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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R ETERN@L BLUE』 -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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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7, 2017 00:32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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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날이 밝았다. 마지막으로 불침번을 서고 있던 이오는 물론이요, 늦장 부리는 일 없이 깨어난 다른 모두는 급히 짐을 챙기고는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수해, 라는 이름에 걸맞게 일대는 온통 나무들로 빽빽히 들어차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타카네가 나가는 길을 알고 있는 덕분에 헤매는 일 같은 건 없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는데.

 

연신 하품하는 이오를 품에 안은 채, 앞장서는 타카네를 졸졸 따라가던 하루카는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어깨 너머로 보이는 건, 조금 떨어져서 걷는 또 한 사람. 일단 군소리 없이 묵묵히 따라오고 있긴 하지만, 고개 숙이고 있는 모습이 어째 영 불안해보인다. 혹시 상태가 별로인 건 아닐까? 하루카는 조금 걷는 속도를 줄였다.

 

"치하야쨩, 그 혹시 어디 안 좋기라도 해?"

 

그리고 그 사람이 가까워졌을 때, 이렇게 물었다.

 

"네? 아니오. 이상 없습니다."

"그래?"

 

그 사람, 치하야는 잠깐 멍하니 있다가 황급히 그리 대답하고는 하루카를 스쳐지나갔다. 방금 그건, 거짓말은 아닐 거야. 하지만.....하루카는 치하야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이 신경쓰였다.

 

원래도 그리 밝은 표정은 아니었지만, 오늘따라 어둠이 짙어진 느낌. 혹시 고민이라도 새로 생겼다는 걸까? 하루카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품에 안긴 이오에게 시선을 두었다.

 

"흐아암....."

 

하지만, 이오는 거의 잠들기 일보직전인 상황. 이래서야 뭘 들어보려고 해도 무리네. 하루카는 쓴웃음을 짓고는 발을 옮겼다.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아니, 그만두자. 하루카는 어젯밤 치하야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고는, 반쯤 벌렸던 입을 도로 닫았다. 괜히 또 그 애의 아픈 곳을 건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언젠가 스스로 이야기해줄 때가 오겠지. 하루카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느덧 거리가 벌어지고 만 두 사람의 뒤를 바짝 쫒았다.

 

.....

 

그로부터 시간이 꽤 지난 뒤. 구불구불하게 얽힌 나무들을 뒤로 하고, 이제 막 탁 트인 광장을 눈 앞에 둔 상태. 하지만 타카네는 걸음을 뚝 멈췄다. 뒤를 따르던 치하야와 하루카도 바로 행동을 같이했다. 굳이 이유를 물을 필요도 없었다.

 

"하늘이 되고 싶어 자유로운 하늘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 저 앞 쪽에서부터 퍼져나오고 있었으니까.

 

"어라.....노랫소리?"

 

하루카의 품 안에서 꾸벅꾸벅 졸던 이오가 두 눈을 크게 뜨더니, 거기에 귀를 기울였다. 명랑하면서도 청아한, 수준급의 노랫소리.

 

".....일단, 위험은 없어보이는 군요. 가보죠."

 

타카네가 낮은 목소리로 모두에게 이르고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쪽으로 앞장섰다. 하루카와 치하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숨죽여 따라 걸었다. 곧 그들의 앞에는, 광장을 가로지른 채 멈춰서있는 형형색색의 길다란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주변을 돌아다니는 화려한 복식의 사람들도 함께.

 

"저건......유랑단인걸까?"

"유랑단?"

 

하루카의 입에서 흘러나온 유랑단이라는 단어를, 치하야가 받아서는 그 끝을 올렸다. 하루카는 웃으면서 설명에 나섰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이것저것 보여주는 사람들이야."

"사람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한다....."

"에헤헷, 신기하지? 나도 그리 자주는 못 봤어."

 

하는 건 아이돌과 닮았다. 하지만, 그 외에는.....치하야는 자기로서는 잘 알 수 없는, 아마 그들의 이동 수단이라 생각되는 곳을 들락날락하는 이들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예능력은 무척이나 미미했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어느 사람들이랑 그리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럼 저 자들은 어째서 아이돌이, 미우라가 해야할 일을 대신 하고 있는 걸까. 치하야는 의아한 얼굴로 다시 질문했다.

 

"저들이 사람들에게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건, 미우라에게 명을 받은 게 있어서 그런 건가요?"

"에? 아니. 그렇지는 않은데."

"맞아. 저 사람들은 자기들이 하고 싶어서 하는 거일걸."

"그렇습니까?"

 

돌아온 대답이 치하야의 추측을 사정없이 깨트렸다. 치하야는 더더욱 알 수 없다는 듯 턱을 어루만졌다. 그 사이 타카네는 이제 막 노래 한 곡조를 끝낸 이에게 몇 걸음 더 다가갔다.

 

"어머나~ 못보던 얼굴, 아니 얼굴들이네? 혹시 신입? 너희들, 농땡이 피우면 단장님한테 혼날지도 몰라~"

 

다른 이들에 비하면 다소 수수한 복식인, 녹색 단발머리를 하고 있는 그 사람. 곧바로 다가오는 기척을 눈치채고는, 타카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이 쪽으로 쪼르르 달려오는 나머지들 또한 포착하고는 장난스럽게 말을 걸었다.

 

"아니요, 그렇지는. 저희들은 그저 지나가는 여행자에 불과하답니다."

 

타카네의 말에, 그 사람은 잠깐 멍한 눈으로 하루카 일행을 돌아보았다. 그러더니 곧 양손을 끌어모으고는 새된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어라!? 캐러밴 사람이 아니네? 아차차! 내 정신 좀 봐. 아, 그, 죄송해요! 여행자 분들이군요!"

"후훗, 사과할 정도는 정도는 아니랍니다. 그건 그렇고, 방금 그 노래는 무척 훌륭하더군요. 혹시 노래를 업으로 삼고 있는 분이신겁니까?"

"아, 아뇨! 저는 그냥 이 곳의.....아, 우선 이름부터 말씀드리는 게 좋을려나. 저는 코토리라고 해요. 나이는 2x.....아, 아니 이건 잊어주시고. 그, 여기 유랑단에서 이것저것 잡무를 맡고 있어요."

"네? 잡무요?"

 

그러자 하루카가 목소리를 높였다. 치하야만큼, 아니 그것과는 좀 다른 영역일까. 하여튼, 그렇게나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잡무를 맡고 있다니 하루카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하루카뿐만이 아니었다. 나머지 셋도 그녀가 고작 잡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걸 믿을 수 없어하는 눈치였다.

 

특히 치하야는 더더욱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코토리라는 이름을 댄 그녀를 살폈다.

 

"일단, 거짓말은 아닌 것 같군요."

"네, 네에."

 

그렇다고 전부를 드러낸 건 아니었다. 치하야는 두 눈을 날카롭게 치뜨며 코토리를 쏘아보았다. 코토리는 어설픈 웃음으로 모든 것을 얼버무리려고 했다.

 

"크흠, 자네들도 역시 이상하다고 생각하나보군. 실은 이 쪽도 그렇다네."

 

하지만 그 때, 중년의 남성이 불쑥 끼어들었다. 검은 신사복 차림을 한 그 남자는 코토리의 등을 툭툭 치며 너스레를 떨기 시작했다.

 

"어떤가, 정말이지 굉장한 실력이지 않나? 이렇게 썩혀두기에는 정말 아까울 정도라니까."

"하, 하하하. 그, 글쎄요. 저는 이대로도 좋아서.....바, 방금 그건 그냥 심심해서 불러본 것뿐인 걸요."

 

코토리의 목소리에 갈수록 떨림이 더해졌다. 그러자 남자는 몇 번 더 헛기침을 하더니, 대신 하루카 일행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흠, 어흠. 만나서 반갑군. 이 쪽은 단장인 준지로라고 한다네."

"아, 네."

"그, 자네들은.....여행자인가?"

"예, 그렇습니다만."

"흐음......"

"그, 혹시.....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팅하고 왔다!"

"꺄악!?"

 

돌연 준지로가 한 손을 들며 큰 소리를 냈다. 하루카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코토리에게 시선을 옮겼지만, 코토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쓴웃음과 함께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고 있을 뿐이었다.

 

"자네들, 우리 캐러밴에 들어올 생각은 없는가?"

"예, 예에?"

 

준지로가 불쑥 그리 소리쳤다. 아무 전조도 없이 들어온 입단 권유에, 모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에, 그게 갑자기 그리 말씀하셔도 저희는......"

"핫핫!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네. 모두 따뜻하게 맞이해줄거야. 우리 캐러밴 사람들은 모두 가족과도 같으니까."

"저어, 말씀은 감사하지만.....저희들에게는 가야만 하는 곳이 있는 관계로......"

"그리 아쉬울 건 없는 우리 캐러밴이지만, 자네들 같이 개성 넘치는 이들이 들어온다면 더더욱 활기가 넘칠 것 같아서 말이지."

"이봐, 아저씨! 우리 말 듣고 있는 거야?"

 

하루카도 타카네도 완곡하게나마 거절을 내비쳤지만, 준지로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참다못한 이오가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아예 들리지 않는 듯 했다. 그는 계속해서 뭔가를 떠벌떠벌거리다가, 돌연 검지 끝으로 치하야를 척 가리켰다.

 

"거기 검은 옷을 입은 자네! 이 중에서도 특히 개성 넘쳐보이는군."

".....예?"

 

엉겁결에 지목당한 치하야가 곤란함을 감추지 못하고 뒷걸음질 쳤지만, 준지로는 끈질겼다.

 

"그래, 자네 말일세 자네. 그 복장부터가 아주 특이하구만 그려. 그리고.....그뿐만이 아니라 어딘가 아주 큰 재능을 품고 있는 듯 보여. 어떤가, 우리 캐러밴에 들어오지 않겠나?"

"그 권유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저에게는,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있기에."

"어허이~ 그러지 말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건 어떤가?"

"그리고,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는군요."

 

치하야의 눈빛이 확 차갑게 식었다. 그걸 본 하루카가 급히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제지에 나섰다.

 

"에, 저기.....그러니까.....아하하, 정말 말씀은 고마운데요, 저희는 이제 곧 펜타그리아로 갈 예정이라서요."

"펜타그리아?"

"아, 그러니까 그게.....여기서 아주아주 먼 곳이요. 거기다 좀 서두르지 않으면 안되서......"

"그래서 정말 아쉽지만 권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 이 말인거네요."

"네, 네! 그렇다니까요."

 

코토리가 슬며시 던진 말에 하루카는 그대로 목이 꺾이지 않을까 싶을 기세로 아주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단장님~ 그렇다는데요?"

"으음.....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구만."

 

준지로는 쩝하고 입맛을 다셨다. 하루카는 계속해서 성의없는 웃음을 흘리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댔다.

 

"아하하, 정말 죄송해요."

"아니지! 우리가 죄송해야할 필요는 없다구."

"그렇습니다. 어디까지나 저 쪽이 멋대로 끈질기게 권유한 것에 불과하니까요."

"아, 아니, 그게.....저 분이 우리를 좋게 봐준 건 맞으니까.....자, 단장님도 그만하신다 하니 둘 다 화 풀어."

 

이오와 치하야는 그것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동시에 불만을 터트리는 둘. 하루카가 애써 그들을 달래는 사이, 타카네가 다시 준지로와 코토리를 상대했다.

 

"유랑단이라고 한다면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 곳에 머물고 있는 것에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건가요?"

"아, 그건.....우리라고 해서 좋아서 여기 있는 건 아닐세. 그, 어쩌다보니 이 숲에 갇혀버려서.....원래라면 마드리아 평원에서 열릴 카니발에 참가할 생각이었는데 말이지."

"그렇습니까?"

"저기 보이나? 이상한 나무줄기 같은게 출구를 단단히 틀어막고 있다네. 저렇게 꽁꽁 틀어막혀서야 마차가 뚫고 갈 수가 없지."

"과연, 그런 것이로군요."

 

준지로가 가리킨 곳을 응시하던 타카네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카 또한 꽉 막혀버린 출구를 바라보고는 푹 한숨을 쉬었다.

 

"하아, 저래서야 우리들도 통과가 어렵겠네....."

"나 하나라면 어떻게든 통과는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래서야 의미는 없겠지?"

".....그렇겠죠."

"무엇보다 이오가 위험할 것 같으니까, 안 돼."

"니히힛, 걱정해주는 거야?"

"당연하지! 이오는 내 소중한 친구니까."

"네에네에, 그러셔요."

 

하루카의 친구 발언에 실망한 이오가 하루카의 품 안에서 폴짝 튀어나갔다. 이상하네.....내가 뭐 해서는 안될 말을 해버린걸까? 하루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몇 번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준지로가 하루카 일행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자네들!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여기서 조금은 쉬는 게 어떻겠나. 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으니."

"그, 그래도 괜찮은가요?"

"그렇고 말고."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타카네가 공손히 고개를 숙이자, 준지로는 껄껄 웃으며 한 손을 크게 흔들었다.

 

"아니,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네. 손님은 언제나 환영이니까."

"다들, 이러니저러니 해도 착한 분들이니까 어려워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코토리 또한 그렇게 덧붙였다. 하루카는 멋쩍은 웃음으로 감사를 표했다.

 

"저, 정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네. 그치 치하야?"

 

땅에 내려와 모두의 주변을 서성이던 이오가 그렇게 말하며, 치하야의 다리를 툭툭 쳤다. 무표정한 얼굴로 네 사람의 교환을 내내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치하야. 그녀는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투로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의 예능력이라면 저런 방해물 따위는 아주 손쉽게 지워없애버릴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조차도 버거운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으니.

 

"그럼 편히 쉬게나. 우리는 그 동안 나갈 방법을 찾도록 하지. 아직 일정에는 여유는 있지만, 너무 늘어지기만 해서는 또 곤란하니까 말일세."

"아, 네. 감사합니다."

 

준지로는 그렇게 다시 형형색색의 캐러밴으로 돌아가는 듯 싶었다.

 

하지만.

 

"아, 그렇지."

 

그는 어째서인지 도로 방향을 틀더니, 다시 하루카 일행에게 다가왔다. 치하야는 다소 경계하는 눈초리로 그를 살폈다.

 

"아직 저희에게 용무가 남아있습니까?"

"자네들, 혹시라도 마음 바뀌면 말해주게나."

"예?"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겠다네."

 

준지로는 마지막으로 그리 전하고나서야, 완전히 자리를 떠났다.

 

"......"

 

아무래도 우리, 이상한 사람한테 걸려든 게 아닐까? 지금이라도 좋으니 어떻게든 빠져나가는 쪽이 좋겠는데. 치하야도, 이오도, 하루카도, 타카네도. 그 순간만큼은 완전히 같은 마음으로 넷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아하하, 너무 부담갖지 않으셔도 돼요. 단장님이 그냥 해본 말이니까....."

 

코토리가 뒤늦게 수습에 나서봤지만, 그렇게 큰 효과는 없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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