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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프로듀서를 위한 안내서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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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4, 2017 04:21에 작성됨.

「프로듀서- 미안, 하지만, 잠시 제 얘기를, 들어줄 수 있나요-?」

 

여느 때와 같이, 모 회사의 모델 일의 오디션을 마치고 사무소로 귀환하는 도중에 아냐가 뜬금없이 뒷자리에서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운전에 여념이 없던 나는, 조금 힘들어보이는 아냐를 위해 조금 기분전환을 했으면 해서 틀어놓은 라디오를 왼손으로 끄고는 백미러로 아냐를 슬쩍 쳐다보았다.

무언가 말하고 싶어하는 듯한,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이 백미러에 비친다.

원하는 것이라도 있는 건가?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녀에게 되묻는다.

 

「무슨 일이야, 아냐? 무슨 심각한 일이라도 있는거야?」

 

「아뇨, 그것이 아니라- 그러니까...」

 

늘 드문거리며 짧은 일본어를 하는 아냐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다른 기운이 느껴진다.

마치 매일같이 밤하늘을 쳐다보며, 무언가를 찾아다니는 천문학자들같은 기운.

나는 어떻게 형용하기도 어려운 기운이 아냐에게서 나오는 것을 느끼며, 입가에 천천히 미소를 띄우며 입을 연다.

 

「왜 그래, 아냐. 나랑 관련된 거야?」

 

「그, 그러니까- 그렇긴, 한데요-」 

 

아냐가 나의 말에, 딱히 틀리지는 않았다는 듯이 작은 목소리로 그녀답게 대답을 한다.

무엇이 그렇게 그녀를 고민하게 만드는 걸까, 나는 그 의문을 차마 목소리로는 내지 못한 채 어른임을 가장한 목소리로 아냐에게 말한다.

 

「뭐, 말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린다면 기다려줄께.」

 

「다-. 감사합니다, 프로듀서-」

 

「뭘 이 정도로.」

 

천만에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지금의 그녀에게 그 말은 왠지 모르게 악효과가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에게서 잠시 동안의 시간을 허락받은 아냐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잠시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려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거리의 가게들을 쳐다본다.

작은 식료품점들과, 작은 편의점과, 작은 꽃집과, 작은 옷가게와, 작은 가게들과, 가게들과, 가게들이 조금씩 지나쳐간다.

그렇게 많은 가게들을 보내고, 사무소 근처의 자그마한 편의점 바로 앞의 교차로에서 빨간 불을 받아 잠시 멈추는 사이, 아냐에게서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저, 저기- 프로듀서-」

 

「응, 왜, 아냐?」

 

「저, 저기... 다음 휴일에, 같이 가 주셨으면, 하는 데가...」

 

「어딘데?」

 

나는 일단은 아냐의 말을 꽤나 집중해서 들으며 앞의 신호등과 백미러에 비치는 아냐의 모습을 계속해서 번갈아 쳐다본다.

내 물음에 어쩐 일인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던 아냐가 신호등이 푸른 빛을 내뿜던 바로 그 타이밍에 석류같은 입술 사이를 열어 부끄러운 듯이 말한다.

 

「그, 그게- 제 고향, 홋카이도인데요-」

 

「홋카이도?」

 

「다- 홋카이도에, 프로듀서와, 같이....」

 

홋카이도라.... 가본 적 없는 미지의 땅은 꽤나 커다란 울림을 가진다.

꽤나 바쁜 프로듀서의 일이면서도, 홋카이도에 있었던 라이브들에는 우연찮게도 다른 일이 밀려있어 다른 프로듀서들이 갔기 때문에, 나는 한 번도 그곳에 가본 적이 없다.

괜찮네, 나는 달을 처음으로 밟는 암스트롱의 희열 비스무리한 것을 느끼며 중얼거리고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아냐에게 고개를 끄덕여준다.

 

「괜찮아. 혹시 2~3일 정도 빼야하나?」

 

「아, 그래 준다면, 더욱 괜찮아요.」

 

아냐가 나의 말에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냐의 미소는 아름답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차를 사무소 지하의 주차장으로 주차시킨다..

차에서 내리고는 아냐를 에스코트하고 사무소로 바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로 발걸음을 옮기는 도중에 아냐가 천천히 입을 연다. 

 

「저, 저기- 프로듀서-」

 

「응? 왜 그래, 아냐?」

 

「혹시, 프로듀서는- 즈베즈다, 그러니까, 별, 좋아합니까?」

 

「음, 뭐, 남들 좋아하는 만큼은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의 말에 아냐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조금 더 가까이 밀착한다.

아냐의 잡티 없이 깨끗하게 하얀 피부라던가, 팔에 온전히 느껴지는 볼륨감이 넘치는 느낌의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라던가를 온 몸으로 받아내며, 나는 일단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본다.

나의 시선에 아냐가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로 조금 더 밀착한다.

동류...라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아냐의 갑작스런 터치(Touch)에 어리둥절함을 느끼면서도, 그것이 싫지 않아 옅게 미소짓는다.

아냐는 귀엽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사무소의 문을 열어 아냐를 먼저 들여보낸다.

이 시간의 사무소는 아무도 없다.

있다고 한다면 한쪽 구석에서 낑낑거리며 남은 에네드리의 양을 파악하는 치히로 씨가 간간이 있을 뿐이다.

조금 어둑어둑해진 창 밖을 잠시 바라보다가 내 자리에 앉은 내가 컴퓨터를 키려 하자, 아냐가 어느새 내 자리 근처까지 다가와서는 입을 연다.

 

「프로듀서- 프로듀서의 다음 휴일은, 언제인가요?」

 

「음... 3일이나 시간을 내본다고 한다면 크리스마스가 지난 겨울쯤이 되려나?」

 

「겨울, 인가요...」

 

「응, 여름에는 수영복 라이브 페스티벌이 있고, 가을에는 정례 라이브,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마스 이벤트가 있어서 말이야.」

「아마도 크리스마스랑 정월 사이에, 3일 정도 시간을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가요... 조금, 일찍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냐가 나의 말에 조금은 안타깝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나의 컴퓨터 화면에 천천히 떠오르는 자신의 첫 일의 사진을 쳐다본다.

잠시 자신의 사진을 쳐다보던 아냐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연다.

 

「하는 수, 없네요. 조금, 기다리는 수밖에...」

 

「아, 응. 역시 며칠이나 빼려면 일일휴가를 한꺼번에 몰아쓰는 수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죠. 프로듀서는, 바쁘니까요.」

 

「뭐, 그렇지.」

「바쁘지 않은 것보다는, 바쁜게 낫지만 말이야.」

 

「프로듀서가, 키운 아이돌이, 이렇게, 멋진 아이돌이, 되었으니까요.」

 

「그렇네.」

 

아냐의 말에 내가 그녀의 비단결같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고는 컴퓨터로 시선을 옮겨 오늘 할 서류와 내일 할 서류들을 조심스럽게 분류한다. 

아냐는 너무나도 아름답기에, 들어온 일의 양도 꽤나 방대하다.

그것의 스케쥴을 어떻게 조정하느냐, 그리고 라이브와 어떻게 겹치지 않게 하느냐가 나의 일.

물론 이런저런 서류들도 해야되지만, 그런것은 보통 치히로 씨가 해주기에 별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성질 급한 사장들과의 기싸움을 해야하기 때문에 조금 지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뭐, 그래도 저렇게 귀여운 얼굴로 자신의 다음 일을 기다리거나, 다음 라이브 때 부를 곡을 가만가만 따라부르며 연습하는 아냐의 모습을 보면 그런 스트레스도 풀리는 기분이다.

나는 잠시 지칠때면 잠시 아냐의 얼굴을 보며 기운을 회복하는 것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오늘도 몇 번이고 아냐의 얼굴을 보며 기운을 받고, 가끔은 아냐가 다가와 나의 어깨를 주물러주거나 커피를 타주거나 해, 일이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밖을 쳐다보니 이미 짙은 어둠이 하늘을 감싸고 있다. 

빨리 아냐를 기숙사로 데려다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컴퓨터를 끄고, 옷매무새를 정리한 다음 아냐를 부른다.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던 아냐가 나의 부름에 쪼르르 달려와 나의 옆에 선다.

아냐는 정말로 귀엽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사무소의 불을 끄고는 문을 잠근다.

기숙사는 사무소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이런 어두운 도심의 거리를 여자애 혼자 돌아다니게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아냐는 내가 있지 않으면 별이 보이지 않는 도쿄의 하늘을 계속해서 쳐다보다 어디로 갈 지 모르는 일이고.

 

「프로듀서- 방금 저에 대해서, 이상한 생각, 하지 않았나요?」

 

「아니, 별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분명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표정이었어요.」

 

「그렇다면 휴가에 대한 거겠지.」

「아냐의 휴가와 맞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볼 테니까, 아냐도 아이돌 일을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어.」

 

「다-」

 

아냐가 내 말에 그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듯이, 밤하늘의 별보다 더욱 반짝이는 미소를 짓는다.

아냐와의 홋카이도 여행이라...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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