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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의 증오 묻은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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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6, 2017 15:59에 작성됨.

이 세상 아이돌들은 성인군자라고 누가 그랬는가.

평소에 스스럼 없이 잘 붙어다니던 아이와 눈을 마주쳤을 때, 그 눈동자 안에 보이는 무언가를 보았을 때 공포를 느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분명 우리는 친구인데, 친구가 아니다?

그런 모순적인 말이 현실이 되어간다.

그 눈동자 속에 보이던 '악의'는 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분명 그 정체를 이미 알고 있을 터이다.

그렇지만 모르는 척하는 것은 그 정체가 너무나도 슬픈 존재이기에, 감히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믿지 않으면 배신감도 없다라고는 하지만 이미 믿어버렸는데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 배신감을 버리기 위해서는 나도 배신을 해야하는가.

 

혹시 단순한 것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 단순히 '질투' 같은 가벼운 감정을 '살의'라고 부풀어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더 무서운 것은 우리 모두 누구도, 어떠한 감정도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질투, 분노, 살의, 증오 같은 악한 감정을 표출하지 않은 채 숨긴다.

그리고 좋은 감정만을 조작한 채 밖으로 내보내지.

 

그럼 그 이유를 감히 한 번 생각해본다.

악한 감정을 표출했을 때, 우리에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누구도 나를 보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하나의 '사회의 룰'이라는 것이다.

 

그래, 사회의 룰.

참으로 간단 명료하면서 정당하기 그지 없는 이유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해서, 만약 나의 악한 감정을 들어낸다면 모두들 나를 버릴 것이라는 소리이다.

그 악한 감정의 대상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전부.

생각해보면 참으로 웃긴 이야기이다.

왜 그런 악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뿐 만으로 사람을 피하는 걸까.

나는 분명 A를 증오한다고 하는데 왜 B가 피하는 걸까.

 

설령 그 사람들이라고 악한 감정 한 번 품지 않은 적이 있을까.

인간인 이상 그럴 일은 절대 없다고 장담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하는 이유는 단지 하나 뿐이다.

사람들의 시선이다.

자신도 같은 인간 취급 받을까봐 겁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처음, 그의, 나의 프로듀서의 말을 들었을 때 코웃음을 친 것이다.

'너는 너답게 살아가라. 다른 누가 뭐라고 해도 너는 너이다.'

 

자, 그럼 여기서 생겨나는 문제는 무엇인가.

모두들 그렇게 숨기고 산다면 자신은 자신답게 살아갈 수 없다?

물론 이것도 문제이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사실 그렇게 감정을 숨기고 산다는 것을 문제삼고 싶지는 않다.

악이 괜히 악이 아니란 것이다.

악을 방치해두면 이 세상은 사람이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악한 감정을 막는 사람들의 시선도 나쁘게 볼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정말 중요한 문제는?

이미 나는 그 이유를 써놓았지 않은가.

사람들이 악한 감정을 숨기는 것이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라고.

 

그렇다면, 반대로 말하자면 사람들의 시선만 없다면 악한 감정을 드러내겠다는 것 아닌가.

어처구니 없게도 나는 이 진리를 아이돌 활동 한지 3년만에 깨달았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을 버린 채 사회의 룰에 헤매이며 살아갔다.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 깨달았다.

사실 강제로 깨닫게 되었다.

 

호시이 미키.

나의 숙적.

그렇지만 사실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동료.

그렇게 애증의 관계인 그녀가, 누군가에 의해 습격을 당했다.

그 습격으로 중상을 입어 거의 3개월을 입원했었지.

덕분에 그 사이에 있었던 아이돌 활동이고 무엇이고 전부 말아먹었다.

 

과연 누가 습격한 것일까.

그런 의문이 들기전에 든 생각은 상당히 이기적인 생각이었다.
'

저대로 누워있는다면, 나의 연적은 사라진다.'

진실로 애증의 관계였던 것이다.

동료가 쓰러져 슬퍼하면서도 은근한 기대를 품고 있다니.

하지만 나는 그것을 악이라 누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충격은 하루도 되지 않아 다가왔다.

미키가 입원한 날 밤, 병원의 여자 화장실.

악한 감정을 억누르며 세수하고 화장실 문을 열었다.

끼이익거리며 열린 문의 소리가 참 컸다.

그런데 나가고자 하니 세면대 위에 손수건을 놓고 온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다시 끼이익 거리는 큰 소리를 내며 문을 닫고 세면대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 때 들어버리고 만 것이다.

화장실 한 칸에서 들려오는 전화소리를.

분명 그 때 "나간 것 같으니까 괜찮아."라는 말을 들었다.

과연, 문 소리로 사람이 나가는 것을 체크한 것이었다.

 

그 목소리는 어디선가 많이 듣던 목소리였다.

한참을 생각하다 냈던 결론은,

내가 존경해 마지 않으면서도 사적으로도 매우 친하게 치내는,

카미이즈미 레온이라는 아이돌이었다.

 

진실로, 진실로 존경했다.

나를 아이돌의 꿈을 갖게 한 카미나가 루이라는 옛 아이돌 수준으로.

왜냐하면 그녀는 항상 당당하게 무대를 종횡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매우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그렇기에 나는 심적인 동요가 컸던 것이다.

 

누군가에게 절대 비밀로 해야할 전화 내용은 무엇인가.

그 때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지만 5분 후, 나는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밀물을 타고 말았다.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온 레온은 나를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야말로 살의를 품고 있는, 살인마의 눈빛.

그런 눈빛을 하고 있는 나였던 것이다.

 

그럼 그 자리에서 내가 그녀를 어떻게 했겠는가?

안타깝게도 나는 그저 째려만 본 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분명 내 마음 한 켠에 자리잡은 '윤리'라는 것이 나를 막아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화장실 여자 화장실에서 시체 한 구가 놓여있었을 일이었다.

 

그 날 이후로 나는 당분간 집에만 틀어박혀있었다.

말이 당분간이지, 3개월이나 쉬었다.

한창 상승가도를 달리던, 톱을 눈 앞에 두던 아이돌이 요양이나 하고 앉아있었던 것이다.

 

나를 휘감은 배신감이라는 오오라는 나의 가슴을 쿡쿡 찌르며 머물고 있었다.

역시 사람의 마음이란 선할 수가 없다.

우리 사무소 사람도 과연 그럴까.

유키호, 마코토, 치하야 쨩도...

그리고, 프로듀서 씨도....

 

극도의 불안감이 찾아온 건 그 때부터였다.

가슴 속에 답답함은 극에 달해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그래, 바람이라도 좀 쐴까.

드라이브라도 하면 그나마 편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운전 면허 딴지 1년 밖에 되지 않아, 운전에 능숙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저 달리기만 해서는 속이 풀어지지 않을 것 같아 도로를 질주했다.

애초에 우리 본가 근처에는 사람이 얼마 없으니까.

 

그렇게 속도가 시속 100을 돌파한 시점에, 눈 앞에 빨간 불이 보였다.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렇지만, 속도의 변화가 없었다.

나는 그대로 신호를 위반한 채 신호등을 돌파하여 달렸다.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

 

무심한 듯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며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래, 나를 살려둘리가 없겠지.

무엇보다 그 전화 내용을 다 들은 것을 안 그녀가, 진실을 숨긴 채 잠적한 나를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던 것이다.

미키 때와 마찬가지로, 조직폭력배 같은 것을 돈으로 고용해 일부러 브레이크를 고장내 놓은 거겠지..

그렇지만 이건 상당히 나를 무시한 암살 방법이었다.

운전 면허를 괜히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데.

나는 엔진 브레이크를 적절히 조작하여 차를 멈출 수 있었다.

 

차가 선 곳은 해안가였다.

나는 방파제 위에 서서 바닷바람을 쐬며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시원하고 강한 바람이 나의 불행함을 날려주기를 바랬지만 바보 같은 소망이었다.

애초에, 내 등 뒤에는 그 '조직폭력배'가 서있었다.

칼을 품에 숨긴 채, 서서히 한 걸음 씩 나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그래, 죽으라면 죽어주마.

그것이 네가 원하는 거겠지.

이런 불안함에 휩싸여 하루하루를 불안히 사는 것보다는 죽는 것이 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내 내 감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내가 왜 그 여자 때문에 죽어야하는 것이지?

나 아마미 하루카가, 왜 그런 위선적인 여자에게 아무 것도 못하고 죽음을 맞게 되는것일까?

생각이 그렇게 미치자, 나는 더 이상 죽고 싶지 않아졌다.

필사적으로 저항해주며, 이 세상을 살아가고 싶어졌다.

결의에 찬 눈빛으로 당당하게 뒤를 돌아봐 나를 죽이려는 인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 사람은 갑자기 돌아선 나를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람에게 돌진하여 칼을 빼앗았다.

그 후, 배에 일격.

엄청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문제는 없다.

어차피 '정당방위'라 나는 무죄일테니까.

그것보다 이 인간을 어떻게 할까.

 

지금 응급차를 부르면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주변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다시 말하면, 나를 지켜보는 인간 따위는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나의 악한 감정은 그 '사람들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 표출되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서서히 죽어갔다.

 

지금은 구치소 한 칸에 앉아있다.

곧 경찰의 수사가 끝날 터이다.

일부러 부서져 있는 브레이크, 칼 손잡이에 잔뜩 묻은 그 남자의 지문.

아마 나의 정당방위는 금방 증명될 터이다.

하지만 그 여자는 모른 척하며 꼬리를 자를 수 있겠지.

별로 기대는 안 한다.

하지만......

 

프로듀서 씨가 면회를 왔다.

무척 걱정하는 눈빛으로 고민 있느냐, 괜찮느냐 등의 질문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프로듀서 씨지만 도무지 그의 눈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이 사람도, 그 여자와 똑같지 않을까.

속으로는 나에게 악한 감정을 품고 있지 않을까.

 

나는 더 이상 모든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한 가지이다.

나 아마미 하루카는 구치소 한 칸에서 중대하게 선언했다.

 

" 나 아마미 하루카는, 더 이상 악한 감정을 숨기지 않을 것이다. "

 

" 사람을 보며 분노하고, 사람에 대해 증오하고, 사람을 혐오할 것이며, 그 사람의 파멸을 위해 나의 전력을 다할 것이다. "

 

" 나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나 앞길을 막아서는 인간들은 전부 제거해버릴 것이다. "

 

" 그 누구라도, 설령 프로듀서 씨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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