보겠습니다.

 

1화에서부터 나왔지만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프로듀서는 당연히 타케우치 P 입니다.

공식적으로는 이름이 나오지 않아서 여기서는 '프로듀서',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프로듀서' 등의 이름으로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그 매력적인 성격이 어딜 가겠습니까? 아마 나올 때마다 바로 알아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특히 죠타로하고 세워놓으면 그림이 좋더라고요. 서로가 아이돌 사이드와 죠죠 사이드의 책임자이기도 하고,

키 크고 인상 험악하다는 공통점도 있고요.

 

미스터리인 점은 인상은 비슷해도 극과 극인 그 성격인데......

예의 바르고 시적인 타케P는 경찰을 부르는데, 여자한테 대놓고 쌍욕하는 죠타로는 인기가 많다는 겁니다.

나쁜 남자가 대체 뭐라고......

 

오늘은 비중은 없었어도 아이돌들도 꽤 나왔고 4부 파티와의 다양한 조합도 조금씩 보여줘서 쓰는 동안 즐거웠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의외의 조합이었던 건 역시 로한과 키라리인데, 사실 성격은 안 맞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림에 혼을 담는 키시베 화백이라면 슈퍼 모델 급 몸매의 키라리를 스케치 대상으로 놓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좀 더 재밌고 다양한 그림들은 사건이 진행되면서 나오겠죠.

 

사건...... 네. 이번에는 드디어 '사건'이 터질 조짐이 나왔습니다.

혹시라도 아이돌들의 이미지가 나빠지면 어쩌나 고심 중인데, 저는 특히 좋아하는 아이돌은 있어도 싫어하는 아이돌은 없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그럼 다음 에피소드에서 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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