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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치하] 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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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5, 2017 14:07에 작성됨.

하루카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지로 억누르며 현관 문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오늘이야말로 그렇게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치하야의 해외 녹화가 끝나고 귀국하는 날이다.
원래대로라면 일주일 정도 전에 끝나고 돌아왔어야 했지만, 그 쪽 업계의 사정상 갑자기 일정이 늘어나버려서 실망하고 있던 차였다. 그 탓에 오직 이 날만 학수고대 해왔던 하루카의 기대는 매우 커져있었다.


이제 곧 치하야가 들어올 시간이다. 오늘은 분명히 함께 있을 수 있다. 일부러 내일까지 스케쥴도 비워두고 부모님께 허락도 받았다.


안절부절 못하며 있던 하루카는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풀리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서는 문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주인을 기다리는 애완견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서와 치하야쨩!!"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그렇게 외쳤던 하루카는 달려가려다가 치하야의 모습을 보고 순간 멈칫했다.


"아... 하루카, 왔어...?"
"어, 으응... 치하야쨩 오늘 오전에 귀국한다고 했으니까....."
"그래... 미안해, 나 좀... 조금만, 잘..."


수척하다 못해 음침하다 싶을 정도의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모습과 너무 틀려서 당황하는 하루카를 보지도 않고 느릿느릿하게 말을 이으며 신발을 벗고 방 쪽으로 걸어가던 치하야는 말을 채 끝내지도 못하고 발을 헛디뎌 쓰러졌다.


"치하야쨩!!"


당황한 하루카는 거의 반사적으로 쓰러지는 치하야를 붙잡았다. 그리고 괜찮아, 라고 치하야에게 물으려던 하루카는 입을 다물었다.
치하야가 발을 잘못 내딛은 게 아니다. 걷던 도중에 잠이 들어 버려서 쓰러진 것이다.


"...아아~ 이건 어쩔 수 없으려나...시차 적응도 해야할테고..."


그렇게 중얼거린 하루카는 치하야를 일으켜 부축했다.
이 정도로 피곤해하는 치하야는 처음이다. 그렇게 힘들었던 것일까.


"함께 놀고 싶었는데..."


작게 투덜대면서 침대로 향한다. 이래서야 놀아달라고 조를 수도 없다. 인간이 인간이 아닐 정도로 피폐해졌다는게 어떤 것인지 보이는 듯한 모습이니까. 걷다 말고 그대로 쓰러져서 잠들었는데도 다시 일어나지도 않는 치하야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하루카는 방 안으로 들어가 치하야를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치하야의 성격 그대로 입은 옷은 딱 맞춘 듯 딱딱해서 옷을 그대로 입은 채로 자는 것은 불편할 것 같아 옷의 단추를 두어개쯤 풀어주던 하루카는 멈칫했다.


잠시 잠든 치하야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여 치하야의 목에 얼굴을 댄다. 약간은 땀냄새가 섞인 체향이 느껴졌다.
기분이 좋다. 어쩐지 웃음이 흘러나오는 기분을 느끼며 하루카는 치하야의 옆에 누웠다.


이번엔 얼마나 힘들었으면 기절하듯 잠들어서 깨지도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치하야의 푸른 머리카락을 쓸어넘긴다.
그러니까 오늘은 곁에 반드시 있어주도록 하자. 싫다고 해도.


그렇게 다짐하며 하루카는 치하야의 옆에 누워 잠을 청했다.

 

 

 

 

 

 

 

"미안해, 기껏 왔는데..."
"아니아니, 괜찮아! 나도 편히 잤고."


오후 늦게나 되서야 일어나서 사과하는 치하야에게 하루카는 난처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치하야가 오자마자 잠들어서 서운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덕분에 자신도 일에 쌓인 피로를 마음껏 풀 수 있었다. 거기에 치하야와 함께 자는 것은 늘 기분이 좋으니까 이젠 아무래도 좋지만, 치하야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간 상대해주지 못한 것에 미안해하고 있는 것은 기쁘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 고민하던 하루카는 음, 하고 내뱉고선 말했다.


"그럼 이제 남은 시간은 함께 보내자. 꼭!"


그렇게 말은 해도 이미 꽤 늦은 시간이지만. 덧붙이며 웃자 치하야가 잠시 멍하니 있다가 피식 웃고선 일어서며 대답했다.


"그래... 그럼 잠깐 나갔다올까."
"응? 어디 가려고?"
"이것저것 먹을 거 사오려고 하는데...알다시피 우리 집엔 먹을 게 별로 없잖니."
"아, 그보다 오랜만에 노래방가지 않을래?"
"노래방? 뭐, 아무래도 좋지만, 뭔가 좋지 않은 기억이 나는데..."
".....아. 괘, 괜찮을거야!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치하야쨩의 노래, 라이브로 듣고 싶으니까!"
"후훗, 그래. 머리 좀 정리하고 올테니까."


언제나 비슷한 듯한 치하야와의 시간.
하지만 이 시간이 얼마나 가슴 따뜻하고 기분 좋은 것인가.


벌써부터 함께 보낼 시간을 생각하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져 오는 느낌에 하루카는 즐거운 발걸음으로 외출 준비를 했다.

 

 

 

 

 

 

 

 


"아... 풀 하우스다."
"포커에요, 포커!"
"?! 말도 안 돼, 또 졌어?!"


노래방을 다녀온 뒤에, 늦었으니까 그 만큼 함께 놀아달라고 고집을 피우는 하루카 덕분에 전에 아미가 사준 트럼프 한 벌을 꺼내 포커를 하던 치하야는 슬슬 자신의 운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벌써 몇 판이나 하고 있는데, 하루카한테 한 번도 이기질 못한다. 거기다가 하루카는 거의 사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풀 하우스 이하의 패는 나오지도 않았다.


"하루카, 혹시 속임수 쓰고 있는 거 아냐? 어떻게 그렇게 잘 나와?"
"에에? 그럴 리가 없잖아."
"너무하잖아. 어떻게 풀 하우스 이하로는 나오지 않을 수가 있어? 보통은 플래시도 나오기 힘들다고 했는걸."
"그, 그렇게 말해도, 그 이하의 패는 받아본 적이 없어서...아하하.."
"...말도 안 돼..."


어딘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치하야는 하루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진 것은 진 거다. 어쨌든 패배한 것은 패배한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돈은 걸지 않은 대신 하기로 한 벌칙은 진 이상 이행하긴 해야 한다.
치하야는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들어 하루카의 뺨에 키스했다.


벌칙이 왜 하필 이런 건지는 묻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자신이 졌을 때는 하루카에게 키스해 주는 것, 그리고 하루카가 졌을 때는 치하야가 원하는 대로. 막상 벌칙을 걸 때는 그런 불리한 조건을 왜 수용했는지 궁금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는 거지, 하루카...!'


왠지 분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치하야는 다시 트럼프를 섞으며 즐거운 듯 웃고 있는 하루카를 노려보았다가 하루카가 앉아있는 소파 뒤로 보이는 시계에 시선을 옮겼다.
벌써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슬슬 잘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치하야는 트럼프를 내려놓고 말했다.


"하루카. 슬슬 옷 갈아입어야..."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네?"

 

그렇게 말하며 하루카는 시계를 돌아보았다.

11시 58분. 그 숫자를 본 하루카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럼 잠깐만 기다려봐, 치하야쨩."
"응? 왜?"


의아한 표정을 짓는 치하야에도 별 말 없이 하루카는 웃으며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에 치하야가 의아해하며 다시 물으려는 순간, 12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하루카가 몸을 일으켜 치하야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


"생일 축하해, 치하야쨩."


2월 25일.
순간, 치하야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루카는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며 기쁜 듯 말했다.


"가장 먼저 말해주고 싶었으니까."
"...아, 응... 고, 고마워, 하루카."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다. 그런 자신에 당황하던 치하야는 탁자 위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이 진동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 문자왔... 에? 와, 와앗!"


핸드폰의 진동소리에 시선을 하루카에게서 돌리며 핸드폰으로 손을 뻗으려던 치하야는 하루카가 자신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당황하며 그 품 안에 쓰러지듯 안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 행동에 치하야가 무슨 짓이냐고 말하기도 전에, 하루카의 속삭임이 들렸다.


"지금은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말고, 나만 생각해주라, 치하야쨔-앙-"


순간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어째서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거냐는 현 상황에는 별 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만 머릿속을 떠돌아다녔다.


자꾸만 붉어지는 얼굴을 숨기려고 하루카의 품에 고개를 파묻었던 치하야는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따스한 온기가, 이제는 익숙하다는 사실이 문득 새삼스럽다고 느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일이다.
특히, 사람의 온기 같은 건 그렇게 원하지도 않았는데─

이젠 이 온기가 굉장히 좋아서.


"치하야쨩, 난 치하야쨩 만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새삼스레 무슨 소리야?"
"응, 매번 그렇게 생각해왔어. 치하야쨩과 만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그러니까, 매년 감사하고 있어."


두근거리는 심장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치하야는 하루카의 목소리에 자신의 심장박동이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심장소리가 하루카에게 들릴까봐, 황급히 하루카에게서 떨어지며 말한다.


"바,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정말, 나는 가서 옷 갈아입고 올거니까!"
"참! 그거라면 치하야쨩! 치하야쨩이 입어줬으면 하는 게 있는데!"
"응?"
"생일선물이라고 생각해~ 어디보자...여기 넣어뒀는데.."
"......왜 불안해지는걸까?"
"보면 알아요~"

어쩐지 들뜬 듯한, 가방을 뒤적이는 하루카의 손에 치하야는 약간의 묘한 불안감을 느꼈다.

그리고 치하야의 불안은 적중했다.

 

 

 

 

 

 

 


"...대체 이런 건 어디서 구해온 거야..."
"와아, 잘 어울려, 치하야쨩!"
"저번에 카페에서의 메이드복으로도 충분했잖아? 대체 어디서 이런 걸 준비하는거야?"


치하야는 인상을 찌푸리며 버럭 외쳤다.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아까까지의 사복이 아니었다. 그리고 치하야는 자신의 차림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새하얀 드레스. 레이스와 프릴의 조화가 화려하면서도 소박한 느낌이 드는 것이 꽤나 대단한 디자인이었다. 꽉 조이는 상체에 반해, 길게 옆선이 트여있는 하의는 생각 이상으로 움직임이 편하긴 했지만 그 옆트임이 허벅지까지 올라온다는 것에 있어서 치하야는 하루카에게 야유를 보내고 싶은 기분을 느꼈다. 부드러운 감촉이 손에 닿았다. 정말로 이런 드레스는 대체 어디서 구한 거야-라고 투덜거리던 치하야는 자신의 손을 잡아끄는 손길에 고개를 들었다.
하루카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붙잡은 채 치하야를 바라보고 있었다.


"치하야쨩에게 어울릴 것 같아서, 언젠가 입혀보고 싶다고 생각했었거든~"
"그렇다고 해도, 대체 이런 걸 어떻게..."
"그야 샀지?"
"하루카, 너무 돈을 헤프게 쓰는 거 아냐?"
"아니 치하야쨩이 돈을 너무 안쓰는게 아닐까요...아무튼, 자, 이쪽으로!"


한숨을 푹 내쉬던 치하야는 하루카가 자신의 손을 이끌며 그렇게 말하는 모습에 몇 달 전의 경험을 생각해냈다.
그 때는 카페에서. 그리고 지금은 집에서?
치하야가 자신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자각하기도 전에 하루카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사실은 밖에서 제대로 데이트하고 싶었지만 주변의 시선도 있어서~"
"큿...대놓고 데이트란 말은 꺼내지 말아줘, 부끄럽게..."


자신의 말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싱긋 미소 지으며 자신의 손을 붙잡아 이끄는 하루카의 행동에, 잠깐 머뭇거리다가 그녀의 손을 붙잡은 채 하루카가 이끄는 곳으로 향했다.
데이트라니, 그런 건 같은 여자끼리 뭘-라는 말이 나오려는 것을 억누른 채.
그리고 거실을 지나쳐 부엌에 들어갔을 때, 치하야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이, 이게 뭐야?"
"드레스에 이은 다음 생일선물일까나?"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짓는 하루카의 표정에 치하야는 멍하니 되물었다.


"직접?"
"응! 케이크는 오랜만에 만드는 거라 약간 힘들긴 했지만."


꽤나 훌륭한 형태의 생크림 케이크와 그 옆에 놓인 붉은 와인. 시판되는 케이크가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예쁜 케이크였다. 과일까지 정성스레 잘라 놓은 그 모양을 보며 치하야는 하루카가 이것을 붙잡고 하루 종일 씨름하고 있었을 것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어쩐지 미안한 마음까지 느끼며, 조용히 말한다.


"...고마워, 하루카."
"치하야쨩이 기뻤다면 다행이야!"


그렇게 말하며 웃는 하루카에게 치하야는 단지 약간 얼굴을 붉이며 고개를 끄덕여 보일 뿐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기쁘다. 그것도 굉장히.

그러니까, 특별히- 인거야.


"고마워. 정말로."


그렇게 말하며 살짝, 하루카의 뺨에 입맞춤한다. 그 뒤에 하루카를 바라볼 자신이 없어 곧장 시선을 돌려버린 치하야를 멍하니 바라보던 하루카는 밝게 웃으며 치하야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왓, 그만 떨어져, 하루카!"
"치하야쨩은 정말로 귀엽다구-!"
"큿!"


얼굴이 붉어진 채, 치하야가 하루카 한 대 쳐서 떨어뜨릴까 고민할 때까지 하루카는 마음껏 치하야를 끌어안고 치하야의 뺨에 얼굴을 부볐다.
정말로 귀엽고 사랑스럽다. 수많은 생각을 머릿속에 가득 담은 채로.


"그런데 이거 먹어도 괜찮은 거야?"
"어? 왜..왜? 맛없어 보여?"
"아니 그 의미는 아니라...먹기 아깝다고 할까..."
"음식은 먹으라고 있는 거랍니다! 자아!"


고대엔 생일을 맞은 아이를 악귀가 괴롭히지 않도록 보호하는 의미에서 생일에 촛불을 붙였다고 하던가.
이미, 그런 의미는 퇴색되어 버렸지만. 그 대신 다른 의미가 있으니까 좋은 걸까.


"그럼...같이 끄자, 촛불."
"응!"


그리고, 살짝- 얼굴이 겨우 맞닿지 않을만한 거리를 둔 채로 치하야는 하루카와 함께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껐다.
서로를 보고 살짝 미소 짓는다. 양초를 빼내고 절차대로 케이크를 잘라낸 치하야는 케이크를 접시에 옮겨 담고선 조심스레 포크로 잘라 입 안에 넣었다.


단 맛이 입 안에 퍼졌다.


"...응, 맛있어."
"정말? 다행이다! 아무래도 케이크는 좀 불안했거든!"
"하루카는 아직 안 먹어봤어?"
"아. 완성품은 아직. 가능하면 모양을 유지하고 싶어서."
"그래... 그럼, 자아."


특별히 서비스야.
그런 말은 덧붙이지 않은 채, 치하야는 살짝 하루카에게 키스했다.


맞닿은 입술 너머로, 단 맛이 느껴진다.


"...치하야쨩...!"
"왜?"
"...하루카씨, 방금 무척 감동받았어...."
"......"


쓸데없는 거에 감동받지 말라고 말할까 고민하던 치하야는 그냥 묵묵히 케이크를 포크로 잘라내 입 안에 던져 넣었다.
단 맛.


첫 키스의 맛은 달다고 누가 그랬더라.
그러고 보면 분명히, 하루카한테 빼앗겼던 퍼스트 키스의 맛은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맛이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기분은 이런 기분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그 때는 하루카에 의해서 강제로 당한 것이었으니까.
그러면 두 번째 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 때는 정신이 없어서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던 치하야는 왠지 분한 기분에 하루카를 바라보았다가 머리를 손끝으로 지긋이 밀어냈다.


"치하야쨩?"
"큿..."
"에? 왜, 왜 그러는데? 나 뭔가 잘못한 거라도!?"
"아냐, 괜찮아."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려던 하루카의 말은 무슨 일이냐고 끝까지 물고 늘어질 하루카의 입을 막기 위해 다시 한 번 입으로 케이크를 건네준 치하야에 의해 막혔다.
단 맛.
그대로 치하야쨩을 맛보고 싶다, 라는 생각마저 들었지만 간신히 참는다.
치하야가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으니까.


단지 조금 더 깊게 키스를 하는 것 정도는 되겠지. 그렇게 생각한 하루카는 치하야를 끌어안은 채 깊게 키스를 나눴다.
입 안에 퍼지는 것은 케이크의 맛인지, 아니면 치하야쨩의 맛인지 모를 달콤한 맛.


둘이서 변하지 않고, 서로를 사랑하면서 영원히 함께 있고 싶다.
그것은 어쩌면 힘든 소망일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간절한 지금의 소망.


"그렇지, 치하야쨩! 드레스도 입었으니까, 춤이라도 가르쳐 줄까?"
"춤? 무슨 춤이길레 하루카가 나한테 가르쳐줄 수 있다는 걸까?"
"윽...약간 상처인데요 그 발언은...? 아무튼, 보통 사교용 댄스라고 하던가? 하여간, 치하야쨩은 학교에서 해 본 적 없겠지?"
"그야 뭐 그렇지만... ...잠깐, 집에서, 그것도 지금?"


갑작스레 그런 말을 내뱉은 하루카가 고개를 끄덕이자 치하야는 당황했다. 시간도 시간이고 무엇보다 자신의 옷차림도 옷차림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우고 싶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며 거절하려는 순간 하루카가 치하야의 손을 붙잡아 손등에 키스했다.


"아니, 잠깐만 하루카... 그냥 댄스라면 모를까 그런 건 전혀 모르니까!"
"가르쳐 주는 거니까 괜찮지 않아?"
"그렇지만... 하루카 불편하지 않겠어?"
"괜찮다니까~. 자아!"


거절하려고 하지만, 역시 하루카한텐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약한 자신에 치하야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정말 강경해져야 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럴 수가 없으니까.


허리를 끌어안는 손길에 당황하면서도, 하루카의 리드에 따라 걸음을 옮긴다.
긴 치맛자락이 불편했지만, 최대한 기분에 응해주기로 마음먹었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의 입술이 살며시 맞닿는 실루엣이, 창 너머로 희미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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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조절 실패(..)

노래방을 써먹어보고 싶었지만 애초에 본인이 노래방을 안가서 어떤식인지 몰라서 못쓰겠으요 흐허허

지난 하루카 생일때와 마찬가지로 부랴부랴 쓰긴 했지만ㅋㅋㅋㅋㅋ

..그런데도 창작게시판에 치하야글은 별로 없구먼요. 으으...하루치하분이 부족해...

 

여담이지만, 어떤때는 내용보다 제목 정하는게 더 어렵네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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