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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베이커리-미시로 라디오의 고민 상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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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4, 2017 02:37에 작성됨.

이전화들

 

음....어디부터말해야할까....일단, 그날은 나와 정반대였어. 지금 생각해보면 내 미래라도 암시했던 걸까...라고 해보기도 하는데.....그때는 정말 힘들었어. 악쓸 힘도 없이 지쳐서 그냥 강물에 흘러서 내려가는 쓰레기비닐 같은 기분이었지.

 

해가 강렬해서 길바닥에는 음영이 뚜렷하고, 구름은 파아란 하늘을 호숫가 삼아 여유로이 무심하게 뱃놀이나 즐기던 어느날. 길 위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일을 향해 걸어가고있었다. 저 차들도 마찬가지고, 나무조차도 태양을 향해서 제대로 쭉-쭉-뻗어가고 있었지. 하지만.....나는 아니었어. 물 위에 던진 물감이 흩어지지도 못하고 차갑게 뭉쳐있는 것처럼, 바닥 밑으로 무심하게 가라앉은 것처럼. 나는 우두커니 서있었기만 했던 거야. 때때로 걸어보기도 했지만, 목적지도 없었지. 단지 그냥 걷기라도 하지 않으면....안 될 것 같았거든. 다른 사람들처럼, 그냥, 걷다가 들어가고 걷다가 들어가고....

 

“어서오세요~!”

 

무슨 생각으로 들어갔는지 몰라도, 그곳에는 작은 소녀와 그보다는 많이 커보이는 청년이 있었지. 모델을 해도 나쁘지않을듯한 아름다운 비율과 훤칠한 키,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실눈. 그는 가지고 있었어, 나에게 없기에 더 잘 보였지. 자신감. 자신에 대한 당당함. 나에게는 없는 것. 그것에 눌려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의자에게 내던져지듯이 앉았어. 별로 할 것도 없는데 말이야

 

땀조차 흐르지않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하루하루 죽기를 기다리는 시체처럼 한동안 앉아있다가 문득, 내 눈에 들어온 투박한 빵이 하나 있었지. 파슬리가 조금 올려져있기는 하지만 투박한 모습을 감출수가 없다. 둥글게 부푼 빵의 특징을 가졌지만 네모나고 투박한 나무토막이라는 느낌을 주는 빵. 그리고 그렇게 쭉 보았다. 보다가.....보다가....

 

“맘에 드세요?”

 

“네?”

 

“잡고계시길래”

 

어느새 그걸 잡고있는 나와 미소를 띄운채 다가온 청년.

 

“아, 아니....”

 

“저희도 문 연지 얼마 안 되서요. 서비스에요.”

 

빵을 낚아채어 길다란 빵칼로 여유롭게 토막낸 그는 나무 접시에 빵을 담아 천천히 내려놓았어.

 

나는 멈칫, 멈칫하려다가도 그의 호외와 미소를 거부한 다는 것도 두려워서...라고 생각했지만 아마도 누군가를 거부하는 것보다, 도전하는 것보다 순응하는 걸 더 오래 많이 해왔기 때문일지도 몰라. 적어도 그 때까지는 그게 익숙했으니까

 

갈릭 소스 특유의 달달함과 매콤한 기운이 섞여서 올라오고... 대부분이 슬라이스되어 있지만 밑바닥이 잘려있지않아 잡고 주욱- 찢어본다. 생긴 모양처럼 쉽게 잘리지않고 질긴 느낌으로 살며시 늘어지고있다. 손으로 빵을 집자 안쪽으로 푹 들어가지만 껍질은 부러지거나하는 소리도 없이 가죽처럼 다만 구부러지면서...

 

손에 끈적한 기분이 느껴지고, 우둘도둘한 빵가루와 마늘가루가 느껴진다. 그리고 손가락에 달라붙고 바닥으로 떨어질듯이 아슬아슬한 기분이 느껴졌지

 

푹하고 깨물자 빠드득-하는 소리가 연신 들리면서 껍질의 바삭함이 볼살을 타고 흘렀지만, 그런데도 빵의 속살은 부드럽웠고 말이야. 껍질과 대조적으로, 빵의 가장 큰 부분인 속살은 한 순간에 눌려서 납작해지고 옆으로 밀려나오던 기분...!

 

속살은 버터와 크림처럼 밀려나온고, 입을 채 다시한번 벌리서 씹기도전에 옆으로 오는 소스의 즙과 속살이 볼살에 닿아 단 맛이 처음부터 느껴지고 마늘의 매콤한 듯한 달콤함이 슬슬 느껴졌지


껍질은 바삭함과 약간의 질긴감이 공존하는데 그것이 빵이 곱씹게 만들어 깊은 맛을 천천히 자아내고..... 껍질의 가장 위쪽은 바작함이 남아있지만 안쪽은 바작하기보다는 수분을 살짝 머금은 것처럼 조금 질긴 느낌이 남았아있었는데, 흔히 아는 것처럼 입 안을 아프게 치는 감각은 없고, 너무 질기지도 않아 광대뼈가 아플 정도도 아니었어. 놀랍지? 지금도 많이 떠오를 정도로 놀라워. 양끝의 껍질은 속살이 더 적고 두터워서 바작소리가 비스켓을 씹을 때와도 같았지. 바작바작, 여러 겹으로 느껴지는 껍질을 연이어 씹어보자 겉면에 들었던 소스와 입안에 남아있는 속살의 풍미가 엉켜 껍질에도 마늘소스의 단맛과 스며들고있었고...... 바작바작 소리가 끊이질 않고 씹는 와중에도 고소함이 시나브로 깊어지면서 금세 녹듯이 흩어져버린 속살보다도 더 흥미로운 맛이 난게 되었지. 정말로, 속살이 부드러웠지만 씹기도전에 혀로 햝는 순간 녹는 것처럼 혀에 배어버린다. 제법 투툼하게 여러겹으로 된 껍질은 오히려 빵 자체의 풍미와 소스가 잘 어우러졌지

 

“어, 음...맛있네요.”

 

한순간, 놀랐다. 그렇게밖에 말할 수가 없어. 조금은 아마 맑게 개인 기분. 그래서 그때, 그 남자의 말도 흘리지않고 조금은 주워담을 수 있었을지도 몰라.

 

남자는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빙긋 웃고는 그 마늘빵 하나를 천천히 들어올려서 물끄럼 쳐다보더라고.

 

“바게트는 정말 까다로워요. 며칠만 두면 금세 딱딱해지거든요. 둔기로 써도 될 만큼”

 

“네?”

 

“그래서 고민하고 고민했죠. 어떻게 하면 오래되서 딱딱해진 바게트를 부드럽게 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비웃었을지도 모르고 재료낭비라고 했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결국에는 무모하고 포기하지않은 바보가 만들어낸 겁니다.”

 

그리고 나에게 자랑스럽게 건내던 그것.

 

“마늘빵을”

 

무슨 의미일지 나는 그때도 짐작하지못하고 어버버거리며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을 뿐.

 

“오래되서 버릴 빵, 무모한 요리사, 마늘과 빵. 누구나 주위에서 흔하게 발견하는 것들이지만, 그것을 잡아내서 결과로 만들어내는 건 다른 이야기죠. 만약 그 빵을 그냥 버렸다면, 그 요리사를 해고했다면, 빵에 마늘을 사용해보지않았다면. 마늘빵이라는 맛있는 요리는 없었겠죠.”

 

도마 위에 올라간 빵은 천천히 칼에 베이고 종이에 한 바퀴 감기고 있었지.

 

“그런 거랍니다. ‘끝’이라고 생각하고 내친다면 ‘끝’이 되고, 그걸 다시한번 잡아 사용하면.....’기회’가 되죠.”

 

빵은 갈색 봉투에 미끄러져 들어가고, 위의 봉투를 한 번 접고서 스티커를 살짝 얹어놓고 그것을 나에게 건냈어.

 

“제 말 들어주신 값입니다.”

 

방금 전까지 들고있던 그 마늘빵이 어느새 곱게 포장되어 내 손에 들려있던 거지.

 

“에엥?!”

 

“아, 참. 상하기 전에 드세요”

 

서둘러 지갑을 더듬는 순간, 나는 그때 또 하나 깨달았어 빈 지갑은 커녕 들고다닐 지갑도 없다는 걸. 너무 부끄러워서 나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바보구나. 그래서.....어느새 정신차려보니까....달렸다. 달려서.... 문득 도망쳐버렸어.

 

부끄럽고, 무서워.....

 

20살..아니 그보다 어릴지도 몰라. 그런 아이한테 삶이 어쩌니 소리나 듣고, 빵도 받았는데......왜....? 화가 나지않아? 화 나야하잖아.....그런데도, 그런데도...나는 그 말이 맞다고 해버렸다. 그 말이 맞다고 하고 내가 부끄러워서....참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버티다 못해 길바닥에서 나는 주저앉아버렸지. 나 자신이 한심해서, 겨우 이런 일로 재기도 못하는 상처를 입은 양 널부러져있는 내가, 그걸 다그치는 건방진 젊은이의 말이 맞다고 느끼는 내가, 전부 한심하고 부끄러워서....

 

그리고 또 누군가가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어. 우습지? 또 그렇게 되다니.....그는  내 눈물을 닦아주다가, 내 울음에 어버버하면서도 나와 같이 있다가, 마침내 그 사람은 나에게 물었어. 그게 내 삶을 바꾸었다고 하지만, 나는 그때 다른 말이 흘러들어갔어. 바닥에 구르는 마늘빵을 보면서, 나는 다른 생각이 들었어.

 

작은 명함을 내밀면서 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아이돌.....해보시겠습니까?”


.
.
.

 


“.....그런 이야기일 줄은 몰랐어요! 와쿠이 씨.”

 

“뭐, 다 지나간 이야기고...누군가가 필요로한다니...”

 

라디오에서 고민상담 게스트로 불려나왔던 루미의 이야기가 끝나고서 아직은 어린 소년인 호스트들이 감탄하자, 루미는 뭔가 쑥스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음? 혹시....와쿠이 씨...?”

 

그러나 그런 모습은 또한 아직 장난기넘치는 소녀들의 연애센서를 곧추세우기에 충분했다. 동시에 상황의 기류와 추억 속 청년의 성격을 떠올린 루미는 빠르게 자세를 다가듬고 말했다.

 

“아무튼, 기회와 끝. 그런 것들은 스스로 결정하는 거지. 때때로 너무 크고 행운인 것에 집중하지 말고, 삶의 작은 인연이나 일상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봐. 그러니까 천천히.....주위를 둘러보고 아직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나아가라고. 내가 그때 안 돼라고 생각했다면 프로듀서의 아이돌 제의도 뿌리쳐버렸을 테니까.”

 

“음, 감사합니다! 그래서 와쿠이 씨! 그 운명의 남자는 누구인가요? 그리고 혹시 지금은....”

 

“그런 거 아닌데.”

 

“후훗, 와쿠이 씨? 그런 건 아무리 숨겨도...”

 

“슬슬 광고타임 아닌가?”

 

“에엣!?”

 

한차례 혼란으로 호스트의 정신을 빼놓은 사이, 살그머니 녹음실을 빠져나온 루미는 참았던 뜨거운 한숨을 깊이도 내려놓고서 핸드폰에서 문자하나를 확인했다. 쿨뷰티 비서출신답지 않게 배시시 미소를 그리며 익숙하게 전화를 걸자, 고풍스러운 클래식이 몇 초 울리다가 나긋나긋하게 울리는 남성의 목소리가 넘어왔다.

 

“네, 고객님 주문하신 마늘빵....”

 

“고객님? 그렇게 부를거야?”

 

“네, 단골님-”

 

“그거 말고”

 

“아지매?”

 

“.....”

 

“와서 가져가시라고요......... 누나.”

 

약간 가벼운 장난기가 알게 모르게 섞여있던 목소리가 마지막 단어에서는 묘하게 머뭇거리면서 회피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오히려 루미는 그런 목소리이기에 더 좋다는 듯이 다시 한 번 얼굴을 붉히고 웃었다. 하지만, 곧 본래의 포커페이스를 되찾는다. 미소가 나오려고해도, 입꼬리가 움찔거려도 목소리만큼은 진정했다.

 

“금방 갈게.”

 

“.....하아...”

 

수화기 너머, 한숨을 내쉬는 남자는 지쳤다는 듯 휠체어에 몸을 맡겨버렸다. 루미가 전화기를 끊어버리기전에 후고후고하는 소리가 조금 들린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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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입니다. 맛나게 보시길!!

 

다음화는 진짜 30화!

 

새벽에 간단하게 써서 그런지 영 퀄리티가 말이 아니군요.

 

둘은 친한 관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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