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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석받이P ㅡ 센카와 치히로 "정말 큰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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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6, 2017 12:09에 작성됨.

'우리 프로듀서는 꼭 엄마같지...'

 

 아이돌들이 모두 돌아간 뒤의 사무소에 남아, 남아있는 잔업들을 처리하고 있던 센카와 치히로는 한 숨 돌리기 위해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낮에 사무소 아이돌들이 하던 말을 떠올렸다.

 

"센카와 씨, 많이 힘드시죠? 커피 드세요."

 

"아, 고마워요. 이런 건 제가 해드려야 할 텐데..."

 

"괜찮아요. 센카와 씨에게 도움을 받고 있으니 이 정도 쯤은."

 

"그런...가요? 그럼 잘 마실게요..."

 

'확실히...'

 

 프로듀서에게 건네 받은 커피를 입에 대며 스스로의 자리로 돌아가는 프로듀서를 보고, 치히로는 아이돌들이 했던 말에 어느 정도는 수긍을 했다.

 그녀가 일하는 사무소는 제법 아이돌이 많다. 물론 그렇다고 엄청나게 많을 정도는 아니고 중소 규모인 걸 봤을 때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수에 비해선 분명하게 수완이 좋고, 무엇보다도 아이돌들과의 교감도 잘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녀는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스캔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하지만, 그러면서도 한 편으론 프로듀서기 그럴 사림이 아니라고 생각해 안심도 한다.

 

'뭐...프로듀서님이 자제한다고 해서 될 문제는 아닌 거 같지만.'

 

 엄마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일부 아이돌 사이에선 그런 부분마저 이성의 장점으로 보고 있으니 문제다.

 

"센카와 씨, 피곤하시면 쉬었다 하세요."

 

스륵-

 

"에?"

 

'어느새 담요를...'

 

 휴식실에서 이따금 부족한 수면을 취하는 아이돌들을 위해 구비해둔 담요를 가지고 와 자신에게 덮어주는 프로듀서를 보고, 치히로는 자신이 딴 생각에 너무 집중했다고 생각했다.

 

"아, 죄송해요...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그렇게까지 피곤하지능 않으니까..."

 

"센카와 씨가 그렇게 말씀하시면 괜찮겠지만, 그래도 무리하거나 하지는 말아주세요. 몸이 재산이고 건강이 우선인데 병에 걸리거나 하면 큰 일이잖아요."

 

"아..."

 

'왜 낯설지 않을까...이 기분...'

 

 말을 하는 어조나 단어가 마치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그것을 닮아 있었기에, 치히로는 알 수 없는 이질감과 동시에 마음이 따스해지고 편해지는 걸 느꼈다.

 그녀는 자신이 있는 장소가 엄연히 일터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자신은 성인이며 언제나 성실해야만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처음 이 사무소에 왔을 때부터 다양한 아이돌들과 교류하며 그녀들을 응원하고, 이따금 자신도 아이돌이 아니냐는 취급을 몇 번 받은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분명하게 선을 지켜왔다.

 왜냐면 어른이니까. 더이상 어리광을 부릴 시긴 지났으니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저, 그러면 잠시만 쉴게요..."

 

"네, 푹 쉬고난 뒤에 일 해주셔도 돼요."

 

 자상함이 느껴지는 미소를 지은 프로듀서가 다시 그의 자리로 돌아가 업무를 마저 끝내가는 것을 보고, 치히로는 몸 속에 들어간 커피가 전혀 자기 역할을 못하고 있는 걸 느끼며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

 

'잠깐만...한 숨 돌릴 정도만, 그래...눈만 붙이자...눈...'

 

 결국 노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덮쳐오는 졸음에 한 걸음만 물러서기로 한 치히로는 그대로 책상 위에 엎드려 눈을 감았고, 조금 뒤에 눈을 뜨면 마저 일을 끝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잠에 빠졌다.

 

짹- 짹- 짹짹-

 

"아음...으우..."

 

 귓가에 들려오는 새의 울음소리. 무거운 눈에 비치는 밝은 빛. 덕분에 조금씩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치히로는 이내 자신이 야간 잔업 중이었다는 것을 떠올리고, 천천히 엎드린 책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음...지금 몇 시지...? 왜 창 밖이 밝...지...?"

 

 혼잣말을 하다가 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그녀는 재빨리 책상 위에 놓여진 시계를 확인했고, 하루가 지나 자신이 아침에 눈을 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밤에 잠깐만 자겠다고 하다가 그대로 하루가 지난 것이다.

 

"큰 일이야! 업무는!? 프로듀서님, 어째서 안 깨워 주신...!"

 

 뒤늦게 정신을 차리며 의자에서 일어난 치히로는 그대로 프로듀서를 찾으려고 했지만, 그는 자신의 자리에 없었고 치히로는 이내 어떻게 된 것인지 스스로 이해했다.

 

'맞아...아침이니까 여기 계실 리가 없지...'

 

 프로듀서는 자택에서 출근한다. 물론 자신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둘 다 저녁이 지나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가 아침이 되면 출근한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다.

 그녀는 결국 사무소에서 밤을 보냈으며, 그 모습을 프로듀서에게 보여져버린 것이 문제인 것이다.

 

"어떡해...완전 창피해..."

 

 여태껏 성실하고 모범적인 사무원의 모습을 유지하던 그녀가 처음이기는 하지만, 같은 회사의 사람에게 그런 무방비한 모습을 보여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후회하기엔 늦은 것이고, 그녀는 하다 못해 아침에라도 어떻게 수습을 해애 한다는 생각으로 화장실에서 간단히 씻고, 늘 가지고 다니는 화장품들로 간단한 정도로 자신을 꾸몄다.

 

'이 정도면 어제 여기서 잤다고 생각은 못하겠지? 프로듀서님이 오시면 일단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어제는 늦게 일어나서 집에 갔다가 오늘 아침에 온 거라고 설명하면...'

 

 아침엔 늘 제일 먼저 프로듀서가 오기에 그녀는 어떻게든 변명할 것들을 준비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프로듀서는 빨리 사무소로 들아왔다.

 

"어라, 프로듀서님?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네? 아...어제는 저도 여기서 잤어요. 밀린 업무를 전부 마감하고 나니까 시간이 너무 늦어서, 센카와 씨만 두고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깨워서 집까지 바래다 드리면 너무 시간이 늦고, 또 혼자서 보내기엔 위험하니까."

 

"아..."

 

"배는 안 고프세요?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도시락 사왔어요. 마실 것도 같이. 어제는 많이 피곤하셨던 것 같아사, 근처 약국에서 자양강장제도 사왔어요."

 

 들고있는 비닐 봉투에서 이것저것 꺼내며 자신의 손이 이것저것 쥐어주는 프로듀서를 보고, 치히로는 아이돌들이 했던 말을 완벽하게 이해한 것 같다고 느꼈다.

 

"엄마..."

 

"네?"

 

"아, 아뇨...아무 것도 아니에요..."

 

'나, 나도 참. 뭐라고 그런 거야! 프로듀서님은 남자인데...하지만 아빠보단 엄마라는 이미지고...'

 

"저...센카와 씨, 피곤하시면 휴식실에서 좀 더 주무세요. 센카와 씨 몫까지의 업무는 어제 끝냈으니까 괜찮아요."

 

"하지낭 그래선 죄송한...네? 제 몫까지 해주셨어요...?"

 

"네. 너무 곤히 자고 있으셔서 깨우기 미안했거든요."

 

"우으으...창피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당장이라도 터질것처럼 화끈거린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그녀는 마음 속에 떠오르는 금단의 욕구에 점점 마음이 흔들리는 것 또한 느꼈다.

 평소라면 결코 보이지 않았을 욕망을,  그녀는 어쩐지 지금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저, 프로듀서님...혹시 도시락을 데펴주실 수 있나요...?"

 

"네, 물론이죠."

 

 자상하게 미소를 짓고 두 사람 몫의 도시락을 들고서 탕비실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치히로는 마치 선악과를 먹어버린 이브처럼 입술과 함께 온 몸이 떨려오는 걸 느꼈다.

 

'엄청난 배덕감...하지만 저 사람, 부탁하는 건 다 들어줘버리니까...어떡해, 이러면 안되는데...'

 

 다 큰 어른마저 글러먹게 만들 정도로 자상하고 따스하다. 그런 부분을 보며 치히로는 앞으로가 걱정이었다.

 

"정말 큰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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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같은 프로듀서에게 모두가 어리광 부리는 느낌의 시리즈를 생각해서, 직접 쓰기로 했습니다. 자주 쓰지는 못하겠지만,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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