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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dy mask-너의 별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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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4, 2017 10:33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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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편의 내용을 모르면 이어지지가 않기에 링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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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는 선생님같아!"

346프로덕션에 입사한지 어언 일주일, 집무실에서 학교숙제를 하던 카오루가 갑작스레 카를로스에게 말했다.

"선생님...teacher를 말하는거군요, 왜인지 가르쳐주실 수 있습니까? 류자키양."

"음....선생님처럼 입고 많이 알고있으니까! 방금전에도 카오루가 모르는 문제 알기쉽게 가르쳐 줬잖아."

"아하, 그래서 선생님 같다는 거였군요."

카를로스는 카오루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선생님이 된 자신을 상상했다. 조금 무뚝뚝한 자신이 교단에 선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웃기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씨익 웃어버렸다. 카오루는 씨익 웃는 카를로스를 지그시 쳐다보고는 물었다.

"저기말이지, 프로듀서. 이제부터 프로듀서를 선생님이라 불러도 돼?"

"흠? 상관은 없습니다만...어째서요?"

"아무래도 프로듀서보다는 선생님이 좀 더 편해!"

어감에서 느껴지는 친근감의 차이일까, 아니면 단순히 프로듀서보다 한글자 적어서 편하다는 걸까.

"류자키양만 편하다면 저야 좋습니다."

카오루는 카를로스의 말에 활짝 웃으며 그를 불러보았다.

"선생님!!"

"예, 여기있답니다."

대답을 들은 카오루는 하얗고 예쁜 치아가 드러날 정도로 미소지었다. 카를로스는 그 얼굴을 보고 자기와 친했던 여러명의 꼬마들이 웃는 모습을 떠올렸다. 어떻게 된게 아이들이 웃는건 어찌 이리도 똑같으며 화사할까. 회상이 한창일때 문 여는 소리가 카를로스의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온다.

"레슨 쳐 잘끝내고 온겁니다, 프로듀서!"

"레슨 끝마치고 왔사와요."

"어서 오십시요, 이치하라양, 사쿠라이양."

레슨을 한건지 의심이 들 정도로 기운찬 이치하라 니나와 고상한 말투로 조곤조곤 말하는 사쿠라이 모모카. 레슨을 금방 마치고 들어와 소파에 털썩 앉았다.

"오늘도 레슨 힘들었사와요..."

"수고하셨습니다, 여기 음료수 좀 드세요."

"어머나, 감사해요. 프로듀서쨔마"

"열라게 시원한 녀석인거예요! 고맙습니다, 프로듀서!"

둘은 이온음료가 든 종이컵을 받아들고는 마시기 시작했다. 숙제를 시작한지 어언 20분, 카오루는 연필 끝으로 턱을 누르더니 결국 카를로스를 불렀다.

"선생님! 선생님! 여기 strawberry가 무슨 뜻이야?"

"딸기라는 뜻이예요."

카오루가 카를로스를 선생님으로 부르자 모모카와 니나는 놀라 카오루에게 물었다.

"카오루양, 선생님이라뇨?"

"프로듀서보다는 선생님이 더 편해서. 프로듀서한테 이미 허락도 받았어."

"으음...그래도 니나는 프로듀서가 더 편한거예요!"

모모카도 니나의 말에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마찬가지와요, 프로듀서쨔마라고 부르는게 좀 더 편한것같네요."

모모카는 이온음료를 다 마신 잔을 바라보며 카를로스에게 물었다.

"프로듀서 쨔마는 별명같은게 있었나요?"

"별명말입니까....친구녀석들은 저를 곧잘 찰스라고 불렀죠."

"헤에? 선생님 이름은 카를로스잖아?"

"'카를로스'란 '카를'이란 이름이 스페인에서 변형된거고, '카를'이 영어로 변형된 것이 바로 '찰스'입니다."

'찰스'란 별명말고도 육군구획제대에서 동료들이 붙혀준 콜사인이 하나 있지만 카를로스는 말하지 않기로 한다. 육군구획제대 자체가 기밀이니.

"얏호~! 레슨 끝나고 왔어!"

"다녀왔습니다."

발랄하게 들어오는 아카기 미리아와 태블릿을 만지며 뒤따라오는 타치바나 아리스.

"수고하셨습니다. 아카기양, 타치바나양."

미리아는 웃으면서 카를로스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지만 아리스는 무뚝뚝하게 소파에 앉아 계속해서 태블릿을 보았다.

"그러고보니 아카기양과 타치바나양은 따로 소속되어 있는 프로젝트가 있었죠?"

"응! 나는 신데렐라 프로젝트고 아리스는 크로네 프로젝트!"

"타치바나 입니다!"

미리아가 말한대로 아리스와 미리아는 각자 크로네 프로젝트, 신데렐라 프로젝트에 소속되어 프로젝트 담당 프로듀서에 의해 데뷔, 활동하고 있었다. 카를로스가 맡은 건 프로젝트의 일원인 그녀들의 프로듀싱이 아닌 그녀 개개인의 프로듀싱. 카를로스는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과 눈을 쉬게 하기위해 잠시 창문을 보며 딴 생각을 했다. 신데렐라라면 당연히 동화 속의 그 신데렐라. 크로네는 카를로스가 알기로 독일어로 왕관이기도 하고 북유럽의 화폐단위이기도 하다. 아마 아이돌에게 붙힌다면 전자겠지. 이름하니 무언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사소한것들을 머릿속 한구석으로 치운 뒤, 카를로스는 아리스에게 물었다.

"타치바나양은 왜 항상 이름으로 불리면 화를 내나요?"

아리스는 카를로스의 대답에 입술을 꾹 깨물고 말했다.

"애초에 일본식 이름이 아니잖아요. 남들은 귀엽다니 뭐니 그러지만 저는 싫어요."

"글쎄요, 저는 개성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개성적이라고요? 어딜봐서요?"

"아리스라는 건 일본어에서만 나올수있는 발음이잖습니까. 앨리스라는건 영어권에서 꽤나 흔하지만 아리스라는 이름은 아마 타치바나양이 유일할겁니다."

"....속편한 소릴하시네요. 프로듀서씨는."

"타치바나양의 말대로 제 나름대로의 속편한 소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타치바나양, 당신은 아이돌이예요. 팬들이 당신의 이름을 알고 부를텐데 자신의 이름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되죠."

진심 어린 충고에 아리스는 카를로스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았다. 약간 구릿빛을 띄는 그의 얼굴에 박힌 갈색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솔직했다. 티 없이 맑은 갈색 눈동자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름이 밉다라..."

일이 끝나고 가는 길, 카를로스는 아리스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카를로스는 부모님이 주신 이름을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이 남기신 유일한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소중하게 여겼다. 하지만 오늘같이 예외도 있는 법이다. 아니, 모든것에는 예외가 있다. 카를로스는 이 사안은 내일 생각하기로 하고 지금은 해야할 일을 하기로 한다. 집의 문을 열어 집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카를로스는 서류가방을 소파 위로 던진 뒤, 정장을 재빠르게 벗었다. 그런 뒤 위에는 회색 긴팔 티셔츠, 아래에는 검은 청바지를 입고 검은 후드점퍼를 걸쳤다. 그리고는 차 키와 검은 슬링팩을 챙겨 집을 나섰다. 도쿄항을 드론으로 감시해본지 일주일째. 경비 교체시간, CCTV파일이 있는 곳, 두꺼비집까지 모두 파악했다. 남은건,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것뿐.

 

도쿄항에 도착한 카를로스는 차안에서 HK45CT 권총에 소음기를 부착하고 탄창을 삽입구에 집어넣은뒤, 슬라이드를 당겼다. 권총을 왼쪽 겨드랑이 밑에 달린 홀스터에 끼워놓고 카람빗은 오른쪽 겨드랑이에 달린 칼집에 끼웠다.

"이것들을 쓸일이 없어야 할텐데..."

상대방이 테러리스트나 인간말종이라면 주저없이 쓸 준비가 되어있지만 도쿄항에 있는 사람들은 틀림없는 민간인이다.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아버지들. 카를로스는 행여 자신이 반사적으로 권총을 뽑지않길 바라며 도쿄항 주변에 둘러진 철조망쪽으로 이동했다. 어느곳에나 개구멍은 입는 법, 카를로스는 능숙하게 철조망 위쪽을 양손으로 잡고 몸을 넘겼다. 그리고는 땅에 착지하자마자 컨테이너 뒤쪽으로 달려 몸을 숨겼다. 컨테이너 밖으로 살짝 몸을 내밀어 항구 내부를 바라보았다. 카를로스가 조사한대로라면 지금 시간대는 항구내의 직원들이 교체될 때. 항구가 어수선해지는 건 손바닥 뒤집 듯이 훤하다. 나간다면 지금, 이라며 발에 힘을 주었다. 계획대로라면 노동자들의 눈을 피해 곧장 CCTV 관제실에 도달할 수 있었다. 있었을 터이다. 카를로스가 컨테이너 구석에서 벗어나려하자 오감이 소리쳤다. '위험하다'고. 빠르게 뒤를 돌아보자 얼굴 절반을 가리는 발라클라바를 쓰고 회색 비니모자를 쓴 괴한이 카를로스에게 나이프를 들이대려했다. 카를로스는 괴한이 나이프를 든 손을 잡고 꺾으려 했으나 괴한은 나이프를 들지않은 손으로 카를로스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격통이 밀려와 머릿속을 날카롭게 헤집지만 물러설수는 없다. 카를로스는 왼손으로 칼집에서 카람빗을 뽑아 횡방향으로 휘둘렀다. 괴한은 아래로 숙여 카람빗을 피한 뒤, 달려오는 카를로스의 다리를 걸어 카를로스가 공중에서 한바퀴 돌아 땅에 엎어지게 만들었다. 괴한은 그대로 쓰러진 카를로스에게 나이프를 내리찍으려 했지만 카를로스는 괴한이 나이프를 휘두르는 팔을 막은 뒤 발로 얼굴을 가격했다. 괴한은 턱을 가격당했음에도 불구, 아픈 기색 없이 턱을 손으로 가린 뒤 뒤로 물러나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가져갔다. 카를로스도 괴한이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채고 겨드랑이 밑의 홀스터로 오른손을 가져간 뒤, 권총을 뽑고 카람빗을 든 왼손을 가슴팍으로 끌어당긴뒤, 괴한을 겨누었다. 괴한도 어느새 나이프를 역수로 쥔 왼손 손목에 권총을 든 오른 손목을 받치는 해리스 테크닉으로 카를로스를 겨누고 있었다. 몇초간의 침묵, 카를로스가 먼저 러시아어로 말을 꺼냈다.

"왼손에 든 건 소음권총이 내장된 NRS-2나이프에 오른손에는 스페츠나츠가 쓰는 GSH-18권총이라..."

카를로스가 말한 이 두개 장비의 공통점이라면 러시아의 특수부대, 스페츠나츠에서 사용하는 장비라는 것. 그 덕에 괴한의 정체를 알아채는 건 어렵지않았다.

"이봐, SVR친구. 우린 여기서 서로 싸우러온게 아냐. 우리의 적은 따로있지않나?"

손에든 장비, 아무런 기척없이 접근한 점, 방금전에 보여준 놀라운 맨손격투 실력. 확실하다, 카를로스의 눈앞에 있는 자는 러시아 대외정보국, SVR 소속 요원. 그중에서도 특수훈련을 받은 경험이 있는 자. 카를로스의 말에도 불구하고 괴한, 혹은 SVR소속 요원, 은 총구를 내리지않았다.

"못믿나보군, 자."

카를로스는 요원을 안심시키려 들고있던 HK45CT 권총을 땅에 내려놓았다. 요원은 그 모습을 주의깊게 살펴본 뒤, 들고있던 GSH-18권총을 겨드랑이 밑 홀스터에 집어넣었다.

"...대담하군, 미국인. 처음본자를 그렇게 쉬이 신용하다니."

'여자 목소리?'

단순히 목소리 톤이 높은것도 아니고 음성변조기의 어색한 소리도 아니다. 그리고 요원이 발라클라바를 턱 밑으로 내리자 카를로스는 확신했다. 이 자는 여자라고. 약간 갈색빛이 도는 한갈래로 정리한 긴 머리카락., 푸른 색 눈동자에 몽골인보다는 유럽인의 형상에 가까운 유라시아 계통의 얼굴. 여자였다.

"그래서 SVR 동무, 여긴 뭣때문에 온거지?"

"내가 그걸 너에게 일일이 말해주어야 하나?"

카를로스의 농담섞인 말에 차갑게 반응하는 요원.

"이유라면 있지. 만약 같은걸 찾으러왔다면 협력하는게 낫잖아?"

"그렇다면 너부터 말해보시지, 미국인."

"좋아, 난 이 항구의 지난 4개월 간 CCTV영상을 확보하러 왔어."

"...이유는?"

"미안하지만 그것까지는 말해줄 수 없다."

요원은 고민하는 듯 싶더니 대답했다.

"우연의 일치군. 나도 너와 같은 것을 가져가야 하거든."

"그렇다면 협력해야겠군 그래."

"...좋아, 볼크(волк)라고 불러라."

볼크(волк), 러시아어로 늑대라는 뜻. 아마 콜사인이겠지. 카를로스도 콜사인을 댔다. 육군구획제대에서 자신의 저격실력을 보고 동료들이 붙혀주었던 콜사인을.

"호크(hawk)다. 잘부탁하지."

둘은 임시 공동 전선을 짠 뒤, CCTV실로 향했다. 교대시간은 이미 지나버려서 직원들이 각자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있었다.

"damn, 교체시간을 넘겨버렸어."

"흠, 그래서?"

볼크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동전 하나를 꺼낸 뒤, 가장 가까운 직원 근처로 던졌다. 동전이 땅에 닿자 깨끗한 금속음이 울려퍼졌다. 그 금속음에 직원은 자신의 뒤를 돌아보았다.

"과연, 좋았어. 내가 앞장서지."

카를로스는 볼크의 유인법을 보고 감탄하며 직원이 한눈을 판 틈을 타 CCTV 관제실 근처의 컨테이너로 뛰었다. 여기까진 좋았다. 문제는 교대시간이 지나서 CCTV관제실 근처에 몇명이 있는지 모른다는 것.

"할 수 없군..볼크, 여기서 기다려라."

카를로스는 살짝 뒤로 물러나 컨테이너를 향해 뛰었다. 그리고는 컨테이너의 면을 발 앞부분으로 밟아 몸을 위로 올려 컨테이너의 윗부분을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양팔에 힘을 주어 몸을 컨테이너 위쪽으로 올렸다. 컨테이너 위에서 엎드리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컨테이너 밑쪽의 CCTV관제실에는 드론으로 관측했던 2명보다 많은 3명이 있었다.

'꼬이고 꼬이는군...'

속으로 한숨을 쉬며 카를로스는 조용히, 천천히 내려와 볼크가 대기하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관제실 근처에 3명이 있다. 너가 도와줘야해."

"뭘하면 되는거지?"

"한명 정도만 유인해서 기절시키면 돼. 저쪽으로 가, 두명 정도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으니까"

볼크는 고개를 끄덕인 뒤, 카를로스가 가리킨 컨테이너 쪽으로 이동했다. 카를로스는 고개를 빼꼼 내밀어 관제실 근처를 둘러보았다. 관제실 외부에 1명, 내부에 2명. 갑작스레 외부의 한명이 컨테이너들 사이의 틈으로 접근하더니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않았다.

'볼크가 제대로 처리했군. 나도 할일을 해야겠지.'

몸을 숙이고 발소리에 주의하며 관제실의 코앞까지 다가온 카를로스는 관제실의 문을 두드린 뒤, 관제실 입구의 반대편의 창문으로 이동했다. 관제실 내의 직원들의 시선이 문쪽으로 팔린 틈을 타 카를로스는 창문을 열고 창문에서 가장 가까운 직원의 목에 자신의 왼쪽 팔오금을 두르고 왼손을 오른쪽 팔오금에 넣은 뒤, 오른손으로 직원의 고개를 앞으로 젖혀 리어 네이키드 초크를 시전했다.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경동맥이 졸라지자 직원은 몇초도 되지않아 정신을 잃었다. 카를로스는 창문을 넘어 관제실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여전히 문밖을 살펴보는 직원의 무릎 안쪽을 밟아 한쪽 무릎을 꿇린 뒤, 그의 뒤통수를 잡고 철제 문쪽으로 밀었다. 큰소리가 나며 직원은 정신을 잃고 뒤로 쓰러졌다. 쓰러진 직원을 관제실안으로 끌고온 뒤, 카를로스는 문을 잠갔다.

"본격적으로 시작이군."

카를로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슬링백에서 외장 하드디스크를 2개 꺼낸 뒤, 관제실의 컴퓨터에 연결했다. 카를로스는 빠르게 CCTV기록을 찾아낸 뒤, 그 정체불명의 컨테이너가 도쿄항에 도착하고 떠날때까지의 4개월. 그 4개월 동안의 CCTV기록을 찾아내 외장 하드디스크에 다운 받기 시작했다. DARPA에서 개발한 외장 하드디스크라 다운로드 속도는 다른 제품보다 월등히 빨랐지만 그럼에도 카를로스는 초조했다. 예민해진 카를로스의 귀로 어떤 소리가 들린다. 고무타이어가 아스팔트를 박차는 소리, 얌전한 가솔린 엔진 소리. 분명 차다. 카를로스는 고개를 숙이고 관제실 벽에 엄폐했다. 이윽고, 차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빠르지 않은 약 시속 50에서 40킬로미터로 달리는 한 리무진이 관제실을 지나쳐갔다. 그때 살짝이긴 했지만 카를로스는 한 남자를 보았다. 리무진의 창문을 내리고있어 훤히 보였던 그 남자의 얼굴은 갸름해 턱선이 도드라져 있었고 날카로운 눈매와 작은 눈이 냉정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카를로스한테는 그런 사소한 건 어쨌든 좋았다. 그에게 중요한건, 리무진에 탄 남성을 카를로스가 알고있고 스쳐지나가는 그의 눈에는 부정적인 뭔가가 불타오르고 있었다는 것. 리무진이 관제실을 지나가자 컴퓨터의 화면에 다운로드가 다 되었다는 문구창이 떴다. 카를로스는 컴퓨터에서 외장하드디스크를 분리한 뒤, 관제실의 창문을 통해 나갔다.

"자, 여기 네몫이다."

항구의 주차장, 카를로스는 그렇게 말하며 볼크에게 외장하드디스크를 내밀었다.

"확실한거겠지?"

"물론, 나도 SVR을 적으로 돌리고 싶진않아."

볼크는 카를로스를 날카롭게 째려보며 손으로는 외장하드디스크를 챙긴 뒤, 주차장에 세워져있는 한 차량을 향해 걸어갔다.

'저거 DARPA에서 개발한 거여서 돌려받아야 되는데...말하지말자. 오히려 수상하게 여길꺼야.'

카를로스는 그리 생각하며 자신의 차에 타고 시동을 걸었다. 도쿄항에서 벗어나자 리무진에 타고있던 남자가 떠올랐다. 분명히 그 얼굴을 알고있다, 그러나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안난다. 카를로스는 한숨을 쉬며 오피스텔로 차를 몰았다.

 

"정말 잘해주었네. 자네가 보낸 자료가 앞으로 펼칠 작전의 초석이 되리라 의심치않네. 분석결과는 가까운 시일내에 알려주지. 그동안 조금 쉬게."

어젯밤, 하드디스크의 정보를 얻은 제이슨 허드슨의 말. 그 말 덕에 조금은 여유가 생겨 카를로스는 프로덕션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되었다.

"어느새 2시인가..."

점심을 간단히 먹고 업무에 집중하다보니 아이돌들이 레슨에서 돌아올 2시가 되었다. 어제부터 걸리던 일이 있었다, 아리스에 관한 것. 이른 아침, 프로덕션에 도착하자마자 그 생각을 했다.

"..주제넘었을까..."

그렇게 혼잣말하며 한숨쉬는 카를로스. 주제넘었을지 모른다,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있고 그 중 사정 없는 사람은 없는데도 카를로스는, 잘난 듯이 말해버렸다. '자신의 이름을 좀 더 사랑하라'고...

'그래, 사과하자. 내가 잘못한 건 내가 사과해야하지 않겠어?'

카를로스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집무실의 문이 열리고 여느때와 다름없이 희노애락, 이 네가지의 감정을 도저히 찾을 수 없는 표정, 쉽게 말하면 무뚝뚝한 표정을 한 아리스가 들어왔다. 아리스는 천천히 카를로스에게 다가왔다.

'지금..지금 사과하자!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어!'

카를로스는 제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약간 숙이며 말했다.

"타치바나양..어제 일은 죄송했습니다."

"무슨 말씀이시죠?"

"어제 자신의 이름을 좀 더 사랑하라는 말. 제가 주제도 모르고 떠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카를로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리스는 카를로스의 눈을 마주치지 않고 말했다, 왠지 째려보는 듯 했다.

"사과했으니 받아들이겠습니다만...다음부턴 주의 해주셨으면해요. 사람마다 사정은 있으니까요."

그렇게 차갑게 말한 아리스는 덧붙였다.

"..하지만 프로듀서 말도 틀린건 아니니까요."

아리스가 집무실을 나가자 카를로스는 '이거면 됐다.'고 생각했다. 이제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또다시, 가슴이 옥죄어왔다. 카를로스는 빠르게 책상에 엎드려 숨소리를 작게하고 숨을 가쁘게 쉬었다. 어느정도 진정되자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 또 나 자신한테 거짓말을 했다는건가? 대체 언제? 나는 항상 진심이였는데?'

전장을 누비며 감정을 죽여온 그에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절대로 밝혀지지 않을 듯 했다. 카를로스는 의자 등받이에 체중을 맡겼다. 그 편안함에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일반 사원이란것도 힘들구나...."

 

 

"예, 예. 보내드린 물건은 잘받으셨나요? 그거 다행이군요. 대금은 내일 받도록하죠, 장소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예, 예. 그럼 내일.."

전화를 끊고는 한숨을 쉬는 남자. 그의 옆에 선 덩치 큰 자가 묻는다.

"힘드십니까? 선생님."

선생님이라 불리는 남자는 미소지었다. 그러나 갸름한 얼굴때문에 그 미소는 어딘가 소름이 돋았다.

"아니, 아니. 요 며칠새 귀찮은 일들이 많이 밀려들어와서 말이지. 내가 부탁한건?"

덩치 큰 자가 노트북을 들고와 선생에게 보여주었다.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CIA, MI6의 인맥을 모두써도 말씀하신 남자의 신원을 파악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냐, 아냐. 못찾는게 당연해. 그렇게 만만한 녀석은 아니니까."

선생은 그렇게 말하며 벽에 붙은 사진 하나를 자신의 손안으로 가져와 그것을 쳐다보았다. 사진 안에는 스페인과 백인의 혼혈로 보이는 키 170후반의 남자가 정장을 입고 시내를 활보하고 있었다. 덩치 큰 남자는 못마땅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볼멘소리를 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이런 자를 경계해야할 필요성이 없을 것 같아요."

"누가 너에게 의견을 물었지, 타히르?"

타히르는 얼음장과도 같이 차가운, 칼날같은 선생의 목소리에 얼어버렸다. 그리고는 자신을 원망했다, 이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의견을 내는걸 싫어하는 걸 뻔히 알았으면서 말해버렸다고, 죽을꺼라고 자기자신을 원망했다. 그러나 선생은 의외로 웃으면서 타히르를 용서했다.

"하하, 너가 그리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냐. 하지만 믿어도 좋아. 이 남자는 장차 내 계획에 걸림돌이 될꺼야."

선생은 그렇게 말하고는 사진을 다시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매(hawk)는 어떻게 사냥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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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개학이라 많이 쓰지도 못하겠네요. 오늘은 용어정리가 두개 뿐 입니다.

 

스페츠나츠(Спецназ):여러분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스페츠나츠는 특수부대 전반을 가리킵니다. FSB, SVR같은 정보국 소속, 러시아 국가근위대 소속, 러시아 국방부 소속, 러시아 연방 교도소 속속으로 나뉘어집니다. 이 중 정보국 소속 대테러팀 알파팀, 빔펠팀이 최강이라 알려져있습니다.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방위고등연구국):미국 국방성 산하의 기관. 기상천외한 기술을 개발하는 곳으로 알려져있죠. 이들의 발명품으로는 인터넷의 전신인 알파넷, MQ-1 프레데터 무인항공기, F-35 전투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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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아이돌들의 비중을 늘려볼까합니다. 개학이라 얼마나 쓸 수 있을진 모르지만 말이죠. 아! 그리고 피드백은 lite하게 해주세요. 깜빡하고 마크를 안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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