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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프로듀서를 위한 안내서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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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4, 2017 04:22에 작성됨.

그리고, 시간은 드디어 겨울.

크리스마스 이벤트도 성황리에 마쳤고, 웬만한 굵직한 기획들은 이제 내년으로 넘어가 있다.

뭐, 올해의 마지막 날이나 새해 첫 날에 일이 잡혀있는 아이돌들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은 아이돌들도 휴가를 받아 한 해 동안에 쌓인 피로를 풀고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거나 자신의 취미를 다시 손에 잡는다.

그리고 아냐같은 경우에는, 나와 미리 약속한 대로 같이 자신의 고향인 홋카이도에 와 있다.

신치토세 공항에 내리자, 아냐가 정말로 오랜만에 고향의 땅을 밟은 우주비행사처럼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간단한 짐들을 실은 캐리어를 끌며 입을 연다.

 

「신치토세에는 또, 오랜만이네요-」

 

「그러고보니 아냐는 홋카이도에 몇 년만에 온 거야?」

 

「음, 그렇네요- 홋카이도에 있었던, 라이브에는 가지 않았어서- 아마 3년만일 거예요-」

 

「그런가. 그런데 꽤나 춥네. 원래 홋카이도는 이런 건가?」

 

「다- 오늘은 그나마 따뜻한 거예요.」

 

「과연.」

 

내가 아냐의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단 헤어져 공항 택시를 잡아타 미리 예약해두었던 호텔에 짐을 푼다.

아냐는 자신의 집에 나도 묵을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해 주겠지만, 역시 차마 그럴 수는 없었기에 사양해두었다.

아냐를 마중나온 가족들의 모습과,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가족들과의 재회를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 나를 쳐다보던 아냐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역시 호의를 받아둘걸 그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샤워를 한다.

따스한 물이 나의 몸 전체에 달라붙는다.

하지만 그것은, 아냐의 따스한 체온 만큼은 아니다.

역시 항상 있던 것이 사라지면,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조금은 슬퍼지는 거구나.

나는 그렇게 오늘도 하나 배운다.

아냐도 나의 체온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나는 그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다 물을 끄고, 몸을 닦고는, 천천히 방을 밤하늘로 만든 다음, 푹신한 나의 요람에 누워 잠을 청한다.

 

다음 날, 렌트카 업체에 들려 이틀 동안 사용할 렌트카를 빌리고는 아냐의 집으로 운전한다.

아냐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그녀의 집은 삿포로 시 근방의 마을에 있는, 평범한 주택이다.

그래서 아냐의 집 주소를 알고서도 설마 여길까하고 지나치는 팬이 많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점일까.

내가 아냐의 집 앞에 도착하자 아냐가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해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의 모습에 나는 잠시 아냐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렌트카에 태운다.

꽤나 오래 기다렸는지, 아냐의 손이 조금 차가워 진 것 같다.

 

「미안, 조금 기다렸어?」

 

「니예트-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았어요-」

 

「그건 다행이야. 손 시렵지 않아?」

 

「괜찮아요- 그보다, 어딜 먼저 갈 건가요?」

 

「일단 홋카이도에 왔으니까, 삿포로 눈 축제부터 보고 싶은데?」

 

「다-. 그럼 가볼까요?」

 

나의 말에 아냐가 그녀 특유의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준다.

이런 천사는 왜 눈조각으로 제작되지 못하는 걸까,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각을 알아보지 못하는 모든 조각가들의 눈을 마음 속으로 폄하하고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삿포로 중심가의 오오도리 공원 쪽으로 향한다.

역시나 꽤나 이름이 알려져 있는 축제라 그런지, 사람이 바글바글할 정도로 많다.

하지만 굳이 이 곳을 선택한 이유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아냐가 팬들에게 발견되기 어려운 아이러니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나 구경하기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이게 말로만 듣던 삿포로 눈 축제의 인파인가... 과연 대단한데.」

 

「다- 사람이 전보다,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일단 대충 둘러보고, 좀 이르긴 하지만 아냐가 가고 싶어한 '그 곳'으로 갈까.」

 

「다-!」

 

아냐가 나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 손도 꽉 잡고 있고, 팬을 마주칠 경우를 대비해 목도리와 머플러도 두르고 있지만 역시나 아냐의 후광은 그런 것으로 가려지지 않는다.

왠지 모르게 조금 답답한 기분이 든다. 

뭘까, 이 꽉 닫힌 듯한 우주에서 혼자 부유하는 듯한 느낌은.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조각들이 없어서, 아냐를 차에 태우고 그녀가 가고 싶어했던, 별이 잘 보이는 천문대로 간다.

사실, 예약하려고 했을 때는 잘 될까 우려가 많았지만, 다행히도 잘 되어 이렇게 가고 있다.

한참 도로를 달려 도착한, 쇼산베쓰천문대.

삿포로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날씨만 좋다면 이 곳만큼 별이 잘 보이는 것도 없다고 하여 아냐의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이렇게 오게되었다.

그리고, 아냐는 천문대에 도착하자마자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망원경을 거의 붙잡다시피하며 별에 집중한다.

그렇게도 별이 좋을까, 나는 추운지도 모르고 별보다 빛나는 미소를 지으며 별을 관찰하는 아냐의 모습에 얼굴에 옅은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역시나 꽤나 춥긴 춥다. 

삿포로도 추웠지만, 그보다 더 높은 위도로 올라간 탓.

나는 잠시 아냐를 보며 서다가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따스한 실내로 들어와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뽑는다.

향긋한 자판기 커피의 향이 나를 천천히 감싸다가,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자 쌩하니 도망가버린다.

내가 조금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손에 쥐고 있던 커피가 든 종이컵을 보고 있다가 그제서야 실외와 연결되어 있는 문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그리고 그 곳에는, 불만이라는 듯이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있는 아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프로듀서- 왜 즈베즈다, 별, 안 봅니까?」

 

「아, 그게 너무 추워서 말이야-」

 

「저는, 당신과 같이, 별을 보고 싶었는데....」

 

아냐가 그녀의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이 꽤나 무성의하다고 생각했는지 더더욱 불만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본다.

나는 그런 아냐를 잠시 쳐다보다가, 문득 무언가 뇌리를 스치는 게 있어 아냐를 쳐다보며 벌떡 일어선다.

그래, 아냐는 그저 여기에 별을 보러온 게 아니야.

아냐는-

 

「미안, 조금 추웠어서 말이야. 그래도 다시 나갈거야.」

 

「...정말, 인가요?」

 

「내가 아냐한테 거짓말을 한 적이 없잖아. 안 그래?」

 

「그거야, 그렇긴 하지만...」

 

「이 커피만 마시고 바로 나갈테니까.」

 

「..다-」

 

아냐가 나의 말에 아직도 불만기가 조금 남아있는 듯한, 그래도 기분이 많이 풀린 듯한 표정을 지으며 실외로 나간다.

나는 종이컵에 담겨 있던 커피를 한 입에 털어넣고는 조금 덴 듯한 목을 조금 쓰다듬고는 실외로 나간다.

망원경으로 별을 보고 있던 아냐가 뿌우-하고 소리를 내고는 고개를 홱 돌려버린다.

나는 아냐의 반응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손가락으로 밝게 빛나는 별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묻는다.

 

「저 별의 이름은 뭐야?」

 

「오리온자리의 베타 별인 리겔이에요-」 

 

「그럼 저 붉은 별은?」

 

「황소자리의 알파 별인 알데바란이에요-」

 

내가 이것저것 가리키자 아냐가 조금씩 표정을 풀며 밝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나는 그런 아냐가 너무 귀여워 나도 모르게 그녀를 꼭 껴안아버린다.

아냐에게서 꺄앗,하고 귀여운 소리가 들렸지만 그것은 싫다는 표현은 아닌 듯하다.

오히려, 이때까지 기다려왔는지 반짝거리는 눈빛이 나에게로 돌아온다.

 

「프로듀서- 의외로 대담-한 거네요」

 

「아니, 뭐, 나도 아냐를 좋아하니까 말이야.」

「아냐가 나를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뿌우- 아냐도 프로듀서를, 정말로 좋아한다이에요!」

 

아냐가 나의 말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의 품에 조금 더 푸욱 들어온다.

아냐는 너무나도 귀엽다,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너무나도... 천사같다.

나는 잠시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을 쳐다보다가, 아냐에게 작게 속삭인다.

 

「고마워, 아냐.」

 

「스파시보- 인가요?」

 

「응. 아냐는 나에게, 이 하늘을 같이 보자고 권해준 거잖아?」

 

「다-!」

 

아냐가 나의 말이 정답이라는 듯이 아름답게 웃으며 나를 쳐다본다.

나는 그런 아냐의 시선을 잠시 쳐다보다가 아냐의 석류같은 입술에 잠시 나의 입술을 가져다 뗀다.

첫 키스는 달달한 사탕 맛이라던데, 우리의 첫 키스는 그것보다도 달달한 커피 맛이 난다.

아냐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쳐다보다가 밤하늘로 시선을 돌린다.

아냐를 따라 나도 천천히 밤하늘로 시선을 돌린다.

이 우주에는, 너무나도 많은 별들이 있다.

이 우주에는, 별만큼이나 많은 사람이 있다.

이 우주에는, 별보다도 반짝이는 아이돌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아냐를 만나기 전까지는 다 부질 없었던 것.

그 사람의 숲에서, 우리는 엄청난 확률을 뚫고 그 거리, 그 시간에 만났다.

그 믿기지 않는 기적에, 나는 나도 모르게 아냐를 조심스럽게 꽉 껴안는다.

나의 힘이 들어간 포옹에 아냐가 잠시 놀란 듯한 표정을 짓다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쓰다듬어준다.

우리가 보고 있는 밤하늘에는, 이름도 다 외우지 못할 수많은 별들이 떠 있다.

아름다운 별들이, 한가득 떠 있다.

그리고 그 밑에, 

그 밤하늘 밑에, 

아냐와 내가 있다.

 

http://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91107&sca=%EA%B8%80&sfl=mb_id%2C1&stx=oraracom34

 

 

 

후기

예전에 썼던 글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아이돌을 위한 안내서』 리메이크 판입니다.

예전에 썼던 글을 보시고 싶은 분들은 같이 올려둔 링크를 클릭하시면 되겠습니다.

나름대로 내용도 늘려보고, 나름 탄탄한 기초를 세워보고 써 본 글입니다만 어떻게 잘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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