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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석받이P ㅡ 타다 리이나 "록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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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8, 2017 02:28에 작성됨.

 타다 리이나는 록을 사랑한다. 아니, 솔직히 사랑한다는 말은 좀 과장된 거고.

 

"프로듀서 씨, 오늘의 추천 곡은 뭔가요!"

 

"오늘은 이거야."

 

 그녀는 록이 굉장하다고 느끼고 있다. 하나의 음악 장르로 대중에게 사랑받으며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게 해줄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멋지지 않은가? 거기다 어지간한 것들은 '록하니까!'라는 말로 얼버무릴 수도 있다.

 멋진 록과 귀여운 아이돌을 합치면 멋짐과 귀여움을 모두 갖춘 인기인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쿨하고 록한 아이돌'을 목표로 아이돌 사무소에 지원하여 들어오고, 그녀는 다양한 일들을 하며 자신의 목표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래도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마음 편히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늘 감사히 여겼다.

 

"프로듀서 씨는 역시 대단하시네요. 제가 부탁할 때마다 자판기처럼 추천곡이 나오다니..."

 

"아이돌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도 내 일이니까. 거기다 타다처럼 자기 목적이 분명하고 거기에 몰두하는 아이돌도 많지 않거든. 우리 사무소에서도 드물고...타다에 버금갈 정도라면 마에카와 정도겠지?"

 

"아, 미쿠 말씀이시네요..."

 

 어쩌다 한 번 본 적이 있는, 머리에 고양이 귀 머리띠를 늘 하고 다니며 이따금 무대에 설 때는 어디에 장비한 것인지 모를 꼬리까지 다는 아이돌. 같은 사무소이지만 어쩌다보니 대화를 나눌 기회가 좀처럼 없는 그녀에 대해 떠올린 리이나는, 자신은 그런 '요괴 고양이귀'와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뭐, 각자의 길이 있는 거니까요!"

 

"그렇지, 응."

 

꼬르륵-

 

"엣..."

 

"아."

 

 미소를 지으며 프로듀서와 얘기하고 있던 그때, 너무도 갑작스럽게 생리현상이 찾아와 돌연 정적을 만들어버렸다. 다행이 사무소에는 지금 두 사람 뿐이었기에 달리 들은 사람은 없었지만, 한창 때인 사춘기 소녀가 하필이면 이성 앞에서 그런 소리를 내버렸다는 것은 도를 넘어선 창피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아우...으으..."

 

'죽고싶어어어어어어!! 하필 프로듀서 씨 앞에서!?'

 

"아...아하하, 미안해. 내가 오늘 점심을 좀 부족하게 먹었는데, 그것 때문에 창피한 소리를 내버렸네..."

 

"우으...에?"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배가 고픈 건 어쩔 수 없었나봐, 잠깐 탕비실 냉장고 좀 보고 올게."

 

"아...네에..."

 

'어라, 나 지금 배려 받은 거야?'

 

 배고픔을 알리는 몸의 소리는 분명 자신에게서 났다. 당사자인 자신이 그걸 착각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프로듀서가 저런 말을 하는 것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정말로 그에게서도 배고픔을 알리는 소리가 났거나, 자신이 창피해할 것이라 생각해 일부러 배려하기 위해서.

 

'프로듀서 씨는 섬세하시구나...하지만 그래도 창피해...이럴 줄 알았으면 점심 도시락을 더 푸짐하게 쌀 걸...'

 

 배려를 받았어도 창피한 것은 창피한 거니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녀는 문득 자신의 코끝을 찌르는 먹음직스러운 향에 저도 모르게 시선이 돌아갔고, 이내 김이 나는 음식이 담긴 그릇을 들고 오는 프로듀서와 시선이 마주쳤다.

 

"어라, 프로듀서 씨? 그거..."

 

"아, 타다는 들어온지 얼마 안됐으니까...이번이 처음이지?"

 

"네? 처음이요?"

 

"응, 우리는 사무소 규모가 크지 않으니까 스케줄이 자주 조정되곤 하잖아?"

 

"네..."

 프로듀서의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녀의 시선은 그가 가져온 따뜻한 음식이 담긴 그릇에서 떠날 줄을 몰랐고, 그런 그녀의 시선을 눈치챈 프로듀서는 미소를 지으며 그릇을 사무소 중앙에 있는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그녀에게 가져온 수저 한 세트를 건넸다.

 

"일단은 같이 먹을래? 나 혼자만 먹기는 미안하니까, 타다도 같이."

 

"에? 하지만 저 아이돌이니까 균형잡힌 식사를 하지 않으면..."

 

"괜찮아, 이것도 록하다고 생각하면 되잖아? 식사 시간 이외에 식사를 하고 그만큼 레슨으로 충당하는 것도 록!"

 

"아, 아아...록한 거군요! 알았어요, 그럼 저도 먹을래요!"

 

'그래, 이건 록을 위한 거니까...프로듀서 씨 말씀대로 나중에 더 열심히 레슨해서 빼면 되는 거야!'

 

 프로듀서의 설득 아닌 설득에 넘어가버린 그녀는 아직 성장기인 몸에 걸맞게 금방 그릇의 음식을 해치워갔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흐뭇하게 보며 프로듀서는 마저 설명을 이어갔다.

 

"그래서 말이지, 스케줄이 조절되면 제 때에 식사를 하지 못하는 인원이 생겨버리잖아? 나도 그렇고, 도와주시는 센카와 씨도 그렇고, 아이돌도 마찬가지야. 제때 필요한 만큼 밥을 먹지 못하면 결국 본방에서 힘을 내지 못하니까."

 

"그렇죠...알 것 같아요. 밥을 먹지 못하면 원하는 만큼 소리가 나오지 않는단 말씀이시네요!"

 

"맞아. 그래서 점심을 챙겨 먹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늘 냉장고에 그날 분의 도시락을 넣어놔."

 

"헤에...에? 그날 분의 도시락을 매일...?"

 

"응."

 

"그걸 누가 만드는데요?"

 

"내가 만들지? 달리 부탁할 사람이 없으니까...아, 가끔 사쿠마 양이나 이가라시 양이 도와주곤 해."

 

"에에..."

 

'이거, 퀄리티 엄청 높은데? 내가 만드는 것보다...아니, 우리 엄마가 내가 어렸을 때 만들어주셨던 것보다...'

 

 단순해 보이지만 들어갈 것들은 전부 들어간 데다가 재료들끼리 잘 어울려 서로의 맛을 해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먹기 힘든 쓴 맛 같은 건 없애고 균형잡힌 섭취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조합이다. 문제는 이런 음식을 그가 매일같이 만들고 있다는 것이며, 그 수준이 농담도 불가능할 정도로 높다는 것이다!

 

'이런 걸 매일...'

 

"뭐랄까...프로듀서 씨 같은 아내를 둔다면 좋을 것 같네요..."

 

"어?"

 

"에? 아, 아니...그게 아니라! 프로듀서 씨랑 결혼하면 편하지 않을까...가 아니라! 그게, 그런 의미가 아니라요!?"

 

'나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진정해, 진정하라고! 리이나!'

 

"아, 아하하하...타다가 그렇게 말해주니 기쁜 걸. 그래도 말이지 결혼이라던가 그런 말은 함부로 꺼내는 거 아니다? 타다가 아이돌이기 때문도 있지만, 여자아이에게 있어서 결혼은 인생의 중대한 결정이야. 그러니 결혼이란 선택은 심사숙고한 끝에 내려야만 하는 거지."

 

"아...네."

 

'뭔가 엄마 같은 말씀을 하시네...'

 

"뭐,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야. 중요한 건 타다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다는 거 아닐까? 주변에서 뭐라고 하더라도 자기 자신이 확신할 수 있는 사랑, 이런게 록이라고 생각해."

 

"아, 확실히..."

 

"그러니까 타다에게 그런 사람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상담해줘. 아이돌 일로 상담해줘도 좋고. 난 늘 타다의 편이니까."

 

"...엄마?"

 

"...?"

 

"아, 아니...아니에요!!"

 

 저도 모르게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그대로 내뱉어버린 리이나는 의아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프로듀서의 반응에 뒤늦게 정신을 차렸고, 자신을 도와주는 프로듀서이자 남성인 사람에게 그만 엄마라고 불러버린 스스로의 행동에 창피를 느껴 도망치듯 사무소를 나서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얼마 가지 않아 멈춰섰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우리 프로듀서...록한 걸까?"

 

 그녀가 스스로의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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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 들어가있기에 읽으며 부조리함이나 불편함을 느끼셔도 전 어찌할 수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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